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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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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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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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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44번 참가자

DUMMY

50번에게선 자신이 아는 무언가를 상대방이 모를 때 느끼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제가 아까 사려고 한 종목이 뭔 줄 아세요?”

“그게 뭐죠?”

“전날 장 후 시외에서 상한가 간 종목들이었어요.”


장 후 시간 외라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 시간에 급등한 종목들이라면 대부분 다음날도 급등 출발한다. 진짜 호재든, 세력들의 농간이든.

하지만, 다음 날 장이 시작하고 나서 시초가에 따라잡으면 위험하다.


“그래서 장전에 잡으려고 한 거군요.”

“네.”


장전 시간 외는 전날 종가로 거래되기 때문에 매수가 된다면야 거의 100% 수익인 것.


“그런데 못 잡은 거고요.”

“네. 그 시간에 매수했다면 시초가에 바로 팔더라도 10%는 거저먹을 수 있었는데······.”


그는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매수하려면 매도자가 필요한 법.


“그 시간에 매도하는 사람이 있나요? 장이 시작되면 오를 게 분명한 종목을.”

“생각보다 많아요.”

“많다구요?”

“이 바닥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거든요.”


그가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종목이 전날 시외에서 급등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회사 일로 바쁜 사람, 다른 종목을 급히 잡으려는 사람, 급전이 필요한 사람. 크큭. 그래서 빨리 팔면 돈이 빨리 들어오는 줄 알고······.”

“아.”

“그런데 가장 많은 케이스가 뭔지 아세요?”

“뭔데요?”

“바로 매수매도를 잘못 누른 사람들이에요.”

“네?”


처음 주식 할 때 실수로 잘못 누른 적이 있었기에 나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장전 거래를 할 정도면 그리 초짜도 아닐 텐데······.


“아침 장일수록 얼빠진 사람들이 많거든요.”

“······.”

“눈 비비고 일어나서 정신도 안 차리고 눌러대는 거죠. 돈 벌 욕심에 눈이 멀어 가지고······.”


그가 말을 하다 말고 낄낄대고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수매도를 잘못 누르는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오를거란 정보를 잘 아는 사람 중에 있었다. 서둘러 매수하려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그래서 눈먼 돈을 주워 먹는다고 한 거였군!


“그럼 아까 마구 눌러댔던 게 그걸 빨리 잡으려고······.”

“네. 그들이 흘린 돈을 빨리 주워 먹으려고요.”


시간 외 거래는 선착순.

8시 30분이 되자마자, 0.001초 만에 1등으로 주문을 낸 사람만이 먹을 수 있다.


“누구한테 배우신 거죠?”

“우리 아버지한테요.”

“아버님이 고수신가 보네요.”

“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잖아요. 아버지는 주식바닥도 마찬가지랬어요.”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 그게 그렇게 큰돈이 될까? 이런 대회에서 승부를 걸 정도로?


“처음에는 쉬웠데요. 좀만 부지런하면 되니까. 근데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긴 하죠.”

“음.”

“하지만, 지금도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먹을 종목은 널렸어요. 대회다 보니 욕심을 내서 그렇지.”

“......”

“크게 먹으려면 기술이 필요해요.”

“기술요?”

“제아무리 엔터키를 눌러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낸 주문을 이길 수는 없어요.”

“그럼 누군가는 프로그램으로 자동 주문을 낸단 말인가요?”

“당연하죠.”


다시 입맛을 다시는 50번 청년.


“내 노트북으로만 거래했어도······.”


아까 트레이딩실로 그가 들고 들어왔던 노트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거기엔 분명······

그는 빠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줄 알거나, 그런 프로그램을 구매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대회 규정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그냥 자기 꺼로 하게 두지 왜 굳이 지들이 지정한 PC로 거래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그게 정말 큰돈이 되나요?”

“물론 한 대로는 힘들죠.”

“그 얘기는···”

“네. 저희 아버지는 여러 대로 한꺼번에 멀티플레이하세요. 물론 주 종목은 ETF고.”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


“거긴 많은 돈이 몰리는 만큼 눈먼 돈도 많아요.”


전날 미국장이 폭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장전에 실수로 곱버스를 매도하거나, 반대로 폭등했는데도 레버리지를 실수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아버지는 그걸 매일 놓치지 않고 주워 드시죠.”


갑자기 그가 이 대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출전했죠?"

“초대받았어요.”

“초대라고요? 초대받을 정도면 님도 아버님처럼 꽤 잘하셨나 보네요.”


그가 그제야 조금 당황해했다.


“...사실은 아버지 때문에요. 아버지가 몇 달 전 KBM 증권사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아버님이 안 오시고······?”

“사실 그건 아버지가 내 계좌로 대신 출전한 거였어요.”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걸 보니 청년은 그게 불법이란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50번님한테 초대장이 간 거였군요.”

“네.”


와우개미도 증권사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 때문에 초대받은 거 같다고 했다.

그럼 한비원이 최근 주식대회 우승자들을 모두 초대한 게 아닐까?


“아버지가 처음에는 허락하지 않았어요. 100억이나 들고 참가했다가 혹시 크게 손실을 볼까 봐.”


그러다 결국 성화에 못 이겨 허락했다. 대신 욕심부리지 말고 알려준 대로만 거래하라면서.

그게 결국 지금껏 그가 말한 눈먼 돈 주워 먹기.


“그래서 늦게 신청한 거였어요.”

“그렇군요.”

“근데 내가 꼴찌로 신청한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늦게 한 사람도 있었는지 몰랐네요.”


어느새 그가 내 번호표를 보고 있었다.


“아, 나는 지원한 겁니다.”

“지원요?”

“네. 주제넘지만 나도 이런데 한번 출전하고 싶어서요.”

“어쩐지. 아무것도 모르시더라니······.”


다시 어깨를 으쓱하는 50번.

출전자 중 자신보다 하수가 있다는 게 신기한, 아니 꽤나 반갑다는 표정이다.


“쳇. 아버지는 아직도 나를 못 믿으셔요.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


다음 날 오전 대회실 안.


-다다다다다다닥······


9시 29분이 되자, 또 여지없이 50번 청년의 키보드 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왔다.

그리고는 그는 다시 어제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9시 정각.


-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회실 안 모니터마다 장이 시작되었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고, 얼마 쯤 지났을까 곧이어 눈앞에 HTS 화면이 나를 사로잡았다.


[초록기술 9,680원 ↑10% 상승 중]


이놈이 어제는 8,800원 보합으로 마무리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10%나 상승 중인 것.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좀 더 사놓을 걸······.'


다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계좌를 확인했다.


[초록기술]

[매수금액: 10억 5,600만 원]

[평가금액: 11억 6,160만 원]

[총수익: 1억 560만 원]


총평가금액도 확인.


[총평가금액: 51억 8,500만 원]

[예수금: 50억 120만 원]


초록기술을 포함해서 어제 사놓은 다섯 종목에 대한 총평가금액이 약 51억 8천만 원. 남아있는 현금 예수금이 50억 남짓.

결국 이를 합하면 총 101억 8,620만 원.


어제보다 1억 8천여만 원이 늘었지만, 수익률로 보면 1.8%.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단타는 120만 원 번 게 전부.


현재까지만 보면, 탈락자 11명 중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다른 사람들의 수익을 흘끔 봤는데, 나보다 수익이 적은 사람은 50번과 43번 참가자뿐.


그리고 이 대결방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사람은 44번이었다. 어제 본 그 오른손 검지가 하나 없는 사내.

그는 어제 하루 만에 10억을 벌어서 수익률이 벌써 10%를 넘겼다.


시선이 나도 모르게 44번 참가자로 향했다.


멀리 의자 등받이 위로 보이는 쥐색 벙거지 모자.

어제도 이 시간이면 이 방에 있는 출전자들 중에서 가장 바쁘게 트레이딩한 사내였다.

하지만 내가 오후장에 돌아왔을 때는 한가하게 자리를 비우기도 했었다.


-딸칵 다다닥 딸칵 다닥······.


소리에 홀리듯 자리에서 일어나 44번이 있는 트레이딩 데스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뜩이나 마스크를 껴서 잘 보이지 않는 얼굴. 오늘은 헤드셋까지 끼고 있다.

시선은 모니터에서 단 1초도 떨어질 줄 모르는 채로.


어깨 너머 그의 모니터가 보였다.

어제처럼 여러 종목들이 동시에 띄워져 있는 상태. 세어보니 총 4개다.


‘음······?’


이상한 건 그 4종목 모두 어제와 동일하다는 것.


‘스캘퍼들은 보통 종목들이 수시로 바뀐다던데······.’


한두 개라면 그럴 수 있지만, 모든 종목이 이틀 연속 같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잠시 후, 44번의 모니터가 바빠졌다.


띄워놓은 종목 중 하나가 위아래로 요동치기 시작한 것.

그러자 44번 사내의 눈동자 또한 덩달아 빠르게 요동쳤다.


곧이어 벌어질 무언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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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6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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