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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83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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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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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핸드폰 없이 합시다

DUMMY

“더 큰 걸 볼 줄 알면, 돈은 언제든 따라오게 되어있네.”


-딱


노인이 다시 바둑판 위에 돌을 올려놓듯, 툭툭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이어 나갔다.


“세력이라고 모든 종목에서 다 주포는 아니야.”

“······?”

“어떤 종목은 주포가 일반 기관이나 외인인 경우도 있고, 어떤 종목은 개인인 경우도 있지.”


-딱


“문제는 주가조작 세력이 주포인 경우. 감독기관의 눈을 잘도 피하는 것처럼 보이고 때론 감독기관이 방관하는 거처럼 보일 때도 있어.”

“······.”

“하여간 세력이나 기관이나 외인이나 상술은 매한가지.”

“······그럼 그걸 다 세력으로 봐도 무방한가요?”

“그런 셈이지.”


기관마저 세력이 될 수 있다는 말에는 놀라웠다. 내가 가진 세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대답이었다.


-딱


“바둑이나 주식이나 넓은 시야를 요구한다네. 사사로운 국지전에 마음이 동요되면 전체 판세를 읽지 못하고 패하게 되지.”


그건 나도 익히 아는 바였다.

그래서 지금도 마찬가지.

좌변에서 국지전이 벌어졌지만, 나는 싸우는 척하며 우변 집을 키우고 있었다.


-딱


*


바둑이 끝나자, 다시 처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노인.


“자네도 이제는 욕심을 내도 되겠군!”


방금 내가 이긴 바둑을 두고 하는 말인지, 지금껏 얘기하던 주식을 두고 하는 말인지 헛갈려서 물었다.


“······바둑 말씀인가요? 주식 말씀인가요?”

“둘 다.”

“······둘 다라고요?”

“그래. 내 평생 자네처럼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바둑이든 주식이든.”

“······?”


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한 달 전 9점을 깔고 진 내가 오늘은 6점을 깔고도 이겼으니 충분히 바둑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주식 실력.

과거 내 주식 실력을 어떻게 알고 내 실력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걸까?


내가 일어나 돌아가려는 데 노인이 등 뒤에 대고 말했다.


“행운을 비네!”



***



4 주차 월요일 아침.


드디어 최종 결전의 날이 밝았다.

앞으로 1주일 후면 이번 대회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것이다.


핸드폰을 열고 계좌를 확인했다.

주말 내내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돈이 아닌가.

하지만 믿기지 않을 만큼 액수가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사라질까 봐 의심하며 확인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금껏 번 돈 352억.

이제 이 돈으로 마지막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세력 밑에 있었을 때도 이만한 돈을 혼자 트레이딩한 적은 없었다.

코스닥의 웬만한 작은 기업 하나쯤도 거뜬히 살만한 돈이다.

그러나 별로 긴장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종목을 보내줄까?’


운명처럼 다시 오는 그 발신 번호 없는 문자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대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로비에 다다르자 보이는 참가자들.

8명이다.

그들은 서로 견제라도 하듯 눈치를 보기도 하고, 눈인사를 나누거나 서로 뭔가를 속삭였다.


개중 몇몇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던 얘기를 멈추고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감독관의 지시가 귀에 들려왔다.


“다들 대국실로 들어가시죠!”


······대국실?

이번엔 왜 갑자기 대국실일까?


한편 생각해보니 대국실에는 테이블이 총 9개였다.

그러니 결승 진출자 수와 그 개수가 정확히 들어맞긴 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던 바둑판과 바둑돌 대신에 모니터와 키보드가 그 위에 깔려 있었다.

언제 세팅했는지 대국실을 트레이딩실처럼 꾸며놓은 것이다.


“자,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참가번호가 적인 팻말이 올려져 있었다.


윈래부터 바둑판처럼 생긴 대국실이었다.

그래서 9개의 화점 자리에 정확히 맞춘 것처럼 9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그중 내 자리는 바둑으로 말하면 좌하귀 화점 자리.


보아하니 지금까지 전적으로 1위가 가운데 천원 자리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순위대로 그 주위를 빙 둘러 차지한 거였다.


이제 또 어떻게 룰이 바뀌려나 하고 긴장한 사람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감독관을 바라봤다.


“자, 결승전은 딱히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기본 룰만 지키시면 됩니다. 전처럼 주어진 PC로 거래를 하시고, 종목은 코스피와 코스닥 내에서 아무 종목이나 트레이딩하시면 됩니다.”


다행이란 듯 한숨을 내쉬는 참가자들.

하지만, 그때였다.


감독관이 나가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 손을 들고 외쳤다.


“저, 이번엔 핸드폰을 없애고 합시다!”


엥?


이게 뭔 뜬금없이 소리일까?


그 말을 꺼낸 사람은 박청강이었다.

뒤이어 이에 동조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맞습니다. 없애고 합시다!”

“그럽시다!”


한둘이 아니었다.

이에 반대하는 자들도 있지만 소수였다.


“지금껏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핸드폰을 반납하나요?”

“결승전이니 만큼 작은 부정행위도 미연에 방지하자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누군가 지정된 PC가 아닌 모바일 거래를 하고 있어요.”


역시 박청강.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바로 나?


음...


얼마전 그와 식사할 때가 생각났다.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어머나, 누가 모바일로 거래한다는 거예요? 그럼 벌써 다 밝혀졌겠지.”


방금 말한 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있던 보살 개미였다.

그녀가 난처한 표정으로 반론을 제기하자, 다시 박청강이 큰 소리로 일갈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요. 아시다시피 모바일로 거래하면 공정하지 않아요. 여기서 진짜 강자를 찾으려면 반드시 룰대로 해야 합니다.”


사실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 모바일로 거래하는 게 유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건 감독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룰을 어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해진 룰 대로 하기 위해 핸드폰을 자진 반납하자는데 막을 명분이 없었다.


“그럼 다수결로 결정하겠습니다. 핸드폰을 압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그러자 다섯 놈이 잘됐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자, 그럼 다수결에 의해서 1주일간 핸드폰을 압수하겠습니다.”


감독관의 결정에 당황하는 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됐다.


아직 그 기다리던 문자를 받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감독관 두 명이 돌아다니며 핸드폰을 걷기 시작했다.


'제발!'


반납을 최대한 늦춰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온 게 없었다.


곧이어 감독관들이 핸드폰을 다 걷고 나자, 박청강이 또다시 외쳤다.


“여기 PC에서도 모든 SNS 어플을 금지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폰을 걷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자들이 분위기를 몰아갔다.


“옳소. 금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러자, 감독관이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어차피 이 PC는 기존 설치된 프로그램 외의 다른 프로그램은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의아했다.

이자들은 모두 세력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조직과 교신할 수단을 스스로 없애고 있는 것이다.


박청강이 만족한 듯 실실 웃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박청강이 벌인 일들이 단지 나를 견제하기 위한 걸까?

그래서 내가 추천 문자를 못 받게 하려고······?


하지만, 내가 아무리 지난주 성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현재 7위에 불과했다.

놈이 우승하려면 오히려 상위권을 견제해야 했다. 그런 놈이 왜 하위권을 견제하려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까 손든 놈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일을 주도한 다섯은 모두 상위권에 있는 놈들이었다. 1위부터 5위까지인 것이다.


그리고 손을 들지 않은 자들은 나를 포함해서 총 4명.

그중에는 9위로 통과한 보살개미도 끼어 있었다. 추측컨데 그녀는 개인 자격으로 초대된, 그래서 뭣 모르는 신생 세력일 터.

물론 결승까지 온 걸 보면 그쪽도 제법 실력 있는 곳임에 분명 해 보이지만.


아무튼, 그러니까 결국 기존 상위권 세력들이 나와 신생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하나로 뭉친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다섯 세력이나 동시에 그걸 동의한다는 게 수상하다.


'뭔가 있다. 뭔가...'


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다.


핸드폰도 SNS도 모두 차단하는 건 놈들에게도 분명 손해일 것이다.

그런데 놈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세력 조직과 교신을 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혹시······?’


생각해보니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서 문득 1위를 하다가 갑자기 기권한 44번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하! 간사한 놈들...'


내가 가진 패를 숨길 수도 없고, 최고의 패를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대방이 가진 패를 알아내는 것 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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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1 0 -
72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5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29 1 9쪽
»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29 2 9쪽
69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2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0 1 9쪽
67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4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5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4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1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0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1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0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3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8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6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2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6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7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7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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