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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95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9:10
조회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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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DUMMY

“네?”

“아, 우리도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탐방을 다니거든요.”

“아, 네···”

“근데 어쩌죠? 우리는 상장 회사도 아닌데. 하하하.”


그러며 나를 옆 사무실로 안내하는 박청강.


직원들이 있는 넓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직원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고 모니터 3대를 동시에 보면서 쏟아지는 정보와 씨름하고 있었다.

방해가 될까 봐 조용히 관찰만 하려 했지만, 먼저 말을 꺼낸 건 박청강이었다.


“찍는 거 아닌가요?”

“네? 찍어도 되나요?”


당연히 촬영은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의외였다.


“찍고 싶으면 찍어도 돼요. 어차피 다 오픈된 거니까···.”


직원들 모니터 위로 그가 관리하는 종목들이 보였다.


“여기 있는 종목들 다 좋은 종목들입니다. 우리가 힘들게 회사를 직접 탐방 가서 확인하고, 또 이것저것 따져보고 선정한 종목들이죠.”


박청강은 마치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듯 모니터를 가리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런 종목을 감히 찍어가도 된다구요?”

“우리 개인 투자가님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언제든지.”


그러고 보면 사실 그가 만든 유튜브 영상에서도 자신의 종목을 자주 공개하곤 했었다.


“김 기자님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혼자 돈 벌자고 주식 하는 거 아닙니다. 언제나 우리 개인 투자가님들 편에서 고민하고 있죠.”


나를 박청강과 연결해준 김 기자라는 사람은 박청강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온 사람이었다. 대부분 그에 대한 좋은 이미지의 기사였다.

최근에는 기업의 불합리한 배당정책에 항의하는 소액주주 운동가로도 활동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영상으로 봤더니, 직접 트레이딩도 하시던데 직원들하고 같이 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그 많은 종목을 혼자 다 관리하기 힘드니까.”

“얼마나 많은 종목을 관리하시나요?”

“대략 100여 종목 됩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많다니요. 아직도 사고 싶은 종목이 널렸는데.”


문제는 그 많은 종목을 찾기가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단타라면 상관없지만, 장기투자라면 종목 선정이 중요해 보였다.


“종목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특별한 비결이라도···”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저 좋은 회사를 찾아야지요.”

“좋은 회사요?”

“종목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면서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들 쫙 뽑아놓고 얘들이 미래 성장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거죠.”

“······.”

“보고서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아까 말한 대로 직접 회사까지 탐방해보고 확인을 해요.”

“그렇군요.”

“최근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성장성이 있는 섹터. 예를 들어, 5G, 반도체 장비, 소재, 2차전지, 바이오, 제약 뽑아놓고 거기서 좋은 종목 하나하나 뽑아갑니다.”

“아···.”

“아직도 싼 종목이 있는지. 그 회사가 기술력이 있는지. 대기업 납품이 잘 될 건지.”


친절한 설명이 고마웠지만, 의도치 않게 사무실이 시끄러워져서 눈치가 보였다.

박청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식을 뽐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산업을 공부해야 해요. 2차전지 밧데리 음극제, 양극제, 원통형 박데리 케이스, 각형 만드는 곳이 어딘지 등등.”


공부한다고 어디선가 주워듣긴 한 용어들이지만 여전히 익숙지 않았다.

역시 이 사람 앞에서는 내가 형편없는 주린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도 그걸 눈치챈 모양이다.


“주식 한 지 얼마나 됐죠?”

“사실 1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럼, 공부 많이 해야겠네요. 제 영상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네. 그러려구요. 근데, 선생님이 매매하는 걸 직접 봐도 될까요?”

“별거 없는데··· 그리고 지금은 매매할 것도 없고.”


다시 나를 그의 방으로 안내했다.

책상 위에는 조그만 17인치 모니터 한 대가 전부였다. 그는 그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했다.


“아침 8시 30분 주식시장이 시작되기 전 그날의 매매패턴을 구상합니다. 말하자면 미리 작전계획을 세우는 거죠.”

“···작전이라고요?”


내겐 거부감이 드는 단어였지만, 그에겐 통상적인 단어에 불과했다.


“그날 할 수 있는 매매패턴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걸 원칙대로만 매매합니다.”


트레이딩에는 많은 시간을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주식투자로 보내는 시간은 많아야 1~2시간 이내.

오후 3시면 퇴근하고 주식투자와 관련한 강연을 하거나,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주식시세나 관련 정보를 보고 있지 않아도 전혀 불안하지 않아요. 그게 장기투자의 장점이죠.”


뿌듯해하는 표정이 보였다.


“우진씨는 주식 사놓고 불안해하지 않나요?”

“그야 물론....”


그러자, 그는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라며 자신이 쓴 책의 한 토막을 인용했다.


“당신이 그 주식을 사놓고 불안해하지 않을 만큼만 사야 합니다. 당신이 만약 백만 원을 사놓고 불안해하지 않으면 그게 당신의 그릇인 거죠.”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성공비결은 뭘까?


“선생님. 그럼 종목을 보는 안목은 어떻게 키울까요?”

“나는 투자종목을 선정할 때 성장가치에 30%, 자산가치에 30%, 나머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봅니다.”


성장가치, 자산가치, 패러다임? 그런 걸 어찌 다 판단한단 말인가?


“이해가 잘···”

“너무 추상적인가요? 원래 안목이란 게 그렇습니다. 그걸 어찌 말로 설명하겠습니까?”


하긴···


“죄송합니다. 우매한 질문이었군요. 그럼 혹시 앞으로 투자 예정인 종목이나 관심 갖고 계신 종목 있으신가요?”

“있죠. 근데 이미 방송에서도 다 공개했는데.”

“아, 죄송합니다.”

“아까 사진 찍은 종목들도 다 그런 거니까 지금이라도 관심 가져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볼일이 보고 싶어졌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도 될까요?”

“네. 다녀오시죠.”


화장실에 다녀오려면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을 거쳐 가야만 했다.


통로를 지나려는데, 문득 아까 보여준 모니터 말고 구석 쪽에 있는 모니터들이 궁금했다.

파티션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두 대의 모니터였다.

그 앞에는 날렵하게 생긴 남자 직원 둘이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다른 직원들은 어디 갔나 없는데, 둘만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아직도 뭔가 매매할 게 남아있는 듯 보였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있는 곳 가까이 다가갔다.

트레이딩 삼매경에 빠져있는 남자 직원 둘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서 뭐 하세요?”


날카로운 쇳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박청강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직원들도 돌아보고 당황해했다.


“거긴 안 됩니다.”

“아,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속으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까는 사진까지 찍어가라며 적극적으로 공개하던 그가 아닌가.


“죄송한데, 저건 왜 안 되는지···”


박청강은 애써 태연한 모습으로 바뀌며 말했다.


“아직 검증이 안 돼서요. 분석 중에 있는 종목을 마구 추천할 순 없잖습니까. 좀 더 확실해지면 공개할게요.”

“아···”


그럴듯한 말처럼 들렸지만, 아직도 뭔가 이상했다.

마치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설명하고 싶은 것만 설명하려는 듯.


세력들과 있을 때가 생각났다.

그들도 이미 매집이 끝난 종목은 공개하고, 매수가 덜 된 종목은 절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본 빠른 손놀림은 분명 단타꾼이나 기술자들에게서 보던 손놀림이었다.


“아까 주식한 지 1년 좀 넘었다고 했죠?”

“네. 그런 셈입니다.”

“지난 1년간 시장이 안 좋았는데, 초보라면 많이 힘들었겠네.”

“······.”

“근데 우진씨는 주식으로 얼마만큼 투자하나요?”

“···대략 100억 정도요.”


순간, 농담 말라는 듯 웃으며 재차 물었다.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돈 말이요. 그게 얼마냐고.”

“제가 직접 트레이딩하는 돈이 100억인데요.”

“···정말?”


의외라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하는 박청강.


“···그럼 혹시, 금수저?”

“아뇨. 오히려 그 반대인데요.”

“그럼 어떻게 젊은 사람이 그 많은 돈을?”

“주식으로 번 거에요.”

“처음에 얼마나 투자했길래······?”

“30만 원요.”

“······뭐요? 삼십? 그 돈으로 1년 만에 어떻게···”


여전히 믿지 못하는 박청강.


“그래도 그렇지 에이. 무슨···”


본인도 5천만 원으로 처음 100억을 만드는 데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사실 정상적인 건 아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거였고.


그런데 한낱 주린이로 밖에 안 보이는 애송이가 그렇게 빨리 많이 벌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사이 나는 그런 박청강의 표정을 보고 문득 재밌는 협상을 하고 싶어졌다.


“제 계좌를 보여드릴게요.”


당연히 박청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요?”

“대신 선생님도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자, 호기심으로 빛났던 박청강 눈빛이 금방 당황한 눈빛으로 변했다.

나는 혜림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한때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사는 족족 올라서 유명세를 탔지만, 실상 그의 계좌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함 확인해 봐!”


그러면서 슈퍼개미 계좌를 보고 오면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했다. 녀석다운 귀여운 내기인 셈이다.

그러나 슈퍼개미 계좌가 궁금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청강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뭐, 그러죠.”

“네? 정말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럼 내가 최초로 그의 계좌를 보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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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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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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