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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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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02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8:48
조회
206
추천
5
글자
10쪽

슈퍼개미 박청강

DUMMY

[주식과 바둑]


내용을 클릭했다.


부득탐승(不得貪勝). 승리를 탐하지 말라! 이기려고 집착하면 큰 그림을 놓치고 실수한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 바로 이거야!’


어렵지만,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승부에 너무 집착했었다.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는 것이 필요했다.


아래를 보니 위기십결(圍碁十訣)이란 바둑과 관련된 10가지 교훈들이 보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주식과 닮아있었다.


바둑이라······!


게다가 바둑은 나도 한때 좋아하던 두뇌 스포츠였다.

듣기로, 마음의 평정심과 넓은 안목을 키우는데 바둑만큼 좋은 게 없다고 들었다.


처음 바둑을 알게 된 건 군대 내무반 시절.

고참으로부터 집 짓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재미를 느껴 책까지 보며 연구를 했었고, 결국 제대할 무렵에는 내무반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과연 그 실력이 남아있을까?’


핸드폰으로 바둑 어플을 깔고, 실력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이것저것 인증과정을 거치고 들어가 보니, 처음에는 급수를 정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자기가 임의로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테스트 버튼을 클릭했다.


급수 테스트용 플레이 상대는 인공지능 AI.

그런데 수준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게임용 AI가 이렇게 센가?’


10분여 만에 내가 지고 말았고, 바로 적정 급수가 계산되어 나왔다.


[적정 급수: 10급]


급수는 30급부터 1급까지 있다고 들었는데, 게임에서는 18급부터 있었다.

그 위로는 나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단수였으니, 내 딴엔 10급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아직 녹슬지 않았군!’


그런데 방금 나를 이긴 AI는 과연 몇 급 정도일까?

설명을 찾아보니, 대략 5급 정도의 실력이란다.


‘그럼 내가 조만간 너를 이겨주마!’


그렇게 생각하고 현재 내 급수 10급은 어떤 수준인지도 알아봤다.


[바둑 급수별 단계와 수준]


클릭하고 들어가니, 각각의 급수별 실력 수준에 해당하는 짧은 코멘트가 달려있다.


[10급] [중급 사활의 시작]


뭐야. 중급 사활?

그럼 내 실력은 이제야 사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는 건가?

······마치 내가 김막수 세력 밑에서 살다 온 거처럼?


궁금해서 내 위 등급도 확인했다.


[9급] [침투의 기술]

[8급] [실리와 세력의 이해]

...

..

[2급] [변칙정석과 대응법]

[1급] [기풍을 완성하는 단계]


그러고 보니 바둑에도 ‘세력’이란 말이 있었다.

8급은 돼야 그 세력이란 걸 제대로 이해하는 거였고. 현재 10급인 나는 그래서 아직도 세력을 이해 못 하고 있다는 것.


주식에도 마찬가지 급수가 있다면 내가 겨우 이 정도가 아닐까?

세력을 잘 안다고 하지만, 실은 코끼리 꼬리를 만지고 온 걸 수도 있다.


일단 나의 첫 번째 목표가 생겼다.

목표 급수는 1급.

적어도 그래야 뭔가 좀 보일 것 같아서다.

바둑이든 주식이든······


잠시 후.


-지이이이잉


[어이 슈퍼개미! 시골서 아주 눌러사는 거냐?]


‘슈퍼개미는 무슨···. 짜식이 친구들한테 또 무슨 얘기라도 들었나 보군.’


내가 시골로 내려온 후로 연락이 뜸했던 김한결.

유일하게 통화한 건 몇 달 전 HM건설을 녀석이 팔고 난 뒤였다.


녀석은 내 덕분에 돈 좀 벌었다고 고마워하면서도 한편, 처음에 나를 믿지 못해 돈을 조금밖에 못 넣은 걸 또 후회했다.


[그래 여기가 서울보다 백배 낫다.]


그렇게 답장을 보내자, 녀석에게서 또 연달아 문자가 왔다.


[아무리 좋아도 연락 좀 하고 살아 임마.]

[좋은 종목 있으면 추천 좀 해주고······.]


짜식! 애널리스트가 누구한테 추천해 달래.



***



“계속 그렇게 들여다봐야 하는 겨?”


밥상머리에서다. 미처 끝나지 않은 바둑을 두느라 여념이 없던 내게 엄마가 묻고 계셨다.


“예···조금 있으면 끝나요.”

“쯧쯧, 밥도 못 먹구 일혀서 어뜩하니.”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계신 엄마.

순간, 양심에 찔렸다. 내 모습이 마치 게임에 빠져있는 고등학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식 때문에 핸드폰을 들여다봤다면, 요즘은 이렇게 바둑 하느라 들여다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한편, 바둑이나 두면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다.

계획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주식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주식계 실전 고수들도 만나러 다녔다.


일단, 슈퍼개미 박청강.


‘과연 슈퍼개미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그렇게 궁금해하다가, 마침 그의 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30대 후반에 5천만 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10년 만에 500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었다고 했다.

수퍼개미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5년 전, 그의 자산이 처음으로 100억을 넘기면서부터였다고.


‘그럼 나도 수퍼개미인가?’


과정을 들어보니 내가 주로 단타와 세력들 밑에서 운 좋게 번 돈이라면, 그는 주로 장기투자를 한 거였다.

장기투자로도 그렇게 큰돈을 버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안목을 가진 고수 중의 고수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슈퍼개미 박청강 선생님 열혈 팬인데요······]


1주일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그다음 일주일간 총 7통의 메일을 다시 보내도 역시 마찬가지.


‘워렌버핏 같은 사람은 점심 한번 같이 먹는데도 몇십억이라던데 이 정도 노력쯤이야···.’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건 이혜림이었다.

녀석에게 안부도 물을 겸 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한 이 전화가 일을 순조롭게 풀리게 할 줄 몰랐다.


“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또 잔소리. 알아서 하고 있으니 걱정 마.”

“너 빨리 기자 돼서 오빠 좀 도와줘라. 이번에도 슈퍼개미 박청강 좀 만나려고 하는데, 겁나 힘들다.”

“그 사람은 왜?”

“그냥. 오빠도 슈퍼개미 기운도 좀 받고 싶어서.”

“그 사람이 오빠 기운 받아야 하는 거 아냐?”

“하, 기분은 좋네. 암튼 그 사람 만나러 가게 되면 오랜만에 네 얼굴도 좀 볼까 하는데, 기회가 되려나 모르겠네.”

“정말?······”


그리고 며칠 후.


-오빠, 우리 과 출신 선배가 XX일보 경제부 기자인데, 알고 보니 박청강이랑 친하더라고. 아무튼 잘 만나고 와. 내려가기 전에 나 보고 가는 거 잊지 말고···.


*


어느덧 도착한 슈퍼개미 박청강의 개인 사무실.


서울의 한 상가 건물 7층이었는데, 투명한 출입문 안에는 얼핏 서너 명의 남녀 직원이 보였다.

역시 슈퍼개미라 직원까지 두고 자산관리를 하나보다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새꺄!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하, 어떻게 요즘은 사는 족족 이 모양이냐?”

“지난번 탐방 갔을 때는 주담이 분명······”

“지랄하네! 언제 적 얘기를··· 요즘 기업탐방이 밥 멕여 주는 거 봤냐?”


들어갈까 망설여졌다.

그런데 등 뒤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묘령의 아가씨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예, 박청강 선생님을 좀 만나러 왔는데요. 여기가 맞나 해서요.”

“네. 맞아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늘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어서요.”


그러자, 여자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세 시에 오신다고 들었는데, 벌써 오셨네요?”

“세 시요? 저는 분명 두 시라고 했는데 잘못 전달된 거 같네요.”

“일단 대표님께 여쭤보고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

알고 보니 그녀는 박청강 사무실 여직원이었다.


잠시 후, 그 여직원이 문틈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들어오세요.”


그녀를 따라 들어간 나는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지나 안쪽에 있는 작은 방 앞에 섰다.


-똑똑


여직원이 대신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무언가에 열중하던 박청강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성함이 정···”

“안녕하세요. 정우진이라고 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여기 앉으시죠.”


예상은 했지만, 그 목소리가 맞았다.

아까 문밖으로 들려왔던 그 날카로운 목소리.


개미의 주식 선생님! 개미의 투자 길잡이!

그렇게 칭송받고 있는 사람 슈퍼개미 박청강.

그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정면으로 보이는 책장에 그의 베스트셀러 서적이 몇 권 눈에 들어왔다.


[슈퍼개미 박청강의 투자비법]

[박청강과 함께하는 주식이야기]


나는 그의 팬이란 걸 상기시켜주듯 말했다.


“저도 저 책 읽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까지 직원에게 화를 낸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온화한 미소다.


“보니까 메일을 많이 주셨던데, 답장이 늦어서 죄송했습니다. 제가 요즘 좀 바빠서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시 후 직원이 가져다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선생님께 보고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유튜브로 보셔도 충분한데, 이렇게까지 찾아오실 필요가······”


그는 유튜브에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며 주식 강의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멤버십에 가입해도 충분한데 왜 왔냐는 얘기로 들렸다.


“제 성격이 원래 직접 보는 걸 좋아해서요.”

“김 기자님이 그러던데 무슨 탐방 같은 거라고···”


혜림이가 선배라는 기자를 통해 그렇게 전달한 모양이었다.


“네, 맞습니다. 그저 조용히 보기만 하려고요.”


그러자 박청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허. 그건 주로 우리가 하는 방식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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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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