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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86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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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DUMMY

의외의 대답. 그건 그만큼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대신 우진씨 계좌부터 까봐요. 만일 아니면 당연히 내 꺼는 못 보는 거고.”

“그야 당연하죠.”


나는 서둘러 호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꺼냈다.

MTS를 열고 이것저것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후 열린 계좌를 그를 향해 내밀었다.


그걸 받아들자마자 안경을 벗는 박청강. 하나하나 클릭하는 걸 보니 날짜별 수익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려는 듯 보였다.


그가 내 계좌를 살피는 동안, 나는 역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동공이 커지기도 하고, 마른 입술을 꿈틀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호, 혹시 한비원 소속인가요?”

“네? 한비원요? 그게 뭐죠?”


순간 뭔가 실수했다는 듯 바로 다시 정색을 하는 박청강.


“아, 아닙니다. 그냥 그런 게···.”


그러고는 휴대폰을 내게 돌려주며 물었다.


“근데, 어떻게 그런 종목을 고른 거죠?”

“운이 좋았습니다.”


박청강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하던 대답을 내가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선생님 차례입니다.”


그러자, 난처한 표정이 역력한 박청강.


“하, 잔고를 보면 멘탈이 흔들려서···”

“네? 아까는 사놓고 불안해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의 비뚤어진 입가로부터 어색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나는 불안한 게 아니라, 팔고 싶은 욕구 땜에 그런 거요. 수익 난 걸 보면 자꾸 팔고 싶어지니까 멘탈이 흔들려서···”

“······.”

“그리고 장투 관점에서 계좌를 자주 확인하는 건 독이 될 수 있어요.”

“그럼, 선생님은 언제 확인하시나요?”

“직원들이 대신 확인해서 보고해요. 나는 목표 기간과 수익률에 도달할 때만···.”

“그래도 약속인데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안 보시면 되니까요.”


내 진지하고 딱딱한 말투에 잠시 고민하는 박청강.


“그럼 우리 피차, 아무한테도 말하지 맙시다.”

“네 알겠습니다.”


마침내 보는 건가? 슈퍼개미 계좌를?


잠시 후,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말없이 내게 건네진 박청강의 휴대전화.


기사를 통해 듣기론 현재 그의 주식 자산이 최소 500억. 그리고 실제로는 1,000억이 넘을 거라는 말도 들었었다.


그런데...


“선생님 이게 다인가요?”

“흠흠··· 물론 더 있지요.”

“그런데 왜 이것만 보여주시나요?”

“내가 언제 다 보여준다고 했나요? 계좌를 보여준다고만 했지.”

“······.”

“그리고 우진씨도 100억짜리 계좌를 보여줬으니 나도 그 정도면 쌤쌤 아닌가요?”


어쩔 수 없이 보여준 계좌라도 확인했다.

운영 중인 종목은 총 열 두 개. 그런데 수익률이 전부 마이너스였다.


반응을 예상했는지 먼저 입을 여는 박청강.


“장기투자는 원래 길게 보는 거요. 사사로운 수익률에 신경 쓰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하지만 내 표정에 대한 답으로 뭔가 부족했는지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사람들은 나를 슈퍼개미 슈퍼개미 하는데, 나도 슈퍼개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요. 그래서 때론 실수도 하고, 돈도 잃고 하는 거요.”



***



-위이이이잉


[오빠 잘 들어갔어?]


그날 저녁 혜림이에게 슈퍼개미의 계좌를 봤다고 했지만, 녀석은 한사코 증거를 보여달라고 떼를 썼다.

그래서 결국 내기의 승패는 결정을 짓지 못했다. 굳이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내 눈은 다시 모니터를 향했다.

관심 있게 보던 종목이 HTS 창 위에 그대로 떠 있었다.


[초록기술]


동철이 때문에 알게 돼서 들어갔다가, 나까지 10억 넘게 손해 보고 물린 종목.

종목에 엮인 테마에 대해 검색했다.

테마의 특성을 알아야 종목의 흐름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 대북 관련주]


해당 테마에는 초록기술 이외에도 많은 종목들이 들어있었다.


[*티난] [**석재] [**아티] [**전기] [천둥]······


‘천둥? 아, 그렇지.’


왠지 익숙하더라니, 작년 김막수에게 납치당했을 때 내 목숨을 건진 종목도 들어있었다.


검색한 종목들의 차트를 이제 초록기술과 비교했다.

그랬더니 해당 종목들이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걸 알 수 있었다.

같은 테마로 묶인 것들이니 당연히···


그런데 같은 세력일까? 다른 세력일까?


이 테마 종목들이 하나의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지, 아니면 각기 다른 세력들이 들어와 있는지가 문득 궁금했다.


대북 관련주들과 방산 관련주들을 차례로 정리했다.


[대북] [초록기술, 천둥, *티난, **전기······]

[방산] [*텍, *메탈, *코페, *니드······]


그런 뒤 모니터링을 위해 대표종목 몇 종목씩을 매수했다.

조금씩만 들어갔으니 수익관점에서 보면 큰 의미는 없었다.


사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지만, 사놓고 보면 집중력에도 차이가 있다.

한동안 관련주들의 흐름을 눈여겨볼 생각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방산주들이 한동안 이유 없이 오르고 있는 것.


[*텍 ↑8%]

[*코페 ↑5%]

[*메탈 ↑3%]

[*니드 ↑3%]


다른 종목은 죄다 떨어지는 데 이 종목들만 유독 강하게 움직였다.

남북관계에 특별한 뉴스가 있지 않은지 확인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럼 혹시 국제정세나 국방정책 등의 다른 이슈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가 봤지만, 그것도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매수하는 주체가 누굴까?’


궁금해서 일별 수급을 확인했는데 외인이었다.

외국인이 20일 연속 순매수한 것.


도무지 감이 안 와서 종토방에 들어갔다.


-야, 속지마라. 내려꽂힌다.

-다들 수익 줬을 때 팔고 텨!··· X 되지 말고.

-검은머리 외인의 농간이다.

-정은이 형님 미사일 쏘려나?

..


별 볼 일 없는 내용들 뿐, 그 흔한 찌라시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럼 며칠 더 지켜보지 뭐!’



**



[속보 - 북한 미사일 도발!]


하, 이럴 수가!······


“어떻게 저걸 미리 알았지?”


뉴스가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HTS를 급히 열었다.

새파랗게 변해버린 장에서 유독 새빨간 종목들!


[*텍 ↑28%]

[*코페 ↑20%]

[*메탈 ↑18%]

[*니드 ↑15%]


얼마 전 외국인들이 이유 없이 매집하던 바로 그 방산주들이다.


‘외인들이 어떻게 안 것일까?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는 걸······.’


무슨 징조라도 있었나?

그런 뉴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종토방에도 들어갔다.


- 미사일 쏘니까 증말 미사일처럼 오르네.

- 야, 올라타라. 다음엔 핵폭탄 쏜단다.

- ㅋㅋㅋ 정은이 형님 땡큐~

- 땡큐는 쒸벌 꼭 내가 팔면 쏘고 쥐럴···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자도 있었다.


- 미국의 CIA(미국중앙정보국)나 DIA(국방정보국) 등에서 정보를 들은 게 아닐까?


며칠간 TV와 인터넷은 북한 관련 뉴스로 도배되었다.

험한 말들이 오가는 속에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의 위협에 우려를 표한다는 정치권 반응이 잇따랐다.


그사이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방산주는 어느덧 고점에서 급격하게 빠지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역시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 때문.

그전 한 달간 야금야금 매집해놓았던 막대한 물량을 쉽게 털고 있었다.


최근 1주일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래량 덕분이다. 언론사들의 호들갑과 정치권 뉴스가 만든 거래량.



***



-딱!

-딱!


스마트폰에서 바둑알 놓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물론 효과음이었지만, 제법 그 소리가 좋아서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사운드를 크게 하고 바둑을 두었다.


방금 전 나는 방산주를 팔고, 대북 관련주인 초록기술을 5억 원어치 더 사놓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일단 회사가 괜찮다는 것.

혹시 물리더라도 초록기술은 망하지 않을 회사였다. 그러니 언젠가는 오르겠지.


두 번째는 최근 거래량.

분명 예전보다는 거래량이 확연히 줄어들며 떨어지고 있다. 세력들도 더 이상 떨굴 물량이 없거나, 이제 태세 전환 시기이거나.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개미들의 움직임이다.

세력을 모르면 개미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하면 된다.

개미는 세력을 모르지만, 세력들은 개미를 잘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 북한 관련 악재가 터졌고, 그래서 많은 개미들이 대북 관련주를 털고 방산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이미 손해를 보고 있던 그들은 또다시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노랑머리 외인일까? 검은 머리 외인일까?

어떻게 그들이 미리 정보를 알았을까? 국방부조차 모르는 정보를.


아무튼 이번엔 보통 세력이 아니다.

그러니 바둑에서 말하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의 교훈을 실행할 생각이다.


*


-딱!


바둑판 위에 마지막 공배를 메웠다.


-계가 중······

-승리하셨습니다.


두면 둘수록 주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바둑.


급박한 순간 바둑판 위에 돌을 하나하나 올려놓을 때. 그게 마치 주식 트레이딩 할 때의 매수매도 타점을 찾는 것과 비슷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대방과의 수 싸움. 그로 인한 긴장감과 고도의 정신집중 또한 마찬가지.

게다가 바둑도 주식처럼 실전 경험이 중요했다.


현재 내 바둑 급수는 8급.

8급 수준에서 갖추게 될 능력을 확인했다.


[실리바둑과 세력바둑의 이해.]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해서 그런지 답답하고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거처럼 느꼈다.

나무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직접 놓을 때의 기분, 그 감촉을 직접 느끼고 싶다.


지난번에 검색했던 기억을 더듬어 사이트를 찾아봤다.

바둑에 대한 인상 깊은 글귀가 있던 곳. 무슨 바둑기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잠시 후,


찾았다! 근데 어?······


한비원? 왜 어디서 들어본 거 같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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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1 0 -
72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5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29 1 9쪽
70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29 2 9쪽
69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2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0 1 9쪽
67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5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5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4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1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0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1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0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3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6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2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6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7 5 12쪽
»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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