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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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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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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5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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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DUMMY

아까 와우개미가 기권했을 때와는 또 다른 반응들이었다.

참가자들은 물론 감독관까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왜 저 사람이······?’


손을 들고 기권을 밝힌 사람이 다름 아닌 44번이었기 때문이다.

1차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


이대로라면 그가 우승상금 100억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


‘신기하군!······’


멀리서 박청강이 미소 짓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보다 기쁜 게 당연했다. 그는 현재 2위였으니까.


잠시 후, 더 이상의 기권자가 나오지 않자, 다시 감독관의 지시가 이어졌다.


“자 그럼. 두 명의 기권자를 제외한 18명의 참가자들은 본관 3층 대회실로 이동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웅성대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나는 와우개미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형님 정말 그만두실 건가요?”

“말했잖아. 난 이제 상금에는 관심이 없다고.”

“그래도······.”

“아우님 그동안 고마웠네. 덕분에 이 짧은 시간에 몇 년 치 고생해서 벌어야 할 돈을 한꺼번에 벌어가는 거 같아.”


와우개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이나 욕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형님 그럼 대회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아우님 파이팅!”


그와 헤어지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가는 내내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나마 말벗이 되어줄 사람이 없어진 것도 그렇지만,

세력들 속에 유일하게 생존한 개미 한 마리.


그게 내가 될 줄이야!...


*


17명의 참가자들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3개의 트레이딩실에 나누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높은 칸막이와 커튼이 쳐져 있어 옆이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나는 바뀐 대회 방식을 떠올렸다.


지난주는 2인 1조로 하더니, 이번 주는 종목을 바꾸고 종목 수에도 제한을 걸어놨다.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비원은 세력들의 정보를 알길 원한다.

그러니 그들이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매번 입맛에 맞게 대회 방식을 조정하는 걸 수 있다.


지난주는 조별 대항을 통해 어떤 세력들이 서로 연합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평소 친분 있는 세력들끼리 연합했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모든 종목을 교체하라고 했으니 누군가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있다.

세력들이라면 당연히 자신들이 작업하던 종목이었을 테니······.


문득 어제 대국실에서 왕 영감이 던진 말이 떠올랐다.

돈을 보고 들어온 놈들은 돈 때문에 망한다고 했던 말.


‘그럼 혹시 노인은 이미 알고 있던 게 아닐까?’


작업하던 걸 포기하기 싫은 세력들이 기권할 거라는 걸.

그래서 그걸 욕심을 낸 자들은 망한다고 한 거?


그렇다면 한비원은 세력들의 작업에 제동을 걸려고 한 걸 수도 있다. 그 종목들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서······.


기권한 44번 남자가 생각났다.

그가 왠지 수상하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핸드폰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전화였다.


“여보세요? 잠깐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얼마 전 김한결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너 한비원이라고 들어봤니?”

“한비원? 처음 듣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주위에 알아봐 줘봐.”


녀석은 증권사에서 잔뼈가 굵었으니 주위에 알아보면 혹시 뭐라도 들을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 전화가 온 것이다.

건물 밖으로 나온 나는 어느새 꺼진 폰을 다시 눌러 김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알아봤니?”

-그거 연수원 근처에 있는 기원 아니냐?


순간, 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에 긴장했다.


“응. 맞아.”

-선배가 그러던데, 예전에 그리로 연수 간 적이 있다고. 다른 증권사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거 같고······.

“······연수?”


여기를 평소 일반 기업의 연수원 장소로도 활용한다고 했는데 그 말인 거 같았다.

그런데 그 기업들 중에 증권사도 있는 줄은 몰랐다.


“증권사에서 이리로 연수도 온다는 말이지? 뭐 다른 거 들은 건 없고?”

-아, 그리고 거기서 가끔씩 주식투자대회 같은 걸 개최한다고······.

“아, 맞아.”


녀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자 김한결이 의아한 듯 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사실은 내가 지금 출전 중이거든. 그 대회에.”

-네가 거기에 출전했다고? 근데 거긴 일반인은 참석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당연하지. 여기는 세력들이 득실대는 대회니까.

그 말이 하고 싶었지만, 일단 자중하고 물었다.


“그럼 이 대회에 대해 아는 거 있니?”

-정확히는 모르고 아무튼 대부분 초청된 사람만 출전하는 거래. 근데 네가 거길 어떻게 알고 간 거냐?

“그냥 여기 아는 고향 사람이 있어서······.”


그건 왕 영감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내가 아는 한 그 이유밖에 없었으니까.


-헐, 자식 빽도 좋네.

“그건 그렇고 더는 없냐?”

-그게 다야.

“그게 다라고? 진짜 다른 얘기는 없었어? 세력 얘기라든지······.”

“······뭐? 세력?”


녀석의 어이없어하는 말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하, 새끼 그게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야.”

“아무튼 정말 모르는 거지?”

“그렇게 궁금하면 네 빽한테 물어보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


그렇게 비아냥 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녀석이 다시 나를 불렀다.


-야, 정우진. 근데······

”······?“


혹시나 해서 귀를 기울이는데 이번엔 녀석이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너 정말 그 문자 안 오냐?

“······.”

-그거 오면 나한테 알려주기로 했잖아.


-띠릭


녀석의 헛소리에 전화를 끊었다.


그 이상한 문자.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더 이상 오지도 않을뿐더러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시 서둘러 트레이딩실로 돌아가려는데,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보이는 오방색 한복.

얼굴을 보지 않고도 나는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가슴에 붙이고 다니던 ‘보살개미’라고 쓰인 명찰은 보이지 않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용케 살아남으셨네요?”


그녀가 나를 위아래로 훑고 나서 말했다.


“······아 네. 보살님도요.”

“쿡쿡쿡······”

“······?”

“이제 보니 댁도 그냥 초청된 사람은 아닌 듯 보이네요.”


그렇게 말하고 휑 그냥 가버리는 보살개미.


나는 얼마 전에야 이 여자도 세력임을 알았다.

노인이 말했던 초대받은 개인들 중에도 있다는 세력. 그게 바로 저 보살개미였다.


그녀는 내가 살아남은 이유가 자신처럼 뒷배를 봐주는 세력이 있어서라서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너튜브 영상들의 비밀을 안다.


방법은 이른바 신내림 수법!


처음 몇 종목은 마치 신이 점지해 준 것처럼 속여서 수익을 내준다.


하지만, 이를 진짜 철썩같이 믿고 맹신한 이들이 더 큰 돈을 들고 들어간 종목에서는 결국 왕창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적 결말.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보살개미는 여기서 당한 자들에게 주마(주식마귀)가 붙었거나 덕이 없어서 발생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니 그들은 보살개미에게 오히려 더욱 두둑한 복비를 내고서라도 악귀를 떼야 한다.


그래야 진짜 신이 점지해 준, 인생을 바꿀 대박 종목 하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


다시 트레이딩실로 돌아온 후 모니터를 바라봤다.

지난주 금요일 장 결과가 보였다.


(1) [*텍↑18%]

(2) [*메탈↑15%]

(3) [*코페↑30%]

(4) [*니드↑22%]


지난 금요일 방산주는 큰 변동성을 보이다가 한 종목이 다시 장 막판 상한가를 쳤었다.

바로 신규 대장주인 3번 종목.


테마주에서 새로운 대장주가 나왔다는 얘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신호였다.

원래 그렇게 돌려 깎기로 먹고 빠지는 게 세력이다.

내가 그날 절반만 팔고 절반을 아직 들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걸 오전 중으로 모두 매도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하다.

최근 분위기로 보아서 이것들은 쉽게 꺼질 테마가 아니었다. 분명 반등할 것이다.


‘그냥 나도 기권할까?’


돈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기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 개미가 아닌가!

그리고 확인하고 싶다.

노인이 한 말을······.


‘그가 정말 세력 잡는 세력일까?’


마음을 다시 잡고 오른쪽 모니터를 바라봤다.

종목 선정을 위해 검색한 몇 개의 창들이 떠 있었다.


최근 이슈가 발생하여 슈팅을 준 종목들과 테마주들.

그것들 중에서 이슈가 살아있는 테마 위주로 조건을 잡고, 최근 슈팅을 쏘고 나서 거래량이 줄어든 종목들을 관심 종목에 넣었다.


이제는 그 종목들 중에서 매수할 차례.


이제 다섯 종목을 선정하고 그 종목들로만 1주일간 수익을 내야 한다.

한 번 매수한 종목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종목 선정하기가 신중할 수밖에.


손가락은 무언가를 클릭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과연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상대는 세력이고 나는 혼자다.

그들의 배후세력은 새로운 작업 종목 다섯 개를 지금 다시 선정할 수도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


그때 다시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위이이잉


-발신 번호 없음.


‘헉! 이럴 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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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1 0 -
72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5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29 1 9쪽
70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29 2 9쪽
69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2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0 1 9쪽
»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5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5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4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1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0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1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0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3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6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2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6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7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7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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