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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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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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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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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눈먼 돈 주워먹기

DUMMY

“꼭 이 컴퓨터로 해야 하나요?”

“네?”

“그냥 제 껄로 하면 안 되냐구요?”


그러면서 자신이 가져온 노트북을 가리키는 50번 참가자.

하지만, 감독관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 됩니다. 공정한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똑같은 사양의 PC로 거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앞에 준비된 PC 이외로는 거래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50번이 입을 비죽이며 눈앞의 PC를 가리켰다.


“이 컴퓨터 안전한가요? 이상한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같은 거 없냐구요.”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들이 사용하던 PC보다 안전하면 안전했지 불안하진 않을 겁니다. 사양도 최고 사양인데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예비 전력까지 준비해 놨으니 중간에 블랙아웃 될 염려도 없구요.”

“그럼 모바일 거래는 괜찮나요?”

“그것도 확인만 되고 거래는 할 수 없습니다.”


다시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거래를 하려면 방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곧이어 멀리 건너편에 앉은 누군가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건 그렇고, 지금 다른 사람 모니터가 훤히 다 보이는데, 이렇게 오픈하면 누군가는 컨닝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한 여자 참가자가 재밌다는 듯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어머, 컨닝하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요?”


곧이어 여기저기 피식 웃거나 키득거리는 사람들.


“큭큭. 내 꺼 좀 컨닝해서 많이 사주세요.”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얼마나 대단하시길래···”

“왜 그래, 선수들끼리.”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감독관이 중재에 나섰다.


“자자, 조용하세요! 컨닝도 상관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레이딩은 컨닝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건 알아서 하시고 아무튼 나머지는 어제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나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차피 우승 욕심보다 고수들의 트레이딩을 보는 게 주목적이었으니까.


“자, 이제 시간이 없으니 다들 질문은 그만하시고 매매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8시.


감독관이 돌아다니며 17대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특별한 건 없고 단지 예수금 100억이 계좌에 정확히 들어가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 참가한 참가자들의 예수금 총합이 5,100억. 하루 거래대금이 어마어마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대회를 후원한다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누군가는 기사를 검색하고, 누군가는 종목을 검색했다.

아까까지 긴장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 모두 얼굴이 굳어있었다.

이들이 긴장하는 건 우승상금 100억이 충분히 자기 돈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중에는 와우개미처럼 증권사 대회 우승자도 있을 것이고,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의 트레이더도 있을 것이다. 숨겨진 무명의 고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나는 겨우 떼를 써서 들어온 마지막 51번째 참가자.

그러서일까? 이 방에서 유일하게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나 뿐인 듯.


내 손가락이 모니터 위에 보이는 쏘울 증권사의 HTS를 클릭했다.


-딸깍, 딸깍

-다다닥


오전 8시 20분.


“말씀드렸듯이 화장실이나 기타 볼일 있으신 분들은 중간에라도 언제든 방을 나갔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그리고 1차 결과는 1주일 후 공개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감독관은 바로 방을 나갔지만,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옆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다다닥 다닥 다다닥 다다닥······


고개를 돌려보니 50번 참가자가 자판을 마구 눌러대고 있었다. 마치 프로 게이머라도 되는듯.


‘뭐를 저렇게 열심히 두드리는 걸까?’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29분. 장전 시간 외 거래 바로 전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8시 30분이 넘어서자, 바쁘게 움직이던 그의 손이 멈췄다.


“아이 쉬바!”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은 듯 실망스런 표정을 짓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나가버리는 50번.


‘재밌군!······.’


이 대회에 출전할 정도면 그래도 뭔가가 있을 텐데······.


다시 시선을 돌려 다른 참가자들을 구경했다.


끝번호가 좋은 점은 맨 뒷자리라서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

보아하니 나처럼 모니터 한 대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두 대로 부족해서 핸드폰까지 동원하는 사람도 보였다.


장 시작 전 하는 행동 또한 각양각색.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을 보며 분석 사람, 전날 거래량 상위 종목을 보고 종목을 고르는 사람, 실시간 기사를 보는 사람,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사람 등등······.


오전 9시.


드디어 정규장 시작.


- 딸칵 딸칵 다다닥······


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이제 HTS만을 향해 있다. 나만 홀로 구경 나온 사람처럼 그들을 보고 있고.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배우러 왔다고 해도 1주일 만에 탈락하는 건 좀 그런데······.’


일단, 전에 봐 놓았던 관심 종목들을 클릭했다.


[**컴퓨터] [**첨단소재] [**스튜디오] [*MP]


그리고 문제의 초록기술을 다시 접근하기로.


[초록기술]

[현재가: 8,800원]


전에 팔고 나온 뒤 다시 조정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한 번의 파동으로 그냥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1주일 안에 수익을 줄 수 있느냔 것·····.’


-매수하셨습니다.

-매수하셨습니다.

..


30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다른 참가자들 모니터 가까이 다가갔다.


트레이딩 삼매경에 빠져있는 고수들의 뒷모습.

손 빠른 몇몇 참가자들은 벌써 수익을 내고 있었고, 몇몇은 노련하게 종목을 고르고 있다.

누가 보든 말든 그들은 상관없이 자기 매매에만 열중하고 있다.


‘역시 고수들이야!······.’


아까 감독관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참가자들 각자 자신만의 색깔과 자존심이 강한데다, 컨닝은 무의미한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종목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언제 사고파는지, 그 빠른 손놀림까지 따라하기는 힘들어 보였고.


잠시 후,


경험 많고 점잖게 생긴 43번 뒤에 섰다. 아까 단타꾼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불만을 표했던 60대 남자였다.

아직도 종목을 선정하지 못한 채 각종 지표 창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매우 신중하군!’


회사 재무제표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걸 보니 가치투자자이거나 신중한 유형인 듯.

그의 손가락이 느릿느릿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갈아서 오가고 있었다.


반면, 바로 옆 44번은 이와 정반대였다.

양쪽 모니터에 동시에 떠 있는 종목들과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호가창이 보였다.

HTS 화면이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얼핏 눈에 들어온 수익 또한 믿기지 않았다.


‘헉! 1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1억을 벌다니······.’


모니터 주인공이 궁금해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쥐색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상태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닥 다다닥······딸칵 딸깍 다다닥······


다만 빠르고 화려한 손놀림으로 미루어 보건대, 스캘핑 고수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뭐지?'


키보드 위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남대문 출신이 아닐까?’


물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도 나를 못 알아보는 걸 보면···.


그러나 우연의 일치치고는 잘린 손가락의 위치가 너무 거슬린다.

분명 오른손 검지 하나가 없었다.


거기 일하던 기술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개인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다른 세력에 붙었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


먼 산을 바라보았다.


멀리 산 아래에 아직 남아있는 운무 속에서 암벽의 위용이 드러나 보였다.

한비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경치가 좋은 곳이다.


밖으로 나온 김에 산책 좀 하다 들어갈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벤치에 앉아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50번 참가자.

그는 사실 아까 정규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밖으로 나온 뒤로 줄곧 벤치에 앉아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다행히 그의 눈빛에서 경계심은 별로 없어 보였다.


“네. 안녕하세요.”


다만, 그도 나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간에 밖으로 나온 사람은 나와 그 50번 단둘뿐.

그러니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내가 그를 대하는 시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트레이딩 안 하세요?”

“저는 대충 하고 나온 겁니다만, 그런 50번님은 장전에 그냥 나가시던데.”

“할 게 없어서요.”

"???"


이제야 그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입고 있는 패딩과 안에 보이는 카디건, 신고 있는 신발.

누군가의 한 달 치 월급과도 족히 맞먹을 만한 고급 브랜드였다.


50번은 고생 한번 안 하고 자랐을 것 같은 하얗고 귀티 나는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가 욕심부리지 말래요. 확실한 것만 하고.”

“······확실한 거요? 그런 게 있나요?”

“있죠. 눈먼 돈 주워 먹기!”

“······?”

“아버지가 눈먼 돈만 주워 먹으래요.”


그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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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3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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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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