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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92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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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DUMMY

흐음···


옅은 한숨과 함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지원자는 얼마 후 있을 대회에 참가할 지원자를 말하오.”

“대회요?”

“바둑대회 말인가요?”

“아니요.”

“아니라구요? 그럼요?”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주식투자대회요.”

“네?”


인터넷으로 봤던 글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올린 바둑과 주식에 관한 심오한 글.

그래서 원장이 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추측은 했었다.

하지만, 주식대회까지 개최할 정도인 줄이야!······


그의 시선은 어느새 다시 바둑판 위로 가 있었다.

더 이상 묻지 말고 빨리 다음 수를 두라고 재촉하는 거처럼 느껴졌다.


장고 끝에 흑 돌 하나를 올려놓았다


-딱


그다음은 다시 적막.

고요함 속에 바둑알 놓는 소리만이 낯선 기원에 울려퍼졌다.


-딱

-딱

-딱


*


-딱


······헉!


“이걸 어쩌나 대마가 다 잡혔군요!”


고개를 들어보니 노인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채 80수도 되기 전에 바둑이 끝이 났다. 그것도 아홉 점이나 깔고 뒀는데도.


“부끄럽습니다.”

“뭘요. 보아하니 원래보다 실력 발휘를 못 한 거 같은데.”


나로서는 굳이 얘기하는 게 변명처럼 느껴졌지만, 노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줄곧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두던 것에 익숙했던 터라, 실물 바둑판이 넓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시야가 좁아진 만큼 돌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젊은이 너무 실망 마요. 다음엔 더 잘 둘 거 같으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영감님은 그걸 어떻게 아시죠?”

“아까 봤더니, 계속 조이는데도 귀에서 제법 잘 삽디다. 사활은 어느 정도 안다는 거지. 작은 전투에도 강하고. 그런데······”


노인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요?”

“마음이 너무 조급한 거 같소. 너무 승부에 집착해서 작은 거에 매달리다 보면 문득 큰 걸 잃고 있다는 걸 깜박하지. 그것만 조심하면 되겠소.”

“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노인의 말을 들으니 문득 언젠가 본 적 있던 바둑 교훈 하나가 떠올랐다.


부득탐승(不得貪勝)

승리를 탐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이기려고 집착하면 큰 그림을 놓치고 실수한다는.


“앞으로 부득탐승하겠습니다.”


그러자 껄껄 웃는 노인.

그는 바둑 한판으로도 상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처음보다 노인과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진 걸로 만족했다.



***



[보이지 않는 선행······알고 보니 바둑기원]

[통 큰 자선 사업가, 한비원 원장]


한비원 원장이 과거부터 드러나지 않게 자선사업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한비원에 대해 검색했다.


원래는 잘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최근 기사에서는 한비원이라는 기원 이름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래편에 한비원과 상관없을 것 같은 기사 제목도 눈에 들어왔다.


[금융단체장 장학재단 설립]


몇몇 금융단체장들이 손잡고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데, 거기에 유일한 비금융권 후원사로 한비원이란 이름이 있었다.


'음...'



***



-딱


처음보다는 그나마 마음이 편하고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딱


이번에는 주차장에서 경비원이 나를 잡지도 않았고, 한비원 로비에서 마주친 사람들 또한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딱


하지만, 이번에도 적응이 안 되는 게 있다.

그건 오늘도 대국실 안에 노인과 나 단 둘뿐이라는 것.

내가 애초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바둑기원을 상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딱


지난번 노인은 한가한 시간대라며 적힌 메모지를 내게 건넸다. 그러니 일부러 한가한 시간을 선택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조용하다. 노인뿐 아니라 한비원 전체가 한가한 시간대인 건가?


-딱


다행히 노인에게서 느껴지던 거리감은 많이 줄었다.

바둑을 한판 두었을 뿐인데, 목욕탕을 함께 다녀온 기분이랄까.


-딱


오늘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바둑알을 내려놓는 노인의 얼굴이 보였다. 지난번에는 잘 들어오지 않던 얼굴이었다.


왼쪽 눈 밑에 사마귀 같은 점이 하나. 코는 약간 매부리코에다 눈매는 날카로우면서도 인자한 느낌이다.

주위로 깊게 패인 주름과 쳐진 눈꺼풀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것이 그의 날카롭고 매서운 눈매를 어느 정도 상쇄되는 듯 보였다.


-딱


그런데 문득 내게 아버지 생각이 나는 건 왜 그런 걸까?

시골 노총각으로 늦은 나이 결혼했으니, 살아계셨다면 72세. 지금 이 노인과 비슷할 나이다.


제사 때마다 보던 영정사진으로는 늘 40살 모습이었는데······.


-딱


오랜 침묵을 깨고 내가 입을 열었다.


“영감님은 여기서 직책이 뭔가요?”

“그냥 이 대국실 관리자요.”

“직급은 따로 없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이것저것 허드렛일이나 하고, 가끔 손님들 바둑 상대나 하는 거지 뭐.”


-딱


“오늘도 원장님은 안 계세요?”

“원장님은 왜 찾으시오?”

“아뇨. 그냥··· 원장님 얼굴도 보고 싶어서여요. 얼마 전 기사에서 보니까 좋은 일도 많이 하시던데.”


- 딱


“원장님은 위층에 계시오.”


아까 대국실로 들어오기 전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다. 궁금해서 올라가 볼까 생각하다 말았는데, 원장실과 사무실은 그쪽에 있던 거였다.


한번 만나 볼까? 하지만, 왠지 이유 없이 만나는 게 뻘쭘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원제로 운영한다고 했는데, 나를 받아줄 거 같지도 않았지만 나 또한 아직 이 기원에 정식 회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노인이 지난번에 말한 대회가 더 궁금했다.


“영감님. 그런데 그 주식투자대회 말인데요. 저도 지원할 수 있나요?”


갑작스런 질문이었을까? 노인이 쥔 백 돌이 허공에서 잠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대회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나를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다.

김한결의 전화를 받고 나서 나 스스로의 실력이 궁금했다. 그 이상한 문자 없이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잠시 후 노인의 돌이 바둑판 위로 다시 내려졌다.


-딱


“여기 참가비가 얼만 줄 아쇼?”

“참가비도 있나요? 얼만데요?”

“100억이오.”

“······네?”


이번엔 내 차례였다. 그런데 내 흑 돌이 쉽게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식대회는 처음이었기에 참가비 같은 게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돈이 100억이라니······

그건 내가 가진 돈 전부. 아니 최근에 손실 입은 거 때문에 그보다 많은 돈이었다.


“왜 그리 비싼가요?”

“비싸긴요. 그 정도는 있어야 싸움이 되지.”

“네?”

“참가비는 거래금액을 말하오. 그 돈을 증권계좌에 넣어온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지.”

“아···그러니까 여기 내는 돈은 없는 건가요?”

“그래요.”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1, 2억 정도의 금액이면 모를까, 내 돈 전부를 들고 참가했다가 혹여 욕심부리다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타격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대회에 참가할 정도면 분명 그들은 주식을 꽤 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걸까? 혹시 무슨 상금이라도 있는 걸까?


“혹시 상금도 있나요?”

“네.”

“······얼만데요?”

“백억이오.”


헉!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큰 상금을 줄 수 있을까?

보통 증권사 같은 데서 하는 대회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원장이 돈이 많아도 그렇지. 이런 기원에서······.


“정말 많이 주네요.”

“후원자들이 있어요.”

“···후원자요?”


그 많은 자선단체 기부도 그렇고 장학재단도 그렇고, 어쩐지 그게 개인 돈만으로는 힘든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100억은 너무 큰 거 아닌가요?”


그러자 노인은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그러다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재촉했다.


“안 두시오?”


나는 장고 끝에 돌 하나를 올려놓으며 물었다.


-딱


“그럼 1등만 가져가는 건가요?”


-딱


“젊은이가 오늘은 말이 많은 거 같네.”


그 이후로 다시 바둑알 놓는 소리만이 들렸다.


-딱

-딱


노인은 참가비 100억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대회 얘기는 이제 그만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내 수중에 그만한 돈이 있을 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


오늘도 결국 아홉 점을 깔고 노인에게 졌다.

그러나 바둑판 위에는 적어도 지난번보다 많은 돌이 깔려 있었다.

승부에 욕심내기보다는 배우는 자세로 노인의 기풍을 확인하는 것에 만족했다.


내가 대회에 참가하려고 하는 목적은 호기심 반, 경험 반이었다. 그리고 내 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은 생각 반.


‘내가 과연 실력자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을까?’


노인은 바둑을 끝내고 아까는 매정했다고 생각했는지, 내 호기심이라도 채워주려 했다.


“더 궁금한 게 있소?”


나는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나요?”

“이번 대회에 실력자들은 모두 초대했소”

“······초대요?”


그렇다면 이곳에 직접 와서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아까도 계좌에 100억을 넣어온 사람이라고 했다. 분명 ‘넣어온’ 사람이라고.


“그럼 이곳에 직접 와서 한단 말인가요? 온라인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렇소.”

“그건 왜 그렇죠?”

“혹시 부정행위가 있는지 보려고.”

“······부정행위요?”


무슨 수능시험도 아니고 부정행위라니.


“그런 게 있소.”


노인은 내게 무언가를 숨기는 거 같으면서도 말해주고, 말해주는 거 같으면서도 다시 무언가를 숨기는 거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실력자들을 초대했다면······

그럼 지원자들은 뭐지?


그러고 보면 한비원은 대회 홍보를 따로 하지도 않았다. 홍보를 했다면 지난번에 한비원을 검색했을 때 내가 그걸 못 봤을 리 없다.


실력자들만 따로 초대해서 대회를 치르기 위한 거라면 이유가 되었다. 그럼 지원자들은 뭘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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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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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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