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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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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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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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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대회규정

DUMMY

“거기, 우진 아우님 아닌가요?”


내게 아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 그였다.

초단타 스캘퍼 와우개미.

그가 오른쪽 구석에서 나를 보며 반갑게 웃고 있었다.


“형님! 어떻게 이런 데서···.”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


거의 2년 만일 것이다. 그동안 가끔 전화 통화는 했어도 이렇게 다시 만난 건.


“초대장이 와서.”

“···초대장이라고요?”


노인이 말한 초대받은 자라면 적어도 전국 30위 안에 든다는 얘기?

이때만 해도 이 대회의 진실을 몰랐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헐, 형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대단하긴 뭘······”


그러는 사이 앞에서 웅웅거리는 마이크 소리가 났다.


“아, 아. 참가자들은 모두 제자리에 앉아주십시오!”


*


오리엔테이션 내용은 지난번 노인이 건넨 대회 요강과 참가자 의무 사항 전달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트레이딩은 국내 주식만 해야 한다는 것과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강제 퇴실당한다고는 걸 강조했다.

그 부정행위란 건 다름 아닌, 정해진 예수금 이외의 돈을 중간에 입출금하거나, 참가자들끼리의 물리적인 충돌이나 협작행위 등이다.


숙소도 배정받았다.

보아하니 메인 건물 옆에는 평소 기업 연수원으로도 사용한다는 4층짜리 숙소가 있었다.

원래 2인실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함인지, 방이 남아돌아선지 1인씩 배정받았다.


“자네도 초청받았나?”


숙소 앞 벤치에 앉아있던 와우개미가 내게 물었다.

날이 어둡고 쌀쌀했지만, 우리는 회포도 풀 겸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잠시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뇨, 저는 그냥 지원한 거예요. 경험 삼아서.”

“음··· 지원도 할 수 있는 거였군.”

“형님은 어떻게 초청된 거예요?”

“글쎄. 아마 작년에 열린 굿모닝증권 투자대회 우승자라고 초대하지 않았을까?”

“아 정말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뭘, 그게 뭐라고. 원래 투자대회 같은 건 취미 없어. 그냥 심심해서 나가본 거지.”

“······.”

“근데 여기는 알다시피 상금이 장난 아니더라고. 안 나올 이유가 없지. 차까지 보내주는데.”


초청자들에게는 차까지 보내서 픽업하는 줄은 몰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완전 주식 초보였고. 그는 유명한 스캘핑 전문가였다.

몇 주간 그의 집을 오가며 단타를 배운 추억과 헤어질 때 마신 뱀술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 뱀술 아직도 드세요?”


그러자 껄껄 웃는 와우개미.


“보면 몰라?”


그러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철심 박힌 오른 다리를 들었다 놨다 했다.

곧이어 자신감이 없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여기 그저 잠시 바람이나 쐬러 온 거야.”

“왜요? 형님 단타 실력이면 최고죠.”

“이건 달라. 이렇게 큰돈을 가지고 트레이딩 하는 건 나도 처음이라고.”


하기야 욕심내지 않고 1, 2억을 가지고 트레이딩 해서 하루 몇백을 벌면 잘 버는 거라 말하던 와우개미가 아닌가.


“근데 한비원은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나도 잘 몰라. 원장이 돈 많은 독지가라는 거랑 이 대회가 증권사들로부터 협찬을 받는다는 거 밖에.”


증권사에서 협찬?

하기야 여러 증권사들을 이용하는 참가자들을 한데 모아서 대회를 치르려면 해당 증권사의 도움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독지가라도 이 많은 상금까지 걸고 대회를 개최하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었다.


와우개미 가슴에 번호표가 보였다.


“형님은 저와 반대네요.”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쳐다보는 와우개미.

곧 자신의 번호 15번과 내 번호표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15, 51. 그러고 보니 자네가 맨 끝 번호였군.”

“네. 꼴찌로 지원했어요."


의외라는 표정을 뒤로 하고 내가 물었다.


"근데 대회가 어떻게 진행될까요?”

“글쎄, 나도 이런 대회는 처음이라. 아우님 생각은 어떤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형님은 그래도 증권사 대회 경험이라도 있지, 저는 그런 데도 참석한 적이 없거든요.”


보통의 온라인 대회라면 그저 한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불러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뭔가 다른 방식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주최 측은 대회가 어떻게 진행될 거라는 말이 없을까?”

“미리 대비하는 걸 방지하려는 게 아닐까요?”

“음···”

“내일 보면 알게 되겠죠.”

“그러게. 이른 시간에 오라는 걸 보면······.”


아침 식사는 오전 6시부터 하고, 대회 장소에는 7시 30분까지 입실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때 뭔가 설명이 있을 것이다.


“아우님, 그럼 일찍 잡시다. 내일을 위해서.”

“네. 형님도 잘 주무세요.”


*


다음 날 아침 7시.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 나는 식당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했다.


한비원 본관 건물 3층.


도착하자 복도를 따라 교실처럼 생긴 방이 3개가 보였다.

각각의 출입문마다 흰 종이가 붙어는 걸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

종이 위에 참가자들 번호가 쓰여있다.


첫 번째 방은 1~17번, 두 번째 방은 18~34번, 그리고 복도 끝에 보이는 마지막 방에는 35~51번.

51명의 참가자가 3개의 방에 각각 17명씩 나누어 입실하는 모양이었다.


3번 방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보이는 건 번호표가 붙은 17개의 트레이딩 데스크와 그 위에 올려진 20인치 모니터 두 대.

커다란 트레이딩실 같기도 하고 전산실 같기도 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이미 와서 자기 번호표가 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내가 들어가는 걸 보고 누구 하나 말을 걸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그들은 트레이딩 데스크 위에 있는 모니터만 바라볼 뿐이다.

그걸 바라보는 눈빛들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느껴졌다.


내가 앉을 곳은 맨 뒤 구석의 51번 자리.

마치 시험 보러 온 수험생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 모니터에 보이는 건 각종 증권사의 HTS 아이콘들.

이렇게 많은 증권사가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


-딸칵, 딸칵


마우스 클릭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이미 자신의 증권사 HTS를 열고 계좌 인증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다른 참가자들도 하나둘 들어오며 빈자리 없이 차기 시작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일부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고, 일부는 긴장해 있고, 또 일부는 외투 깃을 올리거나,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눌러 쓴 참가자들.


성별은 남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여자도 세 명이 끼어 있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이 어린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어리게 생긴 청년 한 명이 껌을 짝짝 씹으며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한 손에는 노트북 가방을 든 채였다.


그는 2미터쯤 떨어진 옆 트레이딩 테스크 쪽으로 다가와 앉았다.

알고 보니 공교롭게도 내 바로 앞번호였던 것.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오전 7시 30분.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남색 제복 입은 한 남자가 단상 위에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자를 향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1주일간 여러분을 감독하게 될 감독관입니다.”


1주일이라고? 그 얘기는 1주일 후 경기 방식이 바뀐다는 얘기가 아닐까?


“여러분은 앞으로 1주일 동안의 실적으로 수익률이 가장 낮은 11명이 먼저 탈락하시게 될 겁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방에서 11명이나 탈락한다구요?”

“아뇨. 다른 방 포함해서 전체 51명 중에서 11명이 탈락됩니다.”


그렇다면 1주일 후 40명이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는 거군.


“허, 참······.”


누군가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단타쟁이들한테만 유리한 거 아닌가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점잖게 생긴 60대 남자.

그의 불만 가득한 표정에 감독관이 답했다.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 돈으로 단타만 치기는 힘든 거 다 아시잖습니까. 그리고 수익률은 누적해서 결국 한 달간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자가 됩니다.”


하지만 질문한 남자의 불만은 아직 가시지 않아 보였다.


“그건 다음 단계로 통과했을 때 얘기고···. 아무튼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 중에 누적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 최종 우승한다는 거잖소.”

“네 맞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는 거요? 다음 주에 진행되는 방식 말이요.”

“그다음 진행 방식은 미리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감독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 그 외에 다른 특별한 건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컴퓨터로 계좌를 인증하고 트레이딩 준비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참가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이 방에서 가장 나이 어린 50번 참가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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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 대회규정 +2 23.07.01 138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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