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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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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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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0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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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DUMMY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트레이딩을 마친 다음 바로 대국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노인과 대회 기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바둑을 두고 있다.


-딱


대국실에 경쾌한 바둑알 놓는 소리.

방금까지 초조하고 긴장됐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켜 주었다.


-딱


2차전 최종결과는 내일 오전에야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3차전에 진출을 못 하고 내일 당장 여기를 나가야 할 수도 있다.


-딱


그러니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딱


“오늘은 말수가 적군, 그래.”


노인이 돌을 내려놓으며 의아한 듯 묻는다.


하지만 내 처지에서는 그럴 수밖에.

어차피 내게는 이제 이 바둑을 이겨야만 들을 수 있는 질문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딱


그러나 말이 나온 김에 혹시 몰라서 한 가지는 질문해야겠군.


“근데 영감님. 아오지개미는 왜 온 거예요? 대회 출전자도 아닌데.”


그러자, 노인이 돌을 놓으려다 말고 내게 되물었다.


“······자네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아나?”

“전에 만났었어요. 지금 여기 출전하고 있는 슈퍼개미 박청강도 그렇고.”

“그들을 직접?”

“네.”

“음···.”


노인이 눈썹을 살짝 꿈틀댔다.

하지만, 역시 방금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다.

아무 말 없이 백 돌 하나를 내려놓을 뿐.


‘그럴 거면 왜 물은 거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 또한 말없이 흑 돌 하나를 내려놓았다.


-딱

..


돌을 놓는 노인의 손이 약간 떨리는 게 느껴진다.

보통 나이가 들면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생긴다더니 혹시 그런 건가?


-척


*


보통 때는 30분~40분 걸렸던 바둑.

그런데 오늘은 한 시간이 다 되어서 끝이 났다.


“······한 집 차이군 그래. 쩝.”


계가를 마친 노인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틀 전에 내가 한 집 차이로 아깝게 진 걸 기어이 복수한 셈이었다.


“네. 영감님. 오늘은 제가 아슬아슬하게 이겼네요.”


노인이 패배를 덤덤히 인정하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질문해도 되나요? 아, 아니지. 그럼 이제는 제대로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노인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언제 제대로 말을 안 해 줬나? 너무 급히 먹으면 체할까 봐서 그랬지.”


지난 1주일간 나를 끊임없이 궁금하게 한 것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영감님이 지난번에 이 대회 개최한 목적이 세력들을 잡기 위한 거라고 하셨잖아요.”

“······.”

“놈들을 이용해서 돈도 벌고 일부는 정리도 하겠다고······.”

“그래.”

“그런데 왜 세력들은 이 대회에 지원한 거죠?”

“그야······.”


상금 때문이라고 할 것 같아서 내가 선수를 치듯 말했다.


“아 물론 일부는 돈 때문에 오는 떨거지 세력들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부분은 돈 때문은 아닌 거 같아요. 난다긴다하는 세력들이 돈 100억 때문에 지원하는 건 아무래도······.”

“왜 그렇게 생각하지?”

“들어보니 이 대회가 10년 넘게 개최됐는데, 세력들이 그걸 모르겠어요? 한비원에서 거래용 PC로 자기들 감시한다는 걸.”


순간 노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노인이 전에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짐작한 거였다.


“아 물론 제 짐작이에요. 하지만, 전에 영감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이 대회로 세력들의 속성을 알아내면 놈들을 이기는 건 쉬운 일이라고. 그런데 제 생각엔 세력들도 그걸 모를 리 없다는 거죠.”

“······.”

“그러니까 이런 오프라인 대회로는 자신들이 작업하는 종목이나 자기들 약점이 다 드러날 수 있는 데도 지원한다는 건 뭔가······.”

“······.”


노인이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니 조금 무섭게도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박청강 그 사람도 이상해요. 자꾸 영감님 밑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건 왜 그런 거죠?”


박청강 얘기가 나오자 노인이 흥분했다.


“그야 그 작자는 자기 잘난 맛에 살다가 힘들어진 게지.”

“······.”

“그놈은 내가 만들어준 명성으로 개미들에게 사기나 치다가 망한 거야.”

“그럼 그 사람이 영감님 밑에서 일하면 뭐가 좋은 건데요?”


그러자 노인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문득 잊고 있던 것에 대해 말했다.


“자네 지난번에 이 대회 지원할 때 거기 지원서류 말미에 쓰여있던 말 기억나나?”

“지원서류요?······”


참가자 의무사항. 상금 지급 규정 등이 보험약관처럼 빼곡하게 적혀있던 서류.

그리고 그 안에 맨 마지막에 쓰여있던 글귀가 기억이 났다.

수상자들은 향후 2년간 한비원에 협조할 때만 해당 상금과 각종 정보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규정.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어차피 자네가 예선 통과를 못 할 거 같아서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이쯤 되면 자네도 알아야겠군.”

“······???”

“나도 처음엔 세력들을 꾀려고 그런 규정을 넣었네. 그자들도 처음엔 뭣 모르고 단지 상금 때문에 참여했던 거였고.”

“그런데요?”

“그런데 지금은 그 규정 때문에 참가하는 거라네. 상금이 아니라.”

“네? 그게 무슨······”


한비원에 협조해야만 상금을 지급한다는 건 참가자에게 불리한 조항이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출전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규정이 뭘 의미하는 줄 아나?”

“뭐죠?”

“그게 결국 에이스 세력이 될 기회라는 얘기야.”

“······에이스 세력요?”

“나는 어떤 세력이든 내게 협조만 하면 최고의 세력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그럼 세력들이 여기 참가하는 목적이 영감님 밑에서 크고 싶어서 오는 거란 건가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에 하신 말씀과 다르잖아요. 전에는 세력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다르지 않아.”

“네?”

“내가 말했잖아. 난 세력을 싫어한다고. 그래서 놈들을 개화시키려는 걸세. 그런데 그냥은 내 말을 들을 놈들이 아냐.”

“······?”

“놈들이 자기 밥그릇을 버리로 내게로 그냥 오겠나?”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래서 놈들에게 나도 뭔가를 줘야 했네.”


그 말에 문득 아까 말한 규정이 다시 생각났다.


“그럼 상금과 함께 제공한다는 그 각종 정보 혜택이란 게······.”

“그래. 엄밀히 말하면 사실 놈들은 그걸 원하는 거야. 내게 그 정보를 받고 싶어서 내 밑에서 일하겠다는 거고.”


그럼 노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런 정보를 어딘 가에서 얻고, 세력들을 자기 맘대로 통제할 정도라면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동안 가슴 한편에 묻어둔 질문을 꺼냈다.


“그럼 영감님은 대체 정체가 뭔가요? 그럼 혹시 영감님도 세력······?”


당돌한 질문에 노인이 넌지시 나를 바라봤다.


“자네는 세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야 주가를 조작해서 개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놈들이죠.”

“그럼 나는 자네가 알고 있는 그런 세력이 아니네.”

“그럼······.”

“굳이 말하자면, 세력 잡는 세력이랄까!”

“······네?”


헐!······정말일까?


세력 잡는 세력이라면 전에 혜림이에게 말했던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닌가!


그걸 이 노인이 하고 있을 줄이야······.



***



노인의 본명은 왕한비.

전에 말한 왕창수는 그의 가명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세력 중의 세력.

이른바 슈퍼세력인 한비원의 수장이다.


그가 말한 ‘세력 잡는 세력’이란 말도 일부 틀린 말은 아니다.

주로 그가 개미들 코 묻은 돈보다는 세력들을 잡아 큰돈 버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한비원이 2년마다 개최하는 이 주식투자대회.


국내 유일의 이 오프라인 투자대회는 처음부터 한비원이 그들 밑에서 일할 세력들을 찾고 싶어서 설계한 대회였다.


그들은 큰돈을 상금으로 내걸면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을 위장한 세력들도 다수 지원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한비원이란 조직 자체가 태생이 증권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계 쪽의 인사들과 PC 전문가들로 만들어진 비밀조직이었다.


그래서 참가한 세력들의 수법과 거래 내역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결국 그들의 예상대로 대회에서 상금을 차지한 상위권 자들은 모두 세력이었다.


당연히 우승을 위해 불법적인 주가 조작을 뒤에서 은밀하게 동원한 세력들 말이다.


그러나 주최 측인 한비원은 그 세력들을 고발하는 대신에 그들을 이용해서 돈 벌 궁리를 하였다.


약점 잡힌 그들에게 한비원이 원하는 작업을 지시한 것이다.


그게 지금껏 한비원이 직접 코 풀지 않고도 거대 세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고 보면 실력 있는 세력들만 모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관리하는 세력 관리자가 바로 한비원인 것.


현재 이 대회에서 수상권에 든 세력들은 향후 2년간 한비원 측 요구를 들어주면 된다.

그 요구란 건 당연히 한비원의 세력으로 활동하는 것.


반발할 법도 하지만, 일부 세력들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오히려 한비원 밑에서 에이스 세력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훨씬 많은 부와 영예를 가져다준다는 걸······.


원래 세력 간에도 알력 다툼이 심하다.

하지만, 한비원 세력이라면 어떤 세력도 쉽게 건들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작업하던 종목들이 에이스 세력들한테 당해서 하루아침에 초토화되거나, 주가 조작 이력이 들통나 이 바닥에서 영영 사라지거나 될 테니······.


한비원은 더불어 많은 얼굴마담도 가지고 있다.


개미들의 우상 슈퍼개미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몇 증권사의 인기 애널리스트들.


한비원이 그들을 직접 만들었다.


이른바 이미지메이킹을 통해서다.

방법은 그들이 사거나 추천한 종목마다 단기든 장기든 백발백중 상승하게 만든 것.


그렇게 해서 만든 얼굴마담들은 다시 은연중 한비원의 작업에 이용되었다.


박청강도 그중 하나였다.


한때 한비원의 에이스 세력으로 급성장한 그는 약속된 2년이 끝나고도 한동안 한비원의 얼굴마담 역할을 했었다.


본인이 자처한 일이었다. 그게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그러다 자만심에 빠져 한비원을 배신하고 나갔고, 결국 다시 힘들어지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찾아왔다.


노인은 그것을 한비원을 벗어난 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 우승하지 못하면 그를 절대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고.


그래서 박청강은 현재 사력을 다해서 대회에 임하는 중이다.


아, 그리고 그 아오지 개미.


그와 더불어 아직 밝힐 게 남아있다.

어쩌면 덩어리가 더 큰 것 같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노인과 한비원에 숨겨진 진짜 비밀들!


‘그러려면 우승하는 길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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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5 1 10쪽
»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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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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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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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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