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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603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29 13:05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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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입계의완

DUMMY

'역시 일곱 점은 무리인가?'


돌 두 점을 뺐을 뿐인데, 상대의 돌이 전보다 한결 묵직하게 느껴졌다.


손에 땀이 났지만, 상대의 표정을 보아하니 다행히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그렇다면 이번에도 피강자보(彼强自保)가 먹힐까?

야냐, 이번엔 좀 더 공격적으로······




..


*


“어이쿠!”

“······.”

“한집 차이군, 그래.”


계가를 끝낸 노인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허···아쉬워서 이를 어쩌나!”


빙그레 웃는 노인.

위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말을 내뱉은 그를 향해 나는 그래도 예를 갖춰 인사했다.


“오늘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둑에 진 이상 더 머물러 봐야 오늘은 얻는 게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쓸쓸히 대국장을 빠져나오려는데 등 뒤에서 노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입계의완!!!”

“······???”


순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해하며 문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물어볼 새는 없었다.


바로 뒤 허름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노인을 만나기 위해 대국실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와 약속된 손님인 듯 보였다.



***



다음 날 오전 대회실.


노인이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자꾸 거슬렸다.


‘······내가 그렇게 깊숙이 들어갔나?’


-입계의완(入界宜緩)


처음엔 그 말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봤더니 바둑의 위기십결에 나오는 말이었다.


[경계를 넘어설 때 마땅히 완만하게 하라!]


즉, 적 세력의 경계를 넘어설 때는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제 둔 바둑에서 나는 노인의 백 돌 세력 속으로 그렇게 깊숙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럼, 바둑이 아니라 혹시 내 주식 얘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추측.

나머지 반은 실은 노인의 경고였다.

자신에 대해서 너무 깊이 알려고 들지 말라는······.


“뭘 그리 생각해?”


돌아보니 와우개미가 나를 보고 묻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자 그럼 회의 시작하시죠”


*


“······?”

“나는 단타만 치던 사람이라 사실 불안하긴 하네.”


와우개미와 함께 상의하다가 약간의 의견 마찰이 빚어졌다.


“물론 형님 뜻은 이해하지만······”


그의 파트너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이게 최선의 선택 같아요. 120억이나 되는 돈으로 단타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면서 모니터 위의 방산주 종목들을 가리켰다.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이런 종목에 세력이 있다는 게.”

“······.”

“아우님도 알다시피, 이런 테마주는 북한 뉴스에 따라 좌우되잖아. 그러니 아무리 세력이라도 그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런 종목에 오래 손을 대겠어? 잠깐 치고 빠지는 건 몰라도.”


와우개미가 그러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전에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형님 저를 한번 믿어보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그럼 절반은 좀 그렇고, 30%만 들어갈게.”

“그럼 70%로 단타를 치시게요?”

“아니. 전에도 말했지만, 난 언제나 트레이딩에 10억을 넘기지 않아.”

“그럼 나머지는······.”

“나머지는 그냥 둘 생각이네.”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30%도 그에겐 큰 양보였으니까.

십수 년간 당일 매매를 고집해온 그에게 40억에 가까운 돈을 넣고 며칠을 지켜봐야 하는 건 곤욕일 것이다.


-딸칵

-다다다닥. 다닥.


마우스와 키보드 소리만 들릴 뿐 평소보다 고요한 대회실.


다른 조들도 조심스럽게 소곤대거나, ‘이것’ ‘저것’이라는 대명사와 손짓으로 종목명을 대신하고 있었다.


첫째 주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주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가려져 있으면 더 보고 싶게 사람들의 심리일까?

지금은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전보다 커진 자금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주는 자기 돈 100억으로 트레이딩 하던 자들이 이제는 상대방과 함께 두세 배 이상 늘어난 자금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와 오늘 이틀간, 나는 방산주 4종목을 총 50억. 와우개미는 20억 사들였다.


나머지는 전처럼 최근 이슈가 되는 종목들로 일부 들어갔고, 일부는 와우개미가 추천한 종목들로 단타.


-딸칵 딸칵 딸칵······


스캘핑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와우개미였다.

오늘도 몇 종목을 동시에 띄워놓은 상태로 빠르고 현란한 손놀림을 자랑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걸 보면 그의 말마따나 스캘핑은 막노동이었다.



***



다음 날 오전.

다시 순위가 공개되었다.


1위 1조 120.8%

2위 3조 120.5%

3위 7조 120.2%

..

10위 6조 52.3%

11위 11조 29.5%

10위 13조 28.1%

..

18위 20조 25.5%

.


1위부터 3위까지는 변동이 없고, 나머지는 조금씩 순위가 바뀐 상황.

눈에 띄는 건 통과 컷인 10위 그룹과 아래 그룹 간의 수익률 차이가 더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한 등수 오른 18위.

하지만, 여전히 상위권과는 엄청난 차이가 났고 그것도 날마다 점점 벌어지고 있다.


“헐, 박청강 조가 많이 따라왔군!”


7조 박청강 조가 1, 2위 조를 바짝 따라잡고 있었다.


“그러게요. 이젠 막상막하네요.”


나는 하단에 있는 우리 조 등수도 보란 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근데 이제 겨우 3일 남았는데 우리가 10위 안에 드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에이 무슨······.”


역시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서둘러 3층으로 올라가는 와우개미. 나도 그를 따라 올라갔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어제까지 매집한 방산주들을 다시 확인했다.


[*텍]

[현재가: 4,800원]

[총매수금액: 20억 원]

[수익률: 1.5%]


[*메탈]

[현재가: 7,120원]

[총매수금액: 20억 원]

[수익률: 0.5%]


[*코페]

[현재가: 2,420원]

[총매수금액: 5억 원]

[수익률: -0.3%]


[*니드]

[현재가: 1,910원]

[총매수금액: 5억 원]

[수익률: 0.15%]


추가 매수에 들어가는 와우개미의 낯빛이 오늘은 더욱 어두웠다.


“이거 정말 가는 거 맞아?”

“형님. 믿어보세요. 이번 주에 못 가면 다음 주에라도 갈 테니. 어차피 탈락해도 돈만 벌면 된다면서요.”


와우개미는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마지못해 마우스를 클릭했다.


-딸칵


나도 *코페와 *니드 두 종목을 각각 5억씩 추가로 매수했다.


이게 일찍 터져주면 파트너 눈치를 덜 봐도 될 테지만, 사실은 충분히 매집한 후에 터져주는 게 내가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매수를 다 끝낸 뒤 뉴스를 확인했다.

수시로 확인하는 대북 관련 뉴스였다.

오늘도 여전히 남북관계가 호전될 거라는 기대감에 찬 뉴스들이 범람하고 있었다.


그중 익숙한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DMZ 남북공동 생태 조사단 발표 계획]


이 뉴스는 지난번에 팔고 나온 초록기술관련 뉴스였다. 그래서 초록기술을 바로 확인했다.

고점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르락내리락만 하고 있었다.


종토방과 너튜브에 들어가 대북관련주에 대한 분위기를 확인했다.

누군가는 잠시 조종을 받고 다시 슈팅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큰 호재가 곧 터질 거라고 했다.


분위기를 보면 당연히 대북관련주를 사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반대로 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확신하면서······.



***



2주 차 목요일의 날이 밝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오늘과 내일 단 이틀 뿐.

하지만, 아침에 본 우리 등수는 여전히 18위였다.


모니터 아래 시계를 보니 8시 40분.

오늘의 예상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딸칵


늘 그렇듯 아무 생각 없이 예상가를 클릭했다.

그런데······


‘어랏!!! 설마······.’


새파랗게 폭락한 종목들.


[*텍 ↓-30%]

[*메탈↓-29.9%]

[*코페↓-18%]

[*니드↓-17%]


순간, 내 얼굴도 따라서 새파랗게 변해갔다.


물론 예상가이긴 하지만, 방산주들만 유독 모두 폭락하는 걸로 나왔다. 개중엔 하한가를 간 종목들까지······.


원래 예상 주가는 잘 믿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돈이 들어가 있는 지금 나는 작은 변화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오늘 아침 긴급한 악재라도 나온 걸까?

그렇게 의심하며 뉴스를 확인해야 했다.


‘제발!······.’


이게 단지 세력들의 장난질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남북관계]


검색창에 네 글자를 넣고 걸리는 뉴스들을 닥치는 대로 클릭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보이는 건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뉴스들뿐.

이런 뉴스들로 떨어질 거라면 벌써 떨어졌어야 했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럼에도 아직 나오지 않은 뉴스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일부 세력들만이 아는 악재 같은 것 말이다.


방산주에 악재라면 당연히 남북관계에는 호재가 될만한 뉴스. 그것도 지금껏 나오지 않은 파급력이 큰 뉴스라야 한다.


‘세력들이 그걸 알고 미리 던지려는 걸까?’


하지만, 세력들이 그렇게 던질 리 없다.

그들이 던질 거면 오히려 장전 예상 주가를 올려놨어야 했다.

그래야 급등 출발할 거 같아서 매수주문을 내는 호구들을 노릴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잠시 후 예상 주가를 다시 확인했다.

역시 낙폭이 점점 줄고 있었다.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형님, 준비하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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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5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2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1 5 11쪽
» 입계의완 23.07.29 62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7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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