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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97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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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세력들처럼 싸워라!

DUMMY

한비원 대국실 안.


“한 장이 두 장 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 줄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딱


“아무리 못해도 두 달은 걸릴 걸세.”

“······.”

“그런데 우리한테 두 장을 넉 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으니, 못해도 넉 달 이상은 기다려 줘야 하지 않겠나?”

“물론 저도 이해합니다만, 위쪽에서 워낙 급하게 나와서······”

“끄음.”


노인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한 한 장이란 1억 달러를 의미했다.

바로 한비원이 작업을 의뢰받을 때 다루는 최소 금액인 것.


노인이 흰 바둑돌을 내려놓으며 다시 맞은편 흑돌을 쥔 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딱


“나는 흰 돌이든 검은 돌이든 다 똑같이 신성한 바둑돌이라고 생각하네. 그건 돈도 마찬가지야.”


-딱


“검은 돈, 흰 돈, 다 같은 돈이 아닌가. 하지만······.”


노인이 우상 변에서 백에 포위된 흑 두 점을 거둬들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 돈은 말야. 너무 위험부담이 크단 말이지.”


그가 방금 가리킨 쪽은 상변. 즉 북쪽을 의미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영감님. 그래서 노력비가 큰 거 아이겠습니까.”


노력비는 북한말로 인건비를 의미했다. 자신도 모르게 북쪽 사투리가 섞여 나오는 자. 그는 다름아닌 아오지개미였다.


“정 시간이 없는 거요?”

“네. 죄송합니다. 영감님.”

“그럼 상변에서 작업 좀 쎄게 더 쳐 줘야겠소. 그 방법밖에는 없으니.”


그러자, 다행이란 듯 미소 짓는 아오지개미. 밝아진 얼굴로 노인을 향해 굽신댔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건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다음 날.


오늘은 2차전 마지막 날.

보통 때보다 30분 일찍 숙소를 빠져나와 대회장으로 향했다.


트레이딩룸이 있는 본관 3층.

순위표를 보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까지의 결과가 방마다 붙어있었다.


“와, 1, 2등 수익률 좀 봐봐!”

“그러게. 2주도 안 돼서 벌써 200%가 넘었어.”

“그럼, 저 조는 벌써 인당 200억 넘게 벌었다는 거 아냐?”

“부럽다, 부러워. 우승상금이 필요 없겠군.”

“역시 세상엔 넘사벽 고수들이 너무 많아.”


연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자들.

그들 또한 대부분 여러 증권사 우승 경험이 있는 난다긴다하는 전국 최고수들이 아닌가.


실은 이 대회에 세력들이 출전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출전한 순진한 개인 고수들 말이다.


“저것 좀 봐! 저 20조 말이야. 어제 18위였는데 하루 만에 7계단이나 올라갔군, 그래.”


그중 고맙게도 보잘것없는 우리 조 등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1위 1조 200.8%

2위 7조 200.5%

3위 3조 180.3%

..

10위 6조 61.3%

11위 20조 49.5%

12위 13조 46.5%

..


우리는 어제 주종목이 상한가를 간 덕분에 단숨에 치고 올라갔지만, 바로 위 10위와는 여전히 큰 수익률 차이.


“10위 안에 드는 건 무리겠지?”


옆에서 나와 함께 순위표를 보던 와우개미.

평소에는 순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그가 오늘은 내가 하려던 질문을 먼저 하고 있었다.


“글쎄요. 혹시 모르죠. 잘하면 가능할 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따져보면 쉬운 게 아니었다.

수치상으로 우리는 10위와 수익률에서 12%나 차이가 났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 즉 2차전 마지막 날이었다. 당연히 하루 만에 그걸 역전하기는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안에 무언가 꿈틀댔다.


‘세력들 속에서 그래도 개인이 한 팀이라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



“오전 장이 중요해요!”

“어제 막판까지 거래량이 실린 채 상으로 마감했으니까······아우님 말대로 오늘 장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자리에 돌아온 우리는 마지막 날의 매매패턴을 구상하고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식이란 건 몰라. 갑자기 폭락할 수도 있고.”

“물론 그렇긴 한데,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4종목 모두 상을 갔다는 건 그만큼 테마세가 강할 때나 벌어지는 현상이잖아요. 그러니까 떨어진다 해도 다시······.”


그는 여전히 소극적이었고, 나는 전에 비해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결론은 변동성에 대비하며 단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걸로 모아졌다.


“그럼 일단, 눈에 띄게 오르면 일단 팔고 나서 아래서 지지받는 걸 확인하면 다시 매수하는 걸로······.”


그러려면 손 빠른 대응과 둘의 호흡이 중요했다.


함께 4종목을 동시에 보는 거보다는 한 사람이 대장주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가 변화가 느껴지면 신호를 주고, 그 신호를 받은 다른 사람이 나머지 종목을 미리 대응하는 식이었다.


테마주는 종목 간 연동성이 크기 때문에 그 방식은 적중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추가 전략은 세력처럼 매매하기.

즉, 한 사람이 위에서 일부러 강하게 매도를 때리면 다른 사람은 아래서 저가에 매수하거나.


반대로 한 사람이 아래서 강하게 매수해서 올리면 다른 사람은 위에서 눈치 못 챌 정도로 슬슬 매도하며 수익을 내는 식이었다.


쉽게 말해 자전거래.


물론 그것은 우리가 가진 물량이 많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다.

단점은 무턱대고 실행하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매시간 거래량과 장 분위기를 봐가면서 실행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세력을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

리스크가 큰 만큼 성공하면 과실 또한 클 것이다.

그리고 놈들이 쓰는 방식을 사용해야 우리도 그들을 당황시킬 수가 있다.


와우개미와의 진지한 작전회의는 장 시작 10분을 남기고 끝이 났다.


우리는 큰 일전을 앞둔 장군들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졌다.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장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모니터에는 진격을 앞둔 병사들처럼 일렬로 대기하고 있는 종목들.


[*텍]

[현재가: 6,120원]


[*메탈]

[현재가: 9,820원]


[*코페]

[현재가: 3,110원]


[*니드]

[현재가: 2,590원]


이제 이 종목들은 우리의 손가락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 종목들을 총 100억. 와우개미는 20억 들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에겐 160억의 현금이 남아있다. 이것이 우리 작전의 총알과 대포가 되어줄 것이다.


바짝 긴장한 손가락이 마우스를 살며시 움켜쥐었다.


9시 정각.


-드디어 장이 시작되었습니다.


(1) [*텍↑25%]

(2) [*메탈↑22%]

(3) [*코페↑12%]

(4) [*니드↑11%]


예상대로 전 종목 갭 상승 출발하는 시초가.


하지만 매도세 또한 만만찮다.

이틀 만에 50%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점점 늘어나는 수익 실현하려는 자들.


“1번 매도합니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내가 외쳤다.

그러자 와우개미도 모니터만 보고 대답했다.


“오케이!”


우린 이미 종목명에 번호를 붙여 논 상태였다.


-딸칵

-딸칵


“됐어!”


와우개미가 전부 팔고 아래에서 매수 대기한다는 신호를 줬다.


어차피 대장이 밀리면 나머지 종목도 밀리므로 전부 팔고 보는 게 나았다.

그리고 순서는 수량이 적은 와우개미 물량을 먼저 파는 게 낫다.

아깝다고 덩치 큰 내 물량을 먼저 팔면 뒤로 밀릴 게 뻔하니까.


-매도되었습니다.


“30억 매도 완료! 평균 매도가 7,350원.”


내가 매도하자, 순식간에 1번 종목이 아래로 밀리기 시작했다.


(1) [*텍↑25%]

[*텍↑23%]

[*텍↑20%]

..


그러자 다른 2, 3, 4번도 차례로 아래로 밀렸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테마주 속성이다.

하지만, 이게 갈 종목이면 누군가는 다시 아래에서 매수한다.


“1번 6,880원에 15억 재매수 완료!”


와우개미가 다시 잡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이미 내가 매도하기 전부터 아래 호가들에 매수 대기를 걸어두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과도하게 떨어진 매도물량들을 싸게 받을 수 있던 것이다.


연이어 와우개미가 다른 종목들도 차례로 재매수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2번 1만 2천에, 13억”

“3번 3,200에, 8억”

“4번 2,710에, 5억”


뒤이어 나 또한 아까 매도한 종목들을 다시 차례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와우개미는 이미 산 물량을 손 빠르게 위에다 다시 매도를 걸어 둔 상태였다.

내 역할은 아래에서 잡아 올리며 그 가격까지 도달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앞서 매도를 때렸다가 다시 잡은 건 세력들의 의도를 보기 위함이었다.


세력이 오늘 팔고자 계획했다면 시초가에 띄운 상태에서 서서히 매도를 했을 것이다.

그걸 우리가 한발 앞서 매도했을 때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예상외로 잘 버티며 아래에서 지지해 줬고 어떤 종목은 대장주보다도 반등이 빨랐다.

그 얘기는 대장주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신호였다.

금방 사그라들 테마라면 새로운 대장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테마주에는 언제나 대장주가 있고 세력들은 언제나 대장주만 많이 올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개미들이 대장주에 너무 많이 몰리기 시작하면, 세력은 그걸 야금야금 팔고 다른 종목을 미리 작업해 놓는다.


첫 번째 대장주가 미끄러질 때 비로소 새로운 대장주가 나타나는 이유다.

여기서 엇박자를 친 개미들은 상승장에도 손해를 보게 된다.

이렇게 테마가 살아있는 한 세력들은 대장주를 바꿔가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그러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세력놈들이다.

중간에 올리는 척하다가 떨굴 수도 있고, 다시 상한가를 보내 놓고 몰려드는 개미들에게 물량을 떠넘길 수도 있다.


그러니 안전한 건 상을 가든 안 가든 중간중간 먹을 만큼 먹는 게 최상이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1, 2번 매도 완료!”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3, 4번 매수 완료!”


점점 더 커지는 변동성에 빈번한 매수매도 체결 신호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와우개미와 내가 주고받는 신호 또한 더욱 빠르고 긴박해져만 갔다.


“1번 매수하고 3번 매도 완료!”

“3번 매도하고 2번 매수 완료!”

..


2차전 마지막 날인 이날 둘의 호흡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하게 이어졌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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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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