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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98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8.19 21:10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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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어차피 오를 종목

DUMMY

-발신번호 없음


누가 보냈는지 모를 그 이상한 종목추천 문자.


[다움에듀, 베타식품, SY첨단소재, 시온모빌리티, 새롬시스템]


이번에도 역시 내가 다녔던 21개의 회사들 중에서 보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번에는 총 다섯 종목이라는 것.

마치 현재 내가 필요한 종목 개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


한동안 안 오다가 왜 이 순간에 보내왔을까?

따져보니 8번째로 받았던 HM건설 이후로 딱 1년 만이다.


보내온 종목들을 다시 훑었다.

낯익은 회사들. 아무리 전에 다녔던 회사라도 시간이 흘렀으니 현재의 내부 사정까지 알 길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되면 모르겠군!······’


운명인 듯 다시 온 문자의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세력들과의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양심 따윈 거추장스러웠으니까.


잠시 후.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


총 네 번의 매도 체결 신호음이 들렸다.

들고 있던 방산주를 모두 매도한 것이다.


최종 계좌를 확인했다.


[예수금: 176억 2,700만 원]

[수익금: -3억 2,800만 원]


오늘 예기치 못한 매도로 총 3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바뀐 대회 규정이 참가자들에게는 손해라는 것.


그래서 기권한 것일까?


‘아니면 혹시 다른 어떤 꿍꿍이가······?’


1위를 하던 44번이 기권한 게 자꾸 거슬린다.


아무튼 현재까지 내 수익률은 76%.


돌이켜보면 여기 오기 몇 달 전부터 대북주와 방산주를 눈여겨본 덕분이었다.

첫 주는 대북주로 수익을 냈고 둘째 주는 방산주로 수익을 냈던 것.


그런데 이번엔······


[다움에듀]

[베타식품]

[SY첨단소재]

[시온모빌리티]

[새롬시스템]


아까 문자로 온 종목들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바라보았다.


‘과연 이것들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안겨다 줄까?’


하지만, 막상 매수하려니 손가락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혹시 누군가의 장난질이면 어떡하지?’


만일 그러면 일순간에 망할 수도 있다.

그동안 힘들게 벌어놓은 돈까지······.


결국 손가락이 움직였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가는 대로······.


*


출입구에 붙은 순위표를 확인했다.


지난주 조별 순위에서 이번 주부터는 다시 개인별 순위로 바뀌어 공개되기 시작했다.


1위 11번 232.8%

2위 18번 231.5%

3위 22번 222.2%

..

..

18위 51번 85.5%


18명 중 18위.


내 번호 51번은 여전히 맨 마지막 줄에 보였다.

어제 매수한 종목들은 오후 장 막판에 10%의 수익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그전 수익률 차이가 워낙 컸던 터라, 그리고 다른 자들도 수익을 냈기에 나는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는 못한 것.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던 문자였다. 그러니 이 정도로 끝날 종목들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분히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원하던 일은 정말 그다음 날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HTS 창을 바라본 나는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다움에듀 ↑ 30% 상한가]

[베타식품 ↑ 30% 상한가]

[SY첨단소재 ↑ 29.8% 상한가]

[시온모빌리티 ↑ 29.9% 상한가]

[새롬시스템 ↑ 30% 상한가]


장 시작하자마자 보유한 전 종목이 상한가를 간 것이다.

매매를 위해 키보드나 마우스 하나 건든 것도 없었다.


처음엔 중간에 혹시 상이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상한가에 도달한 모든 종목이 워낙 견고해서 상이 풀릴 기미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다음 날도 마찬가지.


이틀 2연속 상한가를 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단지 이 종목들이 왜 줄 연상을 갔는지 그 이유들을 조목조목 확인해 본 것이 전부.


먼저 다움에듀는 온라인 교육을 특화로 내세운 자회사 다움미디어의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은 경쟁사 소속이었던 온라인 최고 인기 강사가 거기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베타식품은 최근 비건푸드가 뜨면서 건강식품 테마주에 얽혀 가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액면분할까지 준비 중이라고 했다.


SY첨단소재는 첫날 상을 갔을 때는 전기차 부품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기대감을 반영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조 단위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온모빌리티는 대기업과의 M&A설이 나돌고 있었고, 풍력설비 제조회사인 새롬시스템은 친환경 관련 테마 대장주로 극 부상 중이었다.


다들 이렇게 대형 호재와 스토리가 있는 기업들일 줄이야······.


물론 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회사들이 아닌가.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떻게······.



***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벌써 어느덧 3차전 마감을 하루 앞둔 목요일.


그사이 나는 여기 참가자들 중 가장 한가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트레이딩하느라 HTS를 떠나지 못할 때, 나만 홀로 트레이딩실을 빠져나와 산책을 하거나 대국실을 기웃거리곤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어차피 내가 꼴찌란 걸 알았고, 그들은 내가 그냥 포기하려는 걸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오전 공개되는 내 수익률 변화 때문이었다.


“어이, 51번. 자네는 어디서 온 거야?”


누군가 대놓고 나를 궁금해하는 자가 생겨났다.

당연했다.

한가하게 띵가띵가 돌아다니는데도 다음날에 보면 가장 큰 수익률로 치고 올라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공주에서 왔습니다.”

“······공주? 아니, 사는 곳 말고.”

“그럼 뭘 말씀하시는지······.”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나를 줄곧 이상한 눈으로 훑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냥 그대로 사라졌다.


[3주 차 목요일 순위표]


1위 18번 275.3%

2위 11번 271.2%

3위 22번 268.2%

..

9위 51번 200.5%

..


맨 아래에서서 보이던 내 번호 51번이 이제는 중간쯤에서 보였다.

어느덧 누적 수익률도 200%나 되었고, 순위는 9위까지 올라섰다.


그동안 상위권에 있던 자들은 대부분 상승 폭이 전보다 둔화한 상태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 경쟁하고 있었다.


세력들 수익률이 둔화한 건 새로운 종목으로 교체하라는 규정 때문일 것이다. 그게 오히려 내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길을 걸었다.


이 시간에는 늘 그렇듯 밖을 돌아다니는 참가자는 나 혼자였다.

꽉 막힌 공간에서 한참 모니터와 씨름하고 있을 시간.

이렇게 홀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안겨다 주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핸드폰 진동이 두 번 울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리고 화면 위로 보이는 건 쏘울증권사의 MTS 어플 창.


‘혹시······?’


뭔가를 예측하며 손가락으로 종목 하나를 터치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건 폭포수처럼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종목.


[다음에듀 ↓ 28%]

[다음에듀 ↓ 26%]

[다음에듀 ↓ 24%]

..


‘······잘됐군!’


이 종목은 이미 오늘 오전에 3연상을 간 종목이었다. 그 상한가가 방금 풀린 것이다.


‘이럴 줄 알았지······’


아까 상한가에서 반을 털고 나온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행인 건 상한가에서 떨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내 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 줘야 내 수익률에는 훨씬 더 이득인 것.


곧이어 기다린 진동음이 다시 울렸다.


-지이이잉


이번엔 매수체결 통보 메시지.


[쏘울증권] 체결통보

종목: 다음에듀

매수: 10,000주

평균단가: 11,850원


이럴 줄 알고 아까 트레이딩실에서 미리 걸어두고 나온 매수가 체결된 것이다.


후후훗.


어차피 오를 종목이라면 지금처럼 떨어졌다 올라 줘야 한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진동이 울려댔다.

더 아래 호가에서도 분할매수된 것.


잠시 후 다시 조용해진 핸드폰.


‘다시 오르려는 모양이군!’


아니나 다를까,

MTS를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다시 도달한 상한가.


[다움에듀 ↑ 30% 상한가]


늘 이런 식이다.

떨어지면 어차피 다시 오를 걸 대비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오를 종목이니까.


문제는 그래서 최종 결승전에 올라갔냐는 것.

월요일에 꼴찌로 시작한 내가 말이다.


다시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금요일 저녁.

3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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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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