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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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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3,596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7.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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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추천
6
글자
10쪽

수상한 지원자들

DUMMY

- 싸아!······


“흐미, 졸라. 이제야 살 거 같네!”

“새끼. 죽치고 앉아서 매매만 했냐?”

“쒸파, 위에서 시도 때도 없이 싸인 보내는데 그럼 어쩌냐?”

“솔직히 말해 봐. 너네 몇 개나 작업 치는 거냐?”

“씨크릿이다, 임마.”

“새끼 씨크릿은··· 그런다고 니네가 우승할 거 같냐?”

“그럼 너네는? 너 같은 걸 선수로 지원해놓고 참 잘도 우승하겠다.”

“이 새끼 지랄. 내기할까?”

“하··· 졸라. 그래 함 하자!”


숨죽이고 듣던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그 이상한 44번 말고도 더 있다는 거야?

······게다가 지원?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회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 거 같다.


나는 그동안 초청 받은 사람은 그만큼 실력자들이고, 지원한 사람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그 순진한 생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된 거 같군!'


*


그날 오후 장이 마감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한비원 노인을 찾는 일.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 대국실은 물론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에도.


그러는 사이 나는 이 대회에 출전한 사람들의 행동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의심하는 버릇.


그중 한 여자가 멀리 보였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


‘저 여자도 뭔가 이상하군!’


늘 한복을 입고 다녀서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참가번호 바로 옆에는 ‘보살개미’란 커다란 명찰까지 광고하듯 달고 다니는 여자다.


알고 보니 자신의 너튜브 채널명이자 닉네임이란다.


'하!'


이곳까지 와서 자신을 어필하겠다는 건가?


몇 마디 건넸다고 내 관심에 감사를 표하는 그녀.

묻지도 않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신내림 받고 주식을 시작했어요.”


-피식


원래 점이니 토정비결이니 하는 것 따위는 모두 미신이라고 치부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이건..?

한두 개는 운빨이라 쳐도 어떻게 전부 다 ...?!


자랑스럽게 자신의 너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여자.

자신이 과거에 추천한 종목들이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를 일일이 확인시켜주었다.


‘정말 신기(神氣)가 있는 걸까?’


영상마다 추천한 이후로 한두 달 안에 모두 두 세배가 상승이라니...


“보살님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시나요?”


내 물음에 그녀의 입가에서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우리 신령님이 점지해주시는 거지요.”

“······정말요?”


순간, 나도 모르게 지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

그걸 보고 여자가 기분 나빠할 줄 알았다.


하지만.


“쿡쿡쿡쿡···”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소름이 끼쳤다. 마치 정말로 귀신이 들린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 모든 참가자들에게서 궁금하던 질문을 이 여자에게도 해봐야겠군.


“보살님은 이곳에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그러자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


“물론 초대받아서 왔지요. 그런 형제님은요?”

“지원했어요.”

“네? 이곳엔 아무나 올 수 없다고 들었는데······?”

“······?”



***



시간이 흘러 결국 금요일. 1차전 마지막 날.

참가자 51명 중 2차전에 진출할 40명이 가려지는 날이다.


오전 8시 30분.

바로 옆 50번 참가자의 자리가 오늘도 비어있었다.

사실 그는 지난 수요일부터 3일 연속 나오지 않고 있다.


‘혹시 포기한 게 아닐까?’


하기야 단 10분간의 시간 외 거래를 위해 참가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특수한 프로그램이 깔린 자신의 노트북이 아니면 의도대로 되지 않았으니 포기할 만도 할 것이다.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모니터에 보이는 다섯 개의 오버나잇 종목 중 세 개가 다른 종목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컴퓨터] [18% 수익 중]

[**HIC] [10% 수익 중]

[**싸인] [3% 수익 중]

[*날] [-1% 손실 중]

[초록기술] [5% 수익 중]


처음 매수했던 세 종목은 이미 지난 이틀간 수익을 실현하고 나왔고, 마지막에 보이는 초록기술은 위에서 수익을 줄 때 일부를 팔고 아래서 다시 잡는 식으로 매집량을 늘려왔다.


따라서 수익률은 낮지만, 조금만 오르더라도 큰 수익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의 계좌 총수익을 확인했다.


[예수금 포함 총평가금액: 115억 2,500만 원]

[총수익: 13억 2,500만 원]

[수익률: 13.25%]


1주일 수익치고는 꽤 괜찮은 수익이었다.

대회다 보니 나도 모르게 투자 스타일이 공격적으로 바뀐 영향도 있었다.

문제는 이게 통과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아서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이 방에 있는 참가자들의 수익률만 보자면 그랬다.

20%를 넘긴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개중엔 벌써 50%를 넘긴 자도 있었다.


1주일이 안 돼서 수익률 50%를 넘긴 자.

그자는 바로 문제의 44번 참가자였다.


나는 거래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그를 관찰했다.

그는 트레이딩 도중 수시로 문자를 보기도 하고, 헤드셋을 통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듣기만 할 뿐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 인상을 쓰며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기도 했다.


오늘 아침 얼핏 본 그의 계좌에는 150억이 넘는 돈이 찍혀있었다.

1주일 만에 50%면 단순 계산해도 한 달 수익률이 200%.

그 정도면 우승상금 100억조차 커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면 우승할까?

며칠 전 그게 궁금해서 와우개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나는 1억 리그에서 187% 수익률로 우승했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큰 금액으로 진행되는 대회는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네. 보통은 금액이 커질수록 무거우니 수익률이 낮아지기는 마련인데······.”


큰돈으로 운용하면 수익은 당연히 크겠지만, 대신 수익률만 놓고 보자면 낮아진다는 얘기였다.

그가 출전한 대회에서도 1억보다는 1천만 원, 1천만 원보다는 500만 원으로 출전했을 때 수익률이 높았다고 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은 그래. 그래서 수익률 대회는 예수금 규모에 따라 리그를 나누어 진행한다네.”


*


오후가 되자 몇 종목들이 다행히 상승 중이었다.


[*날 ↑15% 수익 중]


-매도하였습니다.


오전에 1% 하락 출발했던 종목 *날을 15%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 좀 더 기다릴까 했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꼬르륵


뱃속에서는 먹을 걸 보채지만, 바쁜 모니터를 보니 손가락이 다음 매매를 재촉했다.


[**컴퓨터 ↑21% 수익 중]


-매도하였습니다.


**컴퓨터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르락내리락하던 종목이었다. 결국 오늘 20%까지 오른 상태에서 다시 한계를 보여서 매도했다.


이제 매도한 종목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종목을 물색해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띵동


오른쪽 모니터로부터 알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VI에 걸린 채 떠 있는 종목.


[초록기술 ↑21% VI 발동 중]


아까까지만 해도 10% 내외에서 지루하게 횡보만 하던 초록기술이었다. 그래서 다른 종목을 거래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급등한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VI가 풀린 놈이 바로 상한가까지 찍었다.


[초록기술 12,500↑29.9% 상한가]


“예~쓰!!!”


나도 모르게 내지른 소리에 누군가 놀라 흘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뉴스를 검색했다.

지금 매도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초록기술, 환경생태복원기술 특허 획득!]


‘전에 대북 관련주들 중에서 요놈만 올랐던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하지만 겨우 이 정도 재료라면 지금 매도해야 했다. 그런데 그 아래 다른 뉴스가 하나 더 보였다.


[북한, DMZ 산림생태계 복원 노력에 협조할 것]


경색된 남북관계가 다시 물꼬를 틀 거라는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예측 또한 함께 들어있었다.

역시나 그래서 대북 관련주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들썩이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도 확인할 게 남아있었다.

전에 정리해 놓은 방산주 섹터로 들어가 봤다.


[방산주]


[*텍 ↑ 0.2%]

[*메탈 ↓ -0.5%]

[*코페 ↑ 1.5%]

[*니드 ↓ -1.0%]


대북 관련주가 상승하면 이 종목들이 떨어져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많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이상했다. 오히려 오른 종목까지 있었다.

누군가 이때를 이용해서 떨어지는 방산주를 아래에서 매수한다는 얘기였다.


누가 사는지 보기 위해 수급을 확인했다.


-딸칵


최근 한 달간 수급과 실시간 수급 확인 창을 클릭하자, 수급 주체가 개인 투자가에서 외인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오늘도 주로 외인들이 매수하고 있었다.


‘······뭔가 감이 오는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이들은 검은 머리 외인들일 확률이 높았다.

나는 이 모든 게 그 세력들이 대북 관련주에 관심을 유도하고 방산주를 매집하는 걸로 생각했다.


‘나도 그럼 이걸 팔고 방산주에 들어갈까?’


그러나 초록기술은 상한가임에도 매수 대기 물량은 엄청났다. 그러니 잠시 고민이 되었다.


‘반만 매도하자!’


-매도하였습니다.


[초록기술]

[현재가: 12,500원]

[매도금액: 14억 원]

[실현손익: 3억 2천만 원]


14억이나 되는 돈이 한 호가에 매도되었다.

하지만 그게 다음 거래일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다음 주에 더 오른다 해도 내게는 오늘 판 물량만큼이 아직 더 남아있으니 덜 배가 아플 것이다.


-장이 마감되었습니다.


‘과연 이 정도로 통과할 수 있을까?’


계좌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


잠시 후, 감독관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러분, 지난 1주일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가 들고 온 종이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 방에 계신 분들의 이번 주 수익률과 최종 탈락자 명단이 여기에 적혀있습니다.”


모두가 숨을 죽을 죽였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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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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