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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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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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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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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6.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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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DUMMY

“대회 지원자는 오늘로 마감이 끝났다고요.”


어벙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려는 듯한 단호한 말투.


자세히 보니, 전에 로비에서 본 적 있던 노 실장이란 여자였다.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오늘은 제복도 입지 않고 화장까지 달라져 있어 몰라봤다.


“어떻게 안 될까요? 힘들게 왔는데.”

“죄송하지만, 곤란합니다. 인원이 다 찼어요.”


문득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지원자도 참가할 수 있소. 인원만 맞으면······”


그런데 노인은 어디에 갔을까?

혹시 대국실에서 누군가와 바둑을 두고 있는 게 아닐까?

그곳을 거치지 않고 곧장 2층으로 올라왔기에 혹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근데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멀리서 원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보고 묻고 있었다.

내가 올 곳이 아니라는 의아함과 낯선 자를 대하는 경계의 눈빛.


“영감님이 말씀해 주셔서요.”

“네? 왕 영감님이요?”


영감님 소리에 뭔가 놀란 듯 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곧이어 나에게 손짓했다.


“이리 앉으시죠.”


일말의 기대를 안고 옆에 놓인 원형 테이블에 앉자, 남자도 따라 앉았다.


깔끔한 고급 정장과 비싼 손목시계. 소맷단에는 은빛 커프스링크까지 단정하게 채워져 있는 남자였다.

가까이서 보니 바둑 기원보다는 은행장이 더 잘 어울릴법한 모습이다.


“혹시 원장님이신가요?”

“네. 여기 원장 이상수라고 합니다.”


자기가 원장임을 다시 확인시키려는 듯 남자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한비원 원장 이상수’라고 쓰인 단출하지만 고급스런 명함이었다.


공손히 명함을 받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은 일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별말씀을요. 영감님이 그러시던가요?”

“아뇨. 인터넷에서······”

“하, 그렇군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직원이 들고 온 커피를 내게 건네는 원장.

그러고는 줄곧 나를 뚫어지게 살폈다.

내가 민망함을 느낄 무렵이 돼서야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근데, 어디서 일하셨죠? 처음 뵙는 거 같은데.”

“···네?”

“영감님과 아실 정도면 꽤 큰물에서 노신 분이 아닌가 해서······”

“저는 그냥 영감님과 바둑 몇 번 둔 거밖에는 없어요.”


그러자 원장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럼 그분이셨군요. 영감님과 예약 없이 따로 바둑을 두셨다는 분이.”

“···아, 네.”


문득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운 순간, 오히려 내게 더욱 조심스러운 말투로 바뀌었다.


“저···죄송한데, 어디서 오셨는지 다시 여쭤봐도······”

“공주에서 왔는데요.”

“아뇨. 사시는 곳 말고······”

“네?”


왜 이 원장은 줄곧 이상한 말을 하는 걸까?

내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원장도 고개만 갸우뚱했다.


그나저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

할 수 없이 답답한 내가 먼저 질문을 해야 했다.


“근데, 정말 대회에 지원할 수 없나요?”

“아, 그건 당연히······ 잠시 기다려 보세요. 영감님이 오시면 여쭤보고요.”


본인이 원장이면서 왜 노인에게······?

원장은 뒤이어 다른 직원에게 뭔가 속삭였다. 노인을 부르는 것으로 보였다.


원장과 노인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혹시 그 노인이 지금 이 원장의 아버지가 아닐까?

하지만, 그러기엔 둘 사이에 닮은 구석을 찾기가 힘든데...


“원장님도 바둑 잘 두시나요?”


던져놓고 보니 바둑기원 원장에게 할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잘은 못 두지만, 조금 둡니다.”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질문을··· 근데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 기원을 차리실 생각을 하셨죠?”

“영감님께서 말씀 안 하셨나요? 원래 시내에 있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이리로 옮겼어요.”

“손님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러자 그가 난처한 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


“크, 크음··· 아, 아시다시피 저희는 VIP만 상대해서요.”


때마침 사무실 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쪽으로 오고 있는 노인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온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여긴 어쩐 일로······”


*


대국실 안.


“허, 참!······”


나를 대국실로 데려온 노인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젊은이가 정말 그만한 돈이 있는 줄 몰랐구려.”

“네. 힘들게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왜 참가하려는 거요?”

“그냥 경험 삼아서요. 욕심은 없습니다. 제발 어떻게 안 될까요?”


그러자 뭔가 한참을 고민하던 노인이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원장님께 잘 말씀해 보리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영감님.”

“여기 서류가 있으니 서명하쇼.”


그가 건넨 노란색 파일을 열었다.

출전자 지원서류와 함께 대회 요강으로 보이는 서류 몇 장이 눈에 들어왔다.

대회 출전 기간과 참가자 의무사항. 상금 지급 규정 등이 보험약관처럼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역시 우승상금.

전에 노인이 말한 대로 우승자에게는 100억이란 돈이 상금으로 수여됐다.

그리고 준우승자에게는 50억, 3등은 10억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또한 일반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생소한 건, 맨 마지막 작은 글씨.

수상자들은 향후 2년간 한비원 협조에 응할 때만 해당 상금과 각종 정보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이건 뭐죠?”


그러나 내가 가리킨 건 보지도 않고 노인이 말했다.


“신경 쓸 거 없소. 단지 경험이 목적이라면.”


물론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대회에서 3등 안에 든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감님 몇 명이 출전하죠?”

“원래 50명이었소. 그런데 이제 젊은이까지 포함하면 51명이 되는 거고.”


생각보다 적은 숫자에 놀랐다. 그것도 나 때문에 한 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나는 곧바로 참가자 지원서류에 싸인을 하고 노인에게 건넸다.



***



-이체하셨습니다.


증권계좌에 대회에 필요한 돈 100억을 정확히 맞췄다.


[총예수금: 100억 원]


이제 이 계좌를 들고 며칠 후 있을 대회에 참가하면 된다.


‘별 볼 일 없는 나까지 끼워주다니 황송하군!’


한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날 원장의 태도도 그렇고, 알듯 모를듯한 노인의 정체 또한 뭔가······.


하지만, 노인과 같은 고향 출신이라서 나를 허락해 준 걸 수도 있다.

아무튼 주식계 고수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50명 안에 드는 사람들이라면 대단한 고수들일 것이다.


분명 워렌버핏이나 짐 로저스처럼 뛰어난 안목을 지닌 장기투자가도 있을 것이고, 와우개미처럼 빠른 손놀림과 화려한 트레이딩 기술을 자랑하는 무명 스캘퍼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한꺼번에 보게 될 줄이야!’


책이나 영상을 통해 배울 수도 있지만, 그걸로도 부족했다.

이를테면,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는 그들만의 노하우 같은 것들.

하다못해 그들이 트레이딩할 때의 습관이나 눈빛. 손가락 끝의 감각까지도······.

그것들을 직접 볼 수 있을것이다.


대회는 한 달간 진행된다고 했다.

그러니 그들과 한 달간 한비원 숙소에서 함께 지낼 수도 있다.


여행용 트렁크에 옷가지를 대충 챙긴 나는 엄마에게는 한 달간 출장을 다녀온다고 말해 놓았다.


대회를 앞두고 더 이상 고민하기 싫어서 이것저것 관심 종목들을 검색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바둑을 두며 긴장된 마음도 가라앉혔다.


그러는 사이 비로소 그날이 다가왔다.



***



한비원 주차장.


내가 도착했을 때 참가자 전용 주차장은 거의 만원이었다.

누군가는 차에서 몸만 내리고 차는 그대로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외진 구석에 주차한 뒤,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내려 한비원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에 도착하니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참가자 명단은 모두 비공개였는지 이름 대신 번호로만 안내했다.


“51번 참가자분 이쪽으로 오시죠.”


내 번호는 예상대로 맨 끝번이었다.

가장 늦게 참가한 게 이유겠지만, 이게 결국 최종 순위 아닐까 하는 기분 나쁜 생각이 들었다.


안내원의 지시로 1층 대강당으로 들어가자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결은 내일부터 시작하고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 정각.


참가자들은 서로 견제라도 하는 듯 듬성듬성 자리를 띄운 채 앉아있었다.

일부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 머플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일부러 맨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가자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분명 모두 난다긴다하는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일 것이다.

이른바 재야의 고수들!

대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걸 보면 알려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일 테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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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인 1조 23.07.26 66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4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7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0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3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8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6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7 4 9쪽
»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2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6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7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7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09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6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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