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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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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쏘울
작품등록일 :
2023.05.14 20:21
최근연재일 :
2023.09.09 13:34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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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09
추천수 :
362
글자수 :
332,534

작성
23.09.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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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DUMMY

-딱


“······이제 모두 돌아갔나 봐요? 밖이 조용한 걸 보면.”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숙소와 매점에도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뭐 볼 게 있다고.”


노인은 못마땅한 듯 그렇게 말하며 백 돌을 세게 내려놓았다.


-딱


그에 맞게 응수하며 물었다.


-딱


“그럼 이제 그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러자 노인이 다음 수를 두려다 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크휴우······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을 언제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던 노인이 아니던가.

그런 그도 박청강과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 멍청한 세력놈들의 반란이란 말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박청강과 44번 세력과의 모의에서 시작되었다.


1위를 하던 44번이 돈을 보고 들어온 세력이었다면, 박청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비원의 에이스 세력이 되고 싶은 자.


박청강은 당장의 돈보다는 그쪽이 훨씬 낫다는 걸 잘 아는 자였다.

그런 반면, 44번은 바뀐 룰 때문에 작업하던 종목에서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자였고.


박청강은 그걸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당신들이 기권해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내가 도와주겠소.”


박청강은 한비원에 의해 44번 세력이 어떻게 위험해질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자만이 이 대회에 두 번 출전한 유일한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1위를 하도록만 도와주면 추후에 얻게 될 그 무언가를 나눠줄 거라고 모의한 것도 그래서다.


-딱


노인이 장고 끝에 한 수를 두었다.


“그런데 자넨 그걸 어떻게 알았나?”


-딱


“그들 종목과 호가창을 보고요.”

“······종목과 호가창?”

“네. 44번이 주로 쓰던 호가창 암호를 박청강이 쓰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그건······.”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짓는 이유는 종목과 호가창이라면 한비원 측에서도 이미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암호까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그건 매우 은밀하고 정교했으니까.


“그러면 자네가 그걸 해독했다는 건가?”

“네.”


결승전 장소로 사용한 대국실은 오픈된 장소였다.

하지만, 감독관이 돌아다니는 데다 박청강을 비롯한 상위권자들이 내가 근처에 오는 걸 꺼려했다.

때문에 그들 모니터에 접근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서 방법은 종목만 알아내는 거였다.

화장실에 오가는 척하며 그들이 어떤 종목을 거래하는지만 수시로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작업하는 종목은 내가 이미 매수한 8종목 중에서 다섯 개나 일치했다.


그래서 나는 밤새 그 종목들의 호가창 거래 내역을 복기하며 분석한 것이다.


물론 핸드폰이 없었으므로, 주로 장이 끝난 시간에 대국실에 있는 PC를 통해 그날 거래 내역을 꼼꼼히 분석했다.


-딱


노인이 바둑돌을 내려놓으며 지긋이 웃고 있었다.


“그래서 대국실에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거였군.”

“네.”


나도 멋쩍게 따라 웃으며 흑 돌을 내려놓았다.


-딱


나를 보고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낮에는 한가하게 남의 모니터 주위나 얼쩡거리거나 밖을 돌아다니, 밤에는 HTS를 켜고 밤을 세우질 않나.


내가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암호해독 결과였다.


44번은 1차전 나와 같은 방에서 대결한 인물이었기에 사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주시해왔었다.


그래서 그들 세력 습성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떤 시간대에 주로 움직일 건지도 알고, 암호 패턴도 익숙했다.


게다가 나는 실제로 호가창 암호로 트레이딩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지만, 박청강과 그와 연합한 세력들은 이에 서툴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하필 꼭 내가 트레이딩 할 시간에 맞춰 중요한 암호가 떠 줬으니까······.


-딱


“그런데 나머지 세력들도 박청강과 한패란 건 어떻게 알았나? 그들은 박청강과 같은 종목으로 거래하지도 않았는데.”

“그들도 암호로 거래하는 걸 봤으니까요.”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섯 명이 똑같은 종목으로 하면 들통날 거란 걸 알았다.

대신에 그들은 44번 세력의 도움으로 박청강과 다른 종목으로는 거래한 것이다.


이번엔 내가 돌을 내려놓으며 질문했다.


-딱


“그런데 박청강이 우승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뭐였죠?”


그 질문을 하는 이유는 박청강이 다른 세력들과 협작할 수 있었던 무기를 알고 싶어서였다.


박청강은 그가 우승하면 얻게 될 어떤 것에 대해 세력들에게 제안을 했을 테고, 그게 먹혔기 때문에 그들도 박청강을 도왔을 거니까.


“물론 상금 100억과 한비원에서 제공하는 어떤 정보란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건 노인이 아직 말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놈이 우승하면 얻을 수 있는 거라······.”


노인이 그러면서 돌 하나를 내 좌하귀 세력 안으로 뻗으며 말을 이었다.


-딱


“곧 알게 될 걸세. 그건 곧 자네가 앞으로 얻게 될 걸 말하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최종 우승자가 바로 나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이를 수락하는 일만 남았다.



.


*


“다섯 점은 아직 무리네요.”


다 둔 바둑알을 정리하며 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노인이 또다시 바둑의 위기십결에 나오는 사자성어를 꺼냈다.


“세고취화!!”


세고취화(勢孤取和)라면······.


세력이 고립되면 조화를 취한다.

상대편 세력 속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면 화합하는 길을 찾는다는 뜻.


“방금 진 게 그럼······.”


내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 흑 돌 세력이 노인의 백 돌 세력 속에서 포위가 되기 전에 버티지 말고 조화를 택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니, 겨우 몇 집 내고 살기 바빠 사석 낭비를 많이 한 것이다.


문득 나도 생각나는 게 있어서 노인에게 말했다.


“영감님. 44번 세력도 그럼 세고취화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그러자 간 만에 껄껄대고 웃는 노인.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군!”


44번 세력 또한 고립될 위기감에 다른 세력들과의 조화를 취하려 한 것이다.


물론 박청강의 꾀임에 넘어가 불순한 또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였지만······.


잠시 후, 노인은 내게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부탁했다.



***



한비원 숙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옷가지 몇 벌과 세면도구. 그것들을 고이 캐리어 가방에 쑤셔 넣기만 하면 되었다.


잠시 후, 짐을 다 넣은 캐리어가 꽁꽁 언 땅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드르륵 덜컹~


주차장 귀퉁이에 세워져 있던 은색 애마 앞에서 멈춰 섰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모두 떠난 상태였기에 내 애마만이 홀로 남아 주인이 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집어넣었는데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가세요?”


뒤를 돌아보니 주차장 관리 아저씨였다.

그가 초소 안에서 문을 빼꼼 열고 나를 보고 있었다.


“네. 지금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차 안으로 들어가자, 냉장고 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차디찬 기운.


-부르르릉


다행히 시동은 한 번에 걸렸다. 방전될까 봐 그동안 가끔 시동을 켜 둔 덕분이었다.

히터를 켜고 유리창에 낀 성에가 없어지길 기다렸다.


‘오랜만에 집에 갈 생각을 하니 설레는군!’


한 달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전국의 난다긴다하는 주식 고수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던 내가 아닌가. 그런 내가 우승까지 하고 돌아갈 줄이야!······


떠나기 전 다시 한번 핸드폰을 열고 계좌를 확인했다.


[예수금: 700억 8천 2백만 원]


말도 안 되는 돈이 계좌에 찍혀있었다.


‘정말 미쳤다!’


한 달 만에 600억이나 벌다니······.


게다가 노인은 내게 160억의 상금까지 약속했다.

100억 원은 우승상금이었고, 나머지 60억은 2, 3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아서 주는 것이라고 했다.


2위인 박청강과 3위 참가자는 협작행위 금지라는 대회 규정을 어겨서 자격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나한테는 땡큐지만, 나는 그 돈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한비원 측이 내게 160억이나 되는 돈을 그냥 쉽게 줄 리는 없다는 것을······.


이제 막 출발하려는 찰나,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보기 드문 고급 세단이다.

잠시 후 그 안에서 누군가 내렸다.


‘저 사람이 여긴 웬일로?······’


창밖으로 보이는 낯익은 얼굴.

그는 대한민국 최대 기업 비선전자의 김 회장이었다.


'신기하군!'


뉴스에서나 보던 사람이다.


어느새 주차 관리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곧이어 그들 일행이 한비원 로비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차를 출발했다.


고불고불 숲길을 겨우 벗어난 차가 이제 막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노인의 부탁을 떠올린 것이다.


‘훗! 한낱 개미가 한비원 에이스 세력의 수장이 되다니······.’


어느덧 하늘에선 하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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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주식으로 돈 벌고자 하는 자 23.05.14 181 0 -
» 개미가 에이스 세력이 되다 23.09.09 26 2 9쪽
71 세력들의 반란 23.09.06 30 1 9쪽
70 핸드폰 없이 합시다 23.08.29 29 2 9쪽
69 돈을 보고 덤빈 놈들 돈으로 망한다? 23.08.24 33 2 9쪽
68 어차피 오를 종목 23.08.19 41 1 9쪽
67 세력들 속의 개미 한 마리 23.08.16 45 1 10쪽
66 기권하겠습니다. 23.08.10 46 1 10쪽
65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 23.08.09 45 1 11쪽
64 세력들처럼 싸워라! 23.08.05 52 2 11쪽
63 혹시 김정은하고 친구야? 23.08.02 61 5 11쪽
62 입계의완 23.07.29 62 4 10쪽
61 2인 1조 23.07.26 67 5 10쪽
60 세력들을 찾으려는 거였네 23.07.22 85 2 10쪽
59 내기 바둑 +1 23.07.19 88 4 11쪽
58 초대 받은자와 지원자 23.07.15 101 5 10쪽
57 부정행위 +1 23.07.12 107 4 10쪽
56 수상한 지원자들 23.07.08 114 6 10쪽
55 익숙한 수법 +1 23.07.05 119 5 9쪽
54 44번 참가자 +2 23.07.02 127 6 9쪽
53 눈먼 돈 주워먹기 23.07.01 132 5 9쪽
52 대회규정 +2 23.07.01 138 4 9쪽
51 전국 최고의 주식 고수들 +1 23.06.24 175 5 9쪽
50 출전자금 23.06.24 173 5 9쪽
49 이상한 주식투자대회 +1 23.06.18 207 5 10쪽
48 노인과 바둑기원 23.06.17 208 5 12쪽
47 이상한 종목 수상한 세력 23.06.17 208 5 10쪽
46 슈퍼개미 계좌 좀 볼 수 있을까요? 23.06.17 210 5 10쪽
45 슈퍼개미 박청강 23.06.17 207 5 10쪽
44 살아남는 법 23.06.17 20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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