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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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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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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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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15)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5.

인간은 본디 투쟁하는 존재다. 두려움의 대상이던 맹수들을 살던 땅에서 몰아냈으며, 짐승을 길들여 방목했다. 척박한 황무지도 시간을 들여 개간해 가꿨다. 자연재해로 입는 피해도 대비를 하여 점차 줄여나갔다. 세상엔 인간이란 존재가 늘어만 갔다.

인간이 명실상부한 지배자로 올라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자 투쟁의 대상은 동족인 인간으로 바뀌었다. 한두 사람의 사소한 다툼이라도 피가 흘렀다. 끼어든 사람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흘리는 피의 양만 늘어날 뿐이다. 전쟁은 더 많은 피를 불렀다.

인간은 투쟁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더 오션에도 수많은 다툼이 존재했다. NPC간의 다툼, 유저간의 다툼. 혹은 양자가 뒤섞인 경우도 있다. 자연히 PK가 만연하고 카오틱 유저가 넘쳐났다.

만약 검투장이 있었다면, 양자간의 불만을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 오션에는 따로 투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련 모드라는 게 존재했다.

“사망 패널티가 전혀 없고, 다양한 환경에서 싸울 수 있소. 인스턴트 필드와 던전으로 구성된 환경 중에는 화산지대나 극지의 빙하도 있지.”

“그럼 어째서 PK가 만연한 겁니까?”

“대련모드로 얻을 수 있는 건, 전투 경험뿐이오. 경험치도 없고, 아이템도 떨어지지 않소. 사소한 다툼조차 해결할 수 없는 친선경기일 뿐이오. 하지만 PK는 다르지.”

듣고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이득을 추구하는 건 보편적인 심리.

위즈라면 어지간한 시비는 참아 넘기겠지만, 호전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싸워서 풀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련모드에서는 아무리 패배해도 패널티를 받지 않으니 굴복할 리 없다.

레벨이 떨어지길 하나, 귀중한 아이템을 뱉어내길 하나.

결국 유저간의 다툼은 PK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전 대련모드가 처음입니다.”

레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다수 유저가 그럴 거요. 재미는 있는데 얻는 것 없이 시간낭비거든.”

그러면서 대련신청을 넣고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수락부터 하고……옳지. 그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싸울지를 결정하는 거요.”

위즈는 새로이 떠오른 시스템을 확인했다.

‘퀵 앤 데드’는 서로의 체력량을 가려놓고, 강력한 공격을 한방씩 날려 가장 많은 체력을 깎은 자가 승리하는 것이었다. ‘데드맨 워킹’은 주변에 좀비가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싸우는 것이었으며, ‘스플린터’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었다. 물론 방해를 위한 공격은 허용된다. 그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싸움방식이 존재했다.

“이거 재미있겠군요. 어? 그런데 ‘1:多’는 어째서 활성화되지 않은 겁니까?”

“그건 잠금 설정된 기능이오. 뭔가 조건이 있어야 풀리는 것 같은데, 대련모드를 즐기는 유저가 적으니 정보가 없소.”

“집단전이 가능하다면 이 또한 색다른 재미일 텐데. 아쉽군요. 저는 ‘스플린터’ 방식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그럴 줄 알았소. 정령강화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이젠 전장을 정할 차례요.”

레비가 앞서 말한 대로, 개성만점의 전장들이 나열되었다.

용암이 줄줄 흐르는 지역은 물론, 꽁꽁 언 얼음바다, 심지어 물속도 있었다.

고민하던 위즈는 고원지대를 선택했다. 예전에 에켈산에서 산악전을 경험했기에 그나마 익숙해 보인 것이다.

“이젠 회복아이템 사용의 유무만 결정하면 되겠군. 대련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포션류의 사용은 금지하는 게 유저간의 규칙이오. 하지만 필드에 버려진 보물 상자나, 몬스터를 통해 포션을 수급할 수 있지. 어찌 하겠소?”

“인벤토리의 회복 아이템은 사용하지 않게 하고, 필드에서 얻게 할 수도 있습니까?”

“가능하오.”

“그럼 그렇게 하죠.”

위즈와 레비는 Yes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모습은 인스턴트 필드로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빙글뱅글과 사쿠라는 기지개를 켰다.

“다음 차례가 곧 올 것 같으니 준비나 해둬야겠군.”


◇◇◇◇◇◈◇◇◇◇◇◇◈◇◇◇◇◇◇◈◇◇◇◇◇


대련장소로 정해진 고원지대는, 약 30도 가량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가서 다시 맞은편의 분지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군데군데 잡목과 바위가 얼기설기 배치되어 있었고, 풀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서, 자꾸 쳐다봐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위즈에겐 그런 풍광을 감상할 틈은 없었다. 고원지대 필드로 이동하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련모드에서는 길잡이NPC '핏스톤‘이 함께할 수 없습니다.>


‘뭐, 상관없겠지.’

아쉽지 않은 건 아니나, 이건 1:1의 대련 상황이다. 테이머나 서모너도 아닌데, 미련가질 이유도 없다. 게다가 대련을 요구한 것은, 자신의 전투 센스를 키우고, 상대의 스킬을 훔쳐 배우기 위해서였다.

스릉.

위즈의 턱 밑으로 날카로운 대검이 달라붙었다. 레비가 얼굴을 굳히며 바싹 다가들고 있었다.

“W. 이토록 싱겁게 끝날 줄 몰랐구려.”

“하하하. 쉽진 않을 겁니다.”

대답은 멀리서 들려왔다. 레비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정령강화를 사용한 위즈가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럼 이건……눈속임이군.”

얼빠진 얼굴을 한 위즈의 모습이 잘게 부서져 흩날렸다. 레비는 놀라지 않았다.

마법사가 아니라도 허상을 만드는 방법은 많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상점에서 일루전 스크롤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마법사라면 일루전은 당연히 쓸 수 있는 스킬이고, 전사계열도 잔상을 남기는 스킬이 있다.

“원래 던전에 진입할 때가 가장 위험한 법. 대련 역시 마찬가지지. 과연 W. 바하르칼 용병들이 경계할 만하군.”

레비는 양쪽 발을 가볍게 지면에 톡톡 차올렸다. 그러자 그의 신발이 붉게 타오르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화염돌격 스킬이 발동됩니다!>

<걸음 당 10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허허. 달리기라면 나도 자신 있는 분야. 어디 한번 해볼까?”

던전을 주로 공략하는 사람으로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흔하다.

당연히 레비도 정령강화와 맞먹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레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위즈를 따라잡았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붉은 화염이 일렁이며 레비의 몸이 쭉쭉 나아갔다.

“하하! 레비님도 보통이 아니네요?”

먼저 달리고 있었음에도 어느새 따라잡히자, 위즈는 기꺼워했다. 레비는 단순히 던전 공략에만 특화된 캐릭터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훔쳐 배울 수 있는 스킬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미 화염돌격에 대한 정보가 위즈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레비는 그런 줄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스킬이 가진 다른 기능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 스킬은 공격도 가능하다오.”

화염돌격 발동상태에서 레비가 진각을 사용하자, 불꽃이 넓게 퍼져나갔다. 위즈의 눈앞이 붉게 번뜩이며 데미지가 들어왔다.

‘스톤스킨이 걸린 로브를 입었는데도?’

그것은 화염돌격이 마법에 가까운 스킬이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나오신다?”

위즈 역시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뒤늦게 주먹만 한 돌멩이가 레비의 등짝에 명중했다. 위즈는 기다란 천 조각을 흔들었다.

“방심은 금물이지요.”

“후후후. 이거 정말 재미있군.”

레비는 끊임없이 화염을 일으키며 위즈를 견제했고, 위즈는 슬링으로 돌을 날려 보냈다. 적당한 돌멩이를 발견하면, 달리는 속도를 실어서 걷어차 날리기도 했다. 오르막길을 달리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도 충분히 진로방해가 가능했다.

어느덧 두 사람은 오르막이 끝나는 곳을 앞두었다. 레비는 진각을 밟아 최대한 멀리 몸을 날렸다. 간격을 더욱 벌리려는 속셈이었다. 그걸 보면서도 위즈는 돌을 던지는 등의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다.

레비가 사용 중인 화염돌격은, 근접공격을 하는 적에게 화염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이었다. 또한 지나간 자리에 일정확률로 불을 지르는 효과까지 있었다. 거기다 마법계열.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간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는다.

‘직접 날아 차기를 먹이면 참 좋을 텐데.’

이런 내리막길에서는 균형을 잃게 만드는 정도로도 빈틈을 만들 수 있다. 에켈산에서 그 점을, 수 없이 경험한 위즈다.

‘별 수 없다. 투척을 사용할 수밖에. 달리는 중이라 흔들리고, 단검밖에 없으니 잘 맞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위즈는 단검을 꺼내 가볍게 쥐었다. 정령강화를 걸어두면 명중률이 오르겠지만, 지금은 신발에 사용하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이글아이가 명중률을 조금이라도 올려주니까 그것만 믿자.’

혹시라도 빗나갈까 싶어서 위즈는 진각을 사용해 몸을 띄웠다. 그리고 지면에 내려서는 동시에 단검을 뿌렸다. 낙하 속도까지 더해진 단검이 매섭게 쏘아져갔다.

하지만 거리가 벌어진데다가, 힘을 너무 주어 조준이 빗나가고 말았다. 위즈가 던진 단검은 근처의 바위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레비의 옆구리 쪽에서 큼직한 물체가 머리를 내밀었다. 다섯 개의 뾰족한 화살촉이 달려 있는 그것은 다 연발 석궁이었다.

먼저 첫발이 위즈의 왼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평범한 석궁으로 보였지만, 레비는 신기한 스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유저. 위즈는 즉시 오른쪽으로 피해버렸다. 그런데 레비의 석궁은 피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위즈는 갑자기 옆에서 튀어 오르는 돌조각과 풀 쪼가리를 피해 고개를 숙였다. 덤불숲에 처박힌 화살이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의 화살이 위즈를 노리고 쏘아졌다. 위즈는 지그재그로 달리며 화살을 피했고, 그때마다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이제 석궁에 남은 화살은 두발.

위즈는 레비의 공격이 더욱 변칙적으로 변하리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진각을 밟은 레비가 몸을 뒤집었다. 내리막길에서 진각을 사용하면, 착지할 때 위험부담이 커진다. 달리는 속도 때문에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발목에 부담이 많이 가서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거리는 것이다. 그런데 얼굴까지 뒤로 가게 하면, 뒤로 자빠지기밖에 더 하겠는가.

‘그걸 알면서도 몸을 뒤집었다?’

위즈는 레비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제까지는 내리막에서 뒤쳐진 위즈가 더 높은 지역을 선점한 셈이지만, 진각을 사용에 튀어오른 레비 역시 위즈와 비슷한 높이에 있다. 공격의 적중률도 그만큼 높아지리라.

“속사!”

레비가 스킬명을 외치며 석궁을 쏘아댔다. 어느 샌가 그는 석궁을 하나 더 들고 있었다.

“이익!”

석궁이 두 개면 날아드는 화살도 두 배다. 게다가 저 화살 하나하나가 작은 폭발을 일으킨다. 로브에 걸린 스톤 스킨만 믿을 수 없다. 그러다간 마력이 고갈되어, 정작 필요할 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

위즈는 연달아 진각을 밟으며 낮게 미끄러졌다. 한발 늦게 날아든 화살이 지면에 꽂히며 폭발했다. 피하는 것이 너무도 수월하다. 그 이유는 위즈가 내려갈 길 앞에 중점적으로 사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무빙 샷이라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빗나갔잖아?’

위즈는 의아해 했다. 베테랑의 냄새를 풍기던 레비가 이렇게나 엉터리 사격 실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곧 노림수였음을 깨달았다.

“어? 어억!”

발목이 꺾이면서 무릎에 힘이 풀렸다. 평지라면 금세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았겠지만, 이곳은 내리막길이다. 그것도 달리는 중.

위즈는 얼굴부터 지면에 처박힌 채 데굴데굴 굴렀다. 스킬까지 써가며 달려 내려가고 있으니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도 힘에 부친 상태다. 누가 옆에서 밀치거나, 발밑의 풀을 엮어놓기만 해도 손쉽게 균형을 잃게 만들 수 있었다. 본래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한 법이다.

위즈는 한참을 구르다 고개를 쳐들었다. 내리막길에서 구른 것만으로도 100에 가까운 체력이 깎여 나갔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저만치 앞서나간 레비가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위즈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름다리에 도착한 위즈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끝까지 건너간 레비가 이동을 멈추고 석궁을 거누고 있었다. 구름다리는 외길, 피할 공간이 충분치 않다. 레비는 앉아쏴 자세로 안정적인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명중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위즈는 멈추지 않았다. 석궁을 직접 맞을 경우 들어오는 데미지는, 로브에 걸린 스톤 스킨으로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폭발로 인한 피해다.

‘화살이 구름다리로 떨어지면, 구름다리가 부서질 수도 있다. 생긴 것만 화살이지, 사실상 저건 유탄이나 마찬가지니까.’

결국 화살이 구름다리에 떨어지기 전에 달려가 맞아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적어도 구름다리가 무너질 일은 없다. 불리한 상황을 강요당하는 입장은 언제나 기분이 더럽다.

‘애초에 폭발하는 화살은, 거리를 벌리려고 사용한 게 아니었어. 그런 화살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목적이었지. 지금처럼 구름다리에서 사용하기 위해!’

즉,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밑밥.

하지만 이건 너무도 번거로운 방법 아닌가.

‘내가 앞섰다면 구름다리를 잇는 밧줄을 끊어버렸을 거야. 하지만 어째서 그러지 않는 거지?’

곰곰 생각하던 위즈는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얼굴을 숙였다. 위즈는 아차 싶었다.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데, 딴 생각 하다가 반사적으로 피해버린 것이다.

스쳐지나간 화살은 구름다리를 이루는 판자조각에 꽂혀 폭발했다. 위즈는 구름다리가 끊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름다리는 멀쩡했다. 폭발은 있었지만 그을린 흔적조차 없었다. 화살은 구름다리의 발판을 이루는 판자에 맞고 튕겨져,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은 어떤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위즈는 단검으로 구름다리를 엮은 밧줄을 내리쳤다. 밧줄은 끊어지지 않고 출렁거리기만 했다.


<파괴할 수 없는 오브젝트입니다.>


구름다리는 부술 수 없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영화 속에서처럼 끊어서 추격을 따돌리는 일은 하지 못한다. 레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면 위즈는 그 사실을 몰랐다. 구름다리를 보자마자 레비가 끊어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해했다.

레비는 이러한 위즈의 심리를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이걸 이용하기 위해, 폭발하는 화살을 사용했다.

구름다리를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위즈가 고분고분 화살에 맞아줄 것이라 계산한 것이다. 실제로도 위즈는 그럴 각오였다. 반사적으로 피해서 문제지.

“허허! 눈치 챘군!”

석궁을 집어넣은 레비가 서둘러 내빼는 모습이 보였다. 위즈는 진각을 밟으며 속도를 높여나갔다. 구름다리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상 아낄 이유가 없다.

“이 사기꾼!”

레비는 껄껄껄 웃으며 더욱 속도를 높여갔다. 그가 지나는 길마다 불이 붙고, 잡목들이 타들어갔다.

진각을 남발하며 발버둥 쳐도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단순히 이동속도 면에서는 화염돌격이 정령강화보다 한수 아래였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위즈가 가진 정령강화 스킬의 레벨이 낮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내가 패배할 확률이 높았어.’

그걸 깨달았지만 위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 대련으로 레비의 ‘화염돌격’을 훔쳐 배울 수 있었고, 폭발하는 화살이라는 아이템의 효용성을 알았다. 이미 원래 목표는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승패는 끝까지 가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기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지.’

위즈는 곧 달리기를 멈춰야했다. 결승점 근처에서 놀고 있는 레비를 발견한 때문이다. 승리를 앞에 두고 딴 짓이라니,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비는 빈손을 들어 보였다. 화염돌격 스킬도 해제되어 있었다.

“그대로 달려 들어가면 승리요.”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야…다음 대결 때문이오. 대련모드에서 승리를 거두면, 현실시간으로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버프가 걸리지. 그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련에도 도움이 될 거요. 아, 물론 그 버프는 대련모드에서만 적용되오. 일반 플레이에는 소용이 없지.”

위즈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레비는 간단히 의문을 풀어주었다.

“비록 내가 양보하는 방식으로 끝나지만, 당사자인 우리들은 누가 진짜 승자인지 알고 있지 않소? 그거면 충분하오. 무엇보다 스플린터를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신나게 달려본 것도 오랜만이니 그 대가라고 생각하시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위즈가 아니다.

“승리의 보상으로 받을 버프는 어떤 겁니까?”

“민첩성+50이오. 퀵 앤 데드였다면, 데미지10%가 붙었겠지.”


<위즈님의 승리.>

<대련모드를 종료합니다.>


◇◇◇◇◇◈◇◇◇◇◇◇◈◇◇◇◇◇◇◈◇◇◇◇◇


대련을 마친 위즈와 레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사쿠라가 다가왔다.

“다음 차례는 저예요. 룬 슬레이어 해보지 않을래요?”


작가의말

또 분량 조절 실패......

내일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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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ED) +1 13.11.22 1,151 22 15쪽
2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8) +1 13.11.19 1,220 24 34쪽
2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7) +1 13.11.16 1,517 29 24쪽
2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6) 13.11.15 1,558 28 23쪽
26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5) +1 13.11.13 1,753 28 21쪽
25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4) +1 13.11.12 1,147 25 14쪽
24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3) 13.11.11 1,138 3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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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1) +1 13.11.07 2,194 36 23쪽
21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10) 13.11.06 1,142 36 18쪽
20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9) +1 13.11.05 1,535 31 22쪽
19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8) +3 13.11.02 1,116 23 20쪽
18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7) 13.11.01 1,205 32 23쪽
17 2. 제3법칙 - 작용/반작용 (6) 13.10.29 1,153 3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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