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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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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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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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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

잇페인 때문에 게임 속에서 꾸었던 꿈.

이 꿈에 따르면 편재는 이미 시오닉스의 과학자에게 끌려가 생체 부품이 된 것으로 나온다. 그랬던 것을 수년이 흐른 뒤, 어른이 된 그녀가 찾아와 구해준 것이 된다.

편재는 이 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을 반영하고 있으니 일부는 진실일 것이나, 꿈이기에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편재의 입장은 언제나 같았다.

“이건 누나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야.”

따라서 편재가 이때의 꿈에 부여한 가치는, 그녀의 정체가 밝혀진 것 외에는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정체는 중요한 단서였다.

그녀는 편재의 누나. 이름조차 말소되어 어느 곳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친누나.

쌍둥이로서 편재의 그림자로 살아갔을 테니, 비밀유지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너무도 꽁꽁 숨겨져 있어 편재를 애 먹였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편재는 그녀를 찾는 일에 아버지가 협조적이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대놓고 누나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편승은 침착하게 자신의 소매를 걷어 자신의 암릿과 아들의 암릿을 마주 댔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태도에서 편재는 솔직함이 정답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들어온 새로운 데이터에는 누나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어렸을 때의 사진들과 신장과 몸무게를 비롯한 신체 데이터와, 그녀가 생활했던 장소 역시 공개되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자신을 대신해 죽을 수도 있는 그림자는, 편재에게 있어서 여벌의 목숨과 같다.

그 여벌 목숨이 어떤 훈련을 받고, 어떤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 자료들은 단지 그녀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만을 증명해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편재는 자신이 구하려고 애쓰는 대상이 정체모를 그녀인 것보다, 이렇게 실체가 드러난 자신의 누나인 편이 더 좋았다.

“누나…….”

편재의 거친 손가락이 모니터에 떠오른 앳된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너무도 똑같이 생겼지만 그 얼굴엔 표정이 부족했다. 편재는 시오닉스 연구소에서 빠져나올 당시를 떠올려보았다.

어린 편재는 몹시 겁을 먹었고, 두려움에 몸이 굳어 있었다.

시오닉스가 생체부품 개발을 위해 자신을 데려온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자칭 그림자가, 죽인다는 소리를 입에 올리면서까지 어린 편재를 몰아붙였던 것이다.

“죽으면 몸이 굳고 썩어서 진물이 흐른다니 어쩌니 하는 식으로 겁을 주었었지. 벽에 밀어붙여 을러대던 것도 기억이 나.”

이 때문에 편재는 그녀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인다고 혼란을 일으켰다.

이후 꾸었던 악몽이 그녀에게 살해당하는 식의 전개로 흘러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젠 알 수 있다.

그녀가 위협적으로 나온 것은, 보다 편재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길 바라서였다는 것을.

만약 진짜 편재를 죽이고 싶었다면, 굳이 구하러 올 필요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날 닦달하면서도, 덤비는 자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있었지.”

용병이라는 위험한 일을 해보고 나니, 편재는 누나가 겪었을 곤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 위험이 다가오는데 구출할 대상은 뭉그적거리고, 자신들이 서있는 곳은 적의 소굴.

“그래서 누나는 거친 방법을 사용한 거야.”

이제는 그녀, 아니 누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했다. 비록 그 행동은 거칠지만 그 속에는 편재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누나가 날 동생으로서 사랑하는지 어쩐지는 모른다. 단순히 그림자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믿어. 애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고.’

편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명치 어림이 아릿해진다. 누나의 존재를 안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누나라고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리 없다. 그렇게 상각하니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강해졌다.

더 많이 알고 싶다. 더욱 더 많은 걸 알고 싶다.

편재는 사진을 뒤적거렸다. 이미 봤던 것이고 서류들의 내용도 부실하기에 편재의 욕구를 채우기엔 부족했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난 누나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어.”

의식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배은망덕이란 말로도 다 나타내지 못 할 만큼 부끄러운 일.

최근엔 꿈속에서 누나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오기까지 했다.

단 한차례였지만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게 편재로썬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잇페인 때문이야…….”

변명을 중얼거려보았으나 이미 편재는 알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 잇페인에게 받은 정신공격이 계기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원인은 아니다.

친 누나의 가죽을 뒤집어 쓴 꿈을 꾼 것은,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이다. 잇페인 때문이 아니다.

그 증거로 다른 유저들에게서는 더 이상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편재 자신에게 있었다.

“더 오션을 계속 해야 하나?”

편재는 게임기를 돌아보았다. 더 오션이란 게임이, 브림캐스터의 기술이 응용된 셸터와 융합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수도 있음은 알고 있었다. 이미 각오는 되어 있다. 하지만 각오를 한 것과 실제 일이 벌어진 것은 별개의 문제.

편재는 이해득실을 따져보려 했다. 하지만 곧 그게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누나를 구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많은 자원이, 그리고 많은 위험이 따른다. 굳이 따지면 누나를 구하지 않는 쪽이 더 이득.

하지만 편재가 누나를 구하려는 게 그런 이해관계 때문이었던가.

“그딴 건 상관없어. 동생이 누나를 구해내겠다는데 거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그렇다고 누나를 구하는 일이 다른 이들을 해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했다.

누나를 잃은 계기는 시오닉스의 생체부품 개발이다.

그렇기에 편재는 더더욱 누나를 구해내는 수단에 신경 쓰고 싶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어떻게 노력해서 누나를 구해냈는지를…….

편재는 모니터에 떠오른 누나의 사진들을 모두 닫았다.

의욕은 충천! 이제 일할 시간이었다.


◇◇◇◇◇◈◇◇◇◇◇◇◈◇◇◇◇◇◇◈◇◇◇◇◇


더 오션에 접속한 위즈는 아직 빌헬름텔이 접속하지 않은 걸 알고 간단하게 사냥을 즐기기로 했다. 레미라 수호전쟁 때 함께 결사대를 맺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냥을 몇 번 하고나니 레벨 업까지 했다. 하지만 레벨업의 기쁨도 스탯창을 확인하고 나면 서글픔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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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위즈 / 종족: 인간 / 성향: 중립 / 클래스 : 없음

LV.42 / 경 험 치 : 40900 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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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력 3500 / 3500 (초당 1 회복)

마 력 800 / 800 (초당 1 회복)

스테미너 2200 / 1200 (초당 5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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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포인트 : 0 [-80(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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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 15 [-58(강탈)]

민 첩 : 15 [-58(강탈)]

지 능 : 10 [-40(강탈)]

집중력 : 45 [-151(강탈)]

행 운 : 1 [-10(강탈)]

근 성 : 1 [-45(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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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는 썰렁한 스탯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잇페인에게 강탈당한 스탯은 모두 합해 342.

퀘스트나 전투로 얻은 공짜 스탯을 제외해도 대략 300이나 된다.

위즈 입장에서는 30레벨이 깎여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크윽 속이 쓰리다.”

원래는 [힘/민첩/지능/집중력/행운/근성]이 [10/10/10/10/1/1] 이었다. 그것을 레벨업으로 얻은 스탯 포인트를 투자해 이만큼 올려놓은 것이다. 가장 아쉬운 스탯은 역시나 집중력이었다. 집중력이 낮으니 공격이 자주 빗나갔다.

잇페인과 싸운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위즈를 괴롭히고 있었다.


◇◇◇◇◇◈◇◇◇◇◇◇◈◇◇◇◇◇◇◈◇◇◇◇◇


레미라 수호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건은 역시 총 사령관-잇페인을 잡은 것이었다.

레미라에 쳐들어온 바하르칼 병력들은 대부분이 NPC였기에 격퇴조건은 적장을 해치우는 것. 그래서 위즈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해적과 산적들을 선동해 바하르칼을 후방에서 괴롭혔으며, 빌헬름텔에게는 올코너스의 유산을 넘겨주었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잇페인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당시 화약을 가득채운 닉스의 연쇄폭발에 휘말려 잇페인이 사망할 때 위즈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는…….


<중간보스-잇페인의 그림자를 물리쳤습니다.>


즉, 그때 죽인 건 잇페인의 본체가 아니었다.

본체와 바꿔치기 된 것일 수도 있고, 아예 총사령관으로 보내진 게 ‘잇페인의 그림자’였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즈에게서 강탈해간 스탯들은 여전히 잇페인이 가지고 있었다.

본체인 잇페인을 잡지 못햇으니, 위즈의 스탯은 여전히 깡통이었다.

“후우……. RPG게임인데 스탯이 이 모양이니 참담하구나.”

사망 패널티도 아니고 스탯 자체를 빼앗는 보스라니 이런 게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캐릭터를 다시 키울 엄두는 내지 못했다. 카무플라주도 아까웠고, 카피캣을 배울 때까지 같은 삽질을 반복하는 게 두려웠다. ‘마력을 보는 눈’이나 ‘마음속의 성전’을 얻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솔직히 운이 많이 작용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전투나 다른 활동으로 손실된 스탯을 벌충하는 수밖에…….”

이미 행운과 근성 같은 스탯이 저절로 오르는 걸 경험한 위즈다. 다른 스탯도 그렇게 올릴 수 있다. 다만 힘, 민첩, 지능, 집중력 같은 스탯은 전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에 저절로 올리기가 힘이 들뿐이다. 위즈는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행동했다.

칼질을 할 때도 급소만 노리고, 끊어 치기를 했다. 집중력 스탯을 얻기 위해서이다.

레미라 섬을 한 바퀴 돌기도 했다. 패시브 스킬 ‘질주’를 발동시키기 위해서이다. 1시간가량 질주 상태를 유지하면 낮은 확률이지만 힘, 민첩, 근성 스탯을 얻을 수도 있었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그렇다면 스탯을 강탈당한 건 사실 큰 피해도 아냐. 게다가 아직 난 레벨 50도 넘기지 못했다. 스탯 손실양도 그리 크진 않아.”

그렇게 생각하자 편재는 조급함을 버릴 수 있었다.

위즈와 마찬가지로 잇페인 때문에 스탯에 손해를 본 유저들 역시 그리 개의치 않는 반응이었다. 위즈와 달리 이들은 스탯을 강탈당한 줄 몰랐다. 단순히 사망 패널티로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으며, 마도로스 社에서 각종 버프를 제공했기에 그랬다.

무엇보다도 신규 퀘스트를 우선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주어진 게 더욱 큰 요인이었다.

그 덕분에 마도로스 社를 헐뜯는 목소리는 쏙 들어가 버렸다.

잇페인 사건은 아직 게임에 국한 된 문제이며, 현실의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진 않는다.

유저들은 일단 이렇게 정의내린 듯하다.

잇페인의 데이터도 잠금 상태라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결국 잇페인을 잡을 기회는 영영 날아 가버린 거로구나.”

살짝 아쉬움을 표현한 위즈는 숲을 빠져나왔다.

현재 레미라 섬에는 2개의 던전이 개방되었는데, 원래는 마법사들이 수련용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마법사가 아닌 유저들에게는 수준이 높았다. 그렇지만 유저들은 밤새도록 열을 올리며 사냥에 열중했다. 왜냐하면 이 던전들은 이번 전쟁에 참여한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을 위한 보상으로써 1주일 동안만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경험치가 제법 짭짤하며, 귀한 아이템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잡템의 상점판매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이득인 곳이었다. 때문에 유저들은 뽕을 뽑을 생각으로 던전에 틀어박혀 있었다.

결사대들 역시 그럴 생각으로 들어온 상태다.

하지만 위즈는 그런 식의 플레이는 피곤했기에 적당히 하고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위즈는 한적한 해안과 가까운 한적한 장소에 앉았다.

“핏 스톤. 난 잇페인과 싸운 뒤 능력이 많이 떨어졌어. 마치 초보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야.”

『던전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알겠더군.』

“핏 스톤은 괜찮아?”

『내 마력의 일부가 깎였다. 하지만 그래봐야 1%도 안 된다.』

“다행이네.”

『위즈. 약해진 게 문제라면 단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도 알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억울하잖아. 누군 기를 써서 얻은 강함인데, 잇페인 그 자식은 그걸 홀랑 가져가버리고 말이야.”

『그 기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방법은 단련뿐이다. 다른 방법은 사도일 뿐이다.』

“난 그 사도라도 좋으니 쓸 수 있으면 좋겠어.”

『그렇게 갑갑하다면 비약을 사용해보는 건 어떤가?』

“비약?”

『일전에 사이테리아의 핵에서 내가 마력을 뽑아먹고 남은 게 있지 않았나?』

“봉인구? 아! 그게 비약제조의 핵심재료였다고 했지!”

300년 전 witch가 자신을 따르는 영웅들에게 지급했던 비약.

정확한 능력은 핏 스톤도 모른다. 다만 그 비약이 지급된 시기가 마족 볼가와의 싸움을 앞둔 때였다. 그러니 결코 작은 효과는 아닐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마침 이곳은 레미라니까 비약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잊고 있었는데 고마워 핏스톤.”

『하지만 비약을 만들 줄 아는 연금술사가 남아 있을는지 모르겠군.』

“지금의 레미라가 그렇게 형편없는 거야?”

『중급마법사만 참전한 게 그 증거다. 이번 전쟁에 마법사들이 참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들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상급마법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마법사의 탑이 가라앉았다잖아.”

『마스터들은 남아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마스터?”

『보통 상급마법사를 그렇게 부른다.』

“아무튼 핏스톤은 상급마법사가 보이지 않은 걸 보고, 현재 레미라에 비약을 제조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

“그거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고. 정 안되면 네 말대로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 걱정할 거 없잖아.”

위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메신저에 빌헬름텔이 접속해 있었다. 그는 보상을 받기 위해 레미라 요새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다.

- 일단 위즈님이랑 함께 들어갈까 합니다.

- 괜찮아요. 빌헬름텔님 먼저 보상 받으세요. ‘던전 공개’처럼 기간 제한이 걸려 있다면, 보상을 빨리 받을수록 이득이잖아요.

- 그럼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빌헬름텔의 경우는 ‘잇페인의 그림자’에게 가장 위력적인 공격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추가보상이 붙었다. 바로 행운 스탯이 한시적으로 +200 적용되는 버프.

이 상태에서 던전에 들어가면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생산직의 성공률 역시 상승하게 된다. 행운 스탯이 직접 올릴 수 없는 스탯임을 감안하면, 이는 파격적인 버프다. 들리는 말로는 비밀도박장 같은 곳에 들어가면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버프의 이름도 ‘재신의 가호’.

반면 위즈는 제대로 된 유효타를 넣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보상 같은 건 없었다. 분명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으로 치명상을 입혔지만, 전체 HP의 한 귀퉁이를 깎아냈을 뿐이다.

‘휴…빌헬름텔님은 좋겠네.’

부러워해봤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빌헬름텔이 사용한 스킬 ‘회귀본능’은 원래 카운터 어택을 걸어 데미지 딜링을 하는 스킬이다. 그런 스킬이 없는 이상 위즈는 추가보상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

“일단은 요새로 가자.”

레미라 수호전쟁을 지휘하던 곳이 요새였다. 당연히 유저들은 이곳에서 퀘스트를 받았다. 이건 위즈도 마찬가지. 보상을 받으려 퀘스트를 받은 곳으로 가는 건 당연했다.

천천히 요새 쪽으로 걸으며 위즈는 자신이 받을 퀘스트 보상에 대해 떠올렸다.

‘내가 받은 퀘스트는 레미라의 무명용사. 보상으로 받는 칭호는 뭐 그렇다 치고……두 번째 보상은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씀이야.’

위즈는 퀘스트 창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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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 레미라의 무명용사]

이곳은 바하르칼의 침공을 앞둔 레미라. 이 싸움에서 많은 승리와 패배가 엇갈릴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승리할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그 기쁨은 잠시뿐, 수적인 열세를 이겨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톨네스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결사대를 구성하려 합니다. 이번 레미라 침공을 지휘하기 위해, 바하르칼에서 책임자를 파견했을 것입니다. 그자를 암살하여 지휘체계를 마비시키십시오.


난이도: C++ / 레벨제한: 30.

임무: 바하르칼 측의 고위간부 암살 10명.

보상-1: 칭호-레미라의 무명용사.

보상-2: 레미라의 어밴던드 폴리스로의 통행이 가능해집니다.

[결사대에는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참여합니다.]

[이들과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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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따진다면, 위즈는 목표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일단 고위간부라고 할 수 있는 용병마법사들을 다수 해치운 데다, 잇페인을 잡는데 크게 공헌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빼앗긴 마법진을 다시 되찾은 건 다름 아닌 위즈.

‘30레벨 분량의 스탯을 잃었으니 그 반의반 분량이라도 복구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퀘스트 창을 노려보던 위즈는 점점 기대에 부풀어갔다.

두 번째 보상은 단지 어떤 장소에 갈 수 있다는 정도이지만, 만약 그 장소가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면?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비약제조 명인이나 있으면 좋겠다.’

10여분 가까이 걸어간 끝에 산자락에 우뚝 솟은 요새가 보였다. 도개교가 내려진 입구에는, 책상을 가져다 놓고 사무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저들은 그 곳에서 원하는 보상을 받고 희희낙락해서 흩어져갔다.

“흠. 확실히 요새까지 들어가서 보고하는 것보다 이렇게 입구에서 처리하는 게 편하긴 하지.”

위즈도 길게 이어진 줄에 붙어 섰다. 레미라 마법사들의 일처리가 빨랐기 때문에 5분정도 기다리자 앞에 서 있던 50명이 빠져나가고 위즈의 차례가 되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엔지라는 이름의 NPC마법사가 물었다. 위즈는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며, 결사대로 활동했다고 알려주었다. 명단을 훑어보던 NPC는 머리를 긁더니 요새를 가리켰다.

“결사대에 참가하신 분들의 보상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안에 들어가시면 안내원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위즈는 아무렇지도 않게 요새를 향했다. 하지만 속내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이미 결사대들이 어떻게 보상을 받았는지 들어서 알고 있는 위즈다. 그들은 요새 밖에서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 위즈만 요새 안쪽에서 보상을 받으라고 한다.

즉, 위즈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보상인가보다.’

안내원을 따라 들어간 위즈는 요새의 지하창고로 안내받았다.

갖가지 무기들이 걸려 있고, 상자와 나무통이 가득 찬 공간을 걸으며 위즈는 곁눈질로 그것들을 훑어보았다. 밀봉된 상자나 통은 내용물을 알 수 없으니 패스. 벽에 걸려 있는 무기들은 퀴퀴한 공기 속에서도 예기를 발하고 있었다.

위즈는 무명용사 퀘스트의 두 번째 보상, ‘레미라의 어밴던드 폴리스로의 통행이 가능해진다’는 문구를 떠올렸다. 즉, 어밴던드 폴리스라는 곳은 레미라에 있다.

‘여기가 어밴던드 폴리스인가?’

하지만 위즈는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abandoned란 버림받았다는 뜻이고, polis는 도시를 뜻하는 말 아닌가?

단지 지하창고를 그렇게 부를 이유는 없다.

‘그럼 대체 어디지?’

안내원이 걸음을 멈췄다. 창고 끝에 문이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위즈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밴던드 폴리스라는 곳으로 가는 겁니까?”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어밴던드 폴리스로 가는 입구가 이곳입니다. 다소 어지럽지만 꾹 참고 가시길 바랍니다.”

“어지럽다고요?”

안내원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이리저리 얽혀진 계단과 문이었다. 어떠한 지지대도 없이 네모지게 다듬은 돌들이 둥둥 떠서 계단을 이루고 있었다. 그 계단들은 최소한 두 갈래의 갈림길을 이루었는데, 그 끝에는 언제나 문틀만 남아있는 문이 연결되어 있었다.

안내원은 품속에서 공을 꺼내 바닥에 통통 튀겼다.

“이건 짐승의 내장으로 만든 공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지요. 이걸 저 계단에 던져보겠습니다.”

안내원이 던진 공은 통통 튀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문틀만 남은 문짝을 통과한 순간, 공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

위즈는 허둥거리며 공의 모습을 찾았다. 안내원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저기입니다.”

안내원이 가리킨 곳을 보니 과연 공이 굴러가고 있었다. 다만 공이 계단의 뒷부분, 그러니까 천장에 해당하는 부분에 달라붙어 있을 뿐이다. 위즈는 자신이 저 계단을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천장에 발바닥을 붙이고 걷는 모습을. 이거야 말로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나 마찬가지 아닌가.

“뭡니까 저게?”

“이곳은 공간이 뒤틀려 있습니다. 앞과 뒤, 그리고 위와 아래가 뒤섞여 있지요. 그러한 공간을 연결하는 게 저 문입니다.”

위즈는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만약 계단과 문을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이렇게 되지요.”

안내원은 새로 꺼낸 공을 계단이 아닌 곳에 던졌다. 삽시간에 공이 찌부러지며 갈가리 찢겨나갔다.

“……절대 벗어나지 않겠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아! 한 가지 더 주의할 게 있습니다. 빛나는 문만 이용하시길 빕니다.”

“빛나는 문이요?”

“갈래 길 끝에는 모두 문이 달려 있습니다만,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안 됩니다. 빛나는 문 이외엔 전부 뺑뺑이입니다.”

“아…함정.”

“톨네스님이 기다리시니 서두르십시오.”

“그분은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습니까?”

“톨네스님 정도의 마법사가 있을 곳이란 뻔 하지 않습니까. 마법사의 탑으로 가시면 됩니다.”

마법사의 탑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지만 위즈는 캐묻지 못했다. 안내원이 재촉하니 위즈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문으로 들어섰다.

위즈는 안내원이 알려준 대로 빛나는 문만 골라 들어섰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위즈의 몸이 뒤집혔다.

“으음…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네 이거.”

위즈는 걸음을 재촉했다.


작가의말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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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2) +3 14.06.26 697 24 30쪽
123 120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1) +2 14.06.17 1,107 20 31쪽
122 11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0) +2 14.06.14 684 18 26쪽
121 11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9) +2 14.06.09 1,604 91 28쪽
120 11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8) +2 14.06.05 976 31 23쪽
119 11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7) +2 14.05.31 1,616 96 23쪽
118 11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6) +1 14.05.30 971 22 25쪽
117 11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5) +3 14.05.29 2,019 39 31쪽
116 11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4) +2 14.05.28 1,237 32 29쪽
115 11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3) +8 14.05.27 1,911 59 30쪽
114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2) +3 14.05.26 811 23 23쪽
113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1) +2 14.05.24 1,956 40 25쪽
112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0) +4 14.05.23 1,839 33 23쪽
111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9) +3 14.05.22 1,722 44 24쪽
110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8) +5 14.05.21 1,661 60 22쪽
109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7) +4 14.05.20 2,276 40 24쪽
108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6) +5 14.05.19 1,635 50 25쪽
107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5) +6 14.05.17 1,090 32 30쪽
106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4) +2 14.05.16 1,786 33 25쪽
105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3) +2 14.05.15 2,362 130 26쪽
104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2) +2 14.05.14 1,061 23 25쪽
103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1) +2 14.05.13 930 28 25쪽
102 99화...5.혼돈을 비추는 거울 (10) +2 14.05.12 1,550 34 29쪽
101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9) +3 14.05.07 1,752 106 19쪽
100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8) * +2 14.05.03 1,529 34 34쪽
99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7) +4 14.05.01 1,137 22 25쪽
98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6) +2 14.04.29 1,004 30 23쪽
97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 +2 14.04.25 1,531 29 27쪽
96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 +1 14.04.24 1,215 22 25쪽
95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 +2 14.04.21 1,137 3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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