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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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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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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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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11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5)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25.

엔틸리움에 밤이 찾아왔다. 어둠을 틈타 하수도에서 기어 나온 쥐들이, 벌레를 잡아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졌다. 축제가 막 끝난 직후라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났기에 쥐들은 포식했다.

찍.

음식찌꺼기를 입에 문, 쥐 한 마리가 후닥닥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쥐들도 뿔뿔이 흩어져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다. 마치 식사를 방해하는 무언가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미리 피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텅 빈 골목에는 달빛만이 내리 쪼일 뿐,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찍.

쥐 한 마리가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퓩 소리가 나며 손가락 길이의 침이 날아와 박혔다. 정확히 쥐의 목덜미에. 쥐는 벌러덩 자빠져 다리를 떨어댔다. 잠시 후 쥐는 움직임을 멈췄다. 독침이었다.

누군가 골목의 정적을 깼다.

“쥐새끼를 상대로 낭비할 만큼 독이 넘쳐나나 보군.”

그 말이 끝나자마자 골목은 사람들로 들어찼다. 마치 사라졌던 물건이 뿅 하고 나타난 것처럼 갑작스러웠다.

이들은 암살자. 이제 막 은신을 푼 참이다.

“혹시나 독이 상했나 싶어서 써 본 거야.”

“어련하시겠나.”

암살자들은 각자 무기를 점검했다.

비반사 처리가 된 시커먼 단검의 끝에는 독이 한 방울씩 발려졌다. 유리가루를 먹인 실과 쇠줄은 알맞은 크기로 잘려져, 손목 보호대에 감겼다. 조금 전 쥐를 잡았던 것과 같은 독침은, 짧은 대롱에 넣어졌다. 여기까지는 은밀히 타깃의 목숨을 취하는 암살자다운 무기다.

그 다음으로 이들이 꺼낸 건, 무기점에서 아무렇게나 골라든 듯한 무기였다.

단검과 달리 비반사 처리가 전혀 안되어 있는 숏소드는, 살짝 칼집에서 벗어났을 뿐인데도 달빛을 받아 휘황찬란한 빛을 뿌렸다. 손도끼는 그나마 나았다. 원래 철 자체가 시커먼 색이라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암살자들이 쓰는 무기로 보기엔 힘들었다.

이 골목을 벗어나면, 타깃이 머무는 여관 ‘초원의 식탁’이 나온다. 여관에는 레미라에서 왔다는 중급마법사들이 11명이나 있으니, 암살자의 특기인 은신으로 몰래 잠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11명 중 누구라도 탐지를 쓰면, 은신은 깨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들은 은신을 풀고 일단 골목에 모였다. 더 이상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반 무기를 준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암살자답게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들이 암살자라고는 하나 그 수준은 하급.

반면 저쪽엔 중급마법사가 11명이나 있다.

철저히 불리한 상황이다. 유리한 점은 암살자들의 수가 많다는 정도.

암살자들은 숫자가 많다는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총 인원이 135명이나 되었으니, 굳이 숨어서 접근할 이유는 없다.

정면으로 싸움을 거는 것도 괜찮은 방법. 그것도 아니면 여관을 에워싸고 일제히 화염병을 던져, 건물 째로 태워버리는 것도 괜찮았다.

“근데 이렇게 하고도 계집이 살아남으면 어쩌지?”

“엔틸리움을 벗어날 때 노리는 방법도 있겠지. 이번 일에 네크로맨서가 동원되었다고 하니 그쪽에 맡기면 될 테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들과 따로 움직인다는 고급암살자더러 알아서 하라고 해도 되고.”

“쉿! 여관에서 누가 나온다.”

지금은 자정을 훌쩍 넘긴 야심한 밤. 모두가 잠들 시각이다.

그런데 여관을 나서는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수상하게 보인다. 게다가 한두 명이 아니다.

“하나, 둘, 셋, 넷……열 셋?”

그중 열 명은 전원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는 마법사. 그리고 두 명은 이방인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명은 어린애처럼 키가 작았다.

“타깃이다.”

암살자들은 당장 공격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결정은 자신들의 몫이다. 이건 아무렇게나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결정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

“마법사 때문에 은신도 못 쓰잖아. 그런데 확 트인 곳에서 싸웠다간, 타깃을 놓쳐버릴지도 몰라.”

누군가의 우려 섞인 말에 모든 암살자들이 공감했다.

은신만 가능했다면 몰래 포위망을 형성해 가둘 수도 있겠지만, 타깃을 지키는 마법사들이 있으니 그럴 수 없다. 이대로 우르르 몰려가봐야, 마법사들에게 몰살당할 뿐이다. 그렇다고 따로따로 보내자니 이쪽은 하급 암살자라 각개격파 당할 뿐이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암살자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그때 이들의 귀에 저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렌틸 쪽에도 사람을 보내야겠죠?”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을 있어야 할 거요.”

“그럼 치료사 길드 쪽엔 제가 가겠습니다. 약이 만들어지는 대로 연락 하겠습니다.”

레미라 마법사 한사람이 신전 방향으로 뛰어갔다. 암살자들은 치료사 길드가 신전과 대단히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타깃의 할아버지는 여기 없는 모양이군.”

“우리도 치료사 길드에 몇 명 보내야 하나?”

“그럴 필요 없지 않겠어? 손녀만 잡으면 그 렌틸이란 노인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암살자들은 그 말에 동의했다. 투입되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에 의하면, 렌틸이라는 노인은 꾸준히 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이 죽지 않으면 손녀를 대신 죽일 거라는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암살자들은 치료사 길드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치료사 길드 근처는 신전이 있다.

신전의 성기사는 까다로운 상대다.


◇◇◇◇◇◈◇◇◇◇◇◇◈◇◇◇◇◇◇◈◇◇◇◇◇


여관을 나선 12명은 야음을 틈타 엔틸리움을 빠져나가려는 게 틀림없었다. 암살자들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들이 향하는 방향에 위치한 지하수로의 존재 때문이었다.

지하수로 중에서도 식수가 흐르는 곳과 우물은, 신전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하수도의 경우는 다르다. 이곳은 더러운 것이 흐른다. 누가 해코지를 해봤자, 구정물을 건드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하수도 쪽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하다. 따로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가끔씩 순찰하는 성기사들이 둘러보는 정도였다. 그것도 입구 쪽만.

이렇게 허술하니 성기사들의 눈을 피해 드나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수도를 통해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다니……너무 뻔한 방법 아닌가?”

“분명 미리 함정을 파놨다거나,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야.”

“다들 조심하자고.”

암살자들은 혹시라도 마법사의 탐지에 걸릴까봐 너무 가까이 붙진 않았다.

하수도에 들어선 것도, 타깃이 들어간 지 3분이 지나서였다. 이런 신중함은 암살자들이 따라붙은 사실을 적들이 눈치 못 채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신중함이 지나치면 꼭 문제가 생기는 법.

암살자들은 걸음을 멈췄다.

“어느 쪽이지?”

이들의 앞에는 네 갈래의 통로가 있었다. 그 중에서 한 곳은 너무 오래 방치되어 무너져 있었고, 나머지 세 곳만 멀쩡했다. 통로에는 쇠창살이 끼워져 있었다.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아둔 것이었다.

이 세 갈래의 길 중, 하나로 타깃이 도망친 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암살자들과 이곳에서 맞닥뜨렸어야 한다.

“이봐. 어디로 간 거지?”

오른쪽 입구를 살피던 자가 덜렁거리는 창살을 쑥 뽑아냈다. 티 나지 않게 원위치 시켜놓았지만, 건드리니 너무도 쉽게 뽑혔다.

“오른쪽인가?”

“그건 아닌 것 같군.”

가운데와 왼쪽의 쇠창살도 쑥 뽑혀 나왔다. 게다가 세 곳 모두, 바닥의 이끼가 짓뭉개져 있다. 누군가 들어갔던 흔적이다.

“여기서 갈라졌군.”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교란시키는 게 목적.

“숫자도 많지 않으면서, 셋으로 나누다니……제정신이 아니군.”

이제 어느 쪽으로 갈지 선택해야만 한다. 고민하던 암살자들은 셋으로 나누어 추격하기로 했다. 어차피 셋으로 나눈다 해도 이쪽의 숫자가 훨씬 많다.

“우리들은 오른쪽으로 가겠다.”

“우린 가운데.”

“나머지는 왼쪽으로.”

암살자들의 생각대로, 이건 숫자를 쪼개기 위한 노림수였다.


◇◇◇◇◇◈◇◇◇◇◇◇◈◇◇◇◇◇◇◈◇◇◇◇◇


암살자는 밤을 노려 여관을 습격할 것이다.

위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이었다.

적의 공격을 예상하고 나니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다.

어디서 맞아 싸울 것인가.

적어도 여관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일단 이 여관은 침입을 막기엔 불리한 환경이었다. 각 방마다 채광을 위한 창문이 최소 하나씩은 있었으며, 여관에는 싸움과 무관한 사람들이 묵고 있었다.

침입루트가 너무 많은데다가, 엉뚱한 사람들이 휘말려 피해가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찌어찌 암살자들을 물리쳐도 문제는 남는다.

이 여관은 목재를 듬뿍 써서 지은 건물이다. 암살자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불이라도 지르면…….

모든 사람들은 불타는 여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차라리 이것저것 귀찮은 과정 생략하고, 그냥 불을 지르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암살자들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데 화재만큼 쉽고 깔끔한 것도 없다.

그래서 위즈 일행은 여관보다 싸움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움직이기로 했다.

여기엔 아이린의 적극적인 개입이 크게 작용했다.

아이린은 자신이 미끼가 되겠다고 하였다.

아이린은 자신이 여관을 나서지 않으면, 암살자들이 순순히 따라오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내걸었다.

지켜야할 대상을 미끼로 삼는 법은 세상에 없다며 다들 반대했다. 위즈는 카무플라주로 아이린의 모습으로 변한 자신이 미끼가 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린은 그렇게 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관에 누군가 남아야 할 테고, 암살자들은 그 점을 의심할 거라고 말했다.

아이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꾸준히 여관을 감시해왔으니, 이쪽의 인원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을 터. 암살자들을 꾀어내려면 부득이하게 아이린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렌틸에게 알리진 못했다.

아이린이 미끼가 되는 계획을 반대할 게 뻔했고, 그는 지금 약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냄새나는 하수도로 들어온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12명만으로, 얼마나 따라왔는지 모를 다수의 암살자들을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다. 끔찍한 소모전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위즈는 미리 밑 작업을 해두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지금쯤이면 세토막이 났어야 할 텐데……어때요? 위즈 오빠?”

묵묵히 땅만 보며 걷던 위즈가 히죽 웃었다.

아이린이 지금 궁금해 하는 것은, 암살자들이 속아서 병력을 셋으로 나눴느냐이다.

지금 위즈의 앞에는 세 개의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그중 두개의 화면에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암살자들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짠 것처럼 같은 문장을 내뱉었다.

속았다!

지금 위즈는 서바이벌 마스터리-‘세 갈래 운명의 길’로 생겨난 분신들을 조종 중이다.

“뒤따라 온 것 같아. 다들 당황하는데?”

위즈의 말을 듣고 모두가 유쾌해 했다.

애초부터 가운데 통로와 왼쪽 통로 쪽은, 위즈의 분신이 ‘일부러’ 흔적을 남기며 이동했다. 미끼의 역할을 위해 홀로 보내지는 역할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까지 동반한다. 위즈의 분신은 그럴 걱정이 없다. 분신 3명이 전부 죽는 게 아닌 이상, 위즈는 끄떡없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위즈의 분신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자신들이 뽑은 제비가 꽝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가운데 통로와 왼쪽 통로의 암살자들은 일제히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기서 위즈의 안배가 빛을 발휘했다.


◇◇◇◇◇◈◇◇◇◇◇◇◈◇◇◇◇◇◇◈◇◇◇◇◇


“큿!”

가운데 통로로 들어간 암살자들은, 왔던 길로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함께 들어온 동료들이 바닥에 눕혀져 있다. 죽은 건 아니다. 핏자국도 상처도 없다. 그런데 다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숨만 쉬고 있다. 암살자 하나가 누워있는 사람의 몸을 꼬집어보고는 말했다.

“마비되었다.”

쓰러진 자들은 25명. 가운데 통로에 들어온 인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 많은 인원들이 이런 꼴이 될 동안, 그 어떤 소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게 더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상대의 솜씨는 까마득할 정도로 앞서간다고 봐야 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암살자들이 얼어붙었다.

“고급암살자의 솜씨다.”

하급암살자와 고급암살자는 그 수준 차이가 까마득하다.

이 점은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암살자들은 특히나 그게 심하다. 고급 암살자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 숫자가 적기 때문이었다. 고급 암살자는 키우고 싶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다. 능력과 운 모두가 따라주지 않으면 고급 암살자는 구경도 못한다.

“제길! 이건 반칙이야!”

가운데통로에 들어온 하급암살자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

.

.

왼쪽 통로로 들어간 암살자들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들 역시 통로를 빠져나오는 것을 방해받고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 통로보다는 조금 나았다. 이쪽은 적어도 누가 공격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보인다고 나아지는 점은 없었다.

상대는 통로 끝에서 활을 쏘아댔는데, 그때마다 암살자가 하나씩 죽어나갔다. 방패로 막아도 소용없었다. 방패를 뚫고 들어가서, 반드시 몸을 꿰뚫어버린다.

“빌어먹을 샤프슈터!”

결국 죽은 사람의 방패를 겹쳐 세우고 나서야,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스무 명 가까운 암살자가 죽은 뒤였다.

화살이 다 떨어진 빌헬름텔은 왔던 길을 돌아 유유히 사라졌다.


◇◇◇◇◇◈◇◇◇◇◇◇◈◇◇◇◇◇◇◈◇◇◇◇◇


지하수로가 들썩이며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졌다.

“지금 막, 두 통로의 암살자들을 묶어놓는데 성공했어요.”

“우리 쪽으로는 얼마나 들어왔어요?”

“40명. 가운데 통로가 더 크니까 그쪽에 더 들어간 모양이야. 다들 준비해요. 곧 있으면 꼬리를 물 거예요.”

위즈가 경고하자 레미라 마법사들이 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매직스틱을 꺼내 시약을 듬뿍 먹였다. 잠시 후 암살자들이 통로를 가득 채우며 다가왔다. 어차피 마법사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이들은 처음부터 은신상태가 아니었다.

“준비!”

암살자들 무리 속에서 누가 소리쳤다. 그러자 맨 앞줄의 암살자들이 몸을 날려 바닥에 엎드렸다. 철벅 소리가 나며 구정물이 튀었지만, 엎드린 암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의 암살자들은 무릎앉아 자세를 취했다. 세 번째 줄의 암살자들을 그냥 서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같은 크기의 석궁이 들려 있었다.

지하수로는 일직선으로 이어진 통로다. 이런 곳에서 활을 쏘면 막지 않고서야 피할 도리가 없다. 그것도 3단 사격의 진형을 만들었으니, 발사된 화살의 밀집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쏴!”

일제히 발사된 쿼렐이 위즈 일행을 꿰뚫어버릴 듯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쪽에는 마법사가 있었다. 시퍼런 막에 가로막힌 퀘렐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마법사가 배리어를 교대로 쳐주었다. 통로는 다섯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 양쪽 벽이 닿을 넓이. 이런 식으로 배리어를 교대로 치는 것으로도 화살 공격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칫! 여기에 12명이 있다는 건, 다른 곳은 함정이거나 허탕이란 건가?”

“투덜거릴 시간에 쏘기나 해!”

2차, 3차 사격이 이어졌다. 암살자들이 사용하는 석궁은, 크레센토 왕국에서 군용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다. 일반 석궁에 비해 연사력이 끝내줬다.

하지만 아무리 연달아 화살을 날릴 수 있어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배리어 뒤에서 주문을 외우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매직스틱을 내뻗었다.

“프로즌 스피어! 스프레드 폼!”

응결된 공기 중의 수분이 빠르게 회전하며 기다란 막대기의 형상을 갖추었다. 그것의 회전속도는 점점 빨라져 막대기는 2미터 길이의 얼음 창으로 변했다.

“히익!”

레미라 마법사들이 쏘아낸 얼음창들이 파열하며 작고 날카로운 조각으로 바뀌었다. 통로에 맞은 얼음조각을 중심으로 서릿발 같은 냉기가 퍼져나갔다. 그것을 뒤집어썼다간 꽁꽁 얼어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일제히 방패를 꺼내들었다.

삽시간에 방패로 이루어진 벽이 생겨났다. 얼음조각들은 방패에 맞고 튕겨나가 가루가 되었을 뿐, 더 이상 냉기를 퍼뜨리지 못했다.

“방패에 마력을 불어넣어 막았군.”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 볼까?”

이번에는 마법사 네 사람이 매직스틱을 엇갈려 맞대고는 있는 힘껏 마력을 끌어냈다. 이들의 주변에 난폭한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마력의 컨트롤을 방해받는 신성왕국에서, 캐논급의 주문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레미라의 자랑스러운 중급마법사다.

스피어 주문을 사용했을 때와는 달리, 주변의 수분이 무한한 원을 그리며 한데 뭉쳤다. 그리고 그 크기를 점점 키워가며 하얀 냉기를 뿜어댔다. 얼음덩이는 하얀 냉기에 뒤덮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프로즌 캐논!”

하얀 냉기가 지나간 퀘적을 따라, 하수도의 물이 얼면서 빙판을 형성했다.

그 뒤를 매직 스피어 십 수발이 따랐다. 습기가 많은 환경이다 보니, 프로즌 캐논을 따라 얼어붙은 습기가 저절로 얼음창을 형성한 것이다.

프로즌 캐논이 방패로 만든 벽을 강타했다. 파열하지 않은 커다란 얼음덩어리는 충분히 육중했으며, 거기에 걸맞은 운동에너지까지 갖추고 있었다. 당연히 프로즌 캐논에 맞은 전열이 와르르 무너졌다. 직격으로 맞은 두 명은 그 자리에서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들은 삽시간에 심장이 멎어 사망했다.

“버스트 폼!”

레미라 마법사가 소리치자, 암살자들의 발밑을 구르던 얼음덩어리가 폭발을 일으켰다. 이번엔 5명이 얼음파편에 꿰뚫려 쓰러졌다.

레미라 마법사들은 다시 배리어를 쳐서 방어를 다지는 한편, 프로즌 캐논의 준비를 서둘렀다. 그때 암살자들 사이에서, 깃털달린 지팡이를 든 자가 일어섰다.

“고요의 바다! 발동!”

암살자는 깃털 지팡이를 얼어붙은 하수도에 박아 넣었다.


<반경 100미터에 ‘고요의 바다’가 생성됩니다.>

<마력이 술식에 깃들기를 거부합니다.>

<마력의 컨트롤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초급마법사는 주문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중급마법사는 초급수준의 주문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고급마법사는 ‘고요의 바다’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결계인가!”

레미라 마법사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가뜩이나 신성왕국의 땅이라 마력의 컨트롤이 힘든 판에, 결계까지 생성되었으니 어지간한 주문은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써 발사체 주문은 사실상 봉인된 거나 마찬가지.

매직 애로우 같은 거야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방패를 가진 자들에게 통할 리 없다.

상황을 지켜보던 위즈가 나섰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쓰기 힘들어졌으니, 이제 자신 말고는 싸울 사람이 없다.

“삼위일체!”

다른 통로로 보내놓았던 분신들이 한데 모였다. 1/3으로 줄어 있던 각종 수치들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3시간 안에 셋으로 나뉜 육체가 무사히 합쳐졌습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1>

<3분간 물리방어력×3, 마법방어력×2>


“지금 내 물리방어력이 13 이니까. 그 3배면 39로군.”

치명타로 먹고사는 암살자를 상대하면서, 방어력이 높으면 어떻고 낮으면 어쩌랴. 하지만 여기에 칭호효과까지 더해지니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칭호효과. ‘학살을 가로막는 자’가 발동 됩니다.>

<‘철벽수비’ 효과로 물리방어력에 12, 마법방어력에 0이 가산됩니다.>

<현재 물리방어력은 51입니다.>


방어력이 뻥튀기 되었다. 그래도 위즈는 안심하지 못했다. 더 오션에는 방어력을 무시하고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이 있다. 암살자들도 그런 기술 한두 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위즈는 성큼성큼 걸어 암살자들 앞으로 나섰다.

“흐압!”

진각과 촌경의 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스킬-무신장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상대를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기술이지만, 위즈는 너무도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치고 들어갔다. 당연히 암살자들은 들고 있던 방패로 공격을 흘렸다. 여기엔 방패치기의 묘용까지 실려 있었다. 사실상 방패치기에 얻어맞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위즈의 몸이 일시적으로 경직되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암살자들이 단검을 쑤셔댔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체력이 쭉쭉 빠져나갔다.

“크윽! 섀도 런!”

위즈는 서둘러 몸을 내뺐다.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위즈를 보고 암살자들이 비웃었다.

“기세 좋게 덤빌 때는 언제고, 꼬리를 만 강아지 꼴이냐?”

“무능력자는 어쩔 수 없군.”

포션으로 체력을 회복시키며 위즈는 씨익 웃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입방아만 찧어대는군.”


<‘철벽수비’ 효과가 지속된 상태에서 체력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정당방위’ 효과가 발동됩니다.>

<적대세력의 숫자에 비례하여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단, 상승폭은 기존의 스탯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기존의 스탯 [힘:16 민첩:16 지능:11 집중력:46 행운:2 근성:3]】

<10분간 적 그룹의 리더가 가진 능력치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을 카피해 보탭니다.>

<적 그룹의 리더가 가진 가장 높은 능력치는 ‘행운’입니다.>

<적 그룹의 리더가 가진 행운의 1/3에 해당하는 수치인 200의 행운이 가산됩니다.>

【변화된 스탯 [힘:31 민첩:31 지능:21 집중력:91 행운:203 근성:5]】


“누군지 몰라도 재미있는 능력을 가졌군. 럭키 가이라니?”

위즈는 휘파람을 불었다. 위즈에게 가산된 행운이 200. 그렇다면 저들의 리더는 600이나 되는 행운 스탯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행운은 치명타와 회피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

회피율은 0.05%씩 오르는 것이니, 전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치명타 확률과 치명타 배수가 상승하는 건 그렇지 않다. 잘못하면 첫 번째 공격에 그대로 뻗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보단 치명타가 많이 터지겠지. 그러고 보면 정당방위를 발동시키려고 일부러 맞아주었을 때 치명타가 터졌다면 그대로 사망했겠어. 아까 전엔 운이 좋았던 거야.’

위즈는 적극적인 공세는 자제하고, 저들을 막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누가 위험한 녀석인지는 곧 밝혀질 터.

‘일단은 고요의 바다인가 뭔가 하는 결계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위즈는 깃털달린 지팡이를 노려보았다.

저 지팡이를 꽂고 난 뒤부터 ‘고요의 바다’라는 결계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 결계 때문에 레미라 마법사들이 불리해졌다. 위즈는 지팡이가 결계의 핵이란 것을 알았다.

결계의 핵심이 되는 지팡이만 부수면, 레미라 마법사들은 예전처럼 다양한 주문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암살자들을 압도하는 건 시간문제.

하지만 지팡이를 부수는 건 힘들어 보인다.

섀도 런으로 단숨에 접근할 수는 있다.

마법사들은 라이팅을 사용하고, 암살자들은 횃불을 들고 있기에 바닥의 그림자들이 하나같이 짙다. 섀도 런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다. 문제는 지팡이 옆을 지키는 다섯 명의 암살자다.

조금 전부터 그들은 석궁도 쏘지 않았으며, 처음 나타난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저들을 떼어내지 않는 한 지팡이에는 손도 못 대볼 것이 뻔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위즈는 발밑에 단단히 얼어붙은 물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레미라 마법사들이 쏜 프로즌 캐논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 빠져나갈 곳을 잃은 냉기는, 싸움이 일어난 장소뿐 아니라 사람들의 앞뒤에 고인 물까지 얼려버렸다. 그 때문에 악취가 조금은 가신 느낌이었다. 대신 공기가 차가워져 숨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시던 위즈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지하수로에 고인 물웅덩이가 얼면서 곳곳에, 빙판이 형성되었다. 암살자들은 그런 빙판을 피해 발을 딛고 있었고, 그건 위즈도 마찬가지다. 그 말은 발을 내디딜 곳이 정해져 있다는 뜻.

위즈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싸움을 앞두고 엔틸리움의 잡화점에서 조달한 그저 그런 품질의 단검이다. 적어도 새것이니까 예전에 쓰던 단검처럼 전투 중에 부러질 염려는 없었다. 위즈한테는 그걸로 충분했다.

“고요의 바다라는 결계는 어떻게든 제가 없애볼게요. 여러분들은 방어에 집중해주세요.”

“부탁하오.”

마법사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암살자들은 홀로 덤비려는 위즈를 비웃었다.

“이젠 포기한 거냐?”

“무능력자 주제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암살자들이 뭐라 하건, 위즈는 자세를 낮추고 꽁꽁 언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스르륵 발이 미끄러지며 암살자들에게 쇄도했다. 엉거주춤 구부린 무릎 때문에, 단검이 바닥을 그으며 쇳소리를 냈다. 난생처음 얼음지치기를 하는 어린애처럼 우스꽝스럽기만 한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암살자들은 위즈를 무시하고 마법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암살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린의 목숨.

암살자들에게 있어서 싸움은 목표달성의 수단일 뿐, 싸움 자체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마법사들은 전원 배리어를 쳤다. 배리어를 부수지 않는 한 아이린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암살자들은 피어싱 대거 같은 스킬을 난사해가며 배리어를 찌르고 베었다. 그때마다 스파크가 튀며 배리어가 출렁거렸다.

“배리어만 부수면 임무완수다!”

그동안 위즈는 암살자들이 남겨둔 깃털달린 지팡이 가까이 도달했다.

지팡이를 지키는 5명의 암살자들이 위즈를 막았다. 짧고도 날카로운 검격이 위즈를 노리고 쏟아졌다. 단타 위주의 빠른 공격에서는 위즈를 죽이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계산된 휘두름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멍청히 서 있다간 몸이 걸레짝이 날 뿐이다.

위즈는 섀도 런으로 공격을 피하며, 암살자들에게 역공을 가했다.

당연하게도 암살자들은 위즈의 공격을 모조리 피했다.

그림자 속으로 숨은 뒤, 다시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섀도 런.

그러한 스킬의 특성상 공격하기 쉬운 곳은 다리다. 위즈는 집요하게 다리를 노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스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위즈는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면서 바닥을 살폈다. 그리고 다시 암살자들의 하체를 노려 공격했다. 역시나 암살자들은 위즈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버렸다. 살짝살짝 들어 올리는 발밑으로 위즈의 단검이 허무하게 바닥을 찍었다. 그때마다 바닥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그렇다고 지팡이를 직접 공격하려 하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위즈를 매섭게 몰아 붙였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서는 마법사들이 밀리고 있었다.

암살자들의 스킬을 계속 막아내다 보니, 충격량이 누적되어 배리어가 뚫리기 직전이었다.

암살자들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희희낙락했다.

“좀 제대로 맞춰보라고! 이 무능력자야!”

말끝마다 위즈를 조롱하는 암살자들. 위즈는 무기를 바꿔들었다. 단검 대신 손에 들려진 것은, 너무도 생뚱맞았다.

“망치?”

“게다가 저건 정 아냐?”

망치와 정. 무기로 쓰려면 쓸 순 있겠지만, 다수를 상대로 사용할 무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위즈는 망치와 정을 도로 집어넣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5명의 암살자들이 킬킬거렸다.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하는 거냐?”

위즈는 맨 바닥에 정을 가져다 댄 후, 힘차게 망치를 내리찍었다.

드드드드!


<공상선긋기로 베어낸 곳에 강한 충격이 가해집니다.>

<해체 성공률이 100%을 넘겨 숨겨진 추가효과가 적용됩니다. 망치와 정-붕괴.>


삽시간에 바닥이 폭삭 주저앉으며, 암살자들의 무릎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지하수로에 쌓인 토사에 박힌 지팡이에도 문제가 생겼다. 토사가 지하 깊숙이 빨려 들어가면서, 깃털달린 지팡이까지 함께 쓸려 들어간 것이다.

“지, 지팡이를 찾아!”

암살자들이 황급히 손을 내뻗어보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는 썩은 흙뿐이다.

“지팡이가 사라져버렸어…….”

암살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위즈가 원래 의도한 것은, 그냥 바닥을 붕괴시켜서 지팡이를 넘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팡이는 찾을 수 없는 땅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이게 다 칭호의 효과로 상승한 200이나 되는 행운 스탯 덕분이다.


<‘고요의 바다’가 해제됩니다.>


“이놈! 얕은 수작을!”

지팡이를 지키던 암살자들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위즈를 공격하려 했다. 그때 배리어를 뚫던 암살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갔다. 레미라 마법사들이 일제히 시퍼런 뇌전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좁은 지하수로는 습기가 많았기에, 그냥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뇌전이 사방으로 튀었다.

직격당한 암살자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꿈틀거렸다. 가까스로 몸을 빼낸 자들은 서둘러 거리를 벌리며 방패를 꺼내들었다.

위즈도 다시 일행과 합류했다.

“다들 다친 곳은 없나요?”

“괜찮소.”

배리어가 막 뚫리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위즈가 바닥을 붕괴시켜 지팡이를 어디론가 흘려보냈다. 그렇게 ‘고요의 바다’가 해제되면서, 배리어의 복원력이 되살아났다. 덕분에 반격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뇌전이 지글거리는 매직스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암살자들은, 저마다 화염병을 꺼내 발밑에 던졌다. 삽시간에 암살자들이 서 있는 곳은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설마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아이린을 해치울 생각인가?”

마법사들이 자살공격을 떠올릴 때, 위즈 혼자만 다른 것을 생각했다.

잠시 후 위즈의 생각이 맞다는 게 증명되었다.

암살자들 전원이 불속에서 춤추듯 기묘한 스탭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전혀 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화염저항이 작용하는 증거다.

오랫동안 이와 같은 스탭을 밟아왔기에 위즈는, 암살자들이 무얼 하려는 것인지를 알아차렸다.

“배리어의 복원력을 최대로 하세요! 집단공격기 같은 게 들어올 거예요!”

잠시 후, 암살자들의 발밑에서 불이 꺼지고, 시뻘건 불길의 파도가 배리어를 녹여 버릴 것처럼 쇄도해왔다.

그동안 위즈가 즐겨 써온 시너지 스킬. 코로나였다.

그것도 30여명이 동시에 쏘아 보낸, 집단 공격기 버전 코로나.

얼굴이 익어버릴 것 같은 열기를 정면으로 받으며 위즈는 이를 악물었다.

‘이놈들 전원이 화염돌격을 배웠을 줄이야!’


작가의말

연참 16일차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여서

내용을 조금 보충했습니다.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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