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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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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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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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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11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9)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29.

레미라로 되돌아가는 여정은, 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게끔 계획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동속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져, 계획보다 하루나 뒤로 쳐지게 되었다.

사람의 머릿수에 맞춰 말을 구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말은 고작 10마리였기 때문이다.

암살자들은 한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반드시 말을 한 마리씩 쓰러뜨렸다.

처음에 렌틸과 아이린이 함께 탄 말을 죽인 뒤로는, 마법사들도 이에 대비를 했다. 말을 노린 공격을 경계하여 배리어를 훨씬 넓게 퍼뜨려 방어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곧 소용없게 되었다. 암살자들이 다른 방법을 사용한 까닭이다.

달리던 말은 바닥에 뿌려진 철질려를 밟고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목뼈가 부러진 말은 그대로 즉사했다. 하지만 말에 타고 있던 마법사는 재빨리 몸을 날려 화를 면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배리어라는 주문이 가진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오고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배리어 주문은 발밑까지 보호를 못한다.

물론 마법사가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발밑까지 배리어를 확장시킨다면 보다 완벽한 방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될 경우엔 제대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배리어는 물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유형의 보호막. 그것이 발밑에 있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된다.

암살자들의 방해공작은 철질려를 뿌려두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으윽! 지독한 냄새!”

말을 쉬게 하려고 멈춰선 냇가에는 오물이 가득했다.

사람은 물론 말에게도 먹일 수 없는 물이다.

시험 삼아 물을 입에 가져다 댄 위즈는, 각종 전염병초기 증상의 경고 문구가 떠오르자 물을 도로 뱉어내버렸다.


<오염된 물을 마시면 티푸스에 걸릴 수 있습니다.>

<티푸스에 걸리면 초당 5의 스태미나가 소모되며, 평소의 회복속도는 무시됩니다.>

<티푸스에 걸리면 무기력감으로 인하여,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50%가 됩니다.>

<티푸스에 걸리면 고열로 인해 환각이 보입니다. 모든 공격의 명중률이 -80%가 됩니다.>

<티푸스에 걸리면 탈수증세로 인해 쉽게 허기가 집니다. 평소보다 3배 빠르게 포만감이 낮아집니다.>

<오염된 물을 마시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식중독에 걸리면…….>

.

.

.

“이거야말로 온갖 디버프의 종합 선물세트로군. 퇫.”

위즈는 가지고 있던 수통의 물로 입을 게워냈다. 그러자 붉게 깜박거리던 시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물조차 마시지 못하여 많이 지친 기색이다. 게다가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까지 태워야 했으니, 말들의 허리가 휠 지경이 되었다.

말의 스태미나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처럼 쭉쭉 빠져나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수시로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말들은 스태미나가 0이 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반면 암살자들은 언제라도 라이칸스로프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도 놈들이 계속 수작을 부릴 텐데,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레미라로 가는 최단거리를 포기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답답한 마음에 다른 길로 가자는 말을 꺼낸 위즈는 벙어리가 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빌헬름텔의 말이 옳다. 최단거리를 포기하는 게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위즈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길로 간다는 건, 여정이 길어진다는 것.

그리고 여정이 길어질수록 암살자들과 조우할 횟수는 늘어난다.

게다가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은, 이 길 끝에서 기다릴 레미라 마스터의 지원을 무위로 돌리는 일이다. 또한 놈들이 불렀을지도 모를 다른 패거리들이 모여들 시간까지 벌어주는 멍청한 선택이다.

다른 길로 가는 건, 확실히 손해 보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맞지만……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쩝.”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법사들도 자신들끼리 의견을 나누었다.

“미치겠군. 도움을 청하려 해도 이쪽으로는 아무도 오질 않아.”

“원래 이 길은 레미라와 가장 빠르게 오갈 수 있는 루트니까. 육지도 아닌 섬과 왕래하는 일이 흔할 리 없지.”

마법사들의 대화를 듣던 위즈의 귀가 번쩍 뜨였다.

“이 근처가 원래 인적이 드물다고요?”

“맞소. 레미라는 바다건너의 섬이고, 일반인들에겐 마법사의 성지 같은 이미지라 찾는 이도 드물지.”

“하지만 이방인들의 경우엔 마법사를 직업으로 택하고 싶어 많이들 찾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최단거리인 이 길을 많이들 이용할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소. 이 길이 최단거리라고는 하지만, 신성왕국을 거쳐 갈 경우의 이야기. 신성왕국은 1대륙의 남단에 치우쳐 있고, 레미라는 그보다는 더 북쪽에 위치해 있지. 생각해 보시오. 신성왕국을 찾은 이방인은 성직자계열의 직업을 선택한 자들. 그들이 다시 마법사가 되고자 레미라를 찾을 것 같소?”

“하긴…….”

[성직자, 전사, 모험가, 생산자, 학자.]로 설명되는 전직의 룰에 따르면, 성직자의 앞뒤에는 학자와 전사가 있다.

‘학자’와 ‘전사’는 성직자와 접점을 가지며, 조합을 통해 새로운 클래스를 획득할 수 있는 직업이다. 따라서 학자군인 마법사는 성직자 계열의 직업과 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2차 전직을 하려면 그만큼 레벨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아직 전사 직업군에 속하는 빌헬름텔마저 2차 전직을 못하고 있는데, 성직자가 2차 전직을 위해 레미라로 향할 리 없다. 성직자군 직업은 초반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반대로 레미라에서 온 마법사가 이 길을 통해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은가요?”

“우리가 향하는 곳은 항구가 아니라 작은 어촌이오. 큰 배는 들어오지 못하지. 때문에 통상적인 항로대로 운항하는 레미라의 커다란 선박들은 작은 어촌에 들를 이유가 없소. 대량으로 화물을 선적하지도 못하고, 많은 인원들이 오르내릴 수도 없으니까.”

“그럼 이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암살자들과 관련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이 근처엔 이제 대도시도 없으니, 병을 치료하려고 오는 사람도 없을 테고.”

“꼭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지. 신성왕국에 사는 사람일수도 있으니.”

“역시나 어려운 문제로군요. 차라리 화끈하게 저질러버리는 게 나을지도…….”

위즈가 주먹을 꾹 쥐며 중얼거리자, 이 제스처를 막나가자는 뜻으로 알아들은 마법사들이 위즈를 말렸다.

“설마, 주문이나 스킬을 마구 날리면서 이동하자는 건…….”

“맞소. 그런 거친 방식으로 암살자를 물리치면, 우리 레미라 마법사들이 뭐가 되겠소.”

“그럴 생각은 없어요. 만에 하나 무관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럼 어째서 우리가 움직이는 루트에 대해 물은 거요?”

“제가 마물이 우글거리는 숲속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해낸 건 알고 계시죠?”

“알고 있소.”

“그때 라이칸스로프들에게 쫓기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사람들의 냄새를 정확히 맡더군요. 일단 감지능력은 마법사만큼이나 뛰어나다고 봐야겠지요. 제 생각이 맞나요?”

“라이칸스로프의 다른 이명은 지옥의 사냥개요. 마법사의 탐지보다 정확하게 대상을 감별해내지.”

“그건 분명 다른 능력이 아니라 짐승의 후각과 청각을 이용한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생긴 건 늑대니까 타당한 추측이오. 그래서?”

“저쪽에서 짐승을 이용한다면, 이쪽에서도 짐승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짐승을? 설마 작은 강아지라도 데리고 있는 거요?”

“개보단 훨씬 나을 겁니다.”

위즈는 근처의 굵은 나뭇가지를 꺾어 잔가지를 대충 쳐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엉성한 나무 몽둥이를 들어 올린 위즈는 힘차게 바위를 내리쳤다.

따악. 따악. 따악.

바위 때리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깊숙한 숲속에서부터 우지끈하고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법사들은 긴장했다.

잠시 후 숲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의 정체는 모두를 아연하게 했다.

“이건?”

“괜찮아요. 괜찮아. 오늘 아침 엔틸리움 밖에서 ‘우연히’ 얻은 녀석이지만, 서로 구면이거든요. 어때요? 쓸 만해 보여요?”

“확실히 개보단 낫구려. 그래, 이걸 어떻게 쓸 생각이오?”

“암살자들을 기만하는데 써볼까 합니다. 이 녀석도 저만큼이나 숨바꼭질을 잘하더군요.”


◇◇◇◇◇◈◇◇◇◇◇◇◈◇◇◇◇◇◇◈◇◇◇◇◇


아무리 빠르게 달리는 명마라도, 숲속에서는 최대 속도로 달리지 못한다.

불규칙적으로 뻗어나간 나뭇가지가 머리를 후려치고, 땅바닥으로부터 살짝 뻗어나간 나무뿌리에 걸리기 때문이다. 곳곳에 바위가 놓여있는데다가 이끼마저 자라는 축축한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숲 속이라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짐승들이 있다.

거대한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라이칸스로프들이었다.

타고난 회피능력과 민첩함 덕분에, 라이칸스로프들은 어떤 장애물에도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했으며, 피하지 못할 것은 뛰어넘거나 살짝 돌아갔다. 그 모든 판단은 찰나에 이루어졌으며, 판단이 이루어진 즉시 몸뚱이가 반응했다.

빠르게 질주하며 이루어진 일련의 동작들은, 시냇물이 바위틈을 빠져나가듯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라이칸스로프의 장점은 다른 것에 있었다.

바로, 뛰어난 후각이다.

몇 차례 위즈 일행을 습격하면서 라이칸스로프들은 본능적으로 마법사라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다. 일정거리 이상 접근하면 공격받는다는 사실도 이미 확실하게 학습되어 있는 상태. 그래서 라이칸스로프들은 마법사들과 200미터 이상 떨어진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라이칸스로프들은 단 한 번도 위즈 일행을 놓치지 않았다.

달리는 중에도 뛰어난 후각으로 얻어낸 정보를 규합하여,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이칸스로프에 탄 암살자들은, 따로 추적스킬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지옥의 사냥개가 아니군.”

“확실히 편하긴 해. 네크로맨서와 함께 움직이는 게 이렇게나 좋은 조합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지만 라이칸스로프를 타고 움직이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한 것만은 아니었다.

늑대 형태의 라이칸스로프는 앞다리가 더 길었다. 그리고 개과 동물 특유의 들쑥날쑥한 뜀박질을 하니, 땅에 발이 닿을 때마다 엄청난 충격이 골반을 타고 흐른다.

이런 라이칸스로프에 올라탔으니, 말을 탈 때보다 흔들림이 심한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암살자들은 달리는 라이칸스로프 위에서 석궁을 쏘지 못했다.

이렇게 상하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리면, 쿼렐에 바람의 정령을 실어봐야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뿐이다.

“음? 이번에도 휴식인가?”

갑자기 라이칸스로프들이 발소리를 죽여 이동하자, 암살자들은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마법사들이 말에서 내린 것이다.

“너무 자주 쉬는 것 같군.”

“그만큼 살아남은 말들이 무리한다는 뜻이지. 꾸준히 말의 숫자를 줄여놓은 보람이 있군.”

“이번엔 마비독이라도 사용해볼까?”

“관두는 게 좋을 걸? 렌틸이라는 늙은이가 독에 빠삭한 치료사 출신이라니, 어지간한 독은 즉석에서 해독할 거다.”

“쳇. 가장 유용한 수단 하나가 봉인되는군.”

“너무 조바심 갖지 마라. 우리들은 중급암살자다.”

“하긴, 초짜들처럼 서두르다 실패하는 것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지.”

애초에 용병마법사와 암살자가 핵심전력인 바하르칼이다.

그런 바하르칼에서 잇달아 암살에 실패한 게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까지의 실패는 전부 노림수였다.

브롬과 여자 암살자의 페어는, 타깃인 아이린을 감시하며 정보를 모으는 것이 역할이었다. 그런 이들이 직접 암살을 시도한 이유는 방어하는 자들의 실력을 캐내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되었다. 여기서 빌헬름텔의 실력이 드러났다.

뒤이어 투입된 135명의 하급암살자들 역시 같은 목적으로 동원되었다.

혹시나 모를 변수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때는 고급암살자인 던컨과, 크레센토에서 온 사서 일행의 존재가 노출되었다.

그 다음 차례는 중급암살자들이었다. 이들은 지하수로를 나서는 아이린을 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즈 일행은 이들이 기다리는 출구가 아닌 엉뚱한 통로로 빠져나가버렸다.

전직 암살자인 던컨이 지하수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급암살자들은 헛물만 켜고 말았다.

중급암살자들은 뒤늦게 위즈 일행을 쫓았으나, 이때는 이미 투서를 통해 암살자의 존재를 안 성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중급암살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지하수로에 갇혀 있는 하급암살자들을 구해내는 게 고작이었다.

“여긴 엔틸리움과도 충분히 멀어져 있다. 성기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우리들은 천천히 녀석들을 쥐어짜기만 하면 된다.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말만 노린다.”

중급암살자들은 위즈 일행의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저격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때 중급암살자 하나가 수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중급암살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수신호의 내용은 이러했다.


‘타깃이 일행과 떨어져 숲속으로 이동. 타깃의 할아버지인 중급마법사 한사람이 동행 중.’


암살자들은 위장포를 살짝 들춰 타깃을 관찰했다. 역시나 단 둘이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내 죽은 듯이 잠만 자더니, 이제야 깨어난 모양이로군. 화장실에라도 가는 건가?”

“아무튼 무리에서 떨어진 지금이 기회다.”

중급암살자들은 아이린이 들어간 숲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그 전에 마법사 일행들에게 라이칸스로프를 보내어 이쪽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습격인가!”

“말을 지켜라!”

레미라 마법사들이 있는 힘을 다해 배리어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중급암살자들은 속으로 그 모습을 비웃었다. 정작 지켜야 할 대상은 못 지키고, 고작 말이나 지키고 있었으니 그랬다.

그동안 적당한 바위그늘을 찾아 숨어든 중급암살자들은, 아이린과 렌틸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이런! 또 습격인가!”

렌틸은 아이린을 데리고 일행에게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아이린이 휘청대며 바닥에 쓰러졌다. 렌틸은 쓰러지는 아이린을 붙들었다.

“아직도 약기운이 남아있는 것이냐?”

렌틸이 아이린의 등을 두들기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이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울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마주보던 렌틸이 아이린을 꼭 껴안았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단다. 조금만 더 힘내자꾸나.”

암살자들은 쿼렐이 장전된 석궁을 천천히 겨누었다. 은신상태가 풀릴까봐 조심스럽게 이루어진 동작 끝에 아이린의 몸과 석궁이 일직선으로 이어졌다.

투퉁! 쐐액!

활시위 대신 사용된 철사의 강력한 인장력이 쿼렐을 빠르게 밀어냈다. 8명이 동시에 발사한 쿼렐 중 3발이 아이린에게 명중했다. 나머지 쿼렐은 렌틸이 펼친 배리어에 가로막혀 우수수 떨어졌다. 암살자들은 석궁을 뒤집어 아래쪽에 장전된 나머지 한발을 마저 내쏘았다.

앞서 명중한 3발은 너무도 깊숙이 꽂혀 있었다. 보나마나 아이린은 즉사였다.

이제 남은 타깃은 렌틸뿐.

그때 레미라 마법사들이 있는 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간끌기로 투입된 라이칸스로프들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신호다.

당장이라도 레미라 마법사들이 가세하면, 암살자들은 물러서야 한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암살자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라이칸스로프 공격!”

멀찍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라이칸스로프들이 크게 도약해 떨어져 내렸다. 낙하하면서 이미 늑대인간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라이칸스로프들이 기다란 손톱을 뽑아 휘둘렀다. 체중을 실어 내리꽂는 육중한 공격에, 렌틸이 쳐놓은 배리어가 크게 출렁이며 찌부러졌다.

그것을 본 암살자들이 최후 명령을 내렸다.

“사냥개들아! 자폭공격이다!”

라이칸스로프들이 서로의 팔을 엮어 배리어를 감쌌다. 고개를 젖히며 라이칸스로프들이 길게 울었다. 늑대 특유의 길게 끄는 하울링.

라이칸스로프들의 몸이 바람을 불어넣은 고무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살가죽의 탄성을 초과하는 마물의 팽창은, 잠시 후 시커먼 어둠의 마력과 살점을 흩뿌리며 끝났다.

콰앙!

어둠의 마력이 삽시간에 보랏빛 화염을 피워냈고, 배리어는 화염에 닿자마자 힘없이 녹아내렸다. 그 무엇에도 보호받지 못한 렌틸과 아이린의 몸뚱이 역시 화염에 휩싸여 자취를 감췄다.

일찌감치 바위뒤편으로 숨어든 암살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암살자들이 몸을 피한 순간, 잠깐이나마 화염을 막아주던 바위역시 녹아내렸다.

“네크로맨서가 시체 말고도 폭발시킬 수 있는 게 있을 줄은 몰랐어.”

암살자들이 노린 회심의 일격은, 배리어로도 막기 힘든 고출력의 마력폭발이었다.

시체조차 남지 않게 가루가 되어버릴 테니, 따로 생사확인은 불필요했다. 이제부터는 레미라 마법사 일행들 속에 렌틸과 아이린의 모습이 보이는지만 관찰하면 된다.

“정말 죽었을까?”

“아까 뒤에 있던 바위도 녹여버린 공격이다. 이방인이 아닌 이상 두 번 다시 나다닐 수 없어.”

“하지만 일이 너무 잘 풀린 것 같지 않나? 이렇게 빨리 자폭공격을 할 수 있게 되다니.”

그 말을 들은 암살자들의 얼굴에 불안이 떠올랐다. 타깃들이 일행과 떨어지는 걸 바라긴 했지만, 실제 그렇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확실히 그렇군. 갑자기 단둘이 일행에서 빠져나오다니.”

이건 완전히 날 잡아 잡수시오 하는 꼴이 아닌가.

“혹시 놈들이 일부러 꾸민 함정이 아닐까?”

“일단 뒤따르면서 살펴보자.”

암살자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는 라이칸스로프에 올라탔다. 그리고 일제히 품속에서 꺼낸 천 조각을 라이칸스로프의 코에 가져다댔다. 아이린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빼온 침대보 조각이다.

냄새를 맡은 라이칸스로프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곳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레미라 마법사들이 있던 장소였다. 라이칸스로프들이 펄쩍뛰어 길 위로 내려섰다. 그리고 바닥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잔류된 냄새 때문인가?”

암살자들은 라이칸스로프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냄새가 옅다면 알아서 추적을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칸스로프들은 이내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놈들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아직 타깃인 여자아이가 살아있다는 것.

암살자들은 곧 말을 타고 달리는 렌틸과 아이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자폭시키기 전에, 라이칸스로프로 확실하게 확인했잖아?”

“설마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것인가?”

“그럴 리 없어. 한 사람의 배리어로는 절대 못 막는다고 하지 않았나?”

암살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렇다고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다.

암살할 대상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럼 다시 죽이면 될 일.

그때 암살자 하나가 헛바람을 삼켰다.

“저, 저거! 일루전이다!”

자주 쓰이지 않는 길인 탓에, 길가에 뻗은 나뭇가지들이 간간히 사람들의 머리를 스쳤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틀거나 머리를 수그려 나뭇가지를 피했다.

헌데 렌틸과 아이린은 그런 회피동작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는 렌틸의 머리를 그대로 통과했다.

지금 암살자들 앞에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낸 렌틸의 모습은 일루전이었다.

그리고 보호자인 렌틸이 없다면 아이린 역시 진짜일리 없다.

암살자 하나가 석궁을 들어올렸다. 달리는 라이칸스로프 위에서 하는 사격이라 힘들었지만, 기를 쓰며 흔들리는 타이밍을 맞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 그렇게 발사된 쿼렐은 렌틸과 아이린이 탄 말의 엉덩이에 명중했다. 아슬아슬하게 사거리를 넘겨 맞은 탓에, 깊이 박히진 않았지만, 달리던 말을 멈추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히히힝!

렌틸과 아이린을 태운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날뛰었다. 그 틈을 타 두 번째 화살이 발사되었다. 이번엔 충분히 거리를 좁힌 덕분에, 렌틸과 아이린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쿼렐은 두 사람을 꿰뚫고 지나가버렸다.

“둘 다 일루전이다!”

암살자들은 당장 라이칸스로프의 목덜미에 돋은 갈기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라이칸스로프들이 거칠게 멈춰 섰다.

“아까 그 자리로 돌아간다!”


◇◇◇◇◇◈◇◇◇◇◇◇◈◇◇◇◇◇◇◈◇◇◇◇◇


앞서 라이칸스로프들을 자폭시킨 자리로 되돌아온 암살자들은 수색을 재개했다.

라이칸스로프들은 코를 킁킁대며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럴 수가…….”

암살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라이칸스로프들의 반응을 보니 분명 타깃은 이곳에 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 다음 행적이 묘연하다. 아니, 모든 방향으로 도망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제길,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거야?”

잠시 생각하던 암살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냥 길을 따라 가는 게 좋겠다.”

“뭐?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조금 전 자폭으로 라이칸스로프를 10마리나 날려버렸어. 시간 끌려고 내보낸 놈까지 합하면 남은 라이칸스로프는 스무 마리밖에 안 돼! 그런데 이대로 길을 쭉 따라 가자고? 중급마법사들이 작정을 하고 기다리면? 아니, 놈들을 도우려고 레미라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이 합류할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정면승부를 하자는 거냐?”

“그런 뜻이 아니다. 놈들은 분명 이곳에서 무리를 이탈했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모습까지 감췄지. 하지만 결국엔 동료들과 합류하게 되어 있어. 이 많은 라이칸스로프들을 상대로 계속 몸을 숨기는 건 불가능 하니까. 그러니 길을 따라 가다보면, 놈들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어떻게 찾을 거지?”

“많은 흔적들 중에 잘 찾아보면, 아슬아슬하게 동료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게 있을 거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것만 찾아 하나씩 소거하면…….”

“타깃만 남는다는 거로군.”

“서두르자. 우리가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제길……이럴 때 네크로맨서는 뭐하고 있는 거야? 라이칸스로프를 통해 다 보고 있을 거 아냐?”

“그자는 후방지원만 하기로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여긴 신성왕국이니 함부로 네크로맨시를 썼다간, 성기사들에게 꼬리를 잡힐 테니까.”

“별 수 없군.”

암살자들은 남은 라이칸스로프들만을 데리고 길을 달렸다.

이들이 사라지고 난 뒤, 커다란 방패를 등에 짊어진 자가 나무그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라이칸스로프의 자폭으로 생겨난 구덩이를 내려다보았다. 깊이 2미터의 구덩이 주변에는 방사상으로 흙이 밀려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라이칸스로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늑대인간형태의 라이칸스로프는 2미터의 키에 근육으로 뒤덮인 마물이다. 그런 떡대가 다섯이나 폭발에 휘말렸는데도, 이곳에 그 어떤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라이칸스로프가 이럴 정도이니, 암살타깃인 렌틸과 아이린이 무언가를 남겼을 리 없다.

“시체폭발을 응용한 라이칸스로프의 자폭은, 루인 블래스터의 1/10의 출력 수준의 데미지를 입힌다. 배리어 하나만으로는 절대 못 막아.”

그만큼 라이칸스로프의 자폭은 현실세계의 폭탄테러만큼이나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남자는 폭발현장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그래, 렌틸은 분명 죽었다. 하지만…….”

남자는 폭발로 생겨난 화염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나타난, 렌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무리 레미라 마법사가 수준 높은 마법운용력을 보인다 해도, 압도적인 파괴력을 앞세운 이번 자폭에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본 것은, 분명 멀쩡한 모습의 렌틸이었다.

“그 폭발 속에서도 즉시 부활이라니…….설마 던전공략광 레비처럼 ‘거짓죽음’같은 스킬을 가진 것인가? 그게 아니면 렌틸이란 자 역시 네크로맨서라,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가?”

남자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렌틸은 그동안 그의 손녀 아이린과 함께 3년이나 감시받아왔다.

그리고 레미라의 평균적인 중급마법사의 수준보다 다소 떨어지는 마법사로 판명되었다. 그러니 네크로맨서 같은 건 아니다. 게다가 그에게 ‘거짓죽음’과 같은 스킬이 있었다면, 그걸 이용해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고 아이린과 함께 도망치는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렌틸은 그러지 못했다.

렌틸은 죽음을 피하는 기술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남자는 렌틸이 폭발 속에서 멀쩡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없던 스킬이 갑자기 생길 리 없어. 그렇다면 렌틸로 변장한 다른 누군가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리고 남자는 저들 일행 중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었다.

“W, 아니 W일 가능성이 있는 자.”

그는 이미 타깃과 함께 움직이는 자들 중에 W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얻었다. 단순히 직감만으로 내린 결론이었지만, 그것은 의외로 정확한 답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대로 손님대접을 해줘야겠지. 네크로맨서 빙글뱅글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남자, 빙글뱅글은 인상을 찌푸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타구니를 매만졌다. 시에니투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마을, 그곳의 옷가게에서 남자의 중요한 상징을 걷어차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빙글뱅글은 갑자기 여자로 둔갑한 W가 들어가 있는 탈의실을 열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잊을까보냐, W!"

이방인-빙글뱅글은 근처에 소환시켜둔 라이칸스로프를 불러들였다.

“이곳이 신성왕국만 아니었어도, 언데드 군단으로 쓸어버렸을 텐데. 고작 하급마물로 때워야 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W를 향한 분노를 앞세워 엄청난 물량의 언데드를 불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곧 빙글뱅글은 자신이 그럴 상황이 아님을 떠올렸다.

지금 그는 몸을 숨겨야 할 상황이다.

이미 엔틸리움에서 구울들을 소환했기 때문에, 이단 심문관이 따라붙은 상태다. 이단 심문관은 네크로맨서의 천적이라 불리는 무서운 존재.

한번이라도 이단 심문관과 마주치면, 그동안 받은 마왕의 가호가 끊기고, 기껏 올려놓은 네크로맨시 특성치가 초기화된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더 꼬리를 잡히면 재미없으니까. 이정도로 만족해야겠지.”

빙글뱅글은 인벤토리에서 자수정을 꺼내어 라이칸스로프의 이마에 박아 넣었다. 마법시약도 들이부었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시약에 적셔진 라이칸스로프의 이마에서 자수정이 하얗게 타올랐다. 자수정 자체에 담긴 마력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혼돈의 조각이여……내가 원하는 것은 크나큰 악몽의 덩어리. 그것을 이 눈부신 대지로 끌어올리라!”

캐스팅을 마치자 라이칸스로프의 몸에서 우드득 소리가 울리며, 그 몸이 크게 부풀었다. 하지만 자폭할 때와 같은 단순한 팽창이 아니다.

골격부터 시작하여 모든 부분이 비대해졌다. 작은 구슬만한 노란 눈동자는 주먹만 하게 변했으며, 손가락 굵기의 이빨은 바게트 빵처럼 더욱 굵어졌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덩치였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리 커도 사람이 타고 다닐 만 했으나, 3층 건물의 높이가 되어버린 지금은 아니다. 이만한 크기의 짐승이라면 걷기만 해도 흔들림이 심하다. 달리기라도 하면 두개골 안에서 뇌가 드리블을 해댈지도 모른다.

이 라이칸스로프는 진정한 의미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음껏 날뛰어 피의 갈증을 풀고,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파괴의 흔적을 남겨 주인을 흡족케 하라!”

크아아아아!

거대 라이칸스로프가 고개를 젖히며 울자,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사귀들이 파르르 떨었다.

<혼돈의 짐승이 각성하였습니다.>


작가의말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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