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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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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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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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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99화...5.혼돈을 비추는 거울 (10)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0.

곤란한 상황에 처해 아쉬운 입장에 서게 되면, 누구나 한 번씩은 입에 올리는 말이 있다.

“저기……문명인답게 말로 하시죠? 대화를 나눠보면 분명 서로가 만족할 결과가…….”

그리고 이런 말은 보통 무시되기 마련.

“잔말 말고 약초 내놔. 세알 마을을 통째 털었으니까, 약초가 넘쳐날 거 아냐.”

“저희는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죄인 렌틸의 신병을 구속할 뿐. 죄인과 나눌 대화는 없습니다.”

복면을 뒤집어 쓴 작자들이야 자기 가족 구하겠다며 약초강탈을 공모한 자들이니 말로 해서 들을 자들은 아니다. 위즈도 큰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레미라 마법사들의 경우엔 대화로 풀어갈 여지가 있다고……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명령이행을 들먹이며 죄인이라는 단어를 쓰기 전까지는.

위즈는 머리를 긁었다. 싸워서는 안 될 상대들과 맞닥뜨렸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도망칠 수도 없다. 아니, 섀도 런을 사용한다면 위즈 혼자라도 도망칠 수는 있다. 그게 의미가 없으니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의 게임 플레이가 저당 잡힌 상황에서 홀로 도주하는 것은, 애초에 위즈의 선택지에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위즈는 화염돌격 스킬을 켰다. 그러자 신발이 불꽃에 휩싸였고, 발밑의 풀이 까맣게 그슬렸다. 물기를 머금은 풀은, 가을철의 바싹 마른 풀과 달리 쉽게 타들어가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대로 계속 화기에 노출되면 결국 불이 붙게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흥! 그깟 불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 이쪽도 사람 목숨이 걸려 있단 말이다.”

“저항은 무의미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약초를 노리는 자들이나 레미라 마법사 모두 긴장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위즈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우리들이 서 있는 곳이 숲이라 하나, 엔틸리움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이곳에서 산불이 발생한다면, 성기사들이 몰려올 겁니다.”

“그게 어쨌단 말이냐!”

“……음.”

약초를 노리는 자들은 목소리를 높였으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이들의 동요가 전해질 정도였다. 레미라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신음만 흘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들이 곤란해 한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양쪽 다 무엇이 곤란한 건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위즈는 이들이 우려하는 점을 콕 집어 화제에 올렸다.

“불을 끄려고 다가온 성기사들의 눈에, 이 숲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보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끄응…….”

이번엔 약초를 노리던 자들이 입을 닫았다. 이쪽은 뭔가를 숨기고 자시고 음흉한 일을 할 위인들이 아니다보니, 쉽게 속내가 드러나고 말았다.

반면 레미라 마법사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들은 순순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인정했다.

“산불이 일어난 장소에서 얼쩡댄 사람은 방화범으로 몰리겠지요. 시기도 뒤숭숭하니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테고. 무엇보다 우리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성기사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지요. 저들은 치안공백을 어떻게든 메우려고 파견되었으니까.”

“그러니 말로 하자 이겁니다. 사정은 다들 알고 계실 거 아닙니까? 렌틸님이 딱하지도 않습니까?”

위즈는 재차 이들을 설득하려 했다. 동정심에 호소한다면 회유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서. 하지만 마법사들은 위즈가 입을 열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해버렸다.

“마스터의 명령은 지엄한 것입니다. 못 봤다면 몰라도, 발견해놓고도 모른 체 하는 건 직무유기입니다. 그런 큰 죄를 짓고 어찌 마스터의 얼굴을 뻔뻔하게 마주보겠습니까?”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나머지 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렇다면 다 같이 잡혀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위즈는 인벤토리에서 화염병까지 꺼내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곳에 불을 이용해 강력한 공격을 하려 합니다. 이 스킬 한방으로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를 해치운 이야기는 들으셨겠지요?”

“화염돌격의 시너지 스킬인 코로나를 말하는 겁니까?”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안티 바하르칼 세력에 참여한 이방인들이 알려준 정보니까요.”

“저는 불이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위력적인 코로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인 여러분들은 다르지요. 신성왕국에서는 마력의 컨트롤이 힘들어진다더군요.”

“우릴 얕잡아보고 있군요. 신성왕국에서 마법사들이 약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레미라의 마법사입니다. 무능력자에게 당해 쓰러질 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용병마법사는 약해서 무능력자에게 당했다는 뜻으로도 들리는군요?”

“두 번 설명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바로 알아들으셨습니다.”

“뭐요?”

대화를 듣고 있던 자들 중 약초를 노리는 무리가 웃었다.

“크큭……뭐라고?”

웃음의 포인트는 ‘무능력자’였다. 뭔가 대단한 실력을 감추고 있을 줄 알고 경계했지만, 레미라 마법사들이 무능력자라고 부르자마자 위즈의 존재감은 허수아비로 격하되었다.

“뭐야. 그런 년이었어? 게으름뱅이는 빠져라.”

“얼마나 멍청하면 낄 때 안 낄 때를 구분 못하고 날뛰는 거냐?”

“불 지르면 네년도 죽는다. 장난감은 놔두고 꺼져라.”

“이봐……당신들. 내가 무능력자이긴 하지만 사용할 줄 아는 스킬은 있다고. 마법사들과의 대화를 똑바로 들었다면 알 텐데?”

“공용스킬? 노멀스킬? 큭큭큭. 그런 걸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위즈는 삐딱하게 서서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약초를 노리는 자들이 위즈를 도발하고 있지만, 마법사들은 그걸 제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즈는 안중에도 없고, 렌틸만 노려보고 있었다.

“무능력자의 스킬 따위는 약해빠졌으니 일단 맞아보시겠다? 그럼 못할 줄 알고?”

위즈는 손에 들린 화염병을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복면을 쓴 남자 하나가 몸을 던졌다. 화염병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위즈가 무능력자인 건 맞지만 숲에서 화염병이 깨지면 위험한 건 사실.

하지만 위즈는 떨어지는 화염병을 발로 차올려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 뒤쪽에 투척했다. 이번에도 화염병을 받아내려고 복면을 쓴 남자가 몸을 날렸다.

위즈는 발뒤꿈치로 뒷발차기를 했다. 화염병은 공처럼 튀어 올라 위즈의 가슴어림에 왔다.

“이년! 사람을 가지고 놀아?”

헛되이 바닥에 몸을 굴린 두 명이 성이 나서 달려들었다. 위즈는 모자손을 까딱거렸다. 얼음족쇄 주문이 담긴 스크롤이 찢기며 하얀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달려들던 자들이 몸을 움츠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하지만 모자손에서 쏘아져 나간 냉기는 살얼음을 잠시 형성했다가 저 혼자 깨져버렸다. 얼음족쇄 주문이 실패한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군요. 스크롤을 찢는 아이템포켓이라니.”

레미라 마법사들은 단박에 모자손의 원리를 꿰뚫어보았다. 위즈가 가진 한계가 드러난 것과 다름없었다.

스크롤로 만들어낸 주문이, 마법사가 만들어낸 주문보다 위력이 약한 거야 당연했다. 이건 평소에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스크롤로 만든 주문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레미라 마법사들은 방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음족쇄 주문이 저 혼자 캔슬되었단 말인가?’

잠시 혼란스러웠던 위즈는 이곳이 신성왕국임을 떠올려냈다.

신성왕국에서는 마력의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그 말은 별도의 컨트롤을 하지 않고 즉시 내보내는 주문인 스크롤 타입은 거의 실패한다는 뜻과 같았다. 위즈의 추측은 이어지는 레미라 마법사의 말로 증명되었다.

“설사 고대 유적에서 최상위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가져와 사용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신성왕국에서는 모든 마력의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직접 쓰지 않는 한, 그 어떤 주문도 캔슬될 테니까요.”

“…….”

“그럼 죄인을 이리 넘겨주시지요.”

위즈는 말없이 손에 쥔 화염병을 던졌다. 화염병이 깨지며 순식간에 불이 확 피어올랐다.

이번엔 정통으로 마법사를 노렸다.

자기 발밑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보통은 당황해서 물러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마법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길이 왜곡되며 이지러지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이미 배리어를 치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계속 저항하면 봐드리지 않을 겁니다.”

레미라 마법사들이 일제히 매직스틱을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화염병으로 일으킨 불은 맥없이 푹 꺼져버렸다. 복면을 뒤집어 쓴 자들이 의기양양해져서 위즈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불도 못 지르게 되었으니 얌전히 약초를 넘겨라.”

그때 숲속에서 날아온 화살이 복면을 쓴 자 하나를 맞췄다. 화살에 맞은 자는 자지러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으으 머리에 화살이…화살이……응?”

활에 맞은 곳을 매만지는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화살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화살에는 촉이 달려있지 않았다. 촉이 달려 있어야 할 곳에는, 촉을 붙이는 작은 홈이 나 있었다. 원래 촉이 달려 있는 화살에서 촉만 떼어내고 날린 것이다.

“누구냐! 이딴 장난을 치는 놈이!”

활에 맞은 사내가 성이 나서 소리 질렀다. 그러자 다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들고 있던 조잡한 창을 노린 것이었다. 당연히 화살촉이 달려 있는 화살이다.

“저쪽이다!”

사내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연달아 화살이 날아왔다. 세 번 연속으로 날아온 화살들은 조금 전 창대에 박힌 화살과 나란히 박혔다. 그 간격이 자로 잰 듯이 일정한 것을 보고, 복면을 쓴 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상대는 창대처럼 가느다란 물체를 멀리서 쏘아 맞추는 명궁이다.

창대가 가만있었느냐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동작이 많았다. 그런데도 명중이다.

상대의 활솜씨에 감탄한 것은 레미라의 강경파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사람이 쏜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솜씨로군요.”

이미 탐지를 사용한 마법사들은 보다 정확한 위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화살 따위가 무서워 대응하려 함이 아니다. 배리어를 치고 있기에 충격량이 낮은 화살 따위는 마법사들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순수하게 상대의 실력에 감탄한 것이다.

나무가 빼곡한 숲에서는 직선사격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화살이 날아온 방향은 위쪽이었다.

곡선사격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마법사들도 잘 알고 있었다.

매직 애로우 같은 발사체 주문을 곡사로 날리면 그 위력이 떨어진다. 만약 50미터의 거리에서 곡사로 어떤 물체를 날린다면, 실제 발사체가 비행하는 거리는 그 보다 훨씬 길다. 곡선의 비행궤도를 반듯하게 펴면 50미터를 훨씬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곡선으로 날아가면서 기세마저 줄어들게 된다.

그건 화살도 마찬가지. 그런데 곡사로 발사된 화살이 나무로 된 창대를 꿰뚫었다.

어설프게 맞추기만 한 게 아니라, 화살촉이 창대를 뚫고 뒤로 빠져나와있다.

정확성만 뛰어난 게 아니라, 화살에 강한 힘이 실려 있다는 증거다.

“우리들은 레미라의 마법사입니다. 죄인을 잡기위해 온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고 가시던 길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금 상황이,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 걸로 비춰질 수 있었다. 레미라의 마법사는 그 점을 감안하고 경고한 것이었다. 하지만 숲속에서 들려온 말은 마법사의 그러한 의도를 비웃었다.

“누가 봐도 악당들이구만 오해라? 그걸 누가 믿나? 나쁜 놈이 스스로 나쁜 놈이라 할 리 없지 않나?”

“레미라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데 우리들은 악인이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렇다 치지.”

“믿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벅저벅 소리가 울리며 활을 겨눈 사람이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리 봐도 복면을 쓴 놈들은 노상강도이거늘, 그런 자들과 행동을 같이 하면서 레미라를 팔아먹다니. 내가 댁들의 얼굴을 그려다가 레미라에 가져가면,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퍽이나 좋아하겠군.”

위즈는 아처의 얼굴을 보고 반색했다. 지금쯤이면 레미라에서 레벨을 올리고 있어야 할 사람이다.

“빌헬름텔님!”

“흠…그 모습은……역시나 제 짐작이 맞았군요.”

빌헬름텔이 히죽 웃으며 포위망의 바깥쪽에 와 섰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그거야 저도 배에 함께 탔으니까요.”

위즈와 렌틸이 레미라를 떠날 때 타고 온 배는, 해적-레이스 단의 프로미넌스였다.

“프로미넌스에 탔다고요?”

“맞습니다.”

“대체 어떻게 알고서…….”

“해적들이 술에 떡이 돼서는 여기저기서 꽥꽥거리는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그도 그럴 게 해적들의 손에 들린 건 맥주였습니다.”

“맥주가 어때서요?”

“뱃사람들이 항해 중 물대신 마시는 게 맥주입니다. 그런 자들이 새삼스레 맥주에 취하겠습니까. 이거 뭔가 있다 싶었지요.”

보통 주정뱅이 곁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 주정뱅이가 해적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빌헬름텔은 그런 건 아랑곳 않고 가까이 가서 관찰한 것이다. 그리고 단서를 얻어 곧장 위즈를 쫓아온 것이었다.

“그럼 국경을 넘어서까지 계속?”

“아, 도중에 잠깐 놓치기도 했습니다. 너무 붙으면 위즈님이 알아차릴 것도 같아서 간격을 유지하다보니.”

“섬에서 레벨 업이나 하고 계시지 그러셨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맙다는 이야기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그럼 빌헬름텔. 파티에 합류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빌헬름텔은 망토를 펄럭 소리가 나게 젖혔다. 그 속에는 심지에 막 불을 붙인 주머니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앗!”

“마, 막앗!”

복면을 쓴 자들이 허겁지겁 빌헬름텔에게 달려들었다. 빌헬름텔은 아처라 근접전이 벌어지면 당연히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건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빌헬름텔은 망토를 고정시키는 버클을 열어 망토를 떼어냈다. 그리고 망토를 크게 휘둘러 사람들에게 던져버렸다. 포위망 한가운데 떨어진 망토에서 연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도, 독인가?”

“주머니에 심지가 달려 있었잖아?”

갑작스러운 일에는 모두가 당황하는 법이다. 연기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물러섰다.

그 바람에 포위망에 빈틈이 생겨났다. 위즈는 렌틸의 손을 잡고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빌헬름텔이 채팅으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 그냥 연막탄입니다. 뛰어요!

레미라 마법사들 역시 반사적으로 연기를 피해 물러섰다. 연기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건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위즈와 렌틸에게 던진 것으로 보아 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혹시 단순한 연막?”

마법사 하나가 탐지를 사용했다. 마력의 파문이 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탐지를 사용해 위즈 일행의 위치를 찾아낸 마법사가 소리 질렀다.

“숲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위즈 일행이 도망치는 방향은 엔틸리움 쪽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레미라 마법사는 물론 복면인들까지 연막 속으로 뛰어들었다.

만약 성기사에게 가서 괴한들이 습격한다고 알리기라도 하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조사를 명목으로 붙잡혀야 한다. 이것은 위즈 일행을 쫓는 자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레미라 마법사들이야 죄인체포의 명분이 있었지만, 복면을 쓴 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쪽은 약초를 노리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 만든 전력이 있다. 잡혔다간 치료비 물어주느라 허리가 휠 것이다.

잡히고 싶지 않은 건 레미라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레미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바하르칼과의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탑의 마법사들은 여전히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현재 렌틸의 처분문제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레미라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라도 하루빨리 렌틸을 잡아 단죄하고, 레미라 마법사들이 단결해야 한다. 그런데 성기사들에 잡혀 조사받게 되면, 렌틸을 끌고 가는 게 늦어진다.

즉, 레미라의 불안은 계속된다는 뜻이 된다.

위즈 일행을 뒤쫓는 레미라 마법사들에게서 파르스름한 막이 사라졌다.

다급한 나머지 배리어의 유지에 신경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됐어! 배리어는 포기하고 다른 주문을 쓴다!”

매직스틱에서 얼음족쇄며 슬로우 시드가 뿜어져 나왔다.

얼음족쇄는 스크롤로 사용했을 때보다도 훨씬 강렬한 냉기를 뿜으며 날아갔다. 냉기 덩어리가 지나간 자리마다 풀잎이 얼어 바삭거렸고, 주문에 맞은 나무는 밑동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얼음의 두께는 30센티미터나 되었다.

그에 비하면 슬로우 시드는 시각적인 효과가 떨어졌다. 작은 물방울 같은 게 퐁퐁 소리를 내며 날아갔을 뿐이다. 그것에 맞은 나뭇가지나 잎사귀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다.

레미라 마법사들이 나뭇가지를 헤치며 지나가자, 복원력을 넘어선 나뭇가지가 부러져버렸다. 부러진 나뭇가지는 곧장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허공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는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릿하게 하강 중이라 쉽게 알아볼 수 없을 뿐이다.

“캔슬.”

지나가던 레미라 마법사 하나가 매직스틱을 휘두르자 허공에 멈춰있던 나뭇가지며, 잎사귀들의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툭. 데구르르.

나뭇가지가 떨어지고, 나뭇잎이 우수수 날려갔다.

마법사들은 사라지고 복면인들만 남겨졌다.

“대, 대단하다.”

시간을 멈추고-실제로는 슬로우지만, 맞은 대상을 꽁꽁 얼리기까지.

레미라 마법사들이 사용한 주문을 본 복면인들은, 저들을 쫓아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자신들은 머릿수만 많지 렌틸이라는 마법사 하나조차 상대하지 못한다. 아처복장을 한 여자(위즈)처럼 주문이 담긴 스크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대로 따라가 봐야 들러리처럼 서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레미라 마법사들은 이들에게 경고했었다.

렌틸이라는 마법사의 행적을 알려준 것은 고맙지만, 만약 레미라 마법사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조금 전 레미라 마법사들이 사용한 마법으로 이들은 확실히 알았다. 자신들의 존재는 방해만 된다고.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필요한 약초들을 구하지 못한 사실을 떠올렸다. 사놓은 약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약이 떨어지면 가족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갈 것이다.

이들의 선택지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우리도 쫓는다.”

그렇지만 누구하나 움직이려하지 않았다.

이들도 바보는 아니다. 그냥 쫓아봐야 레미라 마법사들의 눈 밖에 날 것이고, 위즈 일행을 잡지도 못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레미라 마법사가 렌틸이란 자를 잡아갈 것이고, 그때 덩그러니 남겨진 약초를 취하는 게 낫다는 것쯤은 ‘머리’로 알고 있다.

복면을 쓴 자들은 패배감에 몸을 떨었다. 승냥이처럼 몰려다니며 다른 사람의 약초를 힘으로 빼앗는 것도 창피한 일인데,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들의 무력함이 이렇게나 뼈저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거요?”

복면인 하나가 자신의 복면을 벗었다. 염소수염을 한 얍삽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품속에서 구불거리는 단검을 꺼냈다. 흔히 제물을 바칠 때 사용하는 의식용 단검-크리스였다.

“혹시 몰라서 준비한 게 있소.”


◇◇◇◇◇◈◇◇◇◇◇◇◈◇◇◇◇◇◇◈◇◇◇◇◇


자신을 에드라고 소개한 염소수염의 사내는 ‘네스티스’라는 사이비 교단의 사제였다.

처음 이 사내의 정체를 알았을 때, 약초를 털기로 한 자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렸다.

감히 신성왕국에서 사이비 교단의 인물이 돌아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신성왕국에서는 어지간한 종교는 눈감아주었지만, 일단 사이비로 낙인찍힌 교단은 절대 가만 두지 않았다. 혹세무민했다는 이유로 성기사를 보내 쓸어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이비 교단의 인물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자들은 가혹하게 조사를 받았다. 이건 여러 왕국과 이미 사전 협약이 되어 있는 사항이었다.

그렇기에 약초를 빼앗기로 공모한 자들은, 에드라는 사내를 제외시키려 했다.

괜히 연관되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비 사제-에드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자신도 약초가 없으면 곤란한 입장이라며 매달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패거리에 끼워주었다. 신분을 들키면 죽을지도 모르는 신성왕국에 에드가 들어온 이유는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원래 에드는 사이비 교단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저 강에서 그물을 치고 물고기나 잡는, 평범한 생활을 하던 어부였다. 그러다 그의 한쪽 눈에 이상이 생겼다. 하얗게 백태가 껴서 거의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빛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이성을 잃었다.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먹어보고, 이런저런 미신에 따라 주술사도 찾아가보았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는 사이비 교단의 사제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의 병은 고쳐지질 않았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신성왕국 바하에 왔다.

에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민가에서 훔쳐온 어린 염소 한 마리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두려운 건 에드 역시 마찬가지다.

물고기의 내장 손질정도는 해보았지만, 이렇게 큰 짐승을 직접 잡아 죽여본적은 없다. 어린 염소의 새카만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니 더더욱 손이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부터 그가 하려는 것은 제물을 바쳐, 마계에서 마물 하나를 소환하려는 것이었다. 그 마물은 소환자가 알려준 대상에게 날아가, 발을 묶을 수 있었다.

신성왕국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당장 잡혀가고도 남는다.

엔틸리움과 가까운데다가 근처에 성기사까지 와있으니 이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마물의 크기는 참새만큼 작은 것이었고, 마물소환의 패널티는 어린 염소가 감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에 쥔 의식용 크리스 역시, 마물을 소환한 뒤 왕수를 부어 녹이면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미, 미안하다. 염소야.”

에드는 눈을 질끈 감고 어린 염소의 목을 갈랐다.


◇◇◇◇◇◈◇◇◇◇◇◇◈◇◇◇◇◇◇◈◇◇◇◇◇


위즈 일행은 숲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도망치려고 하는 방향. 그러니까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칙칙한 마력이 솟았기 때문이다. 마력을 보는 눈을 사용 중이었던 위즈의 눈에는 그 것이 칙칙하다는 정도로도 표현 못할 새카만 어둠으로 보였다.

“렌틸, 대체 저건 뭡니까?”

“살아생전 저걸 볼 줄이야…….”

“느낌이 좋진 않군요.”

빌헬름텔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저 앞쪽에서 메마른 바람이 불며 귀신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기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사삭.

뒤쪽에서 풀 밟히는 소리가 울리며 레미라 마법사들이 멈춰 섰다. 그들 역시 전방의 심상치 않은 마력을 감지했다.

“당신들이 한 짓입니까?”

“난 댁들이 한 건 줄 알았는데요?”

양측 모두 관련 없음을 확인한 두 세력은 다시 마력의 근원을 노려보았다.

새카만 어둠 한가운데에서 참새만한 그림자 하나가 푸드득거리며 날아올랐다. 그 비행궤적을 따라 손바닥만 한 동그라미가 무수히 뿌려졌다. 그 동그라미들은 잔잔한 호수에 생겨난 파문처럼 삽시간에 확장되었다.

“앗!”

마법사고 아니고 간에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확장된 동그라미 속에는 구부러진 열두 개의 꼭짓점을 가진 별모양이 자리했다. 바람개비를 여러 개 겹친 것 같은 모양이었다.

“마법진?”

갑작스럽게 전개된 마법진에서는 보랏빛 전광이 흘렀다. 그 한가운데에서 불온한 문자 하나가 떠올랐다. 사람의 눈동자를 닮은 글자였다. 다른 동그라미들도 마법진으로 변해갔다.

위즈는 뭔가 사달이 난 것임을 깨달았다.

며칠 전 레미라 수호전쟁을 위해 그랄누타이와 함께 레미라를 향했을 때, 잇페인의 배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격침시켜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잇페인은 같은 편인 용병마법사들을 제물로 바쳐,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가라앉는 중이던 배를 통째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랄누타이는 그렇게 빨리 마법진을 전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이후 레미라에서 다시 만난 잇페인은 위즈를 애먹였다.

‘이 마법진을 그린 자는 잇페인보다 강한 존재인가?’

지금 눈앞에 나타난 마법진은, 잇페인이 홀로 만들어낸 것보다는 훨씬 작았다.

하지만 많은 마법진이 동시에 전개되었으니, 그 난이도가 잇페인 때보다 떨어질 리 없다.

‘정체불명의 실력자가 이곳에서 거창한 일을 벌이려 하고 있다. 대체 누가?’

위즈는 시커먼 마력의 어둠 속에서 튀어나간 참새 같은 그림자를 떠올렸다.

마법진이 전개된 지금은 그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위즈는 왠지 그 작은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위즈가 작은 그림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동안,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매직스틱을 집어넣고는 스태프로 바꿔들었다.

“지금 렌틸 따위를 잡을 때가 아니다!”

렌틸 역시 수중의 매직스틱을 집어넣고 스태프로 바꿔 쥐었다. 그리고 레미라 마법사들에게 합류했다. 레미라 마법사들은 한발자국씩 움직여 렌틸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렌틸을 비롯한 레미라 마법사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마주섰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스태프를 내밀었다. 생긴 건 제각각인 스태프였지만, 그것이 한데 뒤얽히자 접점에서 새하얀 방전이 일어났다.

“난데없이 마력을 공명시켜?”

위즈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눈만 끔벅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쫒고 쫓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이좋게 모여서는 집단공격기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레미라 마법사, 11인! 마계와 연결된 디멘션 게이트 - type D를 파괴합니다!”

그 말을 들은 빌헬름텔이 위즈의 손을 끌고 마법사들의 뒤로 후닥닥 피했다.

“저게 무슨 소리랍니까?”

“디멘션 게이트라는 건, 말 그대로 차원과 차원을 잇는 관문입니다. 지금 건 마계와 연결되어 있어요.”

공통된 적을 앞에 두고 서로 다투다 공멸할 수는 없는 법.

렌틸과 레미라 마법사들이 갑자기 힘을 합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럼 마물들이 튀어나오는 겁니까?”

“마물이 아니라 마족, 그것도 상위마족이 튀어나올 겁니다. 저 마법진 내부에 그려진 열두 개의 꼭짓점을 가진 별 문장이 보입니까?”

“아……옆으로 한차례 꺾어진 거요?”

“꼭짓점 숫자 여섯 개부터는 중급마족이, 열두 개부터는 상위마족이 나옵니다. 마왕 아래의 부대장 급이 나올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들은 위즈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이곳은 신성왕국이다.

마족이고 마왕이고 간에 소환되었다간 그대로 다구리 맞고 죽을 수도 있는 사지다. 게다가 바로 지척에 성기사가 100명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일까.

“그게 그렇지만도 않아요. 상위마족은 성기사 수백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평수를 이뤄요. 덩치도 무지 크고요.”

그제서야 위즈는 눈앞에 떠오른 마법진들이 다시 직사각형을 그리며 재배열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직사각형의 크기는 무척이나 컸다. 언뜻 봐도 엔틸리움의 성벽을 훌쩍 뛰어넘는 높이다.

‘얼마나 덩치가 크기에 문이 저렇게 커?’

위즈는 덩치만 큰 건지, 아니면 덩치에 걸맞게 강하기까지 하는지 궁금했다. 일단 비교대상이 필요했기에 위즈는 빌헬름텔에게 물어보았다.

과거 대 유행했던 ‘이든키퍼’라는 게임을 해보았느냐고.

“당연히 해봤지요.”

“이든 키퍼의 마왕이랑 비교해보면, 저 문에서 나올 녀석은 어떤가요?”

빌헬름텔은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그 게임의 마왕 10마리는 합쳐놓은 수준이, 더 오션의 상급 마족입니다. 일단 피통이 10만대를 넘어가거든요.”

“그럼 방어력도?”

“방어력은 700대 정도는 됩니다. 게다가 방어구까지 착용하면…….”

“현재 최고레벨의 유저가 달려들어도 공격이 안 먹히겠군요.”

“네. 적어도 누적 레벨 100이상, 그것도 2차 전직은 해야 싸울 ‘자격’이 겨우 갖추어집니다.”

“우리들의 힘으로는 싸울 수 없다는 거로군요.”


작가의말

네...

또 연참을 시작합니다.

이번엔 순위권 그런 거 욕심 안 부리렵니다.

어차피 지방에 사니까... 냉면 모임에 나가기 힘들거고......

이 글은 리메이크라 초록줄도 못 달 테니까요.


그저 하루하루 연참하면서 분량 쌓는 것에만 신경 쓰겠습니다.


1차 목표는 역시나 1주일 버티기 입니다.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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