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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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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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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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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6)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6.

신성왕국 바하에 열린 디멘션 게이트는 닫혔고, 중급마족인 이블 고트 역시 마계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신성왕국은 크게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우리 바하의 국명 앞에 붙는 수식어가 신성왕국입니다. 사악한 것들과는 완전한 대척점이 우리들입니다. 그런 우리 바하에 중급 마족이 소환되었습니다. 그 사악한 존재가 말입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각 교단의 교황급 인사들이 얼굴을 굳혔다. 그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은 이미 일어났다. 그 때문에 다들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신성왕국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마족이, 엔틸리움이란 대도시 앞에 소환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도 고전적인 방법인 제물을 바쳐…….”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구려.”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그래, 피해는 어떻소? 듣자하니 나타난 중급 마족이 이블 고트라던데.”

“그 정도 수준이면 엔틸리움의 절반은 날아갔다고 봐야겠지요.”

라이칸스로프는 하급마물임에도 특유의 민첩성과 회피력 때문에, 중급마물만큼이나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마찬가지로 중급 마족이면서도 상급 마족에 버금가는 무력을 지닌 존재가 이블 고트다.

이블 고트는 상급 마물을 이끄는 사령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 특수능력도 부하를 불러내는 것이다.

즉, 이블 고트가 소환되었다는 건, 마물의 군단이 사은품으로 함께 딸려온다는 뜻과 같았다. 이블 고트의 무서움은 그뿐이 아니다. 그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물리공격 역시 위력적이다. 특히나 염소몸뚱이에 달린 다리를 일제히 굴러 일으키는 지진은, 아무리 단단한 성곽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

“후우…… 이를 어찌할꼬.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다들 잘못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엔틸리움에서 온 신관이 입을 열었다. 이 회의에 참여할 지위는 아니지만, 참고인으로서 소환된 사람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엔틸리움이 모조리 날아간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엔틸리움은 무사합니다.”

“무사하다? 설마 피해가 전무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엔틸리움의 백성들과, 바하를 찾은 환자들도 모두 무사합니다.”

“그래.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면 그걸로 된 것. 건물이야 또 세우면 되는 것이니.”

“그렇지요. 말씀 잘하셨습니다.”

신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도시도 무사합니다.”

그 말을 들은 교황들은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도 도시도 무사하다고?”

교황들이 중얼거렸다. ‘우리 성기사들이 그렇게 강했나?’라고.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지?”

신관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일단 디멘션 게이트의 출현을 눈치 챈 성기사들이 사람들을 엔틸리움에 대피 시킨 것부터. 교황들은 당연히 그랬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디바인 웨폰을 사용해 성역을 전개시킨 것까지 들은 교황들이 무릎을 쳤다.

“그렇군! 성역에서 성기사들이 집단공격기를 사용해 물리친 거로군! 아무리 중급마족이라 해도 바하의 땅에서 펼쳐진 성역의 힘을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놈이 약화되었을 때 먹인 집단 성기사 100명의 집단공격기라면 가능성이 있겠어!”

신관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성기사들은 집단공격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뭐어? 설마 100명이 못되었던 건가?”

“그건 아닙니다. 성기사들은 정확히 100명이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지?”

“누군가 다크 룬 스펠로 성기사들의 능력을 저하시켰습니다.”

“그건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금지된 기술 아니더냐? 지난 100년 동안 사용된 적이 없었거늘. 진짜 다크 룬 스펠이 맞더냐?”

“체포된 이블 고트의 소환자는 분명히 다크 룬 스펠을 사용했습니다. 이걸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성기사들의 진술서입니다.”

신관이 넘겨준 필사본을 받은 교황들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후 교황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말이 맞군.”

“틀림없는 다크 룬이야.”

성기사들의 진술서를 읽은 교황들은 더욱 궁금증이 커졌다. 아무리 봐도 엔틸리움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 교황들이 있었어도 이건 마찬가지다. 디버프를 받아 능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면, 힘이 반 이상 깎인다. 그런 상황에서 중급 마족을 상대로, 그것도 이블 고트와 싸울 수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엔틸리움은 물론, 사람들도 무사하단다.

성질 급한 교황 하나가 물었다.

“설마 기적이라도 일어났단 말인가?”

“짧게 요약하면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신관은 디멘션 게이트가 나타났을 때, 마물이 우글거리는 숲에 뛰어든 이방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 이방인은 고립된 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 그리고 보란 듯이 살아서 세 사람과 귀환했다.

“그뿐이 아닙니다.”

엔틸리움을 지척에 두었을 때, 중급마족의 일부가 디멘션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때 이방인은 중급마족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라고? 설마 그 이방인이 소환자였던 것인가?”

“아닙니다. 소환자는 따로 존재합니다. 그 이방인은 우연히 휘말렸을 뿐입니다.”

그들이 나눈 대화가 어떤 내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방인은 그 건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성벽까지 다가온 중급마족과 나눈 대화로 미루어 볼 때,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일단 그 이방인이 뒤가 구리다는 건 제쳐두지. 그 이방인이 엔틸리움이 무사한 일과 관련이 있나?”

“네. 놀랍게도 이방인과 대화를 나눈 중급마족은, 엔틸리움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공격을 하긴 했지만, 그걸 공격이라고 불러야 할지…….”

“대관절 어떤 피해를 입었기에 그러는가?”

“성벽에 세워진 햇빛 차단막이 한 개 파괴되었습니다.”

“햇빛 차단막? 성벽에 그런 구조물도 있었나?”

교황들은 생소한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이 알기엔 성벽에 그런 시설은 없었다.

“말 그대로 따가운 햇볕을 가리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물은 원래는 없던 것입니다. 제가 말한 이방인이 사비를 들여 세워둔 것이지요.”

“이방인이 왜 그런 일을?”

“중급마족이 맺은 계약에는 중대한 허점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도시를 파괴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대체 그 계약이 뭐가 문제지?”

“도시를 어느 정도나 파괴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성벽의 한 귀퉁이만 날려버려도, 계약의 완료라고 우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교황들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계약의 내용이 허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될 이유는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천성이 사악한 마족이 성벽의 일부만 날리고 그만둘 리 없지 않나?”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뭣이?”

“중급마족은 혓바닥을 휘둘러서, 햇빛 차단막을 하나 박살냈습니다. 그리고는 계약이 완료되었다면서 마계로 돌아갔습니다.”

“그게 끝인가?”

“끝입니다.”

“졸개들을 풀었다거나, 아니면 발을 굴러 지진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성벽에 세워진 부속물 하나 부수고 그냥 가버렸다고?”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었는지 뒤늦게 소환자가 나타나 따졌지만, 이블 고트는 오히려 소환자를 조롱하며 마계로 돌아갔습니다. ‘볼 일 있으면 댁이 마계로 오쇼.’ 이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교황들은 어이가 없어 얼굴을 마주보았다.

“마족이 파괴의 본능을 억눌렀다?”

“거기다가 소환자를 조롱해?”

마족과 싸우는 건 예전부터 해온 일이니 그렇다 쳐도, 말로 꼬드겨 돌아가게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 얼마나 말 빨이 좋으면, 마족을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교황들은 한동안 얼굴을 맞대고 수군거렸다.

신성왕국은 교국으로써 덕을 베풀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세워진 국가다. 또한 사악한 존재를 응징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단체다.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무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사악한 존재를 말로써 물리친 이방인이 나타났다.

교황들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그 이방인을 신성왕국이 품을 수 있다면……교국으로써의 위상을 높이는 건 물론이요, 무력에만 의존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황 한사람이 물었다.

“그 이방인은 어디에서 나타났는가?”

이방인들은 보통 처음 출현한 곳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기 마련이었다. 본격적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는 드무니, 회유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여겼다.

“이방인의 이름은 위즈. 크레센토 왕국에서 발급한 통행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인재들은 죄다 크레센토 차지로구먼.”

“그게……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신관은 헛기침을 했다.

“이방인 위즈는 무능력자입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아무직업도 없다고? 그게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일단 활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처로 추측했지만, 실제 활을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키가 작고 뚱뚱한 모습의 교황이 보고서를 넘기며 질문했다.

“여길 보면 햇빛 차단막 설치 문제로 신전의 행정청에 들렀을 때, 레미라 마법사의 제자라고 밝혔다고 나와 있네만?”

“레미라 마법사에게 확인한 결과 마법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 역시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허……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습니다.”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가 아닌 이상 유저들은 직업을 선택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선택한 직업에 맞춰 퀘스트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물론 직업에 관련 없는 퀘스트도 존재하지만, 그런 걸 찾기는 힘들었다. 이는 더 오션의 주민인 NPC들이 가진 사고방식 때문이다.

레벨이 10을 넘기도록 직업을 가지지 못한 자들은, 그 능력이 보잘 것 없는 반푼이 취급을 했다. NPC들은 얼마나 게으르면 변변한 직업도 구하지 못했겠느냐고 무시했다. 그러한 생각이 반영된 표현이 바로 ‘무능력자’다.

무능력자는 게으름뱅이이며, 어딘가 모자란 이방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건 교황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잉! 무능력자라니. 마족을 설득한 건 역시 번지르르한 혓바닥 때문이었나.”

“그런 놈을 받아들였다간, 성기사들과 성직자들이 반발할 거요.”

“맞소. 굉장한 일을 한 거임에는 틀림없지만, 문제가 있는 인물을 신성왕국의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건 득보다 실이 많소. 어휴 게으름이 옮을까 걱정이군.”

같은 시각 다른 왕국들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들 역시 위즈가 가진 협상능력을 외교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자국민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무능력자란 이야기를 듣자마자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무능력자는 무시 받는 존재였다.

오직 크레센토 왕국에서만 다른 반응을 보였다.

“허허. 대단하군. 이방인 위즈. 말 몇 마디로 마족을 물리치다니.”

크레센토의 국왕, 아론 베스퍼셰일 미노클은 왕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치며 크게 웃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중요한 역할이었지요.”

막내 왕자의 말을 들은 국왕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 것 치고는 그 이름을 듣기가 어렵군. 널리 알려지진 않아도 관계자들을 통해 그 이름이 흘러나올 법도 한데.”

“이방인 위즈는 마법을 쓰지 않고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진상을 알고 있는 우리가, 굳이 떠벌일 필요는 없겠지.”

크레센토에서는 자국의 땅을 먼저 밟은 이방인의 무용담을 널리고 싶어 했지만, 위즈가 바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입을 다물었다.

신성왕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이러한 크레센토의 반응을 보고 생각했다.

역시나 무능력자. 창피해서라도 모르는 척,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


마족의 신성왕국 침공 이후, 모든 왕국에서 공통적으로 취해진 조치가 있었다.

바로 국경의 출입검문을 강화한 것이다.

이번 일은 문단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특히 마족 소환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 자들 대부분이, 사이비 교단 사람인 게 밝혀지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자국을 방문하는 자들을 걸러낼 필요성이 커졌다.

타 왕국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일진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성왕국이라고 가만있진 않았다.

“통행증의 진위를 가릴 때까지는 대기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병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느슨하게 행해졌던 국경검문 수속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반발은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안전을 보장받을 방법이라는 걸 모든 사람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족이 또 나타나면 안 되지.”

“맞아. 이상한 어중이떠중이들 때문에 죽는 건 싫으니까.”

게다가 검문이 강화된 것이지, 병의 치료차 바하를 방문하는 게 금지 된 것은 아니다.

신성왕국 바하 측에서도 기존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치료목적으로 신성왕국을 방문한, 그리고 앞으로도 방문할 사람들은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대신 신성왕국에는 성기사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전체적으로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성왕국에서는 경험 많은 전직 성기사들을 모아 별도의 군을 편성했다. 현직 성기사 수의 절반이나 되는 병력이, 100명씩 나누어져 대도시에 분산되었다.

사실상 병력이 증강되었지만, 주변 국가들은 그 점을 트집 잡진 않았다.

마족이 안방에서 분탕질 칠 뻔한 위기를 겪은 바하다.

신성왕국이라는 이름에 자존심에 흠집이 났으니, 이를 만회하는 것은 스스로 할 일.

그런데도 병력증강을 트집 잡으면, 이건 사실상 내정간섭이었다. 마족의 침공에 병력을 빌려줄게 아니라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렇게 대륙의 모든 나라들은 알게 모르게 자국의 군사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마족에 의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적국의 세력이 마법을 이용해 전송된 사태는 각 왕국의 경계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마족의 출현을 획책한 세력이 바하르칼이라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았다.

유저들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반응을, NPC들은 ‘또 너희들이냐.’ 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바하르칼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면서, 증거가 날조된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

“우리들은 신성왕국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건 모함이야!”

“전쟁에서 패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신성왕국을 건드린단 말이냐!”

“맞다! 실제 전쟁을 하려고 상륙한 인원이 있는가! 의뢰를 수행하는 400~500명의 인원으로 뭘 어쩐단 말이냐!”

바하르칼의 주장대로 의뢰를 수행하는 인원은 평소보다 줄어들어서, 대륙에 퍼져 있는 바하르칼 용병을 박박 긁어모아도 40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 대부분은 신성왕국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의 본질은, 전쟁이 아니라 마족의 소환이다.

숫자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바하르칼 용병이 신성왕국 근처에 있었는가?

있었다. 그것도 중급마족 소환의 제물로 죽어간 광신도와 접촉했다.

바하르칼 용병들은 사이비 교단의 광신도를 쫒아, 납치된 무리들을 구해내는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광신도를 몰아붙여 신성왕국으로 밀어 넣은 모양새가 되었다.

이 때문에 바하르칼은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마족을 소환한 남자의 손가락에 해골반지가 끼워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하르칼은 그야말로 콩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그리고 이날 저녁.

양대 팬 사이트인 ‘마린블루’와 ‘솔티워터’는 사실상 바하르칼의 공개처형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바하르칼 용병을 고른 유저들이 게시물을 올려 자신들의 무고함을 논리적으로 따졌지만, 유저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윤리와나 : 꺼져라! 바하르칼!

└ 뒹굴보노 : 그렇게 전쟁이 좋으면, 음모는 그만 꾸미고 세상을 상대로 싸워라!


하지만 유저보다 화가 난 쪽은 역시 신성왕국 바하였다.

레미라의 경우엔 적어도 선전포고라도 하고 침략했지만, 자신들에게는 그런 절차도 없었다. 대비를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침입을 받았으며, 그 방식도 마족의 소환.

신성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바하로서는 이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 암살자코난 : 신성왕국에서 진상조사단까지 만들어 사건을 재조사 하고 있다더라.

└ 강너머그분 : 외교단이 이미 바하르칼로 가는 배를 탔다던데?

└ 인생은실전 : 그게 문제가 아냐. 이번에 전직 성기사를 소집한 이유가, 현역 성기사 5천명을 원정 보내기 위해서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지.


성기사 5천이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바하르칼.

레미라 침공을 패전으로 장식한 바하르칼로서는 잇따른 전쟁을 반길 리 없다.

질 것 같아서가 아니다. 5천의 병력이라면, 바하르칼에서도 막을 수는 있다.

막기만 하고 몰아내질 못하니 문제일 뿐.

신성왕국 바하가 바하르칼로 보내는 병력은 5천. 추가병력은 없다.

반면 자국에서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에, 바하르칼은 끊임없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연히 5천의 성기사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바하르칼이 이기는 것도 아니다.

성기사의 별명인 성바퀴라는 명칭을 생각하면, 성기사를 상대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신성력을 이용한 온갖 축복을 몸에 휘감고, 다치면 뒤로 빠졌다가 알아서 치료하고 다시 전선에 복귀한다. 이게 반복되면 전선은 장기간 고착화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바하르칼은 이 때문에 막대한 군자금을 까먹게 된다.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강제로 걸어 상대를 좀먹는 건, 이따금씩 국경 분쟁에서 성기사들이 보여준 전법이었다. 이때는 그냥 100~200명 정도가 동원되었다.

그걸 5천이나 되는 병력으로 시도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마른다.

그렇지 않아도 레미라 침공의 패전 때문에, 전쟁 배상금을 문 직후다.

더 이상 피해를 입으면, 바하르칼은 재정문제로 허덕이게 될 것이다.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 바하르칼은 신성왕국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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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르칼 용병단은 이번 일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려합니다.]

신성왕국 한가운데에서 중급 마족의 일종인 이블 고트가 소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전해들은 바하르칼 용병들 역시 크게 놀랐습니다. 중급 마족의 출현은 300년 전의 항마전쟁 이후,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일을 벌인 자들이, 사이비 교단의 인물이라 하니 놀라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너무도 고전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바로 제물을 바쳐 마계와 연결된 디멘션 게이트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엔 저희들의 책임이 없다고 하지 못하겠습니다.

저희 바하르칼 용병단은, 사이비 교단에서 사람을 납치해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 이들을 퇴치하는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퇴로를 차단하는 일을 소홀히 한 탓에, 궁지에 몰린 광신도들이 대거 신성왕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감히 신성왕국에서 마물을 소환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저 ‘스컬그레일’은 책임을 통감하며, 이후 대륙의 사이비 교단 척결에 앞장서겠습니다.

직접 친위대를 이끌고 속죄의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려합니다.

제 후임 단장은 현명하며 선량한 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후 저의 행보를 지켜보시고 따끔한 채찍질 부탁드리겠습니다.

『바하르칼 용병단장 : 스컬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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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을 본 유저들은 크게 놀랐다.

용병단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레드 오션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 방법대원 : 성바퀴 무섭네……ㄷㄷㄷ. 스컬그레일이 꼬리를 다 말고.

└ 인생은실전 : 친위대라면, 바하르칼의 전력 중에서도 알짜배기들 아냐? 걔네들이 전부 따로 놀면 사실상 구심점이 사라진 바하르칼 용병단은 끝장난 거 아냐?

└ 놀부싸대기 : 게다가 사이비 교단 척결에 앞장선다는 말은, 사실상 성전을 선포한 거 아냐? 성전을 시작한 이상, 신성왕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잖아. 사실상 신성왕국의 따까리가 된 거 아닌가?

└ po닥사wer : 어쩔 수 없지. 레미라 침공도 실패한데다가, 이런 추문에 휘말렸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잖아. 게다가 신성왕국에서 성기사 5천을 투입한다고 했잖아. 신성왕국에서 적당히 할 생각이 없는 걸 안 이상,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바하르칼은 아예 거지가 되어버릴 거야. 모양새는 빠지지만, 이번 일은 스컬그레일이 선택 잘한 거야.


막상 바하르칼에서 단장 사임과 성전 참여라는 카드를 뽑자, 유저들 중에는 동정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이런 반응은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바하르칼 용병단이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을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친위대의 숫자는 100명. 이들은 친위대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바하르칼 용병들을 교육시키는 교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이 빠져나가면, 이후 바하르칼 용병들의 질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바하르칼 용병의 장점은 무력의 상향평준화.

그러한 이점이 사라지면 유저들은 더 이상 바하르칼 용병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더 늦기 전에 용병계약을 철회하고, 전직하려는 이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리고 바하르칼 용병단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잃게 된다.

지금이야 NPC의 무력이 이방인보다 높아서 크게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이방인들이 2차 전직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방인을 보유하고 안하고는 각 단체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바하르칼 용병단의 몰락을 점친 유저들 중에는, ‘안티 바하르칼’이라는 세력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진 사람도 나타났다.


└ 자유의기치 : 살다 살다 바하르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초반에 외교적으로 완전히 말려서 자멸이라니. 이제 마음 놓고 게임할 수 있겠네요.

└ 삼선쓰레빠왕복싸다구 : 이제 ‘안티 바하르칼’은 어떻게 되는 거죠? 싸울 대상이 사라졌는데…….

└ 절륜한허리놀림의지렁이 : 해체되지 않겠어요? 어차피 바하르칼에 맞서기 위해 몸집을 불렸을 뿐이에요. 딱히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으니, 소속감도 크진 않을 테고요.

└ 확인사살 : 하지만 바하르칼이 이정도 일로 무너질까요? 어쩌면 바하르칼 용병으로 활동하는 유저의 이탈이 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당장은 약해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강한 적인 건 틀림없어요.

└ 청풍명월 : 바하르칼 용병 하는 놈들이 무슨 의리가 있다고 남겠어요. 걔네들은 욕심이 목구멍까지 찬 놈들이에요. 그러니까 온갖 이득은 죄다 쓸어 담으며 시시덕거렸지요. 이제 그 벌을 받는 거예요. 만약 그놈들이 전직해서 내 동료나 후배로 들어오면 아주 뼈까지 씹어 먹을 기세로 굴려주겠어요. 캐릭터를 새로 팔 때까지 말이죠.

└ GodSaveUs : 윗분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는 페이브레임에서 견습 기사를 하고 있는데요, 제 밑에 바하르칼 놈이 들어오면 지옥이 뭔지 보여줄 거예요.

└ 찬밥 : 캐공감! 내 밑에 들어오면 양파만 죽어라 까게 만들 거임.

└ 절륜한허리놀림의지렁이 :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조심스러움은 물론 필요하지만요. 패전으로 돈 빠져나가지, 단장도 친위대랑 빠져나가지, 초반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입지까지 좁아지는데 누가 바하르칼에 애착을 갖겠어요? 글러먹은 거예요 이제. 안티 바하르칼은 더 이상 유지될 이유가 없어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놈들 감시하자고 힘 빼느니, 이제부턴 더 오션을 즐겨야죠. 이제야 게임할 맛이 나네. 히히히.


전성기일 때야 온힘을 다해 상대해도 이기지 못할 만큼 두려운 상대였지만, 이렇게 힘이 빠져나가니 미워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바하르칼이라는 공공의 적이 사라지면서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의 결집력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연참 7일째 입니다.


너무 바하르칼만 두들겨 댄 것 같아서 얘네들에게 미안하네요.

그래서 휴가를 주었습니다.

바하르칼 놈들 머리 잘 굴리는 놈들이라 이걸로 끝은 아닙니다.

단지 휴식기 같은 거죠.


그리고 새로운 동료가 추가될 겁니다.

이번엔 무려 성직자입니다.

위즈가 유일하게 백업이 불가능한 부분이죠.


게임 밖 현실 부분의 이야기도 풀어나가야 하는데,

어느 타이밍에 넣을지 망설여 지는군요.

일단 다양한 버전으로 생각은 해보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급진전에 (제 생각에만) 심각하게 전개될 것도 같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3만~4만자 정도는 잡아 먹을 것 같네요.

게임부분을 더 좋아하시니 최대한 압축해보긴 하겠습니다만......잘 될련지...[먼산]




2014.11.08 수정

[11,375 => 1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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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0 이름좀늘려
    작성일
    14.05.19 20:20
    No. 1

    스컬 그레이는 저것도 계산했을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작전명테러
    작성일
    14.05.19 23:42
    No. 2

    게임부분이 좋죠... 근데 현대부분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양쪽에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좋습니다. 예를들자면... 초능력 혹은 내공심법, 무공 같은 암튼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시든나무
    작성일
    14.05.20 00:09
    No. 3

    교황들이 좀 멍청해 보이네요. 신을 믿는다는 자들의 사고가 저리 편파적이어서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내안의천사
    작성일
    14.05.20 13:52
    No. 4

    그런데 스컬 그레이가 NPC인가요? 바하르칼 이라는 단체를 이해하기 힘드네요.
    1.게임 갱단과 관련있다.
    2. 서버 초기화 이전에도 명성이있었다.
    3. 서버가 초기화된 이후에도 영향력이 강하다.
    1번 에서 돈많은 VIP가 수뇌부라는 향기가 풍기고
    2,3번 에서 땅을 가진 NPC가 수뇌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데 정리좀 해주실 수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4.05.20 18:12
    No. 5

    나중에 나올 테지만, 숨길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니 알려드립니다.

    게임갱들은 행동의 자유도가 높다는 이유 때문에, 바하르칼 용병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물론 소수정예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1.
    스컬그레이는 NPC입니다.
    그리고 게임갱들은 그런 스컬크레이의 밑에서 '성장' 중입니다.
    2.
    서버초기화 이전에는 게임의 이름이 '레드 오션'이었습니다.
    이때 게임갱들은 착실하게 성장하여, NPC들을 밀어내고 바하르칼을 장악하게 됩니다.
    3.
    서버초기화가 되고 게임의 이름은 '더 오션'이 되었습니다.
    바하르칼 용병을 선택한 게임갱들은 아직 쪼렙입니다. 예전만 못하지요.
    당연히 바하르칼에서 입지도 낮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NPC들을 밀어내고 바하르칼을 장악할 겁니다.
    많은 유저들이 그걸 알고 있기에,
    초반부터 바하르칼 용병이라는 세력을 밟아 준 겁니다.
    비유를 하자면,
    문명을 하실 때, 불쌍하다고 인도를 신경쓰지 않았더니 간디가 쳐들어와서
    '순순히 황금과 다이아몬드를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할 걸 알고 있기에 인도를 밟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
    .
    1번 에서 돈많은 VIP가 수뇌부라는 향기가 풍기고
    ===> 이때는 바하르칼 장악이 끝났을 때이니, 돈많은 VIP가 수뇌부일 수 있었지요.

    2,3번 에서 땅을 가진 NPC가 수뇌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데 정리좀 해주실 수 있나요;
    ===> 하지만 초기화 된 이후엔 VIP라고 해도 아직 제대로 힘을 쓰진 못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레벨 낮고, 무력도 낮으면....전투계열 NPC에게 발리니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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