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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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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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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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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12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2)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2.

성직자의 복색을 하고 있는 여성유저가 터덜터덜 산길을 걷고 있었다. 힘없는 발걸음이지만, 이상하게도 속도가 빠르다.

그녀의 이름은 루시엔. beadsman이라 불리는 흔치 않은 계통의 성직자이다.

“하하……마녀라…….”

그녀는 오늘 아침 성문에서 사람들에게 매도당하던 기억을 곱씹었다.

자신이 타락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사람들이 내뱉은 단어. 마녀.

루시엔은 성직자의 복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엔틸리움에 머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을 도왔다. 엔틸리움의 환자 10%는 루시엔의 손을 거쳐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녀’라는 단어는 너무도 쉽게 사람들의 입에 올려졌다.

단지 디바인 마크가 자신을 거부했을 뿐이다.

타락의 증거는 그것뿐이었다.

루시엔은 나쁜 의도로 남을 해한 적이 없었다.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도 그러지 못했다. 그런 일을 해봐야, 그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될 뿐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천상 선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위선자에 악인 취급을 받고 보니, 루시엔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비록 게임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루시엔은 이렇게 부당한 일을 겪고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짐작 가는 거라고는 이틀 전에 돌팔이 치료사를 신고한 것이었다.

“시기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건 잠깐뿐이었어. 그리고 원칙에 어긋난 일도 아니잖아? 허가도 받지 않은 돌팔이 치료사를 신고한 게 뭐 어때서?”

루시엔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마도로스 社에서는 버그가 아니라고 답변해주었다.


◇◇◇◇◇◈◇◇◇◇◇◇◈◇◇◇◇◇◇◈◇◇◇◇◇


수백 년 게임 역사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져갔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건, 서구 판타지 풍의 RPG였다.

검과 방패의 냉병기를 사용하는 가상의 유럽국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종족과 마법, 때때로 스팀펑크 같은 요소를 섞어 만든 RPG.

더 오션도 이 범주에 속했다.

이러한 세계관에 반드시 등장하는 클래스가 있었으니, 바로 성직자이다.

판타지의 꽃이라고 불릴만한 마법사와 함께, 성직자는 게임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성직자는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복과 치유를 해주며 파티의 중심에서 든든하게 버티는 성직자는, 단순한 백업 유닛이 아니다. 동료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며, 팀워크를 공고히 할 어머니 같은 존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직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유저들 대부분은, 성직자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역할극에서, 성직자의 역을 맡았다면 그에 열중해야겠지요.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성직자를 차근차근 키워가는 게 아니라, 부캐의 희생으로 얻은 돈과 아이템으로 키운 성직자를 ‘누리려고만’ 하더군요. 용사 파티의 로망은 어디로 간 걸까요.”

상담업무를 맡은 마도로스 社 직원의 말이 맞다.

성직자 계열 직업을 선택한 유저들은, 정상적인 플레이로 성직자 캐릭터를 성장시키지 않았다. 흔히들 ‘부캐’라고 하는 다른 캐릭터를 생성해, 돈을 긁어모았다. 성직자에게 더 좋은 장비를 갖춰주기 위해서였다.

이것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영리한 플레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성직자는 직접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험치를 얻기가 힘들다.

분명 직업별 전투 효율이 존재하였으며, 돈을 잘 버는 직업도 따로 있었다.

그러니 혼자서는 성장이 더딘 성직자를 위해, 다른 캐릭터를 이용하는 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러한 성직자를 위해 앵벌이 하는 부캐들의 성향이다.

부캐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생성한 캐릭터이다. 얼마나 빨리 돈을 긁어모으는가에 치중한 나머지, 남이 잡던 사냥감을 가로채는 ‘스틸’을. 그리고 남의 전리품을 주워 먹고 튀는 ‘먹자’를. 가격을 속여서 거래하는 ‘사기’를 쳤다.

끼리끼리 모여 PK단을 만들어 크게 한탕 해먹고, 캐릭터를 삭제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비단 성직자를 키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본캐를 위한 앵벌이 수단으로도 이런 일들이 수 없이 자행되었다.

“캐릭터가 달라도 움직이는 사람이 같다면, 결국엔 그게 그거인 겁니다. 아, 카오틱 유저를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것도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악당 같은 용사가 판칠 수 있습니다. 뭐 다크 히어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는 있겠군요.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다크 세인트 같은 건 없습니다. 혹시 그런 장르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배틀 포프 같은 만화도 있고.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결국엔 ‘다크 히어로’물 아닙니까? ‘다크 세인트’물이라고 부르진 않잖아요?”

“그렇네요…….”

“다크 세인트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게 하고 싶다면 마족 편에 서든가, 광신도가 될 것이지. 왜 멀쩡한 성직자를 욕먹게 하느냔 말입니다. 성직자는 어디까지나 밝고 따뜻하며, 선량함으로 모두를 이끄는 구심점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다른 캐릭터로 갖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성직자 캐릭터로 플레이 합니다. 캐릭터만 바뀌었지, 사람은 그대롭니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성직자답게 처신하겠습니까? 차라리 대놓고 타락한 자라면 차라리 낫지요. 겉으로는 착한 척 다하면서, 뒤로는 온갖 나쁜 짓을 해 이익을 챙기지 않습니까?”

이것은 위선.

마도로스 社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뒷구멍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장비를 갖춰 돈을 벌어 키운 성직자들은.

정작 ‘성직자다움’을 배우지 못했다.

성직자다움이 결여된 자들은, ‘성직자’라는 직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전투만 끝나면 아이템 분배에서 우선권을 주장하였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파티원은 추방했다.

“스스로를 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며, 다른 파티 구성원을 깔보았기에 이루어진 행동들이지요.”

이런 횡포를 경험하면서도 대다수 유저들은 성직자에게 찍소리도 못했다. 성직자 없이는 높은 난이도의 사냥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유저들이 묵인하는 가운데, 위선적 플레이로 성장한 성직자들은 게임세계를 좀먹는 암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성직자가 게임 속에서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군림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상현실게임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모니터를 보며 하는 게임이 아닌, 사실상 인간이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간다는 감각이 강했기에 그렇다.

인식의 강도는 직접 체험에 버금갔으며, 고통을 제외한 감각은 보다 생생해졌다.

그러한 생생함은 게임 속의 다양한 사건을 받아들이는 유저의 사고과정까지 강화시켰다. 그 결과 유저들은 쉽게 게임에 몰입했으며, 더욱 게임 속의 일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게임 속의 승리와 패배에 집착하게 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상현실게임에서 패배를 경험한 사람은,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성직자가 있다면 이런 패배에서 한 발짝 멀어진다. 패배를 한다 해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일만은 피할 수 있다. 성직자의 치료스킬과 각종버프는, 피해를 최소화하여 파티원의 생존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이 게임 속에서 횡포를 부려도, 많은 이들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해 참았다.

이 같은 세간의 인식에 반문한 건 마도로스 社였다.

성직자는 반드시 필요한 직업군.

하지만 그들이 타락하여 분란을 조장한다면 그냥 방관할 수는 없다.

모두가 즐기는 게임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저희 마도로스 社는 자질이 부족한 성직자들을 걸러내기로 한 겁니다. 아예 시작부터 적성검사라도 하듯 깐깐하게 검증과정을 거쳤지요. 성직자를 키우셨다니 잘 아실 겁니다. 초반부터 10개 넘는 퀘스트를 받으셨지요? 어떠셨습니까? 그런 퀘스트를 다시 준다면 받겠습니까?”

“시, 싫어요!”

성직자 전직 퀘스트는 제법 악명 높았다.

성직자가 되기 위한 전직 퀘스트는 그냥 레벨만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열린 결말의 퀘스트들을 동시에 진행시켜서, 최악의 결과만은 피해야만했다. 단순히 착하게 행동해서는 풀 수 없는, 골치 아픈 선택의 연쇄.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기를 통해 유저의 뇌파까지 측정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성직자 직업을 그만두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타락’ 판정인 것입니다. 고객님의 캐릭터……루시엔이 타락 상태가 된 것은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혹시라도 납득이 안 가신다면, 타락 판정을 받을 당시의 뇌파 그래프를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


이렇게까지 말하니 루시엔은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기계로 하는 일이고, 수치화된 자료까지 있다니 그걸 부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남을 시기하는 감정에 휩쓸렸던 건 사실이었다.

애초부터 더 오션에서는, 타고난 선인이 아니고서야 성직자를 키울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마도로스 社가 그렇게 공표했으니, 모든 유저들이 그걸 알고 있었다. 당연히 루시엔도 이걸 알고 게임을 시작했다.

이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기에, 성직자는 이름 그대로의 고결함을 획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게임 속이 평화로워졌다는 건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마도로스 社에서 시스템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곁들인다고, 루시엔의 억울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고결하디 고결한 성직자 중에서도, 루시엔은 beadsman이라는 흔치 않은 존재.

어째서 자부심이 없겠는가. 비록 게임이라지만, 많은 이들을 도와온 게 자랑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타락 판정을 받고, NPC들에게는 마녀라며 손가락질 당했다.

엔틸리움의 성기사들 역시 혐오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질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잖아. 그냥 생각만 한 것뿐이라고. 그런데 어째서 내가 마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데?”

그냥 마도로스 社가 미웠다.

며칠 동안 잠도 줄여가며 환자들을 치료하던 자신보다, 잠깐 나와서 엉터리 약으로 사람들을 웃게 해준 돌팔이 치료사도 미웠다.

연신 한숨이 푹푹 터져 나올 때마다 치렁치렁 늘어진 앞머리가 거칠게 흔들렸다. 가지런하지 못한 머리카락은, 삐죽삐죽 뻗쳐서 밤을 샌 사람 같다.

실제 그녀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녀의 시야 한구석에는 경고문구가 깜박거리고 있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아 뇌파가 불안정 합니다.>

<강제로그아웃 될 수도 있습니다.>


“한참 전부터 이랬는데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네. 역시 가수면 모드로 잠깐 쉰 덕분인가.”

그렇지만 루시엔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가수면 모드로 게임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생리현상이다.

잠은 게임 속에서도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음식을 먹고 배출하는 행위는 반드시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육체가 현실에 머물러 있으니 당연하다.

로그아웃하지 않고 버티는 건 충분히 무리를 주고 있다.

그 영향은 진즉부터 게임 속에 나타나고 있었다.

이따금씩 시야에 잡히는 노이즈가 그 증거다.

오래된 영상물의 필름처럼, 세로줄이 너울대며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어떤 이유로 두뇌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는 뜻이다.

가상현실게임은 뇌로 직접 플레이하게 되어 있다. 팔다리가 아닌 뇌.

그렇기에 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원활한 게임 플레이에 장애를 준다.

알콜, 마약, 배고픔. 수면부족 등등.

그중에서도 그녀는 허기가 져서, 제대로 뇌가 활동하기 힘든 상태였다.

루시엔의 시선이 화면 우측 상단의 시계를 향했다.

현실의 시간과 게임 속 시간. 그리고 접속 후의 플레이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루시엔은 플레이 시간을 확인했다.

28시간. 엄청난 롱 타임 플레이다.

이것은 28시간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아무리 게임폐인이라 해도, 도중에 자리를 비우고 식사는 하고 온다. 게임에 몰입하다가 죽는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질 낮은 농담 취급도 받지 않았다. 몸을 혹사시키면 그만큼 게임 플레이에도 악영향이 가기에 다들 알아서 자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도 유저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도록 발전했다.

그래서 루시엔의 플레이는 충분히 비정상적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진즉 강제로그아웃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그렇지만 루시엔은 용케도 게임을 하는 것이다.

루시엔은 캐릭터의 포만감이 거의 10%밖에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게임 속 아바타도 배고프고, 현실의 몸도 배가 고플 것이다.

“확실히……당장 강제로그아웃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네.”

하루 굶었다고 죽을 리 없지만, 이런 무기력함이 계속되어 좋을 것도 없다. 이성은 빨리 로그아웃하라고 한다.

하지만 루시엔은 굳이 로그아웃을 하고 싶지 않았다. 로그아웃 하는 일조차 귀찮을 만큼, 무기력에 짓눌린 몸이 한없이 까라지는 것 같다.

루시엔은 어깨어림에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을 집어 손가락으로 비벼보았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 하지만 허기로 인해 잔뜩 예민해진 그녀의 신경은, 이 무의미한 행동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찾아내었다.

“푸석거리네.”

평소 같았으면 윤기 자르르 흐를 머리카락이지만, 지금은 왠지 마른 볏짚 같다.

“쓸데없이 사실적이네.”

루시엔은 실제 자신의 머리카락도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반은 거지꼴이 된다. 지금 루시엔의 모습이 그러했다.

단지 28시간동안 플레이했기 때문이 아니다.

28시간의 강행군 이전부터, 루시엔은 무리해오고 있었다.

신성왕국에서 약초가 부족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루시엔은 잠을 줄이고 더 오션에 접속했다. 그래야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성직자들이라면, 피로 때문에 제대로 스킬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엔은 beadsman.

헌금함에 돈을 넣은 만큼 디바인 파워를 쓸 수 있다.

육체의 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게임에 접속할 수 있게 깨어있기만 하면 된다.

돈만 넣어주면, 원하는 만큼의 디바인 파워를 퍼부어준다.

누군가가 이런 beadsman의 속성을 보고는 말했다.

자판기 같다고.

루시엔은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원한 음료를 뽑아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소요되는 금액도 동전 몇 개. 푼돈이다.

‘beadsman은 푼돈으로 움직이진 않지만. 그래도 파는 상품이 디바인 파워니까, 적정한 가격이지 않나?’

컨디션을 비롯한, 다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디바인 파워를 사용한다.

이것이 beadsman만의 강점.

루시엔은 남들보다 부지런히 성직자의 역할을 즐기며 롤플레잉 했다.

하지만 타락하고 보니, 그동안 해온 일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

열성적으로 게임을 해온 자신이 바보 같았다.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길이 얼굴을 향했다. 머리카락만큼이나 푸석거리는 피부가 만져진다.

남들에게 성직자로 대접받을 때는 몰랐는데, 무리해오는 동안 외모는 이렇게 팍삭 삭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허무하네. 아무것도 남은 게 없잖아.”

자신이 타락했다고 하여도, 그동안 치료해온 환자들만큼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그녀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성기사들조차 등을 돌렸다. 루시엔의 두 눈에서 펑펑 물이 차올랐다.

“나쁜 놈들…….”

루시엔은 비로소 자신이 좆던 게 허명이었음을 깨달았다.

칭찬받기를 바라며 착한 일을 해온 아이가, 결국 껍데기 밖에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

‘성직자로서 만인에게 존경받길 바라는 게 뭐가 그리 나쁜 일이라고.’

눈물을 훔치던 루시엔은 풀숲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자 고개를 들었다.

씩씩대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묵직한 발걸음이 투덕거렸다.

이윽고 뾰족한 어금니가 툭 튀어나온 기다란 주둥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멧돼지구나…….”

루시엔은 경계를 풀었다. 신성왕국의 일반 필드에서 선공을 하는 야생동물은 없었으므로 루시엔은 안심했다. 루시엔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땅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산짐승들은 자극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게 되어있다.

루시엔의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바위위에 올라와 있었으며, 나중에 나타난 멧돼지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위협하지도 않으면서 무시하면, 멧돼지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녀석의 상태가 정상일 때나 통할 이야기.

그녀와 맞닥뜨린 멧돼지는 시뻘겋게 된 눈을 뒤룩뒤룩 굴려대고 있었다.

멧돼지가 서서히 풀숲을 빠져나왔다. 그 목덜미와 옆구리에 화살이 꽂혀 있다. 근처에서 사냥꾼의 활에 맞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치명상은 입히지 못하고, 성만 돋우고 말았다. 그런 멧돼지가 루시엔을 발견한 것이다.

씩씩대던 멧돼지가 투레질을 하며 앞발을 굴렀다.

바위가 들썩이면서 루시엔의 몸이 바위로부터 튕겨져 나왔다.

“어째서 멧돼지가 선공을? 아!”

루시엔은 멧돼지의 몸뚱이에 매달린 화살을 발견했다. 그녀는 허겁지겁 나무를 타고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무조건 앞으로 돌진하는 멧돼지는, 전투 기동력이 루시엔보다 한 수 위였다.

퍼억!

멧돼지에 받힌 루시엔의 몸이 고목을 부수며 틀어박혔다.


<멧돼지의 들이받기에 당했습니다. 장애물에 부딪쳐 1초간 스턴에 빠집니다.>

<8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체가 고목에 처박힌 것만으로도 외통수다. 여기에 1초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루시엔으로서는 대위기였다.

멧돼지가 다시 달려오고 있다. 멧돼지에게 1초란 시간은 루시엔을 해치우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스턴만 아니었어도….”

루시엔은 눈을 감았다. 어차피 타락한 몸. 이제 사망 패널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강제로그아웃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접속해 있을 이유도 없다.

그때 멧돼지가 꾸엑 소리를 내며 루시엔의 옆에 틀어박혔다. 이미 루시엔이 고목의 정중앙을 부쉈다. 거기에 멧돼지가 바깥쪽을 부수자, 사실상 절반이상 날아 가버린 고목이 비스듬하게 기울었다. 정확히 멧돼지가 있는 쪽으로.


<스턴이 풀렸습니다.>


루시엔은 시스템메시지가 떠오르는 걸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고목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 엉금엉금 기어서, 텅 빈 고목의 그루터기를 빠져나왔다.

그녀가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나무 비틀리는 소리가 울리며, 고목이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멧돼지가 낸듯한 꾸엑 소리는 고목이 무너지는 소리에 묻혀 버렸다.

“헉헉.”

루시엔은 무너진 고목으로 다가가 큼직한 조각 하나를 치워냈다.

축 늘어진 멧돼지가 드러났다. 뾰족한 나무 조각에 머리를 꿰뚫려 즉사였다.

멧돼지를 살피던 루시엔은 쪼그려 앉아 녀석의 뒷다리를 들어올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화살이 박혀 있다.

멧돼지의 기습을 받고도 살아남은 이유다.

“날 들이받기 전에 미묘하게 비틀거렸어.”

즉, 루시엔에게 달려들던 그때, 누군가 활을 쏜 것이다.

루시엔은 즉시 멧돼지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다리에 맞은 것 말고도, 멧돼지의 목덜미와 옆구리에도 화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멧돼지는 누군가가 쫒던 사냥감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죽은 멧돼지 곁에서 얼쩡거리다간, 사냥감을 가로챌 목적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좋았다. 루시엔은 양손을 늘어뜨리고 화살이 날아왔을 법한 방향을 응시했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괜찮으니 잡으신 멧돼지는 가져가세요.”

하지만 비켜주었음에도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루시엔은 직감적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제가 있어 불편하신가 보군요. 그럼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루시엔은 뒤돌아섰다. 그때 다급한 외침이 그녀를 붙들어 세웠다.

“저, 저기!”

루시엔은 외침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소한 체구의 털북숭이 사내가 숲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왠지 낯익은 모습이라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털북숭이 사내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어……죄, 죄송합니다! 이방인 성직자님!”

털북숭이 사내가 활을 던져버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 자세를 본 루시엔은 이 사내가 누군지를 기억해냈다. 루시엔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 사내는, 막무가내로 엎드려 도움을 구했었다.

“아…분명, 가죽옷을 팔아서 제게 치료를 받으셨던……·맞죠?”

“넵!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머니는 잘 계시죠?”

“지금도 손수 텃밭을 일구실 정도로 정정합니다!”

이 사내의 어머니는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치료사를 불러올 시간도 없을 만큼, 독이 온몸에 퍼져 위독한 상태였다. 그대로 놔두면 죽을 게 뻔했다.

이때 근처를 지나던 루시엔이, 사정을 듣고 디바인 파워로 해독시켜준 것이었다.

물론 루시엔은 beadsman. 돈은 확실히 받고 치료해주었다.

그때 돈이 없었던 이 사내는, 자신의 털가죽 옷을 벗어 즉석에서 동료에게 팔아버렸다. 속옷만 입은 사내에게 감사인사를 받는 동안, 루시엔은 난처한 얼굴로 서 있어야만했다.

그 사내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이다.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 분명 그때는 바하의 북부에서 살고 계셨잖아요?”

“이사했습니다. 대도시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런데……계속 그렇게 엎드려 계실 건가요?”

털북숭이 사내는 다시 말을 더듬으며 얼굴을 붉혔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쇼!”

그러면서 다시 머리를 처박는 사내. 루시엔은 이자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저한테 잘못한 게 있어요?”

“그렇습니다! 용서해주십쇼!”

“뭘 잘못했는데요?”

“멧돼지를 한 번에 잡지 못했습니다!”

“활이야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화만 돋워서 길 가던 행인이 공격 받았습니다. 그것도 어머니를 구해주신 은인을…….”

의도는 그렇지 않아도, 실제 멧돼지는 잔뜩 성이 나 있었고. 싸우지 않으려는 루시엔을 공격했다. 하지만 루시엔은 고의가 아니었으니 상관없다며 털북숭이 사내를 다독였다.

“순진하신 분이네요. 그렇게 따지면 한겨울에 빨랫물을 길가에 버렸는데, 그게 밤새 얼어 빙판이 되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의 치료비는 빨랫물 버린 사람이 물어야겠네요?”

“그, 그건…….”

“괜찮아요. 이방인은 멧돼지 정도에 죽진 않아요. 그리고 세 번째 화살로 절 구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살아난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요. 옷이 더러워지잖아요.”

루시엔은 손을 내밀어 털북숭이 사내를 일으켜 세우고 옷을 털어주었다. 사냥감을 쫒아 구르다보니 옷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어머니를 치료한다고 털가죽 옷을 팔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옷을 살핀 털북숭이 사내가 씨익 웃었다.

“괜찮습니다! 저 멧돼지로 옷을 해 입으면 됩니다!”

털북숭이 사내는 칼을 뽑아들며 쓰러진 멧돼지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해체된 멧돼지는 고깃덩어리와 뼈와 가죽으로 변했다. 털북숭이 사내는 깨끗한 종이를 꺼내어 정성스레 고깃덩어리를 쌌다. 그는 그중 제일 큰 덩어리를 루시엔에게 내밀었다.

“별거 아니지만 가져가시지요! 돼지 잡내가 좀 나지만, 소금 뿌려서 구우면 먹을 만은 합니다!”

“마침 잘됐네요. 살짝 배가 고프던 참이었는데. 잘 먹을게요.”

이런 식의 대가는 거절하기 힘들어서 루시엔은 고맙게 받아두었다. 손질한 고깃덩어리와 가죽을 챙기던 털북숭이 사내는,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자 고개를 쳐들었다.

“하, 하늘이…….”

그를 따라 루시엔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새떼들이 한데 뒤엉켜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철새들의 이동으로 여기기엔 심상치 않은 기세다.

“새들이 저러는 거 흔한 일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 봅니다. 일단 철새가 이동할 때가 아닙니다. 저것들 지금 철새도 텃새도 모두 한데 뒤엉켜서 그냥 몰려다닐 뿐입니다.”

불현듯 루시엔은 새들이 무언가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증거로 새들은 절대 한눈팔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날고 있다. 그녀의 생각을 들은 털북숭이 사내도 동의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무서운 짐승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루시엔은 털북숭이 사내와 함께 새떼들이 튀어나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끝에 새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길가로 나온 루시엔은 눈을 부릅떴다. 사악한 에너지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끔 네크로맨서가 부리는 전쟁용 구울에게서도 이런 에너지가 흘러나오지만, 지금 보고 있는 건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했다.

새들이 날아오를 만도 했다.

루시엔은 엔틸리움에서 보았던 거대한 염소 모습을 한 마족을 떠올렸다.

‘설마 중급마족이 또?’

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거라면, 우거진 숲속이라 해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루시엔은 재빨리 나무를 타고 올랐다. beadsman은 다른 성직자들과는 달리, 디바인 파워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 재빨리 움직여야 하기에 기동력이 생명. 나무 타는 일정도야 이력이 난 루시엔이었다.

굵은 나뭇가지를 찾아 올라선 루시엔은 멀리서부터 나무를 뭉개며 다가오는 시커먼 형체를 확인했다.

“아누…비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거대한 늑대 머리를 하고 있는 거인이,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채찍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 유적의 벽화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였다.

루시엔은 미간을 찌푸렸다.

엔틸리움에서 본 중급마족보다 덩치는 작지만, 그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채찍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체가 없는 무형의 기운. 그것이 휘둘러지면서 닿는 것은 족족 박살내버렸다.

그런데 박살난 땅덩어리에서 시뻘건 화염이 솟아올라 거인을 때렸다.

“마법? 여긴 신성왕국인데?”

적어도 중급마법사가 아니면, 신성왕국의 뒤틀린 EMP 속에서 주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상식. 루시엔은 늑대머리 거인과 싸우는 존재의 기민한 움직임을 주시했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왼쪽에서 공격을 한 직후에 곧바로 거인의 아래쪽에서 나타났다.

“아니. 저 움직임은 마법사의 것이 아냐. 암살자나 기동력을 살린 전사야. 그럼 저건 화염 속성의 스킬. 하지만 거의 공격주문과 차이가 없는 위력이야.”

길게 뻗어 나오는 화염이 작렬할 때마다, 거인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느껴질 만큼 엄청난 폭음이 동반된 공격이다.

“공격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충격량은 엄청나겠어.”

지상에서 털북숭이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 역시 거인의 모습을 확인한 참이다.

“대체 저게 뭡니까!”

루시엔이 바닥으로 내려섰다.

“상당히 강력한 마물, 혹은 중급마족 같습니다.”

“주, 중급마족이요?”

루시엔의 말을 들은 털북숭이 사내는 겁에 질렸다. 그럴 만도 하다. 이곳은 신성왕국이다. 사악한 것은 힘을 잃고 쫓겨나는 성스러운 땅. 그런데 마족 같은 게 돌아다니고 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 들어요. 이 길로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대피하세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족이 나타났다고 알리고요.”

“루시엔 님은 어찌 하시려고요!”

“힘닿는 데까지는 막아봐야죠. 지금 쾅쾅 대는 소리 들리죠? 이미 저 마족과 싸우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과 합류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루시엔 님…….”

“시간 없어요. 곧 여기까지 들이닥칠 거예요. 놈이 휘두르는 채찍은, 범위공격이나 마찬가지에요. 휘말리기 전에 어서 피해요!”

그 말을 남긴 루시엔은 우거진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두커니 서있던 털북숭이 남자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모습을 확인한 루시엔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난 파문당했다. 더 이상 성직자도 뭣도 아니야. 하지만 이런 여자라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잖아. 그거면 충분해.’

루시엔은 성금함을 붕붕 휘둘렀다.

디바인 파워를 머금고 있는 법기(法器)인 이 성금함을 투척한다면, 적어도 저 늑대머리통을 한 존재의 다리정도는 부러뜨릴 수 있었다. 그 대신 성금함은 박살난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채운 금액은 모두 증발해 사라져버린다. 이후 새로이 성금함을 구한다면, 증발한 금액만큼을 서둘러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디바인 파워를 사용하는 스킬은 그 위력이 50%로 감소한다.

패널티가 상당하지만 루시엔은 개의치 않았다.

‘성금함 투척’은, 엄연히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킬.

그리고 그녀는 이미 타락했기에 뒷일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았다.

타락한 beadsman을 위해 성금함을 내어줄 신전은 없다.

“타락했다고 마음까지 썩은 건 아냐!”

루시엔의 발끝에서 먼지가 일었다.


작가의말

서재가 또 뭔가 바뀌었군요.

글 목록의 오른쪽에 뜨던 글자수가 쪽수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우스 포인터를 그냥 대고 있으면, 기존의 글자수도 떠오르네요.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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