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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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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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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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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1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24.

아이린을 노리던 암살자를 물리친 그날, 밤늦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엔틸리움에 들어왔다.

성기사들은 그들을 인솔하는 다른 성기사가 건네주는 문서를 쓱 훑어보고 단숨에 성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나라의 통행증뿐만 아니라, 신성왕국에서 발급한 통관서류까지 가지고 있었다. 한밤이지만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와 조용히 그들을 반겼다.

한밤의 엔틸리움을 움직이는 무리들은 하나같이 약재를 짊어지고 있었다.

이들의 방문이 반가운 건 사실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보다 약재가 빨리 도착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나라에서 보낸 약재가 벌써 도착했을 리 없는데.”

“당연하지. 이제 막 국경에서 출발했을 테니.”

“그럼 저 약재들은 다 뭐야?”

“이방인들의 약재인 모양이야.”

“저들이 이방인이라고? 허……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용하군. 용해.”

“자네, 그 소식 듣지 못했나보군.”

“무슨 말인가?”

“레미라에서 학자계열의 모든 직업군에게 의뢰를 했다고 하네. 개인이 보유한 약재를 바하로 보내라고 말이지.”

렌틸을 쫓아 엔틸리움까지 간 레미라 마법사들은, 정기적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중에는 약재부족으로 인해 흉흉해진 신성왕국의 분위기도 들어있었다. 이에 레미라의 마스터들은 만장일치로 돌발 퀘스트의 발동에 찬성했다. 어차피 렌틸을 위해 ‘라르리르고’라는 약초를 수배한 뒤였다. 이 기회에 다른 약초들도 모아서 신성왕국을 돕는 일을 하면, 관계를 돈독히 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마법사를 비롯한-약재를 다루는 모든 학자계열 직업군에게 의뢰를 한 것이다.

개인이 가진 약재 중에서, 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것들을 추려 신성왕국으로 전달하라.

엔틸리움, 슈브렘, 티니안 등등 신성왕국에서 규모가 큰 도시 중 아무 곳에나 보내면 된다.

화물운송 업체를 통해 부칠 경우, 시가의 두 배 가격을 보상으로 지불하겠다.

그리고 약초의 현재 시가는, 평소보다 몇 배나 뒨 상태. 그것의 두 배라면 결코 적은 보상이 아니다.

하지만 화물운송업체는 일정한 양의 약초가 모인 뒤 출발한다. 한시가 급한 신성왕국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개인이 직접 운반하여 신속히 약초를 전달해줄 경우엔, 장비에 마법공격력과 마법방어력을 +5씩 달아준다.

그리고 이 의뢰는 반복 수행이 가능하다.

학자군 NPC들은 대부분 화물운송 업체에 약재를 맡겼다. 이들로서는 아까운 시간 버려가면서 직접 약초를 운반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달랐다.

직접 운송할 경우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준다는 소리를 듣고는, 다들 침을 흘리며 신성왕국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퀘스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유저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신성왕국까지의 최단거리로 움직였다.

여기엔 다양한 수단들이 동원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된 건 말.

유저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말을 바꿔 타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 결과 유저들이 탔던 말들은 하나같이 혹사당해 요양이 필요했다. 달리길 좋아하는 동물인 말들이, 안장을 얹으면 후들거리며 뒷걸음질 칠 정도.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배였다.

이제까지 유저들은 강이나 바다를 만나면, 배를 타지 않고 우회해서 움직였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즐길 거리가 적어서, 항해하는 내내 지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저들은 지루함을 참아냈다.

그렇게 돈을 펑펑 써대며 움직인 유저들이 엔틸리움에 도착한 것이다.


◇◇◇◇◇◈◇◇◇◇◇◇◈◇◇◇◇◇◇◈◇◇◇◇◇


약초를 가지고 온 유저들의 모습은, 여관에서도 똑똑히 잘 보였다.

“유저들이 도착한 모양이로군요.”

창밖을 내다보던 빌헬름텔은 손에 들린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 옆에서 위즈는 스크롤을 베끼고 있었다. 간만에 써보는 필사 스킬이었다. 신성왕국에서는 스크롤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레미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윈드커터만 100장을 채운 위즈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빠르게 대량으로 뽑아내는 것도 좋았지만, 가끔씩 옵션이 붙은 특별한 스크롤의 출현 확률을 높이려면 이렇게 간간히 쉬어주는 게 좋았다.

위즈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횃불이 밝혀진 길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걷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가는 방향에는 신전과 치료사길드가 있는데, 다시 돌아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짐만 부려놓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군요. 듣자하니 반복 퀘스트라던데, 같은 장비에 반복해서 부여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장비에 부여해주는 거라더군요.”

“하긴……같은 장비에 계속해서 마법공격력과 마법방어력을 덧씌우는 게 가능해지면,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템이야 말로 밸런스를 붕괴시킬 테지요.”

“그 대신 어떤 물건에든 부여해준다더군요. 예를 들면 반지나 목걸이, 귀고리 같은 것 말이지요.”

“전투관련 옵션이 떨어지는 액세서리류 말이군요.”

“네. 그래서 액세서리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액세서리는 직업이나 레벨의 제한이 거의 없다. 설사 제한이 있다 해도 월등히 좋은 옵션이 달린 것도 아니다. 제한이 달린 경우는, 무희전용이거나 귀족 전용. 세공이 잘 되어서 특히나 예쁘고 비싼 경우뿐이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잘 찾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퀘스트를 통해, 모자란 옵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

게다가 액세서리는 중복착용의 제한도 없다. 반지의 경우는 손가락마다 하나씩 낄 수 있으며, 목걸이도 10개 이상 걸 수 있다. 귀고리의 경우는 양쪽 귀에 두 개씩 걸 수 있다.

그러니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퀘스트를 중복해서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할 텐데요. 이 사달이 난 이유는 약초가 부족하기 때문이잖아요. 다시 퀘스트를 받으려 해도, 어디서 약초를 구하겠어요?”

“그거야 작업장이 존재하니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업장이요?”

“게임 속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 작업장입니다. 원래 약재를 비롯한 기본 재료들은, 작업장이 없으면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지 않습니까. 작업장들에서는 아마도 이번 일을 예상하고, 증산계획까지 짜놓았을 겁니다.”

“잠깐만요. 작업장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그들이 약초부족을 예상했다는 거죠?”

“그야 당연히 큰 세력들은, 저마다 작업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장 큰돈은 벌지 못해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해주지 않습니까. 바하르칼 용병으로 시작한 게임갱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바하르칼 용병들이 운영하는 작업장이 증산을 했을 테니, 다른 세력에서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을 겁니다. 작업장 세력들끼리 통하는 소문이란 게 있으니.”

“그렇다면 왜 상황이 이지경이 되도록 약재를 내놓지 않은 겁니까.”

“뻔한 겁니다. 약초 값이 뛸 때까지 기다린 겁니다. 기본 재료에 불과한 약재로 큰돈을 벌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하긴…….”

게임 속의 거래에 세금이 붙게 되면서,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은 점차 기업화되어 갔다. 그리고 기업의 모토는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 빌헬름텔의 말이 맞다. 고작 풀뿌리 따위로 큰 이득을 취할 절호의 기회를, 작업장에서 놓칠 리 없다.

“그래도 씁쓸하군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 덕에 다른 왕국에서 약초가 들어올 때까지, 근근이 버틸 수는 있으니 그걸 위안 삼아야지요.”

“위안 삼을 일이 또 있는 것 같네요.”

위즈는 여관을 향해 걸어오는 일단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중에는 마법사의 복장을 한 사람이 있었다.

“NPC입니까?”

“그렇게 보이는군요.”

옆방의 문이 여닫히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쿵쾅대며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위즈와 빌헬름텔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라르리르고를 가진 마법사가 도착했군요.”

급하게 여관 밖으로 나온 사람은 렌틸이었다. 렌틸은 여관으로 찾아온 마법사를 얼싸안았다. 렌틸이 마법사를 기다린 이유는 아이린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렌틸은 이미 치료제를 위즈에게 넘겼기에, 굳이 라르리르고를 가져오는 마법사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린 이유는, 전투 중에 위즈의 실수로 치료제가 든 병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조심하지 그러셨습니까.”

위즈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조심해도 소용없었을 걸요. 왜냐하면……일부러 깨버린 거니까.”

창틀에 기대있던 빌헬름텔이 비틀거렸다.

“일부러요? 어째서 그런 짓을?”

“그래야 렌틸이 허튼 짓을 안 할 거 아니에요? 암살자를 물리쳤다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이고. 이후 다시 아이린을 노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렌틸은 또 죽으려 들 거란 말이지요.”

“그렇다고 약을 깰 것 까지는…….”

“기왕 속이려거든, 확실하게 해야죠. 그리고 오늘 저녁 라르리르고가 도착하는 건 확실했으니, 이런 계획을 꾸민 거예요. 아마도 렌틸은 보다 좋은 설비가 있는, 치료사 길드로 갈 거예요. 미처 구하지 못했던 재료까지 내주었으니까요.”

“어둠의 열매를 가공했다는…수정구 말이군요.”

“네. 그동안은 수정구 없이 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불완전한 치료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1년마다 아이린에게 약을 지어 먹여야 했던 거고요. 하지만 모든 재료가 모였으니, 렌틸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거예요.”

마물이 품은 마력의 덩어리인 어둠의 열매.

이것은 그 자체로 마법 아이템의 제작이나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어둠의 마력의 영향으로, 남을 해하는 공격적인 아이템과 같은 결과물만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수정구는 그렇지 않다.

핏 스톤이 어둠의 마력을 모조리 뽑아 먹어버린 빈껍데기는, 그 자체로 해를 끼칠만한 요소가 제거된 물건. 핏스톤은 이것이 연금술을 응용한 비약의 재료라고 말했다.

그리고 렌틸이 아이린을 구하려 연구한 치료제 역시, 비약의 일종이다.

비약은 연금술의 산물.

헌데 연금술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약제조의 성공률은 점치기 힘들었다.

그래서 위즈는 렌틸이 치료사 길드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

보다 더 좋은 설비를 갖춘 길드라면, 희박한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제 해피엔딩이 머지않았군요.”

“아뇨. 렌틸이 자리를 비운 이때를 잘 이용해야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어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겁니까?”

“아이린을 만나야죠.”

“아이린을요?”

“네. 오늘 아이린은 병증완화제를 마시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치료제의 효과가 반감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금 깨어 있을 거예요.”

“만난 다음엔 어쩔 겁니까?”

“할아버지를 설득하도록 만들어야죠.”


◇◇◇◇◇◈◇◇◇◇◇◇◈◇◇◇◇◇◇◈◇◇◇◇◇


위즈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렌틸이 어떻게 바하르칼에 이용당해왔는지를 설명했다.

그 결과 렌틸이 속한 레미라에서는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여관에 있는 레미라 마법사들은 렌틸을 잡아가기 위해 파견된 자들이었다.

렌틸은 신성왕국에서조차 물건을 훔쳤다. 신전에서 도난사실을 알면 무사할 수 없다.

그리고 오늘은 암살자가 다녀갔다는 것까지 전부 설명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아이린은 펑펑 울었다.

빌헬름텔은 어린애에게 전부 말해버린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위즈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전 어떡하면 되는 거예요?”

토끼처럼 빨갛게 된 눈을 부비며 아이린이 물었다.

“난 네가 할아버지를 말려주었으면 한단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제 말을 들을까요. 할아버지는 고집이 세단 말이에요.”

“서로가 조금만 양보한다면 되지 않겠니. 당분간 네가 레미라에서 생활한다면, 할아버지도 안심할 수 있을 거다. 널 혼자 남겨두고 떠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레미라에 있는 마법사의 탑은 대단한 곳인데, 암살자는 그런 곳을 들락거렸잖아요. 오히려 제가 돌아다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위즈는 뒤에 서 있는 레미라 마법사를 돌아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수정구는 얇은 철판으로 이루어진 상자에 들어 있었다.

“지금 레미라의 마스터 한분이 네 걱정을 덜어주실 거야. 이야기 나누렴.”

마법사는 아이린에게 수정구가 담긴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이린은 상자를 들여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수정구에 파리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났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렌틸보다도 더 안색이 좋지 못하다. 아이린은 시체를 본적이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가 이렇게 하얗긴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많이 편찮으신가 보네요.”

- 난 아픈 곳 없이 멀쩡하다. 네가 아이린이구나. 나는 마법사의 탑에서, 선홍의 마스터로 불리는 아라톨이다.

어린아이라 해도 아이린은 마법공학을 공부중인 수재다. 마법사가 마스터로 불리는 이유 정도는 알고 있다. 더군다나 그냥 마스터로 불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앞에 수식어가 붙어 있다. 예사인물이 아님을 깨달은 아이린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마스터라면……상급 마법사?”

- 상급수준은 진즉 뛰어넘었다.

“와아! 엄청 센 분이시군요.”

- 으흠.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아무튼 이방인 위즈의 의견은 들었을 것이다. 난 그의 말대로 따르는 게 모두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암살자가 탑을 들락거렸다고 들었어요. 제가 레미라에서 죽게 되면, 할아버지가 받을 충격은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난 레미라에서 가장 감지능력이 뛰어난 마법사다. 암살자가 접근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다.

레미라의 마스터가 직접 지켜준다니, 이보다 안심되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아이린의 목소리는 시무룩했다.

“그럼…저는 평생 레미라에서 살게 되는 건가요?”

레미라에 머무는 한, 암살에 대한 위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할아버지인 렌틸 역시 자살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레미라에 머물러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사실상의 유폐 생활.

그로 인해 아이린이 잃는 건, 당장 마법공학을 공부하지 못하게 되는 것.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이린이 잃는 건 점점 늘어날 것이다.

- 평생 레미라에서 사는 게 부담되는 모양이구나. 이유를 맞춰볼까? 마법공학 때문이겠지?

아이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다. 마법사의 탑에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마법공학 쪽의 연구에도 손을 대기로 했다.

“연금술은 조금이라도 자료가 남아있어서 연구가 가능하지만, 마법공학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마법공학은 자료고 뭐고 안 남은 상태에서 학문의 기초를 세우는 것만도 급급하다며, 그동안 마법사의 탑에서는 관심도 주지 않았잖아요.”

- 지금까지는 그래왔다만. 아이린, 네 존재 때문에 마스터들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저 때문에요? 설마…절 동정해서…….”

수정구 속의 아라톨이 차갑게 웃었다.

- 아이린. 나는 탑에서 강경파에 해당하는 마스터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아라톨의 말에 아이린은 깨달았다. 할아버지를 처벌하기 위해, 마법사들을 보낸 건 강경파. 수정구 속의 아라톨은 동정심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사람이 아니다.

“그럼 어째서 마법공학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요? 저 같은 게 뭐라고…….”

- 듣자하니 지금 대륙에서 이방인들이 기를 쓰고 구하는 물건들 중에, 모자손이라는 건틀릿이 있더구나. 그걸 만들어 파는 건 ‘유랑하는 발명가 소녀’라고 알려져 있던데……생김새를 들어보니 10살 안팎의 작은 여자아이라지 아마? 게다가 그 여자아이가 주로 나타나는 곳은, 고대 유적 근처. 1년 중 3달 이상은 행방이 묘연해지고……이거 아이린 널 말하는 것 같구나. 맞지?

“아!”

- 확실하군. 모자손이 팔리기 시작한 건, 2년 전.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만들 정도면, 보통 재능이 아니지.

“하, 하지만……진짜 별것 아닌데.”

- 모자손의 구조는 간단하다. 아이린 네 말대로 별것 아니지. 이걸 어른이 만들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모자손을 만든 건 8살짜리 꼬맹이, 바로 너다. 이런 인재를 발견하고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마법공학은 영원히 사장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마법사의 탑에서는 아이린 네 연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물론 연구 성과에 대한 절반의 권리는 우리 마법사의 탑이 갖는다.

“수시로 유적을 찾아다녀야 할 텐데, 그때마다 보호해주시는 건가요?”

- 마스터인 내가 제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젠 답변을 듣고 싶구나.

“조, 좋아요!”

아이린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소리 질렀다.

아라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암살 위협으로부터 계속 보호받을 수 있다. 마스터가 직접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할아버지도 자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공부도 계속할 수 있다. 아이린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 그럴 줄 알았다. 대신 네 할아버지에게 가해질 처벌의 수위는 약화시켜주겠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젠 네 할아버지나 설득하려무나.

수정구속의 빛이 흐려지며 아라톨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이린은 침대에서 팔짝팔짝 뛰며 환호했다. 그러다가 위즈에게 매달려 키스를 퍼붓고는, 빌헬름텔, 레미라 마법사에게 매달렸다.

“다들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기뻐하는 아이린을 보며 다들 흐뭇해했다. 시종일관 거리를 두던 레미라 마법사들마저 따뜻한 눈빛을 하고 있다.

모든 건 미리 강경파 마스터와 협상을 한 덕분이었다.

그것은 어제 얻은 우연한 깨달음 때문이었다.

아이린에게 공격을 받고 높은 데미지로 인해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후, 위즈는 홈페이지를 뒤져 모자손 건틀릿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특히나 관련 NPC의 정보를.

‘새삼 모자손 건틀릿에 대해 조사한 건, 아이린에게 정확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린이 낀 모자손 건틀릿은 커스텀이야. 아이린만을 위한, 주문제작품. 그렇다면 보통 인맥이 아닐 거란 말이지.’

위즈는 모자손 건틀릿을 파는 발명가 소녀와 아이린이 실제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낸 게시물의 내용은 대체로 같았다.

유적근처에 출몰하는 어린 소녀.

하지만 NPC의 스크린 샷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스템 상 스크린 샷을 찍을 수 없다는 내용이 출력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NPC가 장사할 기분이 아니라면서, 팔았던 물건을 도로 가져가버린다. 그래서 모자손 건틀릿을 살 땐, 실수로라도 스크린 샷을 찍지 않는 게 룰처럼 자리잡아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위즈는 어제 보았던 아이린의 반응을 떠올렸다.

모자손 건틀릿의 출처를 물었을 때, 아이린은 대답을 회피했었다.

‘뭔가 있구나!’

위즈는 어떤 얼토당토 않는 답을 도출해냈다.

혹시 모자손 건틀릿은 아이린 본인이 만든 것이 아닐까?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게 정답이었다.

아이린은 어린나이에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호신용 무기가 절실히 필요 했을 것이다.

그리고 커스텀 버전을 다른 이에게 팔았다면, 소문이 안 날 수 없다. 그러니 아이린 본인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았다.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위즈는 어젯밤 이미 심증을 굳힌 뒤였다.

‘아이린이 모자손을 만들어 파는 NPC야.’

중요한 정보를 손에 넣자 위즈는 이걸 이용해,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였다.

레미라의 강경파 마법사들과 담판을 짓는 것.

마법공학으로 만든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지금까지 게임을 해오면서 충분히 경험했다.

레미라 수호전쟁에서 잇페인이 사용한 루인 블래스터라는 마력포는, 단 한방으로 함대하나를 증발시키는 위력을 가졌다. 마법을 모르던 시절의 위즈는, 모자손 덕분에 스크롤을 필요한 타이밍에 찢어서 사용했다.

‘마력포에 비하면 모자손은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만든 사람이 어린애라면 이건 이것대로 굉장한 일 아닌가?’

그래서 위즈는 아이린의 재능을 걸고 협상을 시작했다.

아이린을 평생 보호해주고, 렌틸의 처벌을 약하게 해달라 요구하자……레미라의 마스터들은 전원 아이린을 하루빨리 데려오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다.

위즈는 흥분한 아이린을 붙잡아 침대에 앉혔다.

“이제 마음에 걸리는 건 없으니,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일은 아이린만 믿을게. 그래도 되지?”

“응!”

“그럼 암살자는 우리가 상대하마.”

아이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살자는 오늘 쫓아버렸잖아요?”

“그렇지.”

“내가 먹은 참새구이가 암살자가 부리던 패밀리어라면서요?”

“맞아.”

“참새정도의 패밀리어가 죽는다고, 술자가 죽진 않겠지만……그렇다고 오늘 저녁에 바로 쳐들어올 정도로 팔팔하진 않을 텐데요?”

“지금까지 밝혀진 암살자는 두 명이란다. 한명은 스스로 물러섰고, 다른 한명은 부상을 입었지. 그런데 난 암살자가 이 둘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단다.”

암살자는 더 있다.

이건 위즈뿐 아니라, 빌헬름텔과 레미라 마법사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암살자의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아이린은 울상을 지었다.

“그럼 어떡해요.”

위즈는 아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걱정하지 마. 암살자만 늘어난 게 아니거든.”


◇◇◇◇◇◈◇◇◇◇◇◇◈◇◇◇◇◇◇◈◇◇◇◇◇


엔틸리움의 ‘주점-고래고래’는 오늘하루 장사를 쉬었다.

문은 굳게 걸어 잠겼고, 창문 사이로는 빛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다른 주점들은 축제의 뒤풀이다 뭐다 해서 시끄러운 것에 비하면 너무도 대조적이다. 허나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주점은 인기가 없었다.

술맛이 형편없는데다가, 맥주에 물을 많이 타서 팔았기 때문이다. 엔틸리움 토박이들은 술을 안마셨으면 안마셨지, 절대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가끔 뭣도 모르는 타향사람이나 이방인들이 싼 맛에 이곳에 들렀다가 화를 내며 나올 뿐이다.

그 ‘고래고래’의 홀은, 지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고래고래를 운영하는 주인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3년 전 엔틸리움에 정착한 외부인이었다.

“감시조를 맡은 두 사람이 실패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패밀리어를 잃고 중태에 빠졌다는군.”

“3년이나 공들인 결과가 실패라니.”

“얼마나 무능해야지 우리들을 소집할 수 있는 것이냐?”

누군가 툴툴 거리자 고래고래의 주인장이 반박했다.

“아직 실패한 건 아니다. 우리들은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설마하니 우리들 전원이 나서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철수하기 전 감시조에서 넘긴 정보를 보았다. 레미라에서 파견된 중급 마법사가 10명. 그리고 암살타깃의 할아버지 역시 중급 마법사다. 이쪽은 독까지 사용한다더군. 그리고 빌헬름텔이라는 이방인도 붙어 있다.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이방인 중에선 가장 샤프슈터에 근접한 자이지. 이들이 감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들 전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에 실패를 더할 뿐이다.”

주인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야유를 보냈다.

“언제부터 바하르칼의 암살자가 이렇게 소심하게 굴었나.”

“고급청부만 받는 선배들보단 실력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숫자로 밀어붙이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들 중 절반만 가도 될 거라 보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 주인장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마음에 걸리는 자가 하나 붙어 있다.”

“그게 누군데?”

“무능력자인 이방인이다.”

“지금 무능력자를 겁내서 우리들 전원이 나가야 한다고 한 건가?”

홀에 모인 사람들 전원이 주인장을 노려보았다. 주인장은 살기등등한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처음 타깃 근처에 나타났던 무능력자는, 아처복장을 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활을 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마디 말로 이블 고트를 마계로 돌려보냈지.”

주인장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입이 다물려졌다. 주인장이 말하는 여자에 대해선, 엔틸리움에 도착한 뒤로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사실 뒷골목에 전해지는 비사를 많이 아는 암살자들 입장에서도, 마물을 설득시켜 마계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아니, 그런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주인장이 말한 여자는 그걸 실제 해냈다.

“그 무능력자가 타깃 근처에 있다는 건가?”

“맞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냐. 갑자기 그 여자가 사라진 거다.”

“사라져? 그냥 여관에 틀어박힌 게 아닌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여자가 모습을 감춘 그날, 묵은 적도 없는 남자가 여관에서 빠져나왔다.”

“변장?”

“얼굴과 성별은 물론, 체격까지 완벽히 바뀌었다. 사실상 변장의 수준은 넘었다.”

“가만……그런 식으로 모습을 바꾸는 놈이 또 있었는데?”

“맞아. 나도 그 얘기 어디선가 들었는데……그놈 이름이 아마 W였던 것 같아.”

“W라고?”

사람들의 눈에 흥분이 떠올랐다.

바하르칼에 적을 둔 용병이라면 누구나 W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인육만두를 잡기위해 ‘암살자의 의지’라는 맹독을 마셔가며 저항하던 그 지독한 근성.

에켈 산에서 수천의 노상강도와 맞서던 무모함.

이들이 처음 W에 대해 듣고 생각한 건, 이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W와 싸우면서 패배하진 않으리라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W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그 결과 레미라 침공전에서 두각을 드러내, 잇페인의 분신들을 제거해나갔다. 바하르칼 용병들에게 있어서 잇페인은, 그냥 성질 더러운 중간간부가 아니었다.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잇페인을 (비록 분신이지만)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건, 그만큼 W가 강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레미라에서 충분한 전투경험을 쌓았으니, 예전보다 더 성장해있겠군.”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같다. 타깃과 함께 있는 무능력자가 W라면 보통내기가 아닐 것이다.”

“납득이 가는군. 하지만 그래도 여자아이 하나 잡으면서 너무 많이 동원한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그 여자애는 먼 미래에 바하르칼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우릴 적대한다는 건가?”

“아니. 중립이라더군.”

“그럼 상관없잖아?”

“모자손 건틀릿이란 거, 들어는 봤겠지?”

“아……아이템 포켓이 달린 그거? 재미있는 장난감이더군.”

“그걸 만든 게, 우리의 암살 목표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다들 놀랐다.

“뭐? 꼬맹이가? 마법이나 공학 쪽은 쥐뿔도 모르지만, 그거 대단한 거 아냐?”

“대단한 거지. 그 나이에 모자손을 만들 정도라면,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라는 소리다.”

“그럼 죽이지 말고 꼬드겨서 바하르칼을 위해 일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게 더 낫지 않나?”

미래의 천재 마법공학자. 그 말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 홀에 모인 이들 모두가, 섣불리 암살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고 떠들어댔다. 주인장은 딱 잘라 말했다.

“타깃은 이용가치가 없다. 물론 성장하면 크게 될 녀석이긴 하지. 하지만 앓고 있는 병 때문에 요절할 거라더군. 그것이 오라클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암살지령이 떨어졌던 거고.”

주점 고래고래의 주인은 과거형으로 말했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자들이 입매를 굳혔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이번에 이방인들이 끼어들면서,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꼬맹이는 우리 암살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어린애라 해도 미운 감정이 들 수밖에 없을 거다.”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건 텄군. 납치는 어때?”

“역시 불가. 그 아이의 성정으로 미루어볼 때 장차 해악을 끼칠지도 모른다더군. 그러니 더 크기 전에 죽여 놓아야 뒤탈이 없다.”

“쯧. 애초에 오라클이 잘못 판단했구먼.”

“대체 네 놈들은 3년 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냐?”

사람들이 야유를 했지만 주인장은 그들의 불평을 애써 무시했다. 그가 생각해도 이번일은 정보수집단계부터, 상황판단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암살임무를 철회하진 못한다. 명령권자는 주인장이 아니다. 까마득한 윗선인 잇페인이다.

그리고 잇페인은 한번 내린 명령은 절대 거두지 않는다. 그것이 잇페인의 스타일.

그렇다면 있는 힘껏 부딪쳐 임무를 완수할 따름이다.

“상황은 이해했으리라 믿고, 다시 최종명령을 확인하겠다. 자정을 기해 엔틸리움에 있는 여관 ‘초원의 식탁’에 머무는 렌틸과 아이린을 사살한다. 방해자 11명은 중급 마법사. 1명은 샤프슈터, 다른 1명은 W로 추정되는 이방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은 술 창고에 가져다놓았다. 이후 발생할 모든 돌발 상황과 그에 따른 판단은, 알아서 판단하도록. 그리고 이 술집은 오늘부로 소거되니,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도록 바란다. 그럼 임무완수를 기원하며 해산!”


작가의말

연참 15일째...



2014.11.08 수정

[13,201 => 1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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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이름좀늘려
    작성일
    14.05.28 23:37
    No. 1

    개인이 가진 약초를 바하로- 엔틸리움으로 가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4.05.29 00:01
    No. 2

    음...엔틸리움 뿐만 아니라,
    신성왕국-바하 전체에 유저들이 (개인이 가진 약초를) 운반중인 상황을 적은 것인데......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오니...수정은 내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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