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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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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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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
추천수 :
3
글자수 :
447,698

작성
21.09.0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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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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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0화. 토너먼트(3)

DUMMY

“왜···왜 악마가 저기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바깥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홍연화와 엘이 화면을 통해 악마들을 발견하던 순간이었다. 악마로 변한 6명의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저게 그 보스란 건가?”


“그런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으···징그러워”


화면에서 학생들을 사냥하는 악마를 본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붉게 변해버린 눈과 검은 기운이 아무리 봐도 의도된 모습처럼은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더 혼란은 가중되어 갔다.


“젠장!”


“막아야 해요!”


홍연화와 엘은 기겁하며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장 문을 열고 뛰쳐나가 어딘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게이트의 안으로 들어간 거지?”


“모르겠어요. 게이트의 시스템이 그런걸 허용할 리가 없을 텐데···”


“그럼 누군가 시스템을 건드리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범인은 분명···”


“악마숭배자, 그 녀석들이군”


“아마도 그렇겠죠”


그렇게 대화하며 달려가던 홍연화와 엘은 갈림길을 만나자, 약속한 것처럼 서로 반대편 통로를 향해 달려가며 말했다.


“일단, 연화는 시스템을 복구하러 관리실로 향하세요! 저는 곧바로 경기장 안에 있는 시민들을 대피시킬게요!”


“알았어!”


그렇게 엘과 흩어진 뒤에도 홍연화는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려나갔다. 그렇게 잠시간 달려가던 홍연화는 작지만, 게이트 관리실 쪽에서 원인 모를 진동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건가?”


그런 홍연화의 의문은 곧 현실이 되었고, 얼마 안 가 멀리서 한 학생이 악마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 곧장 홍연화 눈에 들어왔다.


“예은아!”


“학장님?”


홍연화는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한 악마를 붙잡으며 한예은의 이름을 불렀다. 홍연화에게 붙잡힌 악마는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곧장 불타버리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네가 왜 여깄어. 다른 교수들은 어디 가고?”


“다른 교수님들은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계세요. 저는 그냥 혹시나 해서 관리실을 확인하러 온 거고요”


둘은 대화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악마들과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3명이나 되는 악마들을 태워죽인 홍연화는 남은 악마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았어, 일단 길을 열자고”


홍연화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통로를 녹일 정도로 강한 열기가 홍연화의 오른 주먹의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되겠어?”


그런 홍연화의 주먹을 보고 모두가 당황하며 물러서는 것과는 다르게,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한 악마는 오히려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이 뒤에는 관리실이 있거든. 하지만 네가 여기서 그런 큰 위력의 공격을 한다면 관리실도 파괴될 테고, 그럼 게이트 안에 있는 녀석들이 못 나오게 될 텐데 그건 괜찮겠어?”


다른 악마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한 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던 그 악마는 절대 홍연화가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만약 관리실이 파괴된다면, 그 녀석들은 게이트에 갇히게 되겠지”


“그래! 사랑하는 제자들이 악마한테 죽는다니까?!”


“그래서······”


말을 하던 홍연화가 갑자기 자리에서 없어졌다. 아니, 너무 빨라서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것뿐이었다. 자리에서 사라졌던 홍연화는 그 악마의 뒤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며 말했다.


“어쩌라고”


“이 미친 새끼가···!”


콰아아아앙!


홍연화의 오른 주먹에서 방출된 화염이 통로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단 일격이었지만 그 화염 속에 있는 모든 악마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소멸해버렸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한예은은 홍연화가 태워버린 통로의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관리실 입구의 직전까지만 완전히 타버린 풍경은 홍연화가 얼마나 섬세하게 힘을 조절했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그럼 이제 관리실로···”


“잠깐”


“네?”


“·········누군가 있어”


홍연화는 갑자기 아무도 보이지 않는 관리실의 입구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입구의 앞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요염하게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제 기척을 느끼시다니, 인간 치시고는 대단하시군요. 괜히 염룡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걸까요?”


붉은 눈과 길게 자란 검은 뿔은 그녀가 악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평범한 인간인 것처럼 그녀에게는 그 어떠한 기운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넌 누구지?”


“제 이름은 벨페고르, 지옥의 7대 대악마의 일각이자, 나태의 대악마라고 불리고 있는 그저 평범한 소녀랍니다”


“평범한 소녀라고······? 하! 지랄하고 있네!”


“어머···입이 험하시군요? 하지만 뭐, 인간이라는 것들은 원래 다 그런 법이죠”


벨페고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매에서 부채를 꺼내더니 입가를 가렸다. 벨페고르는 아무 말 없이 허공에 앉았고, 갑자기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하암···역시 싸움이라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대신 싸워 줄 악마가 어디 없을까요···?”


마치 벨페고르의 말 만을 기다린 것처럼, 수많은 악마들이 뒤쪽에서 일제히 뛰쳐나오며 외쳤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벨페고르님!”””


모두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자들이었고, 어딘가 홀린 듯이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아, 마침 오네요?”


하지만 그런 벨페고르의 능청스러운 말을 들었음에도 홍연화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무덤덤하게 한예은을 향해 말했다.


“저건 맡겨도 되겠지?”


“네, 맡겨주세요”


한예은은 그렇게 말하고 곧장 걸어가 홍연화와 악마들의 사이를 막아섰다. 긴장을 푸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신 한예은은 그대로 앞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멈추세요”


《 중력 조작 (Gravity Manipulation) 》


쾅!


“지금부터 이곳은 통행금지입니다”


달려오던 악마들이 위에서 무언가가 누르는 것처럼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처박힌 악마들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


얼마나 강한 힘인지 무릎을 꿇다 못해 바닥이 파고 들어갈 정도의 힘이었고, 그것을 본 벨페고르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력의 힘이라···재밌는 힘을 쓰네요. 하지만 이런 밋밋한 전투는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지 않겠어요?”


벨페고르는 그렇게 말하더니,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부채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악마들이 갑자기 이상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악마들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몸이 괴상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무슨 힘이···!”


비대해진 악마들은 한예은의 중력을 이기고 일어나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 배는 강해진 듯 보이는 악마들을 보며, 벨페고르는 맘에 든다는 듯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로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악마는 불꽃처럼 타오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죠”


“그쪽에 신경 쓰면 안될 텐데···”


홍연화는 그렇게 말하며 벨페고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동시에 홍연화의 몸 곳곳에서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고, 일부 피부의 위에는 단단해 보이는 비늘 같은 것이 생겨나 있었다.


“그러다 죽는다?”


홍연화가 벨페고르의 앞에 서서 강한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벨페고르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로 홍연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적룡의 힘이로군요. 불꽃의 순도만 보아서는 장로급인 고룡의 유지를 이은 것 같지만, 그 정도 수준의 몸으로는 불꽃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마저도 벅차겠죠”


“닥쳐!”


홍연화는 그렇게 외치며 붉은 불꽃을 두른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벨페고르는 부채를 치켜들었고, 가볍게 홍연화의 주먹을 막아내며 말을 이었다.


“왜 이렇게 흥분하시는 건가요. 아! 설마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화가 나서 그런 건가요? 하긴 그렇긴 하겠죠. 제 뒤에는 관리실이 있고, 바깥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있으니까요”


“······크큭!”


“······그 웃음은 무슨 의미죠?”


홍연화가 갑자기 미소를 짓자, 그걸 본 벨페고르는 곧장 표정을 찌푸렸다. 홍연화는 오른손을 뒤로 당기면서 벨페고르를 향해 말했다.


“네 말대로야. 이 콜로세움에서는 대피했겠지만, 아직 바깥에는 지켜야 할 시민들이 있을 테고, 눈앞에는 관리실 또한 지켜야만 하지”


홍연화의 오른손으로 불꽃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이면 모일수록 불꽃은 점점 더 밝은색으로 변해갔다. 그걸 본 벨페고르는 어이없어하면서 홍연화를 향해 말했다


“그걸 아는 데도 그런 위력의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건가요?”


“근데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어”


“간과했다라···무엇을 말이죠?”


“난 혼자가 아니라는 거지”


얼마나 높은 온도의 불인 것인지, 계승자들을 위해 설계된 콜로세움의 통로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때, 다른 악마들과 싸우고 있던 한예은이 홍연화를 향해 소리쳤다.


“전 준비됐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홍연화는 순간적으로 발을 박찼고,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벨페고르의 등 뒤로 이동했다. 하지만 벨페고르는 홍연화가 뒤로 이동했음에도, 뒤돌아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지그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재밌네요”


홍연화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벨페고르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이젠 완전히 노란색에 가까워진 홍연화의 불꽃이 벨페고르를 향해 일제히 방출되었다.


“뒤져!!”


《 버스터 임팩트 (Buster Impact) 》


노란 불꽃의 기둥이 통로를 녹이며 방출되는 그 순간, 한예은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 기둥을 향해 손을 내밀며 외쳤다.


“오너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은 별이여!”


《 마이크로 블랙홀 (Micro Black Hole) 》


한예은의 앞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째로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일그러지더니,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엄청난 속도로 그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끄아아아아!!”


폭주하던 악마들조차도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한 채,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그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홍연화의 불꽃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그 불꽃의 기둥은 벨페고르가 있던 곳을 지나 한예은의 블랙홀의 안으로 들어갔다.


“커억!”


블랙홀을 사용하고 단 2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 흘렀고, 한예은의 전신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 일제히 피가 흘러나왔다.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한예은은 블랙홀의 사용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조금만 더···!”


홍연화의 불꽃이 방출되고 한예은의 블랙홀까지 빨려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초. 하지만 그 5초의 시간은 한예은을 몸이 파괴되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아······하아······하아······”


5초의 시간이 흐르고, 피를 흘리며 서있는 한예은의 모습이 홍연화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걸 보았음에도 홍연화는 한예은을 향해 다가갈 수 없었다.


“굉장하네요. 그런 상황에서도 제게 상처를 입힐 줄이야”


“그냥 좀 죽지 그랬냐”


“후훗···블랙홀 같은 걸 쓸 줄은 몰랐지만, 그런 것에는 죽어줄 수는 없죠”


홍연화의 공격을 맞고도 약간의 그을린 상처만을 입었을 뿐, 벨페고르는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 벨페고르를 앞에 두고 한예은에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상황은 최악이군. 예은이도 위험하고, 콜로세움도 예상보다 더 파괴되었어’


홍연화의 계산대로 관리실을 제외한 통로와 천장만이 파괴되었지만, 한예은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벨페고르 또한 멀쩡했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게이트 관리실이 파괴되어도, 게이트 안에 있는 그 녀석들이라면 알아서 어떻게든 빠져나올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저 녀석이 날뛰게 둘 수는 없으니,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콜로세움의 시민들도 대부분 대피했기에, 눈앞에 있는 적에게 홍연화는 이 이상 힘을 아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이제 좀 제대로 싸울 생각이 드는 건가요?”


“그래, 이 새끼야”


“후훗”


벨페고르는 홍연화를 보더니 웃으며 입가를 부채로 가렸다. 전력을 내기 위해 홍연화가 자세를 잡은 그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종소리가 들려왔다.


딩―――딩―――딩―――


“이 소리는···설마···!”


여태까지 평정을 유지하던 벨페고르가 처음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와 동시에 천장에 뚫려 있는 큰 구멍에서 3명의 인간이 뛰어내렸다. 한 명은 홍연화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마리아!!”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성복과 머리카락, 창백하다시피 한 피부까지. 홍연화가 알고 있는 성녀 마리아가 맞았다.


“여전히 목소리가 크시군요 연화”


“반가워서 그러는 거지, 반가워서”


홍연화는 고개를 돌려 다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낫을 들고 뿔이 있는 귀신 가면을 쓴 남자와 검 한 자루를 들고 늑대 가면을 쓴 남자가 있었다.


“당신이···당신이 어때서 여기에 있는 거죠?”


“반대로 묻지. 내가 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죽음이시여, 저는 어째서 당신께서 우리를 방해하고 있는지 묻고 있어요”


“죽음이 아니다, 나에게는 잭이라는 이름이 있으니. 그리고 그렇다면 혹시 내가 너희를 방해하면 안 될 이유는 있었던 건가?”


“······오랜 시간 동안 말장난 실력만 느셨군요”


귀신 가면은 벨페고르와 정체 모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늑대 가면은 쓰러지기 직전인 한예은을 향해 다가가더니, 그대로 한예은을 안아서 들어 올렸다.


“현성아···?”


“아무 말도 하지 마십시요. 상처가 덧날수도 있습니다”


“왜···그 가면은 무슨···”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한예은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늑대 가면은 한예은을 안아 들고 마리아와 홍연화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와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녀를 치료해주십시오. 당신이라면 가능하겠죠 성녀”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 늑대 가면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곧장 한예은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하얀빛이 일순간 번쩍였고, 한예은의 상처는 빛이 사라졌을 땐 이미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엄청난 신성력이로군. 괜히 성녀라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건가?’


늑대 가면이 그렇게 한예은을 치료하는 사이, 벨페고르와 귀신 가면 사이의 대화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물러나겠습니다. 당신과 싸우겠다는 짓을 하기에는 아직 목숨이 아깝거든요”


“누가 그냥 보내준다고 했지?”


잭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귀신 가면은 그렇게 말하며 낫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벨페고르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로 가만히 잭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미 끝내셨겠죠. 차원을 넘으면서 약해진 지금의 저는 당신에게 대항조차 할 수 없으니”


“······”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대한 죽음이시여”


그렇게 말하는 벨페고르의 등 뒤로 6쌍의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이 벨페고르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어째서 놔준 거죠? 나중에 신님의 방해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언제 다가온 것인지 마리아가 잭의 옆에 서서 말했다. 잭은 손에 들고 있던 낫을 그대로 허공에 놓았고, 낫이 검은색의 빛이 되어 사라지자 마리아를 향해 말했다.


“어차피 그 녀석에게 저 정도는 방해물 축에도 들지 않아”


“그럼에도 신님의 방해를 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죽였어야 했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


마리아는 고개를 들어 천장에 뚫려 있는 거대한 구멍을 바라보았다. 아주 작지만, 전광판에서는 아직도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분께서는 아직 싸우고 있어요”


“어차피 그 녀석이라면 금방 끝내고 나오겠지”


“당신의 말이 맞아요. 그러니 그분께서 나오기 전에, 빨리 모두 정리해야 하는 거구요”


그렇게 말하며 마리아는 잭을 뒤로한 채, 문이 열려있는 게이트 관리실을 향해 곧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야 아무런 걱정 없이 그분께서도 편히 쉬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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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7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8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30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9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8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4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1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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