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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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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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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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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DUMMY

스노우를 곧장 플레이크가로 데리고 간 로건은 플레이크가의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스노우를 날카롭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앞으로는 어떤 짓을 당하든 내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 네가 21살이 될 때까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산다면, 그땐 이 집에서 나가게 해줄 테니”


“······”


“조금이라도 가문의 명예를 먹칠하는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그땐 너와 네 어미의 목숨으로 값아야할 것이다”


“네, 아버지”


“앞으로는 말투나 행동거지도 플레이크가에 맞도록 바꿔라. 나는 아버지가 아닌 가주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고”


실망감과 공포라는 감정이 스노우의 몸 안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두 눈동자를 보는 기분이 어떨지 그렇게나 기대해왔건만, 어째선지 실제로 본 아버지의 두 눈동자에는 분명한 혐오감과 모멸감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가주님”


처음에는 그런 시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리도록 아파졌지만, 스노우는 자신의 마음이 점점 시리도록 차갑게 얼어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얼음처럼,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천천히······그러면서도 확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스노우는 점점 감정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나는 괜찮아. 지금도 아무렇지 않은 걸······’


로건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플레이크가는 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어! 사생아 주제에!!”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니, 되는 게 없는 것 같아. 학교에서도 사생아가 생겼다고 우리가 어떤 소리를 듣는 데”


리암과 조슈아는 매일같이 스노우를 욕하고 타박했다. 리암은 스노우에게 사생아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 소리치기 일쑤였고, 조슈아는 그런 리암의 말을 거들으며 스노우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쏟아냈다.


“쯧···! 보기 싫구나, 제발 내 눈에 띄지 말아라”


리레인이 없는 사이에 생긴, 로건의 새로운 아내인 여자도 스노우를 극도로 혐오했다. 리암과 조슈아처럼 모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또한 스노우에게 강한 부담을 주는 존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제가 더 잘할게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가시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그들을 향해, 스노우는 그저 고개를 숙였고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무덤덤하게 사과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굳게 닫아 자신의 감정을 숨겼고, 그저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고서 살아갔다.


‘언젠가···이렇게 버틴다면 언젠가······’


언젠가 리레인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고서.


‘엄마가 올 거야’





*                *                  *                 *





스노우가 플레이크가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3년이 흘렀다. 칼날로 둘러싸인 듯한 그런 장소에서도 스노우는 성장해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평소보다 스노우의 성적이 조금 더 잘 나왔을 뿐이었고.


다만, 평소보다 리암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들었다. 리암, 이번에 성적이 아주 좋지 않았다더군. 스노우에게도 졌다고 하던데”


“그건···”


“변명할 거 없다. 그저 네가 못난 놈인 탓이지”


“······죄송합니다, 아버지”


성적을 이유로 로건에게 한참동안이나 혼이 난 리암은 그날, 술에 잔뜩 취해서 스노우가 있는 방으로 찾아왔다.


“리암······?”


“시X, 너 같은 쓰레기같은 년 때문에 내가 그딴 소리를 들어야 해?”


“그게 무슨······”


“내가 너랑 비교를 당해야 겠냐고!!”


“그렇지만 그건 내가 잘 봐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네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거······”


“닥쳐!!”


리암은 그날 처음으로 스노우에게 말이 아닌 주먹을 휘둘렀다.


“감히 네 까짓게 나를 무시해!? 사생아 주제에 나보다 머리가 좋다 이거냐고!!”


퍽! 퍽!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


“그만···! 제발···그만해···!”


퍽! 퍽!!


“죽어! 죽어버리란 말이야!!!”


한참을······정말 한참을 죽기 직전까지 때리고 나서야 리암은 피투성이가 된 스노우를 두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하아···! 하아···! 쓰레기같은 새끼야. 이제 기어오르지 마라······”


사용인들이 로건의 명으로 스노우를 찾으러 오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그날이 스노우의 마지막 날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스노우님, 가주님께서 부르십·········꺄아아아아!!!”


스노우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본 것은,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리레인의 모습이었다.


“정신이 드니? 괜찮은 거야?”


“어머니···”


방금 전에 정신을 차려 비몽사몽할 것이 분명함에도, 스노우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리레인의 손을 꽉 붙잡으면서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스노우야······”


스노우는 그저 리레인과 단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스노우는 리레인의 손을 붙잡은 채 몇 번이고 홀린 듯이 돼내었다.


“집에······집에 가고 싶어요, 어머니”


그렇게 스노우가 말하는 것을 본 리레인은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딸이 상처투성이가 된 상태로 집에 가고 싶다 말하는 데도, 리레인은 그저 스노우의 손을 꽉 잡아주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아, 이젠 괜찮을 거야. 로건이 앞으로는 스노우 너를 더 신경 써주겠다고 했으니······이번 같은······그래, 이번 같은 일은 다신 없을 거야. 엄마가 약속할게, 스노우야”


“············”


리레인의 입에서 로건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리레인을 바라보는 스노우의 두 눈동자가 충격을 받은 듯 크게 확장되었다. 리레인은 그런 스노우의 눈길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년이야. 앞으로 2년만 더 버티면 돼. 그럼 더는 로건도 너를 붙잡지 않을 거야. 나는 플레이크가에 남겠지만, 너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란다. 내가 플레이크가에 속하는 것을 조건으로,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로건과 약속했는···!”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스노우는 부러진 손으로 벽을 강하게 치며 소리 질렀다.


“그놈의 로건!! 로건!! 로건!!!”


도대체 얼마나 힘을 준 것인지 스노우의 두 눈의 핏줄이 터지며 붉게 충혈되었고, 벽을 치며 부러진 손이 더욱 망가진 것인지 깁스와 붕대가 붉게 물들어갔다.


“그런 쓰레기같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데!! 하나뿐인 딸을 이딴 지옥에 처박아 둘 정도로 그렇게 그 사람이 좋은 거야?!! 내가 이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 알긴 하냐고!!”


“······스노우야. 엄마는······”


“당신이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로건 때문에······! 나는 점점 메말라 죽어가고 있는데······어째서······아직도······아직도 로건의 이름을 부르는 건데······”


“·········미안해······엄마가······엄마가······미안해······”


아무리 울분을 쏟으려고 해도, 아무리 쌓아놓은 분노를 뱉으려고 해도.


사막보다 더욱 공허하게, 그러면서도 얼음보다 더욱 시리게 얼어붙고 메말라버린 스노우의 마음은 그런 상황에서도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못했다.


“스노우님, 대화중에 죄송하지만, 가주님께서 부르십니다”


그 순간, 한 사용인이 들어와서 말하자, 그걸들은 스노우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크큭···! 그래, 반병신이 된 딸을 보러오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린 스노우는, 로건에게 가려는 듯 곧장 목발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레인은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었고, 스노우는 그런 리레인을 지나 방을 나가며 사용인을 향해 말했다.


“가지”


몸 곳곳이 성한 곳이 없는 스노우는 목발을 짚고 있음에도 절뚝거리면서 로건이 있는 곳을 향했다.


“가주님, 스노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스노우가 목발을 짚고 겨우겨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로건은 의자에 앉은 채로 스노우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서류를 작성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야기는 들었다. 리암이 너를 때렸다고 하더군”


“네”


“내가 조용히 살라고 했던 말은 잊은 건가? 네가 조용히만 살았으면 리암이 너를 건드릴 일도 없었을 텐데”


“·········”


“마지막 경고다, 스노우. 더는 내 가족을 자극하지 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알았으면 이만 나가봐라”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에서 걸어나가는 스노우는, 허무하고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방을 나온 스노우는 목발을 짚고,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족이라······”


스노우의 허망한 중얼거림이 복도에 작게 울러 퍼졌다.





*                *                  *                 *





그로부터 또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스노우는 21살이 되었고, 이 집을 나갈 때까지 겨우 한 달여만을 남긴 상황이었다.


“사생아년 주제에!!”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를 건 없었다. 리암에게 뺨을 얻어맞는 것 정도는 이제 일상이었으니.


“······미안하다”


어느새부터 스노우는 말투도 딱딱해지고, 어떤 표정이나 감정을 내비치지 못하게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존심도 없는 새끼가······차라리 네 엄마랑 같이 죽는 게 어떠냐?”


리암이 그렇게 말하며 스노우의 멱살을 잡았지만, 스노우는 신경 쓰지도 않는 듯 허무한 눈길로 리암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싸웠으면 무언가가 달랐을까’


아주 어린 시절에 메르세데스에게 검술과 얼음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있긴 하지만, 마나를 각성하지 못한 스노우는 자신이 마나를 각성한 리암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 분명 이렇게······”


스노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멱살을 잡은 리암의 손을 무심결에 잡아버렸다.


“하는 거였지”


메르세데스에게 말로만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스노우는 홀린 듯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고 있었다.


“뭘 하는 거야!”


리암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스노우의 손에서 푸른 빛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기겁하며 놀랐다. 그 푸른 빛은 분명히, 마나에 각성할 때만 나오는 마나의 빛이었으니.


“멈춰! 멈추라고!”


리암은 스노우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얼마나 힘이 강한 것인지 리암의 팔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얼어붙어라”


“야!”


“모든 것을 잿빛으로 만들어라”


“내 말 안 들려?!”


“서리여”


스노우가 그렇게 말하자 붙잡은 리암의 팔 부분을 시작으로 해서, 거대한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팔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을 본 리암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멈추라니까!!!”


홀린 듯이 마나를 사용하던 스노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리암은 이미 한쪽 팔이 완전히 거대한 얼음에 뒤덮인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스노우는 그런 리암을 보자마자 크게 당황했지만, 곧장 그 자리를 피해 자신의 방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내가 리암을 이렇게 만든 것을 안다면, 로건은 나를 죽이려고 할 거야”


자신의 방으로 도착한 스노우는 곧장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해. 플레이크가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검과, 필수적인 생필품들이 담긴 가방을 집어든 스노우는 곧장 방문을 열고 나섰지만······


“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지”


“역시 네가 한 일이었군”


“조슈아”


방문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슈아가 서 있었다. 스노우는 곧장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지만, 그걸 본 조슈아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워워···난 싸울 생각 없어”


“그럼 당장 거기서 비켜라. 안 그러면 베겠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거야? 너는 영원히 플레이크가에서 벗어날 수 없어”


“······나도 알아”


스노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슈아를 무시하고 지나 걸어갔다. 하지만 조슈아는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려는 스노우의 팔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내가 도와주겠어. 단 하나의 조건만을 들어준다면 말이야”


“조건이 뭐지?”


“난 너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막 마나를 각성한 녀석이, 어릴 때부터 훈련을 거듭한 리암을 단번에 무찌르다니”


“본론부터 말해”


“난 플레이크가의 가주 자리에 오를 생각이거든. 그리고 내가 가주 자리에 오르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리암과 네 엄마인 리레인 플레이크지. 내가 네게 바라는 것은 그 둘 중 하나인 리레인을 죽여주는 거야”


“어머니를 죽이라니, 들을 가치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군”


“솔직히 너도 네 엄마를 원망하고 있잖아. 설마, 아직도 너를 이 집에 팔아넘기고 로건의 아내가 된 그 여자를 아직도 네 엄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꺼져라”


스노우는 조슈아의 제안을 가뿐하게 무시하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더는 쫓을 생각은 없는 건지, 조슈아는 그런 스노우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큰 소리로 소리쳤다.


“스노우 넌 반드시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거야!! 네가 플레이크가에서 내 도움 없이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소리치는 조슈아를 지나친 스노우는 그대로 플레이크가의 거대한 빌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플레이크가가 쫓아올 수 없는 곳을 찾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장 잡아와!!”


당연하게도 곧장 로건이 보낸 추적자들이 쫓아왔지만, 마나를 각성한 스노우는 쫓아오는 추격자들을 피해 오랜 기간을 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플레이크가에서 도망친 지 한 달이라는 시간 만에 스노우는 추격자들에게 붙잡혀 로건의 앞으로 끌려왔다.


“네가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


“내가 말한 대로 조용히 살았으면 아무런 일도 없이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었을 것이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너의 책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거야”


도망치는 스노우의 반항이 거세자, 로건은 스노우를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 그 양팔을 부러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거의 반 죽어가는 상태로 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스노우의 두 눈에는 로건을 죽일 듯한 살기가 홍흉했다.


“리암을 쓰러뜨린 너는 넌 이제부터 플레이크가의 세 번째 가주 후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 또한 가주 계승식을 치러야만 한다는 것이겠고”


“······”


“플레이크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주 계승식에 대해서는 너도 들은 적이 있을 터. 너를 포함한 리암과 조슈아는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이용해서 싸우게 될 것이다”


로건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들어 올리며 하는 이야기를 들은 스노우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어이가 없겠지. 아무런 기반이 없는 너에게는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한 체 죽게 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니까”


로건은 스노우의 머리카락이 뜯어질 것 같을 정도로 더욱더 강하게 쥐었다. 스노우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로건은 소리쳤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네년이 자초한 일이라는 걸 잊지말아라. 난 분명 조용히만 산다면, 널 그냥 내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었어”


“크흑···!”


“네 행동이 네 어미와 너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된 것이다”


“······크큭! 뭐가 제 탓입니까? 어차피 당신은 나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도 없었으면서!!”


“닥쳐라!!”


로건은 스노우가 소리치는 것을 듣더니 화가 난 것인지, 그대로 잡고 있던 스노우의 머리를 강하게 땅으로 집어 던졌다.


“크헉!”


바닥에 부딪히며 강한 충격을 받은 스노우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로건은 그런 스노우를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계승식까지 남은 반년 동안은 한국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지내라. 플레이크가의 후계자로서가 아니라, 얼음 마녀의 딸로서 가는 거니, 네가 사고를 쳤을 때 모든 책임은 네 어미에게 갈 것이라는 건 기억하고”


“으윽······”


“물론 너에게 기회를 아예 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나 또한 너의 어미에게 받은 것이 많기도 하고 말이니”


스노우의 머리를 붙잡았던 손을 수건으로 닦으며 그렇게 말한 로건은, 표정을 일그러지더니 더럽다는 듯이 손을 닦은 수건을 바닥에 버리면서 말했다.


“만약, 네가 아카데미에서 반년 뒤에 있을 토너먼트에 우승해서 2학년으로 진급한다면, 그땐 네 후계자 자격을 취소해줄 것을 고려해보도록 하지”


“그 말···”


로건이 하는 말을 듣자마자, 스노우는 손을 뻗어 로건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런 스노우를 로건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스노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강렬한 표정으로 로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겁니다”





*                *                  *                 *





“이곳이 서울 계승자 아카데미인가”


입학 시험이 있을 장소를 찾아서 스노우는 아카데미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반년 안에 이곳에 있는 모두를 꺾고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거군”


토너먼트에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스노우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 많이 빈약해 보이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안심하지는 말아야 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샌가 입학시험이 치러지는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단상 위로 올라오는 한예은과 그녀의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로 울러 퍼졌다.


“오늘은 여러분들 모두가 본교에 시험을 보러오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본교는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시에 시험을 치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1차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1차 시험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그냥 계속 일어서 있으시면 합격입니다”


한예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거대한 기운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살기와 중력을 다루는 힘을 섞어서 쓰는 건가’


살기 정도야 스노우에게 있어서는 별것도 아닌 수준이었고, 중력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스노우는 자신과 똑같이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이 있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무릎을 꿇은 것 같군. 나와 똑같이 서 있는 자는 저 둘뿐······”


그리고 스노우는 한 남자와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저자는······정체가 뭐지······?”


두근 두근 두근


멈춰버린지 알았던 심장이 한 남자를 가리키며 요동치고 있었다. 검은 눈과 머리, 날카로운 인상, 잘생긴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스노우는 그 순간······


“마치 저자를 만나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한······”


거대한 운명을 느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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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8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30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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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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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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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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