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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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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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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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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447,698

작성
21.11.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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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26화. 과거의 인연(3)

DUMMY

“잠깐···잠깐만······그러니까 지금까지 말한 내용들을 정리하면······”


한참을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은 한버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마리아와 진성이는 너랑 만났던 전생인 대성녀와 천마였을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고······”


“그래”


“게다가 너랑 히아신스는 이 세상을 만든 4명의 창조주 중 하나이며······”


“맞아”


“나랑 스노우도 그런 전생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래, 전부 잘 이해했어”


“······하······하하······하···”


한버들은 갑자기 실성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웃겨서 웃는다기보다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한 가벼운 헛웃음이었다.


“그게 지금 진심으로 믿으라고 하는 이야기야······?”


“······”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거냐고 우현아! 네가 분명 숨겨왔던 진실을 말해준다고 했잖아···!! 근데 이런 거짓말로 우리를 속여?”


“거짓말한 적도, 그리고 속인 적도 없어. 내가 말한 것들은 모두 진실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된다고 하잖아!!!'”


그렇게 소리 지르며 나를 바라보는 한버들의 두 눈에 깃들어 있는 것은 커다란 당혹감이었다.


“모르겠어. 우현아······나도 너를 믿고 싶은데······나도 네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데 말이야······! 도저히 네 말이 나한테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


“머릿속으로는 이 이야기가 진실일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되뇌고 있어······! 하지만······하지만 네가 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이 거짓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단 말이야···! 나는······나는···!”


“그만, 이제 진정하라 버들”


한버들이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패닉에 빠져 있다는 걸 느낀 것인지, 스노우는 그런 한버들의 말을 끊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래, 그렇게 하자”


“버들은 내가 쉬게 하지, 잠시 기다려라”


“아니야, 그냥 너도 쉬어. 난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올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러고 나서 숲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아무 말 없이···정말 아무 말 없이 홀린 듯이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숲 속을 거닐었다.


“우현!”


한버들을 쉬게 한 뒤 나를 쫓아온 것인지, 숲을 걷고 있는 내 뒤에서 나를 부르는 스노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흡이 거친 것으로 봐서는 서둘러서 달려온 듯했다.


“스노우, 쉬고 있으라고 했잖아”


“할 말이 있어서 그런다”


“할 말이 뭔데?”


“어······일단 조금 걸은 뒤에 이야기하면 안되는 건가?”


“·········”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다. 조금만 같이 걸은 뒤에 이야기하지”


“······그래, 맘대로 해”


내가 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숲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자, 스노우도 그런 나를 쫓아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숲 속을 거닐었다.


“우현”


그렇게 걸어가던 중,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스노우였다. 스노우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며 말했고, 그러자 나 또한 자리에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버들이 한 말을 너무 신경 쓸 것 없다”


말을 하고 있는 스노우는 어딘가 걱정되어 보이는 표정으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법사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현상을 분석하는 마법사로서의 본능이 있지. 그런 마법사로서의 분석과 너를 믿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하며 생긴 괴리감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일 것이다”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더욱 버들이를 탓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이럴 거라고 어느 정도는 짐작했는걸”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스노우에게로 다가갔다.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스노우의 눈에서 이상할 정도의 침착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스노우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스노우 너는······버들이가 그렇게까지 당황한 것에 비해서, 정말 이상할 정도로 침착해.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야”


스노우는 그런 내 말을 듣더니, 그 말이 맞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을 지나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곳에 서서 말했다.


“네 말대로, 나도 내 자신이 이상하리만큼 침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이 이야기가 놀랍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어째선지 내 마음은 놀라기는커녕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있어. 마음이 얼어붙으니, 당황하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침착해질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말하는 스노우는 정말로 침착해 보였다. 평소에도 침착한 편인 스노우였지만, 어딘가 강한 위압감 같은 것 또한 느껴지는 듯했다.


“또한, 방금 전부터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듯한 기이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 이 이상한 감각이 점점 심해질수록,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점점 더 익숙하게 느껴지고 있어. 이 숲도, 불어오는 바람도,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빛의 별들도, 그리고 나 자신까지 너무나도 익숙하다”


“익숙하다라······”


“하지만 이 세계가 아무리 익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결국 내게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들일 뿐이다. 나는 이 풍경을 볼수록 점점 더 내 마음이 굳게 얼어붙어 가는 것 또한 느끼고 있어. 마치, 내가 아닌 점점 다른 누군가가 되어 가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네가 아니게 되는 게 두려운 건가?”


“······아니, 신기하게도 이 변화가 두렵지는 않다. 나는 그저 궁금할 뿐이다. 이 세계···그저 게이트에 불과한 이 세계와 내 전생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너라면 알고 있을 테지······그렇다면 지금 당장 대답하라 우현, 이 세계는 내 전생과 연관이 있는 곳인 건가?”


스노우는 스스로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일체의 감정의 변동이 없이 놀랍도록 침착했다. 평소보다도 더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노우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네 추측대로 이 세계는 네 전생이 있던 세계야.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도,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것일 테고”


“역시 그랬군. 이 세계가 바로 내 전생이 있던 곳이었어···! 그렇다면 나는 누구였지? 내가 이 세계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그녀는 얼음과 냉기의 황제, 대륙 최초의 지배자, 냉혹한 서리의 군주 등의 다양한 이명을 가지고 있었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스노우의 푸른 눈이 오늘따라 더욱 깊이 있게 느껴졌다. 달빛을 받으며 푸르게 빛나고 있는 두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이 스노우를 향해 말했다.


“플루이나 드 엘리시온 쿠힐라, 이 나라의 황제가 바로 네 전생이다, 스노우”





*                *                  *                 *





마차를 타고 수도 엘리시온으로 향한 지도 벌써 2일이나 흘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러는 거야 쟤네?”


“그만큼 둘 다 생각할만한 게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제도 그래놓고 오늘은 또 왜 저러는 건데?”


한버들과 스노우는 나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로 하루 대부분을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며 보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야기 하나 없이 조용해진 마차 내부를 본 한진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지루하구만 지루해. 이번에는 빨리 좀 습격 오지 않으려나”


“그런 말이 다 씨가 되는 법이에요. 진짜로 습격이라도 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차피 내가 해결할 건데, 뭐 어때?”


지난 이틀 동안 용병단이나 산적들의 습격이 수차례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을 한진성과 마리아가 해결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겨우 며칠 사이에 이 정도 수의 습격을 당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차라리 이번에는 흑막이 직접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용병단이나 산적들은 질린단 말이야”


“그런 말 말게나. 나는 무사히 돌아가고 싶단 말이네”


마부는 몇 번의 습격을 더 겪으면서 상당히 피폐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한진성과 마리아 덕분에 큰 부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부는 상당히 지친 듯 보였다.


“······누군가 오고 있군 ”


“그···그게 정말인가?!”


“수를 보니까, 이번에도 용병단이구나? 내가 막으러 간다!”


히아신스는 마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러자 마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차를 세웠고, 한진성은 신나게 소리치며 마차에서 뛰쳐나갔다.


“뭐야, 왜 안 오는 건데?”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일정 거리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 기척을 본 한진성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걸 본 나는 마차에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평범한 용병단이 아니군. 지금까지 만난 그 무엇보다도 체계화된 움직임이야”


“이상하네요, 우리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포위하고 있잖······”


그렇게 마리아까지 걸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갑자기 우리는 말을 멈추고 길 끝을 바라보았다. 길 끝에서 대낮에도 보일 만큼 환한 푸른 빛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저건···!”


“모두 피해요!!!”


콰앙!


마리아가 곧장 뒤를 보며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땅속에서 엄청난 양의 얼음이 솟구치며 일행 전부를 기습했다.


“뭐야 이건!”


“잠깐, 마부가 아직 마차 안에 있다!”


“늦었다, 이미 마차는 완전히 파괴됐어”


날카로운 얼음들에 의해 마차는 단번에 박살이 났고, 한버들과 스노우 그리고 히아신스는 마차가 부서지기 직전 탈출한 상황이었다.


“······젠장”


마부가 마차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얼음 속으로 사라진 것을 깨달은 한진성은 순간적으로 표정을 찡그렸다. 하지만 한진성은 침착하게 나를 데리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스노우, 한버들, 형님과 히아신스를 지켜라”


“너희는 어떻게 하려고?”


“우리는······저걸 상대해야지”


한버들은 고개를 돌려 길 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버들과 스노우또한 그곳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저 사람은······”


하늘색의 가까운 연한 푸른색의 머리, 여자치고는 큰 키와 도도한 걸음걸이, 선명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가 아스트라와 똑같이 생긴 얇은 얼음 날의 검을 가지고 길의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스노우랑 똑같이 생겼잖아?”


한버들도 순간 당황한 만큼, 스노우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똑같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여자는 스노우를 압도할 만큼의 압도적인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에 그리 방심한 것이지? 어차피 또다시 용병단이나 산적들의 기습일 것이라 생각한건가? 아니면 이 환상의 근원이 저 멀리서 느껴지니 위험의 요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너는···”


“짐의 스승인 그대가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이 바로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었거늘. 그대가 이리도 방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이 오묘하구나”


그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의 일정 거리 앞에 멈춰선 여자를 한진성과 마리아가 아무 말 없이 막아섰고, 그걸 본 여자는 광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너희들도 나와 똑같은 그의 인연들이군”


“그렇게 말하는 당신 또한 우현님과 인연이 있어 보이네요”


“그렇다, 저자는 짐의 스승이었거든”


“그럼 이제 좀 놓아주는 게 어때?”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할 것 같군. 짐은 반드시 그를 데려가야 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황제 플루이나의 시선이 나에게서 스노우로 향했다. 잠시 동안 스노우를 살피던 플루이나는 맘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짐이 저런 겁쟁이로 환생하다니, 세상도 참 말세로군 말세야”


스노우가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한 뒤, 플루이나는 가볍게 아스트라를 들어 올렸다.


“짐은 그대들과 다르게 약해진 상태여서 말이지”


《 신성 개방 》


“미안하지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도록 하지”


플루이나에게서 패도적인 기운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플루이나는 아스트라를 그대로 아래로 휘둘렀다. 그걸 본 한진성은 붉은 기운을 담은 주먹을 휘둘렀고, 마리아 또한 손을 내밀며 신성력을 사용했다.


“서리여, 나의 적을 베어라”


《 빙령(氷零) 》


“덤벼!”


《 시체는 산을 쌓고, 피는 바다를 이루니 》


“바라옵니다, 나 지금 주를 지키는 검이 되기를”


《 성스러운 희생의 검(Sword of Sacred Sacrifice) 》


플루이나의 검, 한진성의 주먹, 마리아의 신성력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거대한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노우와 한버들의 또 다른 싸움도 지금 시작하고 있었다.


“빠르게 제압한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숲 속에서 튀어나와, 곧바로 한버들과 스노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향해 달려든 것 이었지만, 그걸 스노우와 한버들이 막아선 것이었다.


“하나하나가 지난번 붉은 갑옷의 미노타우로스와 동급이로군!”


“으윽! 하나 하나는 별거 아니지만, 수가 너무 많아!”


지난번 미노타우로스와 만났을 때보다, 스노우와 한버들 또한 훨씬 성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병사를 전부 막아내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몰아붙여라!! 죽이지는 말고 버티기만 해!! 정면으로 붙는 것이 아니라, 진형을 갖추어라!!”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여자는 능수능란한 지휘로 스노우를 농락했고, 한버들의 마법을 가볍게 피하거나 막아냈다.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강함이라니, 정말 굉장한 재능이로군. 역시 폐하의 환생이라 이건가’


병사들의 대장은 나이에 비해 압도적인 둘의 강함을 보며 감탄했지만, 그러면서도 침착하게 우위를 점했다.


“신격을 가질 만큼 조금만 더 강하거나, 경험이 있었다면, 내가 직접 나서야 했을지도 모르겠어”


둘 다 정말로 강력했기에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지만, 나와 히아신스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굉장한 지휘다. 보는 것만으로도 저자에 대한 병사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을 지경이군”


“플루이나가 없을 때는 보통 저 녀석이 지휘하거든. 애초에 플루이나는 인재를 등용해서 맡기는 것이 더욱 좋다고 생각하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스노우와 한버들을 지나친 병사들은, 나와 히아신스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병사들의 틈 사이로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던 여자가 걸어나오면서 말했다.


“엘리시온의 황실 기사단장, 메르세데스가 태사께 인사드리옵니다”


메르세데스는 내 앞으로 다가와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메르세데스를 내려다보았고, 천천히 고개를 든 메르세데스는 히아신스의 손등에도 가벼운 입을 맞추었다.


“건강해 보이네, 메르세데스”


“지금의 저는 환상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건강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지요”


“이곳에 온 것은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고?”


“폐하께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뭐, 일단은 억지로 데려오지는 말라고 하셨지만요”


콰앙!!!!


메르세데스와 대화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산 일부가 눈에 보일 만큼 소멸하는 것을 본 메르세데스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네요. 조금은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하지만 그런 메르세데스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없었다. 멀리서 공격을 맞은 것처럼 날아온 플루이나가 내 옆에 처박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될 테니까요”


메르세데스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았다.


“저자는 제가 막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메르세데스는 그대로 뒤를 향해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그런 메르세데스의 검은, 플루이나가 날아온 곳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든 한진성의 주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비켜!!”


“그럴 순 없다!!”


그렇게 메르세데스가 지나가려는 한진성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사이, 바닥에 처박힌 플루이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역시 원래 힘을 대부분 되찾은 자들이, 환상에 불과한 나보다는 훨씬 강하군”


한쪽 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플루이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플루이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라진 플루이나의 팔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습격의 목적은 나를 데려가고 싶은 것이 전부인 건가?”


나는 플루이나를 향해 다가가며 그렇게 말했고, 플루이나는 그런 나를 보더니 옷에 묻은 것들을 손으로 가볍게 털어내며 말했다.


“그래, 메르세데스에게 들었다시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잠깐이면 좋겠으니, 나를 따라와 줄 수 없겠나?”


“뭐, 잠시 이야기를 하는 정도라면 할 수 있지만, 할 거면 애들도 다 같이 가는······”


내가 말하는 걸 듣자마자, 플루이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끌어당기는 강렬한 힘 앞에 나는 그대로 플루이나의 품으로 껴안겼다.


“그 말만을 기다렸다”


나를 꽉 끌어안으며 플루이나는 만족스럽다는 듯 호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걸 본 히아신스가 순식간에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가속했고, 그대로 플루이나를 향해 손을 내지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진정 죽고 싶은 것이로구나”


“죽일 수 있다면 죽여보아라”


플루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살짝 내밀었다. 플루이나가 나를 방패로 삼아버리자,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히아신스의 손은 곧장 궤도를 틀어 내 옆을 지나갔다.


콰앙!!!


결국 헛손질에 그친 것에 불과했지만, 히아신스의 손 끝에서 방출된 기운은 그대로 날아가 여러개의 산을 전부 소멸시켜버렸다.


“그래, 너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플루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고, 곧바로 전이 마법을 사용했다. 히아신스는 푸른 빛으로 사라져 가는 나와 플루이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감히, 인간 따위가 그이를 방패로 삼아······?”


하지만 히아신스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는, 이미 나와 플루이나는 빛이 되어 어딘가로 전이되어버린 상황이었다. 히아신스는 망설임 없이 플루이나를 쫓아 마법을 사용했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해내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폐하”


그것을 확인한 메르세데스 또한, 한진성을 막는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더니 검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저희에게 이 이상 싸울 의지는 없습니다”


“싸울 생각이 없으면, 내가 살려줄 줄 알아?”


“저흰 어차피 환상일 뿐입니다. 죽어도 상관없는 장기말일 뿐이지요”


“그건······”


“죽이실 테면 저희 모두 다 죽이셔도 좋습니다. 말했던 대로 저희들은 이 이상 저항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메르세데스의 말대로 한진성은 정말로 모든 병사가 일제히 검을 집어넣고, 항복의 의사를 밝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쯧!!”


어차피 죽인다고 해도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진성은 짜증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병사들의 사이로 뒤늦게 걸어 나온 마리아 또한 그 자리에 무릎 꿇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가···제가 나약한 탓에······”


하지만 상처하나······아니, 먼지 하나 묻은 것 없어 보이는 마리아를 본 메르세데스는 오히려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예군 4,000명을 10분 만에 전부 해치우고도 상처 하나 없다라······역시, 폐하께서 자신과 동격이라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군요”


메르세데스는 그렇게 감탄하며 곧장 품에서 종이를 꺼냈고, 망설임없이 종이를 찢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든 병사와 메르세데스가 순식간에 푸른 빛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럼 엘리시온의 황궁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죠, 태사의 일행들이여”


한진성은 빛으로 사라져 가는 메르세데스를 잡을 생각은 없는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고, 마리아와 한버들, 그리고 스노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황궁으로 간다면 그 여자한테 전해, 다음에 만나면 봐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말한 뒤, 일행을 향해 걸어가는 한진성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누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 나였어도 형님과 이야기하고 싶었을 테니까······”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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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6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5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1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7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6 0 20쪽
»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7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6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29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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