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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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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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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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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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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스노우(1)

DUMMY

우리들이 게이트를 나오고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연락을 받은 홍연화가 곧바로 집으로 찾아왔다.


“게이트에서 습격을 받다니······미안하다, 전부 내 책임이야”


침대에 힘없이 앉아있는 스노우와 한버들을 본 홍연화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 홍연화의 사과에도, 한버들과 스노우는 무덤덤하게 답할 뿐이었다.


“학장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우리들이 약한 탓이죠”


“무량의 습격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나. 그저 불운한 일이었을 뿐이다”


스노우와 한버들은 정신을 차린 뒤로 어딘가 크게 변해있었다. 감정적이던 모습이 대부분 사라지고, 의연하면서도 무덤덤한 태도를 계속해서 취하고 있었다.


“······”


홍연화 또한 그런 둘의 변화를 느꼈는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곧장 그런 표정을 숨긴 홍연화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홍연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상태로, 그렇게 잠시동안 스노우와 한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가봐야겠네”


자리에서 홍연화가 일어나며 말하는 것을 들은 한버들은, 곧바로 고개를 들더니 홍연화의 두 눈을 마주 보면서 물었다.


“벌써 가시려고요?”


“응,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홍연화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한 번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곧장 걸어가 문 손잡이를 잡으면서 말했다.


“다음엔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마지막 인사를 마친 홍연화는 그렇게 문을 열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옴과 동시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본 홍연화는 곧바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량을 찾을 셈이군”


“그렇다면 어쩔건데”


“그만두는 게 좋아”


나는 홍연화의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홍연화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를 보며, 나는 홍연화가 무량에게 복수를 할 생각이라는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넌 무량을 이길 수 없어”


“내가 이길 수 있든 없든. 난 그 무량이라고 하는 그놈은 반드시 쳐 죽일 거야”


홍연화의 시린 분노가 느껴졌다. 피부를 따끔하게 찌르는 홍연화의 마나가 은은하게 새어 나왔고, 그걸 느꼈는지 복도 너머에서 한버들이 다가오며 말했다.


“좀 하지 말라면 하지 마쇼. 나도 못 이기는 녀석을 누님이 어떻게 이길 건데?”


“네가 못 이긴다고···지능은 어린애보다도 없어도 강함은 누구보다 강력한 네가···?”


“그래, 지능은 어린애보다도 없······긴 누가 없어!!!”


한진성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가볍게 무시한 홍연화는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곧바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로는 안 되는 거구나······”


“홍연화, 네가 약한 게 아니야. 그 녀석이 기이할 정도로 강한 거지”


“그래, 그건 나도 알아. 너 같은 괴물들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건, 이미 훈련장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꼈던 거거든. 저기 저 사촌 동생······아니, 야만인도 그런 축에 속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머리가 아픈 건지 머리를 붙잡은 홍연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야,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그래”


“네가 더 강하냐? 아니면 그 무량이라는 놈이 더 강하냐?”


그런 홍연화의 질문을 듣자마자 한진성은 매우 놀란 듯 입을 벌리더니, 빠르게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듯한 눈으로 홍연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한진성과는 다르게, 나는 태연하게 홍연화의 말에 답했다.


“내가 더 강해”


내 말을 듣고 나서도 홍연화는 잠시동안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대로 아무 말 없이 걸어서 나를 향해 다가왔고, 주먹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그럼 반드시 지켜. 한버들과 스노우 플레이크라는 녀석들은, 네 친구이기도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소중한 학생들이기도 하니까”


“·········당연하지”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한 듯 미소를 지은 홍연화는, 그대로 등을 돌리더니 복도 너머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해줬으면 됐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홍연화는 망설임 없이 걸어서 집을 떠났다. 홍연화가 떠나자, 나는 곧바로 방문을 열고 한버들과 스노우가 쉬고 있는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몸은 괜찮아?”


내가 방 안으로 걸어들어와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말하자, 한버들과 스노우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둘은 단순히 반갑다기보다는, 여러 감정이 섞인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내 말에 답했다.


“몸은 다 나은지 오래다”


“애초에 우리는 크게 다치지도 않았었잖아?”


“그래, 그건 그렇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들을 약속이라도 한듯이 입을 닫았다. 그러자 그 상태로 잠시동안의 조용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


그리고 그런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아닌 스노우였다. 제대로 입을 떼지 못하고 잠시동안 망설이던 스노우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나를 향해 말했다.


“······우현”


“응”


“무량이 내 몸에 무엇을 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루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정말 오랜 꿈을 꾸었다는 것만은 기억이 난다”


“·········”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스노우 플레이크가 아닌······플루이나 드 엘리시온 쿠힐라라는 존재가 되어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나도야, 나도 내가 아니라 카르히아이스라는 사람이 되었었어. 그 꿈속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무엇을 하면서 보낸 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나도 그거 하나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나”


그런 스노우와 한버들의 말을, 아무 말 없이 나는 계속해서 들었다. 한버들과 스노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혼란스럽게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침착하게도 보였다.


“나라는 존재가 무너지는 것만 같다. 나 자신이 정말 스노우 플레이크가 맞는지, 나 자신조차도 확신을 가질 수 없어. 플루이나라는 존재가 내게 녹아들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로는 지금 내가 한버들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내 몸에 밴 습관과 기억들은, 한버들이 아니라 카르하이스라는 녀석의 것이야”


“나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내게는 굉장히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야. 이러한 괴리감이 몇번이고 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우현아? 한버들이라는 존재는 죽어버리고, 그냥 카르히아이스가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난 이대로 없어지는 걸까···?”


“무섭다, 우현.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이렇게 두려운데도, 마음만큼은 계속해서 평온하단 사실이 괴롭다. 괴리감은 두려움을 일으키고, 두려움은 또다시 괴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나를 바라보는 스노우와 한버들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의 눈동자는 그 어떠한 일렁임 없이 고요하고 평온했다.


“진정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둘을 항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한버들과 스노우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올린 상태로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두려워할 것 없어. 너희가 누구인지는 너희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둘의 눈을 번갈아가면서 마주 보았다. 고요하고 평온한 그 눈동자 속에서, 나는 한버들과 스노우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너희는 누구지?”


““나는······””


“자, 말해봐. 너는 누구인지, 또 네 이름이 무엇인지”


나는 계속해서 둘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럴수록 고요하던 두 사람의 눈동자에, 천천히 파문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스노우 플레이크다”


“나는 한버들이야”


둘이 대답하는 그 순간에도, 그 파문의 일렁임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목소리로 둘을 향해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반드시 그 사실을 잊지 마. 너희들은 내 친구인 한버들과 스노우 플레이크야. 진리의 마법사 카르히아이스와 서리의 여왕 플루이나 드 엘리시온 쿠힐라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둘은 진정이 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나는 작은 미소를 지었고, 둘의 손 위에 올려놓았던 내 손을 치우며 말했다.


“나는 너희를 믿어”


내가 손을 치우며 말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현님, 마리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와”


내 대답을 들은 마리아는 그대로 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방금 전, 모르는 자들이 찾아와 스노우에게 전하라면서 편지를 주고 갔습니다. 일단, 신성력으로 살핀 결과 아무런 문제는 없는 것 같기에, 우현님에게 가지고 왔습니다”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옷 안에서 새하얀 봉투에 담긴 편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눈송이같은 문양이 크게 박혀있는 봉투를 본 나는, 그대로 스노우를 향해 편지를 건네면서 말했다.


“자, 확인해봐”


편지의 문양을 본 스노우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노우는 편지를 받아들었고, 천천히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스노우의 손이 잘게 떨렸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스노우는, 이윽고 나에게 그 편지를 건네면서 말했다.


“우현, 한 번 읽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


나는 스노우가 건넨 편지를 받았고, 천천히 내용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 너 같은 것이 어떻게 일성 그룹의 회장을 알게 된 건지는 모른다 ]

[ 하지만 아무리 일성 그룹이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가주의 계승식을 미룰 생각은 절대로 없다 ]

[ 사업밖에 하지 못하는 그딴 늙은이는 그냥 죽이면 그만이거늘 ]

[ 사생아 따위가 그딴 같잖은 수작으로 시간을 끌려 하지 말아라 ]

[ 플레이크가의 가주로서 명한다 ]

[ 당장 돌아와라, 스노우 플레이크 ]


스노우를 향한 강한 명령조의 말로 쓰여진 편지를 전부 읽은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스노우를 바라보았다.


“그건 나의 아버지······로건 플레이크의 편지다”


“로건 플레이크···? 플레이크가 가주의 이름이잖아. 그런 사람의 편지에 왜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있는 건데?”


“천천히, 하나씩 설명해주겠다. 너희도 플레이크가의 가주가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알고 있겠지?”


“맞아, 분명 너희가 우리집에 놀러 왔던 날이었지”


한버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을 보았음에도 침착하게 스노우에게 물었다. 스노우는 그런 한버들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때 나는 먼저 너의 아버지를 찾아가, 플레이크 가를 압박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가주 계승식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으로 말이야”


“그런 부탁을 왜······”


“가주 계승식이 시작된다면, 내 형제 자매들이 뒷배가 없는 나를 가장 먼저 죽일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밖에 나에게는 방법이 없었어”


스노우의 두 눈에 떠오른 것은 명백한 공포의 감정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공포가 아닌, 분명한 대상을 가지고 있는 형태의 공포였다.


“아무리 가주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그렇지.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단 말이야? 그냥 후계 자격을 포기하면 안 돼?”


“나의 아버지, 로건 플레이크라는 남자는 그런 자다. 그 남자는 자신의 자식들이 서로 죽이기를 바라고 있어. 가주 계승식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강한 녀석만을 남겨 자신의 후계자로 삼겠다는 것이지”


“말도 안돼······”


“몇 년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신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곧바로 나는 이 먼 나라인 한국으로 와서 몸을 숨겼지. 암살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힘을 기르고자 아카데미에 들어왔고, 너의 아버지에게 부탁해 계승식을 미루기 위해 노력했다”


스노우의 사정을 들은 한버들은 놀란 것인지 말문이 막힌 듯 그대로 입을 닫았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노우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걸 우리에게 말한다는 건······”


내가 말끝을 흐리자, 스노우는 맞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현, 네 생각이 맞다.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젠 끝을 낼 생각이야”


“끝을 낸다니······가주의 자리에 오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스노우?”


“아니, 마리아. 나는 가주의 자리에 관심이 없다. 이대로 후계 자격을 포기하겠다고 말할 거야. 가주의 자리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암살 시도에 시달리겠지만······우현의 덕분에 이제는 암살의 위협에도 맞설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


자신의 질문에 대한 스노우의 대답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마리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되물었다.


“왜 가주의 자리를 포기하는데요?”


“그야, 나로는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가 없······”


“그러니까 왜 오를 수 없냐는 거예요”


“그야, 당연히 오르기 전에 죽을 게 분명하잖나. 내 형제들이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 분명한데, 내가 어떻게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거지? 플레이크가의 힘은, 마리아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스노우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정말 놀란 것인지 입을 벌리더니, 천천히 머리를 붙잡았다. 마리아는 그 상태로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하아······그래,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당신들이 우현님과 히아신스님에게 배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마리아의 깊은 한숨을 본 스노우와 한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마리아는 스노우에게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잘 들어요, 스노우. 이건 헛소리도 아니고, 제가 미친 것도 아니에요. 저는 플레이크가의 전력을 잘 이해하고 있고, 당신과 버들의 실력도 잘 알고 있다고요”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가, 마리아”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스노우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마리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의 당신들이 플레이크가 전체보다 강해요”


“그게 뭔·········”


“당신이나 버들이 지금 당장 플레이크가의 본진으로 쳐들어가도, 무조건 당신들이 이긴다니까요? SS급인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마리아는 말하면서도 굉장히 답답한 것처럼 보였다. 스노우와 한버들은 그런 마리아를 보면서도, 아직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플레이크가의 힘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저희들 같은 자들과 같이 다닌다면, 이런 감각이 둔해지는 게 어쩌면 순리이니까요”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마리아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스노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다 같이 가요, 스노우”


“어디를 말인가?”


“플레이크가 말이에요.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직접 체험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무슨···”


“게다가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은 모든 언어를 자동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언어 때문에 문제가 생길일도 없을 거고요”


스노우는 당황한 듯 마리아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마리아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플레이크가는 미국에서도 유명한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해 있으니, 가시는 김에 히아신스님과 관광이라도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마리아의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히아신스와의 여행이라는 말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런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고, 나는 마리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괜찮네, 히아신스와 여행을 가는 것도 좋고, 또 네 말대로 스노우와 버들이가 슬슬 자신의 수준을 파악해볼 때가 되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정말 괜찮은 건가, 우현···? 나와 함께 간다면, 조용히 살고 싶다던 너의 꿈이 망가질 수도 있다”


“애초에 난 스노우 너를 혼자 보낼 생각이 없었어. 네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데, 내가 너를 그냥 가라고 할 리가 없잖아. 정 그렇게까지 부담된다면 그냥, 관광하러 가는 김에 네 문제는 덤으로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해”


“덤···덤이라고···? 플레이크가의 후계 문제가 덤······?”


스노우는 내 말을 듣더니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고, 그걸 들은 마리아는 자랑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스노우가 진심으로 부탁한다면, 우현님께서 들어주지 않을 리가 없죠. 제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우현님께서는 모종의 방법으로라도 스노우를 도우려 했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이 정도의 호의는 그냥 받아들여도 괜찮아요”


마리아의 말을 들은 스노우는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스노우를 보며 미소를 지은 마리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가면서 말했다.


“그럼, 저는 진성과 히아신스님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오겠습니다, 우현님”


말을 마친 마리아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아직도 현실로 제대로 돌아오지 못한 듯 보이는 스노우의 얼굴을 보았고, 괜스레 가벼운 웃음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가볼까, 미국으로”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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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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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1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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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7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6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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