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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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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44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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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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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45화. 변화(2)

DUMMY

“몸은 괜찮은 건가?”


그날 저녁, 사람들의 시위 소리가 잦아들 즈음이 돼서, 병실 침대에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내게 히아신스가 찾아왔다.


“조금은 안색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군”


히아신스는 그대로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히아신스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전, 다 같이 함께 무량의 본거지를 찾아갔다”


“본거지?”


“이탈리아의 한 집을 아공간으로 개조해 놓았더군. 물론, 찾아갔을 때는 텅텅 비어있었지만 말이야. 있는 거라곤 몇 명의 악마뿐이었다”


“우리의 행동을 이미 읽고 있었겠지”


“그래, 당신의 말이 맞다”


히아신스가 무언가 내게 하고 싶어하는 말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내 손을 잡은 히아신스의 손을 마주 잡으면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솔직하게 말해줘”


“············신선이었던 무량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고 있다. 게이트를 만들어 주작을 끌어낸 것도 녀석이라는 것도 이미 눈치채고 있겠지”


“그래, 사신수 중 하나인 주작이 나올 정도의 게이트가 지금 이 세계에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게다가 이렇게 단기간에 폭주까지 일으키는 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무량이 나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힘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 기운의 정체 또한 큰 문제야”


“그건······”


“당신과 내가 느낀 그 기운의 정체가 정말 예상대로 라면, 이건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가 나와 당신을 정말로 위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건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그 녀석이라고 해도, 우리는 둘이야”


“당신의 말대로 우리는 둘이다. 하지만 둘이어도 우리는 둘 다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어놓은 상태이기도 해”


“·········”


나 또한 그 검은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신하고 있었기에, 나는 히아신스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를 걱정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히아신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입을 닫았다.


“이번만큼은 내 결정에 따라주기를 부탁하지”


히아신스는 내가 말을 멈춘 것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히아신스의 손 위에 두꺼운 서류 하나가 생겨났고, 히아신스는 그 서류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버들이와 스노우가 준비해오던 것들이다”


나는 히아신스가 건넨 서류의 표지에 적힌 거대한 글자를 읽었다.


“리유니온(Reunion)······?”


“무량의 일로 인해 우리 또한 제대로 앞으로 나설 것이라 말했을 터. 우리는 앞으로 리유니온이라는 이름을 내세울 것이다”


“지금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는 거야?”


“그렇다. 버들이의 일성그룹, 스노우의 플레이크 가문 또한 리유니온의 이름 아래로 들어올 예정이지. 무량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 정도 규모의 단체를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량과 전면전을 할 생각이구나”


“당신이 마리아에게 부탁했던 것의 준비가 끝났어. 이제 당신의 원래 육체의 일부를 되찾기만 한다면, 더이상 우리가 무량에게 소극적으로 나갈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히아신스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앞으로 나오기로 정했기에, 무량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또한 어느 정도의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어쩔 수 없겠네”


하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었다.


수많은 세계를 여행했고, 그 어떤 세계에서든지 나는 언제나 불행하고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내는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만큼은 행복한 결말로 만들고 싶었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내가 바란 것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친구들과 웃으며 학교에 다니고, 히아신스와 같은 집에서 살아도 보고, 가끔은 이상한 일이나 안 좋은 일도 생기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바랐다.


그렇게 한다면 이 마음이 행복으로 벅차오르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느껴왔는데······


“표정이 왜 그런 건가·········?”


“······아니야”


“슬퍼하지 말아라.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이 계획은 그만둘 테니”


“아니야, 슬프다기보다는······”


무량이 그리는 그림의 끝이 무엇인지는 나도 몰랐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예측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지.


“조금 안타까울 뿐이야”


하지만 설사 무량의 목적을 안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공허할 뿐이고······”


결국은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것도 끝을 맞이할 텐데.


“히아신스.....잠시만 나를 안아주지 않을래?”


“부탁하지 않아도, 그런 건 언제라도 해줄 수 있다”


그저――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난 말이야,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생각 말인가···?”


“나도 혼돈처럼 사라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내가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하자 나를 꽉 끌어안고 있던 히아신스는 충격에 빠진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히아신스는 내가 걱정되면서도, 또 정말로 사라질까 봐 두려운지 몸을 잘게 떨면서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그런 말을······!”


나는 내 품속에서 미친 듯이 떨고 있는 히아신스의 떨림을 느꼈다. 나는 그런 히아신스를 위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해, 항상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나라서”





*                *                  *                 *





“이런 방식으로 나가게 돼서 정말 할 말이 없다”


홍연화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은 홍연화가 아닌 학장실 창문 너머에서 나의 퇴출을 소리 지르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금도 저러고 있는데 말이야”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나를 내쫓으라 소리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 장소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수업을 듣던 나를 살인자라 욕하는 이들을 나는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집 앞에서도 아카데미 앞에서도 내가 가는 모든 장소에서 저러고 있으면, 안 익숙해지는 게 이상한 일 아니겠어?”


“너무 저들을 미워하진 말아줘. 저들이라고 해서 진심으로 너를 탓하는 것은······”


“나도 알아. 그러니 아무런 말 할 필요 없어”


나는 고개를 들어 시위하고 있는 학생들의 머리 위에 걸려있는 거대한 플래카드를 보았다.


[ 우리의 새로운 영웅! 새롭게 태어난 SS급들을 보라! ]


SS급이 된 일행의 이름이 적혀있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장식된 것을 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내 일행을 찬양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것 같았다.


“어차피 이제 이곳에 돌아올 일은 없는걸”


“······미안하다”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저 녀석들이 나를 살인마라 하는 게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학장실의 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 학장실의 문을 닫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홍연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래도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하지”


“충고라고?”


“협회장을 조심해. 아마도, 지금의 협회장은 죽었거나 가짜로 바꿔치기 당했을 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조심하라는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학장실의 문을 닫고 사라졌다. 홍연화는 답답하다는 듯이 곧바로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산 넘어 산이로군.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건가. 여기다가 세계의 진화라고 하는 예정된 재앙마저 찾아온다면, 그땐 정말 전 인류의 멸망을 볼지도 모르겠어”


홍연화는 갑자기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책상의 겉면에 큰 금이 생겨났지만, 홍연화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에서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빌빌 기어도 모자를 망정에, 이런 식으로 욕을 하고 있다니······뭐? 살인마라고? 설우현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 수백 배가 죽었을······아니, 그럼에도 막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재앙이었을 텐데?”


홍연화는 더이상 보기 싫다는 듯 커튼을 강하게 치며 창문을 가렸다.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홍연화는 그대로 의자로 돌아가 힘없이 앉으면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게다가 유가족과 폐허가 된 건물들의 재건을 위해 이미 수천억을 기부했어. 마수를 막다가 한쪽 팔을 잃기까지 한 녀석인데도 말이야······참으로 우스운 꼴이로군”


홍연화의 깊은 한숨 소리가 방안에 작게 울러 퍼졌다.


“인류의 미래는 어두워져만 가는구나······”


한편, 학장실을 나온 나는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피해 뒷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검은 외제차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오랜만이네”


일성 그룹의 회장, 한버들의 아버지인 남자. 한지원이 차의 창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타서 이야기하지.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니 말이야”


“그렇게 하죠”


한지원의 말대로 이곳에서 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좋을 것이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한지원의 차에 탑승했다. 내가 타자마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집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은 괜찮은 건가?”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해주니 참으로 다행이군. 나도 그동안 많은 것을 들었네. 자네 덕분에 버들이가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라 들었고”


“······그건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자네가 있기에 이루어진 일들이지.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한지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한지원의 몸짓 하나하나에는 나를 향한 깊은 감사함이 담겨 있었다.


“자네 덕분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염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어”


“염원이라면······”


내가 하는 말을 들은 한지원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한지원은 한버들과 아주 유사한 눈빛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들이에게 물려줄 생각이야. 일성그룹부터 시작해서 내가 비밀리에 기르고 있던 계승자들까지도 전부 줄 생각이지”


“그렇다면 리유니온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군요”


“당연하지, 그 계획의 구체적인 사항을 짜는 데 자문을 준 것이 바로 나니까 말이야”


한지원의 두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걱정과 아쉬움, 그럼에도 격한 흥분감이 확실하게 나에게 전해져왔다.


“사실은 내가 평생을 바쳐 키워온 일성그룹이 자네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해.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분명 이 선택이 틀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말이죠?”


“나 또한 경영인이야. 경영이란 사람과 상황, 그리고 시대를 보는 눈이 좋아야 하지. 이 세계가 변화할 때, 난 언제나 길을 찾아왔다는 소리네. 그리고 난 지금 그 길이 자네의 곁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한지원은 조금은 슬퍼 보이는 표정을 한 상태로, 다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자네에게 주는 대신, 나는 버들이를 부탁하겠네. 이제야 자유를 되찾은 그 아이가 좁은 새장에서 나오게 된 거야. 자네라면 그 아이를 옆에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믿어. 나에게 언젠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버들이의 모습을 보여주게나”


“맡겨주십시오”


한지원은 그렇게 말하더니 무언가 기억난 듯 내 손을 놓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자네가 부탁했던 것이 있었지. 발견한 지는 조금 되었지만, 인제야 어느정도 만나게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말하네”


한지원이 그렇게 말하며 보여준 휴대폰의 화면에 떠오른 것은 지도였다. 한지원은 손가락으로 지도에서 한 병원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국세화대병원, 자네가 직접 한 부탁인 만큼 내가 직접 이곳으로 옮겨 드렸네. 얼마 시간이 남지 않은 것 같던데······빨리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더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충분히 만나고 오게나”


“이것 또한 감사드리겠습니다”


“별것 아니네. 자네가 내게 해준 것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지”


그렇게 한지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샌가 차는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차 소리를 들은 것인지 한버들과 마리아가 마중을 나왔고, 차에서 내리는 나를 향해 한지원은 마지막 말을 건넸다.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들었네. 자네가 없는 동안 이 세계는 또다시 큰 변화를 맞이하겠지”


“·········”


“부디 조심하게나. 자네라는 빛을 따르는 이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많아졌어”


“······마음에 새기도록 하죠”


내가 그렇게 한지원과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 한지원의 얼굴을 본 한버들이 화색이 되어서 달려왔다.


“아버지! 오셨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들린 거다”


“쉬다 가시라 하고 싶은데, 지금 집 안에서 한창 바쁘게 뭘 하고 있어서요······”


“됐다, 네 집도 아닌데 여기서 쉬고 가기는 무슨. 난 바로 갈 생각이다. 들어가서 쉬기나 해라”


한버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친 한지원은 미련 따윈 없다는 듯 창문을 내리고 차를 출발시켰다. 떠나는 한지원의 차를 가만히 보던 나는 그대로 등 돌려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현님, 준비는 전부 끝내 놓았습니다”


“수고했어”


마리아의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집 내부를 가로질러 뒷마당을 향했다.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문을 열고 나타나는 나를 한진성은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 온 거야, 형님?”


“너도 준비는 다 마친 것 같네”


“당연하지, 오랜만에 가는 거라 조금 들떠서 말이야”


한진성은 특이한 옷을 입고 있었다. 붉은색의 무늬가 있는 옷은 아무리 보아도 현대의 복장이라기에는 조금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당신의 것도 준비해두었다”


히아신스가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내 옷이 순식간에 다른 옷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파란 무늬가 있는 고대의 중국에서나 입었을 것 같은 느낌의 옷이었다.


“사···사진으로 남겨야 해······!”


뭔가 뒤에서 마리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무시한 채로 뒷마당의 중앙을 향해 걸었다.


“나도 준비됐으니, 그럼 바로 출발하자”


내가 향하는 그곳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검은 게이트가 생겨나 있었는데, 그 게이트는 흉흉한 검은 일렁임을 주변으로 강하게 내뿜고 있었다.


“한진성의 전생 세계와의 연결은 완료되었다. 내 힘으로 안정화도 충분히 시키고 있는 상황이고”


“수고했어, 히아신스. 그리고 마리아도 내가 맡긴 걸 잘 준비해줬고”


“우현님을 위해서 한 일입니다. 언제 그 무엇이라도 거리낌 없이 제게 맡겨주세요”


마리아는 내 칭찬이 기쁜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반대로 히아신스는 나를 향한 걱정을 숨기지 못하며, 내 남은 한쪽 팔을 잡으며 말했다.


“부디 몸조심 하길 바라겠다. 다음에 만났을 때에는 부디 아무런 일도 없이 건강한 모습이기를 빌지”


그렇게 마리아가 인사를 마치자 다음으로 내게 다가온 것은 한버들과 스노우였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 데 성공한 둘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우현, 네가 돌아오기 전에 우리는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해놓도록 하겠다. 다시 그 누구도 그대를 무시할 수 없게 말이야”


“맞아, 스노우의 말대로 이 세상의 리유니온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할 거야. 너는 그냥 무사히 돌아오기만 해줘”


그렇게 한버들과 스노우와 인사를 하고 있던 그때, 더이상 기다리기 싫다는 듯 다가온 한진성이 내 어깨를 잡고 게이트를 향해 밀면서 말했다.


“자자, 인사는 이즈음이면 충분하고! 빨리 들어갑시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밀지 마”


그렇게 나는 한진성과 함께 게이트의 앞에 섰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직전, 나는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세계의 진화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세계의 진화가 일어나는 데 내가 많은 영향을 끼친 만큼, 내가 없는 동안은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들이 직접 나서줘”


“그것이 우현님의 명이시라면······”


“그대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그러도록 하지”


“알았어, 맡겨만 줘”


“그럼······다녀올게”


나는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한진성과 함께 게이트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곧장 게이트는 연기가 되어 소멸해버렸고, 한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돌아 마리아와 스노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제 우리가 일할 차례야”


“그래, 우현의 말대로 얼마 안 가서 세계의 진화가 시작될 테니 미리 준비를 해둬야겠지”


“말 맞춰둔 대로 가죠. 서로 맡기로 한 지역으로 바로 떠나면 되니까요”


히아신스는 셋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더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스노우는 그런 히아신스를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었군. 리유니온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의 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끼리 미리 하기로 전해둔 일이 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 누구도 우현님을 욕하거나 무시할 수 없게 될 거예요”


“그 일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이길래······”


“히아신스, 우린 말이야”


한버들은 샘솟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버들은 마치 노인의 모습처럼, 카두케우스를 지팡이 삼아 서 있는 상태로 말을 이어나갔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S급 이상의 게이트를 닫아버릴 생각이야”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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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변화(2) 22.05.18 21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30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8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30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8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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