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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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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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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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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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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0화. 습격(1)

DUMMY

“정신이 드는 건가?”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의식이 선명해지며 다시금 상황을 파악한 나는,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히아신스와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무량은 어떻게 됐지”


“우현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라면, 버들과 스노우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버렸어요. 지금은 진성이 그 뒤를 쫓아갔고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런 마리아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커헉···!”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냈다. 독에 의한 충격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나는 그제서야 내 몸이 완전히 망가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독에 당한 순간부터,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몸이 되었어요”


“최대한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지금 그 몸으로는 싸우기는커녕, 걸을 수도 없을 테니”


마리아와 히아신스의 말처럼, 원래도 좋지 않은 상태였던 몸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어떠한 감각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평소부터 수시로 느껴왔던 고통의 크기 또한 수십 배로 커져 있었다.


“······확실히 심각하긴 하네”


“우현님···! 일어나시면 안 된다니까요!”


마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본 히아신스는 내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면서 말했다.


“돕겠다”


히아신스의 부축을 받으며, 내가 힘겹게 향한 곳은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져있는 플루이나가 있는 곳이었다. 그러자 내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곧바로 플루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큭······! 우리 둘 다 참으로 웃긴 꼴이로군”


“아직 살아 있었나”


가슴에 뚫려있는 구멍에서 미친 듯이 흘러나오는 피를, 바닥에 누워있는 플루이나는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역시 마수의 몸은 튼튼한 것 같다. 가진 힘의 절반을 빼앗기고, 이렇게 심장에 구멍이 뚫려는 데도 아직까지 죽지를 않는다니”


“그것참 다행인 일이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옆으로 손을 내밀었고, 곧장 내 손 아래로 검은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플루이나는 내 손에 나타나는 발뭉을 보더니,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그렇게까지 힘겨워하면서도, 약속을 지키려 하는 건가”


“내 손으로 직접 널 죽여 주는 것······그것이 약속이었으니까”


“그것참, 근래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로군”


얼마나 몸이 망가진 것인지, 발뭉을 든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검을 들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며 나는 힘겹게 들어 올린 발뭉을, 그대로 플루이나의 목에 단번에 박아넣었다.


“그래······결국, 나는 결국 마수다······이곳에서 죽는 것이 나은 존재지···”


날카로운 금속이 살과 뼈를 꿰뚫고 들어가는 소리가 조용하게 퍼져나갔다


“가라, 그대여·········날 대신해······그 무량이라는 건방진 애송이에게······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주도록 하여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플루이나의 육신은 완전히 빛이 되어 사라져 갔다. 그녀의 시신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대하고 푸른 마석 뿐이었다.


“······”


미노타우로스를 잡고 얻었던 마석보다도 훨씬 큰 그 마석을,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마석의 안에 있는 모든 마나를 흡수하면서 중얼거렸다.


“그게···네가 원하는 거라면···”


모든 마나를 흡수하자 마석은 그대로 가루가 되어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니벨룽의 반지에서 검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리아”


니벨룽의 반지가 몸에 걸려오는 모든 부하를 흡수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곧장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마리아는 그런 나를 보더니, 뺨을 붉히면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 우현님!”


“무량에게 반격하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마리아의 앞에 하얀빛이 모여들었다. 빛은 순식간에 강철과도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그와 동시에 얇으면서도 마리아의 키와 비슷할 만큼 거대한 십자가로 변했다. 마리아는 공중에 떠 있는 십자가를 붙잡고는 나를 향해 기도하면서 말했다.


“당신께서 당신의 적과 싸우고자 하시다면, 당신의 종인 저 마리아가 선두에서 함께하겠습니다. 강철의 십자가《 가브리엘 》를 걸고, 맹세하건대 이 목숨이 꺼지기 전에는 당신의 곁으로 그 어떤 적도 가지 못할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십자가를 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내 옷의 소매에서는 글레이프니르(Gleipnir)의 붕대가 서서히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글레이프니르, 이번에는 2번째 봉인까지 풀겠어”


내 말을 들은 건지 소매에서 빠져나오고 있던 글레이프니르가 갑자기 잘게 떠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기쁨에 몸부림치는 듯한 그 떨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2번째 봉인까지라니? 정말 괜찮은 건가?”


“무량, 그 녀석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할 거야. 니벨룽의 반지가 내 몸에 걸리는 모든 부하를 흡수할 테니, 앞으로 30분 정도는 마음껏 싸울 수 있겠지”


순식간에 글레이프니르의 모든 붕대가 풀려나왔다. 나는 1번째 봉인이 모두 풀리고, 2번째 봉인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 느꼈다.


“후우······”


내 전신에 기괴한 문양이 생겨나더니,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빛을 내던 문양들은 하나씩 내 피부에서 벗겨지며 날아갔고, 글레이프니르의 붕대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평범한 붕대처럼 생겼던 글레이프니르에 수백 수천이 넘는 문양들이 들러붙으며 검게 변해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오랜만에 봉인을 푸니, 기분이 좋은걸”


2번째 봉인까지 풀리자, 정말 날아갈 듯이 몸이 가벼웠다.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미친 듯이 샘솟는 마력이 느껴졌다. 평소에 계속 느꼈던 고통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너도 기쁘구나”


검게 변해버린 글레이프니르가 기쁘다는 듯이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발뭉을 집어 들었고, 히아신스와 마리아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준비는 됐어?”


“되었다”


“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힘을 내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히아신스와 마리아는 색다른 표정을 지었다.


“가자”


나는 그대로 마력을 담아서 가볍게 발을 박찼다. 그러자 성의 천장을 박살 내며 나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그런 나를 쫓아 마리아와 히아신스 또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하늘의 위까지 올라온 우리들은, 그곳에서 천천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난장판이군”


“멀쩡한 곳이 없네요”


하늘로 날아오른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멀쩡한 곳 하나 없이 불타고 있는 수도 엘리시온의 모습이었다.


“꺄아아아아아!!!!”


“이쪽이야!! 이쪽!!!”


“살려줘!! 살려달라고!!”


플루이나의 백성들이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절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환상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환상의 지배권을 가져간 무량을 처리해야만 했다.


“······무시하고, 무량을 찾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는 엘리시온의 바깥, 멀리 있는 평야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곳이군. 바로 이동하겠다”


그 폭발을 보자마자, 히아신스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우리들을 이동시켰다. 잠시동안 시야가 일그러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장소가 뒤바뀌어 있었다.


“저건······”


쾅!


“우현님······의 환상이군요”


나와 똑같이 생긴 환상이, 한진성과 싸우고 있었다. 한진성의 주먹이 부딪힌 자리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파였고, 내 모습을 한 환상은 그런 한진성의 주먹을 피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아, 진짜!!! 더럽게 잘 피하네!!!”


또다시 한진성의 주먹을 흘려낸 내 환상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한진성은 짜증을 내며 그 뒤를 쫓았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히아신스는 나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할 건가”


“처리해야지”


“그렇다면, 내가 하도록······”


“아니야, 저건 내가 직접 처리할게. 어차피 봉인을 푼 몸의 감각을 되살리기도 해야 하니까”


“그렇군······알겠다, 그럼 나와 마리아가 버들과 스노우를 찾지”


“맡겨주세요, 우현님!”


“맡길게”


그것으로 말을 마친 것인지 히아신스와 마리아는 곧장 어딘가로 사라졌고, 나는 넘쳐나는 마나를 느끼며 그대로 달려나갔다. 평소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육체를 마나를 사용해 강화하자,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가속할 수 있었다.


“···!”


한진성에게서 도망치고 있던 내 환상은, 갑작스럽게 옆에 나타난 나를 보더니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심하게 발뭉을 휘두르면서 말했다.


“네가 정말로 내 모든 것을 녹여낸 환상이라면, 이것도 피할 수 있겠지”


휘둘러지고 있는 발뭉의 검 면을 타고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검은 불꽃은 순식간에 건물 하나는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졌고, 나와 똑같은 모습을 가진 환상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뭐, 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말이야”


검은 불꽃에 휩싸인 환상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걸 본 한진성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나를 향해 한 손을 든 채로 걸어오면서 말했다.


“멀쩡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뭐 이리도 늦게 일어나는 거요? 형님도 늙었나 보구만”


“그러는 너야말로 아무리 내 환상이라고 해도 그렇지, 겨우 환상에 불과한 녀석을 못 잡고 있으면 어떻게 해?”


“아니, 내가 최근에 개발한 기술을 다 피해서 그랬지.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든 맞추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걸려서 말이야”


“기술? 그···《 시체는 산을 쌓고, 피는 바다를 이루니 》 그거 말이야?”


“맞아, 무술의 이름은 《 초 간단! 누구나 배우는 마교 교리! : 실전편 》이고. 방금 말했던 그 기술이 1장이지”


“야·········그거 쓰지 마라”


괜스러운 잡담을 하면서, 나와 한진성은 곧바로 발을 박차며 자리를 이동했다. 여유롭게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내 기감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살피고 있었다.


“······저쪽이군”


“딱 봐도 그래 보여”


그렇게 달리던 중, 갑자기 산 너머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갑자기 한 곳으로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한진성은 곧장 가속했고, 마나가 모여드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우리들의 눈에 보인 것은······.


“새파랗게 어린 것이 노인의 머리를 잡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감히, 짐의 머리를 붙잡다니······내 친히 죽여주도록 하겠다”


커다란 날개를 펼친 채로 하늘에 떠 있는 한버들과, 거대한 얼음의 위에 올라서 있는 스노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는 무량의 모습이었다.


“크하하하하!! 그래, 그거야! 좀 더 힘을 끌어 써보란 말이야!”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스노우와 한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면서, 나는 무량에 의해서 스노우와 한버들이 스스로가 아니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멈춰”


나는 스노우와 한버들, 그리고 무량의 사이에 나타나며 그들을 가로막았다. 나를 본 셋은 그 자리에 굳은 듯이 멈춰 서며 당황한 듯이 중얼거렸다.


“스승님······”


“그대······”


한버들과 스노우는 나를 보고는 침착함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무량은 나를 보더니, 오히려 뺨을 붉게 붉히면서 중얼거렸다.


“뭐야, 내 예상을 뛰어넘어 그 독을 이겨내다니······겨우 그런 것으로는 잠시도 너를 막아낼 수 없다는 건가? 그래·········역시······역시···너는 최고야···!”


“점점 더 미쳐가는 군, 무량. 이전에는 좀 더 점잖은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때는 그 망할 영감탱이들이 날 통제 했으니까 그랬지. 영감들의 손 아래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를 구원해준 게 다름 아닌 너잖아···!”


“난 아무것도 한 적 없어. 너랑 함께한 시간도 일주일 정도뿐인 걸”


“그거면 충분해! 그 일주일만으로 나는 보았어······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고 순수하게 빛나던 너의 그 빛을···!!”


무량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어느샌가 내 곁으로 다가온 한버들과 스노우가 무량을 향해 혀를 차면서 말했다.


“미친놈이로구나”


“동성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만, 너 같은 자식은 싫어하는 편이다”


나는 내 바로 옆까지 스노우와 한버들이 다가오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은 스노우와 한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스노우와 한버들의 전생이라 불러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오랜만이라고 말해야 하겠지, 그대여”


“끌끌······스승님에게 이 나이를 먹고 이런 말을 하려니 거참 쑥쓰럽구만”


수염도 없는 주제에 턱을 쓰다듬고 있는 한버들이나, 저연스럽게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스노우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너희들이 왜 이곳에 있지”


“우리도 우리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 녀석이 우리의 머리를 붙잡고 이상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지”


“······그렇다면 육신통(六神通)······그중에서도 숙명통(宿命通)의 힘을 사용한 건가”


그런 내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던 무량은 그런 스노우와 한버들을 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쯤이면 너도 깨닫고 있겠지. 맞아, 내가 숙명통(宿命通)을 사용해 둘의 전생의 기억을 강제로 되찾게 만들어 줬어”


“······저들은 진성이나 마리아와는 달라. 지금의 둘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면 어떻게 될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래, 기억을 완전히 되찾으면 스노우의 한버들의 인격은 전생의 기억에 먹히면서 소멸하겠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네가 나를 죽이려 할 테고 말이야”


“근데도 그런 짓을 했다는 건······”


나는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내 발아래에서 찐득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 액체는 천천히 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무량, 그렇게나 죽고 싶다는 거겠지?”


내게서 뿜어져 나오는 농축된 살기가 일대가 내려앉았다. 살기에 눌린 땅이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고, 허공에는 수십 개는 훨씬 넘는 양의 검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적


허공에 갈라지던 검은 금은 점점 더 미친 듯이 확장되어 갔고, 그럴수록 세상 전체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본 스노우와 한버들은 곧장 다가와, 내 팔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일단, 진정하는 것이 좋아 보이네”


“이대로는 저 녀석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뿐이다. 서둘러서 다시 우리들을 봉인하지 않으면, 정말로 우리들의 환생이 완전히 소멸해버릴 테니”


“·········그래, 그게 맞지”


스노우와 한버들의 말을 들은 나는 무량을 향한 살기를 단번에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무량에게서 등을 돌려 뒤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우린 이대로 뒤로 빠져서, 봉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래, 그래야 진정 나의 스승이라 할 수 있지. 서리의 왕, 나 플루이나 드 엘리시온 쿠힐라는 그대의 말을 따르도록 하겠다”


“진리의 마법사, 나 카르히아이스 또한 스승의 명을 따르도록 하겠네”


스노우와 한버들···아니, 이제는 플루이나와 카르히아이스라고 불러야 하는 그 존재들은 그런 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글레이프니르(Gleipnir), 너도 도와라”


걸어가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멀리서 날아온 글레이프니르가 플루이나와 카르히아이스의 소매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들어가 천천히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본 무량은 곧바로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말했잖아, 그 둘은 이대로 이 무대에서 퇴장해줘야 한다니까?”


그러자, 무량의 손에서 나온 수많은 빛들이 나를 향해 무수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래, 병신이”


“당신 같은 자가, 우현님을 건들게 둘 수는 없죠”


하지만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추락하듯이 떨어진 한진성과 마리아가 곧장 그 빛을 막아섰다. 한진성은 빛의 광선들을 그냥 몸으로 전부 처맞았고, 마리아는 빛의 보호막을 만들어서 막아내며 말했다.


“네가 게이 새끼인지, 개새끼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만, 이런 나라도 이거 하나만은 잘 알겠다”


“이런 저라도 하나만은 잘 알겠네요”


마리아와 한진성은 자신들을 바라보며 살짝 표정을 찌푸리고 있는 무량을 향해 동시에 말을 이었다.


“넌 오늘 여기서 내 손에 죽는다”


“당신은 오늘 여기서 제 손에 죽을 겁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언제 온 것인지 내 곁으로 히아신스가 다가왔다. 나는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주는 히아신스를 바라보면서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말했다.


“한진성, 그리고 마리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한진성은 붉은 기운을 뿜어냈고, 마리아는 신성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해라”


내가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한진성과 마리아가 엄청난 양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기운을 버티지 못한 게이트 속 세계가 일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우현님께서 전력으로 싸우시기를 원하신다면···”


《 신성 개방 》


《 신성 개방 》


“전력으로 간다!!!!”


“싸우겠습니다···!”


그렇게 한진성과 마리아가 전력으로 내뿜는 기운에 의해 붕괴해가는 세계를 본 히아신스는, 곧바로 손을 뻗어 스스로의 기운으로 모든 세계를 뒤덮어가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 창조되어라 』


그러자 붕괴하는 세계의 위에 히아신스의 기운이 뒤덮혀지기 시작하며 풍경이 일제히 전환되기 시작했다. 무량은 순식간에 개변되어 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렇군, 너도 내가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단 건가”


세계가 변해가는 것을 보며 무량은 단숨에 깨달을 수 있었다. 히아신스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이 새로운 세계가, 자신과 싸우기 위해서 미리 만들어 놓은 장소라는 것을.


“······아름답구나”


자신을 위해 준비해놓은 함정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량은 당황하기는커녕 태연하게 새롭게 변해버린 세상을 살피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은 발바닥만이 살짝 잠길 정도의 얕은 물이 하염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평선의 끝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고, 노을빛은 받은 물은 황금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이 너희들의 피로 물들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야”


무량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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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5화. 변화(2) 22.05.18 20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29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5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4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6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6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5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3 0 21쪽
»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1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7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6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1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7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6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29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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