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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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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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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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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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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40화. 서리의 의미(3)

DUMMY

“오늘, 진정한 가주 계승식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자리에 와주신 플레이크가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플레이크가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단상 위에서 기쁘다는 듯이 계승식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는 로건과 그것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또한, 저는 가족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로건이 그렇게 말을 하자, 로건의 부인이 단상 위에 올라와 로건의 옆에 섰다. 스노우의 어머니인 리레인은 그런 모습을 단상 아래에서 로건을 슬픈 눈으로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제 부인도 모든 역경을 함께해 주었죠”


그렇게 말을 한 로건은 직원에게 술이 담긴 잔을 받아 들더니, 부인과 함께 그대로 위로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계승식을 시작한 것을 알리며, 제 가족들 그리고 플레이크가의 여러분과 함께 한 잔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로건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동시에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로건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플레이크가를 위해···!”


콰앙!!


로견이 소리치며 말을 하던 순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굳게 닫혀있던 입구가 갑자기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경호원들이 입구가 날아가며 생긴 구멍에서 날아가 바닥을 굴렀고, 폭발로 인해 생긴 짙은 먼지들 속에서는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미친 듯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침입자다!! 칩입자가 들어왔어!!!”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로건의 시선은 짙은 먼지들 안쪽을 향했다. 먼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7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인영이 보이자, 로건은 곧바로 단상 아래에 놓아두었던 권총을 꺼내 겨누며 소리쳤다.


“감히, 플레이크가의 계승식에 침입하다니! 도대체 어떤 놈이냐!!!”


그렇게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마나가 로건의 팔을 타고 총으로 모여들었다. 푸른 마나의 기운이 총구에 모여들자, 로건은 총을 그대로 발사했다.


타앙!


“접니다”


하지만, 그 순간 땅속에서 거대한 얼음이 솟아나더니 로건의 총알을 막아냈다. 부서진 얼음 파편이 휘날리자 먼지 안개가 사라졌고, 가려졌던 7명의 인영의 정체가 드러났다.


“아버지”


7명의 사람의 정중앙에 서 있는 스노우의 모습을 본 로건은 곧바로 인상을 쓰면서 소리쳤다.


“미친 거냐, 스노우. 감히 플레이크가의 행사에 이런 식으로 침입해? 플레이크가에 도전하다니, 네가 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


“내가 죽고 싶다면 당신이 어쩔 수 있다는 겁니까?”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로건을 향해 스노우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보며 소리쳤다.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당신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이미 몇 번이고 기회를 줬어요. 난 정말 순순히, 플레이크가에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떠나려고 했다고!!”


스노우는 두 손의 주먹을 꽉 쥔 상태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두 눈에 힘을 팍 쥐고 로건을 노려보는 스노우의 두 눈에서는 스르륵 눈물을 흘러내렸다.


“어째서···나를 죽이려 하셨습니까? 어째서 나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도 죽이려 했느냐 말입니다! 나는 몰라도, 어머니는 플레이크가를 위해 몸바쳐 그렇게 일했는데도···!”


“무슨 소리냐! 내가 너와 리레인을 죽이려 했다니!”


“하! 이제 이것까지 발뺌할 셈이십니까? 그 증거가 이렇게 대놓고 있는데도요?”


스노우가 그렇게 말하자, 뒤에 서 있던 한진성과 마리아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두 사람의 손에는 리암과 조슈아가 들려있었지만, 둘 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애들아···!!”


로건의 부인은 그 모습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한진성과 마리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로건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놈들이 다 말했어. 네가 무량에게 마나를 담을 수 있는 탄환을 받는 대가로, 형님을 죽이는 의뢰를 받은 것도······”


“그리고 그 덤으로 스노우 플레이크를 죽이고, 그 뒤에는 리레인 플레이크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도 말이죠. 그래야 자신들이 플레이크 가를 순조롭게 계승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리레인이 놀란 눈으로 정말이냐는 듯 로건을 바라보았지만, 로건은 그런 리레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는 그대로 침묵했다.


“오너라, 아스트라(Astra)”


스노우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하자, 곧바로 스노우의 손안에 새하얗고 얇은 검 한 자루가 생겨났다. 스노우는 아스트라를 자신의 앞에 정신을 놓은 채로 앉아있는 리암과 조슈아를 향해 겨누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


“날······단 한 순간이라도 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


스노우의 질문을 들은 로건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굳게 입을 닫았다. 하지만 로건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더니, 다시금 스노우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난 가주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비록, 아버지로서 내가 조금 모자란 자였을 지 몰라도······”


로건의 대답을 들은 스노우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하지만 일그러진 표정은 곧장 환한 미소로 바뀌었고, 스노우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가주로서 최선을 다해···!? 아버지로서는 조금 모자라? 당신이···?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미친 듯이 웃는 스노우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편, 미친 듯이 웃던 스노우는 또다시 갑작스럽게 정색을 했다.


“······그래······그러면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리암과 조슈아를 벨 생각인지 스노우는 아스트라를 높이 들어 올렸다. 로건의 아내는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질끈 눈을 감았지만, 로건은 그럼에도 무심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으···으······!”


하지만 스노우는 높게 검을 들어 올렸을 뿐, 리암과 조슈아를 베지도, 그렇다고 검을 내려놓지도 않았다. 잘게 검을 떨고 있는 스노우는 무언가 굉장히 괴로워 보였다.


“넌 리암과 조슈아를 벨 수 없다”


리암과 조슈아를 베지 못하고 떨고만 있는 스노우를, 로건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런 로건의 모습에서는 광기가 조금은 엿보이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뛰어난 재능을 가진 네가 내 아들들에게 대들지 못하도록, 수시로 너를 때리고 욕하도록 시켰다. 매일같이 너를 불러서 혼을 내고, 모든 사용인에게 너를 무시하고 괴롭히라 한 것도, 네가 내게 대들 때마다 리레인을 혹사한 것도 전부다! 너를 플레이크가에 덤비지 못하는 노예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


“어디 한번 해봐라!! 네 손으로 리암과 조슈아를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란 말이다!!”


그런 로건의 외침을 들으면서, 스노우는 굉장히 분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팔이 움직이지 않는지, 스노우의 떨림은 점점 커져만 갔다.


“······으으!!”


온 몸 곳곳에서 핏줄이 솟아오른 상태로 스노우는 리암과 조슈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스노우의 모습을 본 로건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하지만 로건이 말을 하던 그 순간, 스노우는 갑자기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변 모든 것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선 것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스노우는 누군가의 손이 검을 잡고 있는 자신의 팔 위에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 죽여라 』


“···!”


『 애초에 저들이 시작한 싸움이었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이 플루이나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처럼 굳어버렸던 스노우의 팔이 그대로 움직였고, 아스트라가 리암과 조슈아의 목을 베어버렸다.


“말도 안돼······”


리암과 조슈아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실하게 지켜본, 로건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탄식했다.


『 너도 이제 모든 이들의 위에 군림하는 것만이 서리의 진정한 의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터 』


한편으로 스노우에게는 계속해서 플루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수록, 스노우는 자신의 안쪽에 있는 무언가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 지배하라 』


아니, 변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스노우는 목이 잘린 리암과 조슈아의 시체를 바라보았고, 갑자기 엄청난 해방감이 몸속을 가득히 채우는 것을 깨달았다. 스노우는 곧바로 아스트라를 높게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나! 스노우 플레이크가 지금 이곳에서 가주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스노우는 피가 잔뜩 묻은 아스트라를 든 채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로건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아스트라를 높이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또한!! 이 자리에서 로건을 죽이고, 가주의 자리에 완전히 오를 것을 선언한다!!”


그렇게 말한 스노우가 다시 검을 아래로 휘두르자, 날카로운 얼음들이 솟아나며 로건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다른 얼음들이 솟아나더니, 스노우의 얼음들을 막아섰다.


“어머니가 절 막으시겠습니까. 로건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정말로 어머니는 변하지 않으시는군요”


“안된다, 스노우야. 로건을 네가 죽이게 놔둘 수는 없어”


“당신은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는 건가요?”


스노우의 얼음을 막아낸 것은 다름 아닌 스노우의 어머니인 리레인이었다. 스노우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다시금 아스트라를 높이 들어 올렸다.


“결국, 나는 끝까지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스노우가 검을 다시 아래로 휘두르자, 새하얀 참격이 다시금 로건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 로건의 앞을 또다시 리레인이 막아섰고, 거대한 얼음이 솟아나며 장벽이 새워졌다.


“어릴 땐, 그토록 강해 보였던 어머니를 내 손으로 죽인다는 것도······”


하지만 새하얀 참격은 리레인의 얼음을 두부처럼 가볍게 베어버리며 지나갔다. 결국 스노우의 공격은 리레인에게 정통으로 부딪혔고, 몸에 거대한 상처를 입은 리레인은 피를 분수처럼 흘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로건······”


리레인은 스노우의 공격에 맞고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로건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도 로건의 품속에 안겨 있는 것은, 리레인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도 내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됐다는 사실도 너무나 슬프게 느껴지는군요”


죽은 리레인의 시체를 바라보는 스노우의 두 눈은 너무나도 공허해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리레인이 죽을 리가 없어···! SS급 계승자인 리레인이 한방에 당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로건은 죽은 리레인을 보며 몇 번이고 소리쳤고, 그런 로건을 향해 스노우는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 없나!! 빨리 이 녀석을 막으란 말이다!!”


“·········”


“난 플레이크가의 가주다!!! 너 같은 것이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


“그만···!”


스노우는 무심하게 로건의 허벅지에 아스트라를 박아넣었다. 그러자 로건은 엄청난 양의 피와 함께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끄아아아아아!!!!”


스노우는 쓰러진 로건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벅지에 박힌 아스트라를 땅까지 연결될 정도로 깊게 밀어 넣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스노우는 로건의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로건의 얼굴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엄청난 힘에 얼굴이 함몰되며 피가 튀었지만, 스노우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로건의 얼굴을 내리찍어 나갔다.


“끄아·········”


자신의 주먹 아래 점점 망가져 가는 로건을 바라보며, 왜인지는 몰라도 스노우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렸다.


[ “조금이라도 가문의 명예를 먹칠하는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그땐 너와 네 어미의 목숨으로 값아야할 것이다” ]


처음 플레이크가에 왔을 때.


[ “거기서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해보도록 하거라” ]


지하실에 감금당해 죽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 “잘 봐둬라. 네가 내게 반항했을 때, 네 어미가 어떤 꼴에 처하는지를” ]


스노우가 반항한 것을 이유로, 리레인이 엄청난 상처를 입었을 때.


[ “쓰레기 같은 것” ]


그 모든 순간의 기억이 스노우의 마음에 가시가 되어 깊숙이 박혀 있었다. 기억을 떠올린 스노우는 더욱더 분노와 한을 담은 주먹을 로건을 향해 휘둘렀다.


꽈득! 카드득! 콰직!!


스노우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부서진 뼈와 피, 살과 피부가 주변으로 흩뿌려져 난자했다. 죽은 로건의 시체가 상반신은 사라지고, 하반신만 남을 때까지 스노우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하아······하아······”


하반신만 남은 로건의 시체를 허무하게 바라보는 스노우를 본 마리아는 스노우의 곁으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요. 마음속에 쌓여왔던 모든 아픔이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말한 마리아가 신성력을 사용하자, 하반신만 남아있던 로건의 시체가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더니 죽은 로건이 살아나 눈을 떴다.


“뭐가 어떻게 된···!”


콰직! 콰득!!


스노우는 아무 말 없이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무아무중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스노우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아 보였다.


“위험해······”


이런 로건이 당하는 모습을 모두 실시간으로 지켜본 플레이크가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조금씩 도망가기 시작했다.


“자, 다들 동작 그만”


하지만 도망을 치기 위해 움직이려 하던 그들은, 한진성이 붉은 기운을 뿜어내지 마치 돌이 된 것처럼 갑자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다음은 너희 차례다.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한 한진성은 다시 고개를 돌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스노우를 바라보았다.


콰직!!


“다시”


스노우가 그렇게 말을 하자, 마리아의 신성력이 다시 로건을 살려냈다. 그러자, 스노우는 다시 주먹을 휘둘러 로건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다시”


콰직!


“다시”


으득! 으드득!!


“다시”


꽈득! 콰직!


“다시”


해가지고 완전히 밤이 될 때까지, 스노우고 몇 번이고 로건을 살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어느 새부턴가 로건이 살려냈음에도 반응이 없어지자 아스트라를 활용해 고문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반응이 없어질 즈음이 돼서야 스노우는 만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물 녀석아!!! 사람들이 너를 이대로 가만히 놔둘 것 같으냐!!! 사회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세상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플레이크가의 사람 중 한 남자가 자리에서 스노우가 일어난 것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가만히 본 스노우는, 마지막으로 로건의 얼굴에 발을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용서하지 않으면?”


스노우가 발에 힘을 주자, 로건의 머리가 그대로 폭발했다. 전신이 붉은 피에 완전히 젖어있는 스노우는, 그 상태로 단상에서 내려와 말을 했던 남자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하는 그 사회가······세상이 날 어쩔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말한 스노우는 아스트라를 남자의 목에 가져다 댔지만, 남자는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크게 소리 질렀다.


“죽일 테면 죽···!!”


“그래”


스노우는 망설임 없이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목을 본 다른 사람들은 몸을 움찔거렸지만, 한진성의 천마기에 의해 아직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오너라, 카이제린(Kaiserin)”


스노우가 그렇게 말하자, 황금빛의 기운이 스노우의 머리 위로 모여들었다. 황금빛의 기운은 곧장 작은 왕관이 되었고, 카이제린이 나타나자 스노우의 몸에 붙어있던 붉은 피와 살점들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플레이크가의 인간들이여, 살아남고 싶은가?”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변한 스노우가 말하자, 사람들은 곧바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가주의 자리에 오른 것을 순순히 인정한다면, 오늘 밤 이곳에서 내가 너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내가 가주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자가 있는가?”


“·········”


“그래, 반대하는 자는 없는 것 같군. 그럼 약속대로 나는 오늘 이 장소에서 너희를 죽이지 않겠다”


스노우가 그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어디선가 거대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딩―――딩―――딩―――


“《 나 》는 말이지”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어디선가 귀신 가면을 쓴 자가 나타나더니 스노우의 앞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말은 잘하는군. 그냥 우리에게 죽으라는 소리이면서 말이야”


귀신가면···아니, 잭은 그렇게 말했지만, 곧장 한 남자를 향해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낫을 높이 들어 올렸다.


“살려줘!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데!! 애초에 너희들은 누구냐고!!”


“우리? 우리가 누군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언제 우리가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공포에 떨던 건 잊었나 보지?”


“그러니까 누구······잠깐 귀신 가면이라면?······설마, 에···덴······?”


“정답이다”


잭은 그렇게 말하더니, 낫으로 남자를 반으로 베어냈다.


“많이도 저질렀더군”


그리고 남자가 죽는 것을 보며 잭이 말하자, 어디선가 가면을 쓴 자들이 더욱더 나타나더니 잭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가문에 속한 놈 중,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놈들이 없었어. 강간, 폭행, 감금, 살인, 납치, 고문 등, 심지어 그 대상도 아동부터 노인까지 폭이 넓었다. 수천 명이나 죽인 녀석들이, 플레이크 가문이라고 언제까지나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줄 알았겠지”


잭은 낫을 플레이크가의 사람들을 향해 겨누었고, 그러자 또다시 어딘가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죽음의 이름으로, 에덴으로 갈 자격을 잃은 너희를 벌하도록 하겠다”


잭이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잭을 제외한 6명의 가면의 사람들이 플레이크 가문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음으로 속죄하라”


가면의 사람들은 플레이크가의 사람들을 미친 듯이 학살하고 있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전부 죽어 버렸고, 가면의 사람들은 다시 천천히 걸어와 잭의 앞에 섰다.


“잭, 당신이 맡긴 일은 모두 다 끝났습니다”


그 중 늑대 가면을 쓴 남자, 최현성이 잭의 앞으로 조금 더 다가오며 말하자, 나는 곧바로 그런 최현성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아니, 넌 아직 할 일이 남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면을 쓴 최현성의 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갑자기 내 옆에 갑자기 검은 게이트가 생겨났고, 나는 최현성을 그 게이트로 집어 던졌다.


“무슨···!”


“그날의 마무리를 하고와”


최현성이 게이트를 통과하며 사라지자, 다른 5명의 가면의 사람들은 곧장 내게 달려들려는 듯 자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난 한진성이 5명의 가면의 사람들을 단번에 제압하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진짜,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한진성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가면의 사람들은 능력을 사용하려는 듯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걸 본 한진성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냥 죽어라”


자신의 동료들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잭은 천천히 걸어가 한진성의 목을 향해 자신의 낫을 겨누면서 말했다.


“너야말로 그쯤에서 그만하지”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네가 나보다 약하니까.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너 같은 짐승에게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길고 짧은 건 한번 대봐야 아는 법이지”


“굳이 대볼 정도의 작은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하! 그래, 한번 싸워보자고!”


잭의 말을 들은 한진성이 곧바로 거대한 살기와 거대한 붉은 기운을 뿜어냈지만, 곧바로 다가온 한버들이 그런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진정해, 진성아. 그쪽도 시비는 그만 걸고요. 지금이······”


한버들이 한진성과 잭의 싸움을 중재하는 것을 본 나는 그런 둘을 뒤로 한 채 멍하니 서 있는 스노우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현아······”


스노우를 향해 걸어가는 나를 본 한예은이 다가오며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한예은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자리는 준비했어. 남은 건 네가 알아서 해봐”


내가 그렇게 말하며 한예은의 옆을 지나가자, 한예은의 앞에도 최현성이 들어간 검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한예은은 게이트가 생겨나자마자 곧바로 게이트의 안을 향해 발걸음 옮겼고, 복잡한 감정이 담긴 듯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고마워”


한예은이 게이트의 너머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노우의 곁에 섰다.


“······내 가족을 내 손으로 모두 다 죽였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후회하는 거야?”


“아니,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아”


그렇게 말을 한 스노우는 아스트라를 옆으로 펼치더니, 그대로 벽을 향해 아스트라를 휘둘렀다. 그러자 한쪽이 완전히 부서졌고, 스노우는 부서진 벽으로 다가가 건물 밖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저 이제는 앞을 볼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나약했던 자신을 버리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뿐이야”


“해야 할 일이 뭔데?”


“지배하는 것. 만물의 정상에 군림하여, 그들의 군주가 되는 것”


스노우는 한쪽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서리의 의미이며, 나의 근본을 이루는 사상이니까. 그러니 나는 지배의 길을 걸어야 한다. 나의 왕도(王道)를 걸어갈 것이다”


스노우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꽉 쥐자, 눈을 내리는 것을 뛰어넘어 도시의 모든 것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건물, 자동차, 가로등······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의 위로 새하얀 서리가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뭐, 이젠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야. 가족도, 돌아갈 집도···”


스노우가 손을 내리는 그 순간에 됐을 때, 이미 도시의 모든 것은 새하얀 서리의 꽃에 뒤덮인 상태로 얼어붙어 있었다. 스노우는 고개를 돌려 아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멋쩍은 듯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도시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새하얗게 변한 도시는 어딘가 신비하게 느껴졌다.


“그럼 우리와 함께 가지”


그 순간, 내 뒤로 다가온 히아신스가 말하자, 스노우는 고개를 돌려 히아신스를 바라보았다. 히아신스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고, 그대로 얼어붙은 도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차피 빈방은 많다. 없는 것은 그저 만들면 될 뿐이고”


“······”


그런 히아신스의 말을 들었음에도, 스노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묵했다. 나와 히아신스처럼 계속해서 도시를 내려다보던 스노우는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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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nion : 과거의 인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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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48화. 무림(3) 22.06.17 51 0 16쪽
51 47화. 무림(2) 22.06.01 29 0 21쪽
50 46화. 무림(1) 22.05.25 18 0 21쪽
49 45화. 변화(2) 22.05.18 21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30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8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30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9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8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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