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2,480
추천수 :
3
글자수 :
447,698

작성
22.04.25 08:59
조회
29
추천
0
글자
20쪽

43화. 기습(2)

DUMMY

“솔직히 창조주를 2명이나 상대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무리라서 말이야. 자, 소개할게”


무량의 뒤로 거대한 차원의 구멍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존재가 걸어나왔다. 여러 쌍의 검은 날개를 가진 악마들과 여러 쌍의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들, 무량이 보낸 편지에 동봉된 사진에서 보았던 존재들까지.


“내 친구들이야”


“무량, 우린 너와 장난을 칠 생각 같은 건 없다”


“나도 장난은 아니야, 히아신스. 난 언제나 진심인걸?”


“······말이 안 통하는군”


히아신스는 한숨을 내쉬며 한쪽 손을 무량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거대한 사슬이 히아신스를 향해 날아왔고, 히아신스는 그 사슬을 피하며 힘을 거둬들였다.


“네가 히아신스구나?”


“들었던 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른데······”


“······”


히아신스가 공격을 피하자, 3명의 존재가 히아신스와 무량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들은 무량이 보낸 편지 속에서 보았던 그 존재들이었다. 수많은 장신구를 찬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여자는 곧바로 앞으로 걸어나오며 소리쳤다.


“이봐, 우리를 잊은 건 아니겠지!! 드디어 너를 만나러 왔다고!!”


또한, 다른 2명의 존재까지 여자를 따라 앞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그 존재 중 한 명은 마리아처럼 검고 하얀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한쪽 눈을 가린 여자였으며, 다른 자는 거대한 고글을 머리에 쓰고 있는 과묵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였다.


“수십 개의 차원을 넘어서 도달했어요.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난 너와 싸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과거에 만난 적이 있던 자들이라는 걸 느끼며, 나는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유스티아, 호르미스, 바이렌”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여자는 광기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땅에 닿을 정도로 길고 푸른 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나다!! 만물의 정의를 집행하는 자!! 내가 바로 유스티아다!!!”


유스티아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달려들자, 스노우가 카이제린과 아스트라를 소환해 유스티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네놈의 이름 따위는 관심 없다”


“하찮은 쓰레기가 내 앞을 막지 마라!!!!”


“내가 막는 게 아니라, 네가 나에게 도전하는 것이다, 애송아”


스노우는 무심하게 검을 휘둘렀고, 땅에서 거대한 얼음이 무수하게 솟아나며 유스티아를 공격했다. 하지만 동시에 유스티아의 주변 땅속에서는 거대한 사슬이 튀어나왔고, 스노우의 얼음을 가볍게 막아냈다.


“저 고글 쓴 여자는 내가 처리하지”


“그럼, 전 저와 닮아 보이는 저 사람으로 하도록 할까요?”


스노우와 유스티아가 싸우기 시작하자, 마리아와 한진성 또한 앞으로 걸어나와 호르미스와 바이렌이라 불리는 여자를 막아섰다.


“난 바이렌이다”


“그래, 바이렌. 난 천마, 한진성이라 불리는 남자다. 조금은 날 즐겁게 해달라고?”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군”


“놀아보자!!”


바이렌은 머리에 쓰고 있던 고글을 제대로 눈이 있는 곳으로 내렸다. 한진성과 바이렌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싸우기 전에 하나만 묻겠어요. 당신도 나와 같은 분을 섬기는 신관인 건가요?”


“네, 맞습니다”


“·········알겠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마리아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가브리엘을 꺼내 들었다. 호르미스 또한 수갑처럼 생긴 팔찌를 찬 자신의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러자 어디선가 새하얀 세례복을 입은 인형과 작은 날개가 달린 인형이 무수하게 많이 나타났다.


“성녀, 마리아. 나의 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상대하겠습니다”


“신의 인형이자 장난감, 오른손잡이 신이 왼손으로 만든 기이한 존재, 나의 이름은 호르미스. 나의 세상에 빛을 밝혀준 그분을 위하여 당신과 싸우겠습니다”


검은 줄무늬가 있는 성복을 입은 호르미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움직였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인형을 보며 눈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있는 마리아는 가브리엘을 내밀며 신성력을 사용했다.


“그럼 난 저기 있는 악마랑 천사들 좀 상대해볼까”


다른 녀석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한버들은 거대한 날개 모양인 이스테의 노래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진리의 문을 열어라, 카두케우스”


한버들이 카두케우스를 내밀며 말하자, 카두케우스의 뱀이 움직이며 그 안광을 빛냈다. 동시에 허공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당신은 먼저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히아신스는 상대방과 싸우기 시작하는 일행들을 보더니, 곧장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런 히아신스를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말했다.


“아니, 난 돌아갈 수 없어”


“당신이 이곳에 있어도 방해가 될 뿐이다. 이미 스노우와 버들의 기억을 되찾게 하는 걸로 인해, 당신의 몸은 한계에 도달했어”


“하지만, 애들만으로 무량을 막기는 힘들 거야. 그렇다면 네가 직접 나서야 할 텐데. 무량이 무슨 속셈을 숨기고 있을 줄 알고, 내가 너를 이곳에 두고 가겠어”


“·········상관없다”


히아신스는 내가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나를 돌려보내기 위해 힘을 사용하려는 듯 보였다. 나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히아신스를 보았지만, 히아신스는 무심하게 그런 나를 마주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대를 위해서라면, 그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아무래도 히아신스는 내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를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알겠어”


결국, 포기하고 내가 히아신스의 힘을 받아들이려던 그 순간······


“가긴 어딜 가?”


어디선가 무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거대한 황금색의 빛으로 이루어진 광선이 내가 아닌 히아신스를 향해 날아왔다.


“어째서 그가 아닌 나를 노리는 거지?”


히아신스는 무량의 광선이 날아오는 것을 보며, 곧바로 한 손을 들며 내밀었다. 그리고 히아신스를 뒤덮는 보호막이 생겨났고, 무량의 광선과 보호막이 충돌했다.


“나를 향해 이런 식의 공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히아신스는 무량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하리라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상해”


어딘가 심각하게 께름칙했다.


전신에는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뜨겁게 타오르던 피는 시리도록 차갑게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 이것은······


“안 돼”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기 직전에만 느끼는 기분.


나는 무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곧바로 몸을 뒤덮고 있는 히아신스의 힘을 뿌리치고 내달렸다. 그리고 난 내 몸으로 직접 히아신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


히아신스가 놀라며 내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내 불안감을 증명하는 신호탄이 울러 퍼졌다. 정말로, 무량의 광선을 뚫고 검은빛이 튀어나와 내 오른쪽 어깨를 꿰뚫은 것이다.


“당신!!!!”


검은 빛에 닿은 내 어깨가 폭발하였고, 오른쪽 팔이 단숨에 떨어져 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내 오른쪽 팔이 뒤덮고 있던 모든 봉인이 일제히 풀려버리며 봉인된 힘 일부가 흘러나왔다.


“···이대론···힘이······폭주할 거야”


잘려나간 오른 어깨에서 검은 기운이 일제히 뿜어져 나왔다. 그 막대한 힘은 수천수만이 넘는 촉수나 가시로 변해, 주변 전부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려는 듯 미친 듯이 날뛰었다.


“끄윽···!”


나는 봉인이 풀린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히아신스는 잘린 내 어깨를 한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서 소리쳤다.


“마리아!!!!!!”


그렇게 말하곤 히아신스는 다른 한 손을 폭주하는 내 기운을 향해 뻗었다. 히아신스의 머리카락이 땅에 닿다 못해 주변을 덮을 정도로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은은한 빛이 히아신스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두···”


『 모두 멈추어라 』


히아신스의 말은 파동이 되어 모든 것을 휩쓸었다. 미친 듯이 날뛰던 내 힘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이들도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히아신스를 바라보았다.


“우현님!”


마리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와 내 옆에 무릎을 꿇었고, 피로 범벅이 된 히아신스의 손을 떼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우···우혀···우···우현님······”


피가 분수처럼 솟는 어깨에 신성력을 끝없이 쏟아부으면서도, 마리아의 피에 범벅이 된 손은 벌벌 떨렸다.


“제가···제···제가···고···고고···고쳐···드릴게요······”


마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사이, 어느샌가 폭주하던 내 힘을 정리한 히아신스는 내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진정해라, 마리아. 그는 내가 피신시킬 테니”


마리아가 패닉에 빠진 상태로 덜덜 떠는 모습과는 반대로 히아신스는 굉장히 침착하게 보였다. 아니, 침착하다 못해 히아신스는 오히려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무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제 네가 바라던 대로, 그는 원래 육체를 찾아야만 할 테니까 말이야”


“닥쳐라, 무량”


“난 내가 올바르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언젠가 그가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끝나는 순간에 너도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겠지”


“내가 분명 닥치라고 했을 텐데!!”


히아신스는 한쪽 속을 나에게 가져다 댄 상태로, 다른 한 손을 무량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히아신스의 손바닥부터 허공에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그 균열은 무량이 있는 곳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넌 이곳에서 날 죽일 수 없어”


무량은 그렇게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천사와 악마들이 히아신스의 공격으로 몸을 내던졌다. 3쌍이나 4쌍의 날개를 가진 악마와 천사들의 수많은 힘이 히아신스의 힘과 정면으로 충돌하자, 일대에 있는 모든 것이 한 점으로 모여들며 소멸해버렸다.


“이때를 위해 준비해온 나의 방패들이거든!”


수십이 넘는 악마와 천사들이 히아신스의 힘에 휘말리며 그대로 사라졌지만, 무량은 개의치 않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제 더 시간을 끌 수도 없잖아?”


무량의 말대로, 더이상 시간을 끌기 에는 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잘려나간 한쪽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면서 말했다.


“난 신경 쓰지 마. 무량을 죽이는 게 먼저야”


“······아니, 나에겐 당신이 먼저이다”


“히아신스···! 무량은 이곳에서 죽이는 게 가장 나아. 한쪽 팔이 잘렸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


“설령, 그게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해도 난 고를 수 없다. 고르지 않을 것이다···!”


“·········”


“이미 그렇게 정했다”


히아신스는 그렇게 말하며 힘을 사용해 나와 함께 공간을 넘었다. 빛과 함께 나와 히아신스는 순식간에 사라져갔고, 히아신스는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에 남은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뒷일은 맡기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와 히아신스는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작은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그 공간에서, 마리아는 천천히 일어나 어딘가를 향해 저벅저벅 걸었다.


“진성, 저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니겠죠?”


“그래, 나도 똑같은 기분이다. 감히 내 앞에서 형님을 건드리다니······”


그런 마리아의 곁으로 어느샌가 한진성이 다가와 있었다. 한진성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한 굳은 표정으로 마리아를 따라 걸었다.


“정말······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스노우”


“그래, 마음 깊이 동감한다. 나 또한 지금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야”


한진성의 다음으로 다가온 스노우는 아스트라를 핏줄이 설 정도로 꽉 부여잡고 있었다. 스노우의 주위로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서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발아래 놓고 짓뭉개 버리고 싶군”


그렇게 말하는 스노우의 모습은 마치, 지난 게이트에서 보았던 플루이나의 모습과도 같이 보였다.


“버들,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신님을 지키지 못한 이 죄를 어떻게 값아야 할지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마지막에 그녀가 말하지 않았나. 그것이 해답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한버들의 인격은 어느샌가 카르히아이스로 변해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다가와 마리아의 옆에 가만히 섰다.


“뒷일을 맡기겠다······그것이 그녀의 말씀이었죠”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던 마리아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만약······”


마리아는 잘려나가 바닥에 놓여있던 내 팔을, 두 손으로 조심히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끌어안았다. 마리아는 잘려나온 내 팔을 보더니, 품속에 더욱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신님을 상처입힌 모든 것을 전부 없애버리면, 이 죄를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요?”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동시에 일행 모두가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끝없는 분노도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는 건가요?”


그것은 분노였다.


“당신께서 정말 그렇다고 말씀하신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정도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거대한 분노.


“저 또한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 모두가 일제히 숨겨두었던 모든 힘을 끌어냈다. 한진성의 붉은 기운, 마리아의 신성력, 스노우의 냉기, 한버들의 푸른 마력은 서로에게 엉겨붙으며 주변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상처입힌 모든 것을 무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무량은 전력으로 기운을 방출하는 그들을 보며 놀라움이란 감정을 느꼈다. 무량이 긴장한 것은 그들의 기운이 방대해서가 아니었다.


“조심해야 할거야”


무량이 긴장한 것은 오로지, 그런 기운들 속에서도 그들의 끝을 모르고 솟아오르는 분노를 담은 살기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저 4명의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                *                  *                 *





나는 히아신스와 함께 공간을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공간을 넘어 나타난 나와 히아신스가 본 것은······


“뭐야, 이게”


완전히 박살이 나며 폐허가 되어버린 집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보이지는 않지만, 새의 울음 같은 거대한 소리와 대피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서 게이트가 폭주했나 보군”


“이것도 무량이 벌인 일인 건가?”


“······그건 확신할 수 없다”


그런 히아신스의 말을 증명하듯이 우리들의 위로 온몸이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새가 나타났다. 계승자로 보이는 자들이 몇 명 정도 그 새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새는 그런 공격은 가소롭다는 듯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키아아아아!!!”


다시 한 번 크게 울부짖은 새는 자신의 날개를 크게 펼쳤다. 새의 날개에서 불의 깃털이 빠져나와 계승자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막아!”


“저 불 좀 어떻게 해보라고!!”


“공격이 안 통하는 걸 어떻게 해!!”


“마법도 안 통해!!”


새는 불을 미친 듯이 뿌리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입에서 쏘아낸 불은 건물을 수십 개는 박살을 냈고, 깃털 조각들은 마치 폭탄처럼 폭발을 일으켰다. 이대로면 서울을 저 새 혼자서 전부 다 박살 내 버릴 것 같았다.


“사신수 중 하나인 주작인 것 같군. 저걸 막으려면 SS급이라 불리는 이들이 와야 할 텐데”


“내가 보기엔 와도 안 될 것 같은데. 홍연화는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아. 최소 2명은 와야 하겠어”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다”


히아신스는 주작이 우리 집뿐만 아니라 마을과 산을 불태우는 것을 보며, 빠르게 처리할 생각인지 힘을 끌어올렸다.


“아니, 네가 힘을 쓰는 건 안 돼”


하지만 나는 힘을 끌어올리려는 히아신스의 손을 붙잡으며 말렸다.


“네가 힘을 쓴다면, 곧바로 이 세계의 진화가 시작될 거야”


“알고 있다”


“세계의 진화가 시작된다면, 수많은 인간이 죽을 거라고”


“상관없어. 지금의 나에게는 그대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


히아신스는 이미 힘을 사용해서 주작을 처리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히아신스의 손을 놓고 앞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내가 직접 하겠어. 내가 하는 게 그래도 이 세계의 진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일 테니”


“하지만 당신은 지금,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지 않나. 내가 임시로 한 처리와 글레이프니르의 봉인 덕분에 그나마 서 있을 수 있는 거면서······”


“괜찮아, 니벨룽의 반지의 마지막 기회를 사용할 생각이니까. 제대로 된 힘도 사용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말이다······”


히아신스는 정말로 내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바라는 것을 아는 지, 히아신스는 결국은 포기하며 말했다.


“그럼 제발······제발 조심해야 한다”


“알았어”


나는 히아신스의 말에 답하며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 손에 발뭉이 나타나 쥐어졌고, 나는 발뭉을 높이 들어 올렸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발뭉을 들어 올리자마자, 주작은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다른 계승자들과 싸우다가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끼에에에엑!!!”


주작은 자신의 몸을 거대한 불로 태우며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동시에, 나와 히아신스가 그 경로에 있는 것을 발견한 계승자들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민간인이 있어!!”


“뭐?! 민간인들은 대피 중인 거 아니었어!?”


“지금 그게 문제냐!”


계승자들은 황급히 나와 히아신스를 향해 오고 있었지만, 주작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속도가 그 배는 되는 속도였다.


“피해!!”


“도망치라고!!!!”


“틀렸어, 이미 늦었다고!!”


계승자들의 급박한 소리와는 다르게 한 손으로 발뭉을 들고 있는 나는 굉장히 태연했다. 나는 곧바로 니벨룽의 반지를 사용했고, 니벨룽의 반지는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무극(武極)”


나는 몇 번이고 휘둘렀던 단 한 번의 휘두름을 떠올렸다. 수많은 단련 끝에 도달한 무(武)의 극의(極意) 중 하나가 지금 내 손 아래에서 다시금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참(斬)”


나는 그대로 무심하다고 할 정도로 단숨에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뭐야 저게······”


“······내가 지금 잘못 보는 건가?”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계승자들은 한 가지 광경을 지켜보았다.


“말도 안 돼······”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고 있다. 하늘을 날며 돌진해오던 주작이 반으로 갈라지며 추락했고, 마치 거대한 선이 그어진 것처럼 땅과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마치, 신의 기적 같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균열이 땅에 새겨진 것을 보며 계승자들은 그대로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후우······”


검을 내린 나는, 발뭉을 허공에 놓으며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니벨룽의 반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뒤로 다가온 히아신스는 내 몸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제,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응, 맡길게”


난 히아신스의 품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내 몸에 오는 모든 부하는 니벨룽의 반지가 흡수하고 사라졌지만, 그걸 제외했음에도 한쪽 팔이 잘리고 힘이 폭주한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난 조금 자야겠어······”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몸의 모든 것들의 활동을 완전히 정지시키고, 몸속을 돌아다니는 힘을 한 곳으로 끌어모았다. 지금의 내게는 몸을 다시금 안정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은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Reunion : 과거의 인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2화가 변경되었습니다. 21.10.03 36 0 -
52 48화. 무림(3) 22.06.17 50 0 16쪽
51 47화. 무림(2) 22.06.01 28 0 21쪽
50 46화. 무림(1) 22.05.25 18 0 21쪽
49 45화. 변화(2) 22.05.18 20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 43화. 기습(2) 22.04.25 30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5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1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7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6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6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