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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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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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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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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44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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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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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47화. 무림(2)

DUMMY

마교가 있는 신강 지역의 끝 부분부터 남궁세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지 어언 일주일하고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 진짜 더럽게 머네. 도대체 언제까지 가야 하는 거야?”


“이제 곤륜파의 영역인 청해를 지나, 사천에 들어선 참이에요. 남궁세가까지는 절반 정도 왔겠네요”


“그래, 시발. 내가 죄인이지 내가 죄인이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먼 데에다가 마교를 세웠을까”


마교에서 중원으로 가기 위해 거대한 사막을 건넜다. 곤륜파의 영역인 곤륜산을 피해 조심스럽게 청해를 지났고, 이제는 제대로 된 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인 사천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라, 진성아. 이제 곧 있으면 마을이 보일 테니”


나는 계속해서 걷고 있는 지금의 여행길에 불만이 있어 보이는 한진성을 다독였다. 그러자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갑자기 천미려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이 앞에 있는 마을이면, 사천당가와 청성파의 영역이네요”


“사천당가면, 독왕이라고 불리던 당할아범 가문일 테고. 청성파라······”


“항상 파란 옷 입고 도를 닦겠다면서 수련하던 청도릉을 기억하십니까?”


“도릉이? 청성파가 개가 세운 문파였냐? 나 개 너무 딱딱하고 엄격해서 엄청나게 싫어했는데. 뭐, 나름대로 실력은 있는 놈이긴 했었지”


“지금도 구파일방의 일각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문파랍니다. 조금 영향력이 떨어지긴 해도 여전히 그 정통성만큼은 확실히 인정받고 있거든요”


그렇게 천미려와 한진성은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나는 자리에 멈춰 서며 말했다.


“누군가 다가오는군”


“아무래도 쫓기는 것 같은데?”


“그래 보여. 쫓는 녀석은 7명이고······쫓기는 쪽도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군”


“독에라도 당한 것 같군요”


천미려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보자 숲 속에서 한 여자가 뛰쳐나왔다. 길게 묶은 선명한 머릿결과 짙은 피로 가려졌지만, 여자는 한눈에 보아도 마치 독이 있는 한 송이의 꽃과도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당신들은···! 어서 도망쳐! 여기에 있다가는 나와 함께 죽을 거라고!”


여자는 우리를 보더니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이미 여자를 쫓아온 복면의 사내들이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싼 상태였다.


“젠장···! 이미 늦은 건가”


복면의 사내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것을 본 여자는 도망치는 것을 무리라 판단한 것인지 품에서 암기를 꺼내 손에 쥐며 우리를 향해 말했다.


“미안해···나 때문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너희들의 목숨이 위험해졌어······”


여자가 그렇게 말하자 복면의 사내들 사이로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한명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여자는 걸어나오는 남자를 보며 표정을 찌푸렸고, 남자는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하하하!! 도망은 끝난 건가?”


“닥쳐라, 이 비겁한 녀석아!! 먼 핏줄인 너를 거두어준 은혜를 모르고, 네놈들이 감히 아버지를 독살해?!”


“그래, 충분히 고마운 일이지! 그래서 아무런 고통도 못 느끼게 저승으로 보내드린 거 아니겠어?”


“으으···! 네놈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여자는 남자를 보며 크게 분노하는 듯 핏줄이 솟아올랐지만, 동시에 독에 중독된 것인지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사천당가의 직계후손이자, 독봉(毒鳳)이라 여인이로군. 만독불침에 가까운 육체를 지녔다는 것이 사실이었나. 뭐,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 독에 중독된 이상, 제대로 내공을 사용해 해독할 시간도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말이야”


“···하아···하아···아버지와 내 식사에서는 아무런 독의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어. 도대체···무슨 독을······사용한 거지···?”


“무형지독(無形之毒)···너도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무형지독이라면······무색무취무미무형(無色無臭無味無形)이라 전해지는 전설 속 극독이잖아. 그게 실존했단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네가 알 건 없고. 인제 그만 뒤에 있는 녀석들이랑 같이 사라져”


“이들은 우리 일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민간인이야! 무공을 배운 자가 민간인을 건드리다니, 도대체 어디까지 추해질 셈인 거냐!'”


“추해져도 결국은 살아남는 자가 승자인 법이거든”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리자 복면의 사내들 또한 단도를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보이는 복면의 사내들을 보며, 여자는 힘겹게 쥔 암기를 집어 던지려는 듯 자세를 잡으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도망쳐! 내가 최대한 녀석들을 막아볼게!”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암기를 던지려던 순간, 나는 앞으로 걸어가 여자의 손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여자가 나를 당황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과 동시에, 무영은 그대로 다가와 내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영아”


“듣고 있습니다, 주인님”


“전부 제압해라”


“무령단주, 무영.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그렇게 말하며 무영이 몸을 일으키자, 그걸 본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딴 어린애가 도대체 뭘 할 수 있······”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영은 다시금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복면의 사내와 남자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힘없이 자리에 쓰러졌고, 무영은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하게 말했다.


“무련단주, 무영. 주인님의 명을 완수했습니다”


“수고했다”


나는 여자의 손목을 잡던 손을 놓고, 무릎을 꿇고 있는 무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영은 내가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떼자 어벙한 표정으로 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숲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령단”


무영이 단순히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도,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다는 듯 무령단원들은 바람처럼 나타나 복면의 사내와 남자를 내 곁으로 옮기고는 사라졌다.


“뭐야······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조용히, 가만히 있어봐”


나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여자의 말을 차단하며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내가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여자의 안색은 순식간에 눈에 띄게 좋아지더니, 내 손가락 끝은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놔!”


여자는 내가 전염된 독을 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지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내 손을 붙잡으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여자가 내 손을 잡기 전, 다가온 한진성이 여자의 손이 으스러 질듯이 강하게 잡으면서 말했다.


“가만히 있으라잖냐”


“으윽···! 무슨 힘이···”


여자가 한진성의 힘에 당황하는 사이, 천미려가 다가와 여자의 몸 곳곳을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말했다.


“아가씨, 그렇게 예민하면 시집 못 가요?”


“···몸이···!”


“안 움직이죠? 우현님이 독을 다 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다시 움직이게 해드릴 테니 그때까진 가만히 참아봐요. 한 번만 더 허락 없이 입을 연다면, 그땐 진짜 각오하셔도 좋을 겁니다”


“·········”


“조용해지니 좋네요”


천미려와 한진성의 압박이 두려운 것인지 여자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한편으로 여자의 몸에 있는 독을 모두 손가락을 통해 흡수한 나는 여자의 몸에서 손가락을 때면서 말했다.


“이제 말해도 돼. 너희도 좀 뒤로 물러나고. 그 나이 먹고 어린애들 좀 괴롭히지 마라”


“우현님, 전 영원한 20세거든요. 나이 관련해서 뭐라고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뭐래, 일만 살은 가볍게 먹은 할매ㄱ···!”


퍼억!


“천마님은 나중에 저랑만 다시 봐요?”


“아, 시발. 미안”


“이미 늦었거든요”


티격태격 대는 한진성과 천미려를 뒤로한 채, 나는 여자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점혈을 풀어주면서 물었다.


“이름은 뭐지?”


“···당하린”


당하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나를 포함한 일행 전체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려워할 것 없어. 우리에게 널 해칠 생각은 없으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내 정체라······”


“특히 당신······당신에게서 위험한 냄새가 나고 있어.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너, 감이 좋은 아이구나”


“인간이 맞긴 한 거야? 당신은 우화등선한 신선···아니, 지옥에서 올라온 아수라인 건가? 아니면, 그걸로도 형용할 수 없는 존재인 건가”


나는 당하린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태생적으로 사물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녀석은 오랜만에 보았기에, 나는 당하린을 향해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일단, 지금은 인간이니 신경 쓸 거 없어”


“지금······은 인간이라고······?”


“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너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영을 바라보았다. 무영을 내 시선만을 보고도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한 것인지, 힘없이 쓰러져 있는 남자를 붙잡고 나를 향해 끌고 왔다.


“이 남자는 너와 무슨 관계지?”


“그 남자는······사천당가의 먼 방계의 후손이야”


“사천당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라”


내가 당하린을 향해 묻는 말을 들은 것인지, 당하린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천미려가 곧장 다가오며 나를 향해 말했다.


“독봉 당하린이라고 하면 사천당가가 낳은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후기지수인데, 그런 그녀를 같은 당가의 인물이 노린다면 뻔한 거죠”


“후계싸움인가”


“당하린에게는 당하문이라고 하는 손위 남자 형제가 한명 있으니······평소에 동생의 재능에 큰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당하문은, 어느 날 자신의 여동생과 아버지를 암살하고 사천당가를 집어 삼킬 계획을 세웠다. 뭐, 이런 뻔한 이야기 아니겠어요?”


“말도 안 돼! 오라버니는 아버지나 나를 죽일 정도로 악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어요. 당신이 정말 당하문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건···아니지만······오라버니가 혼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뭐, 그럼 혼자가 아니었나 보죠. 사천당가를 집어삼키려는 다른 문파의 도움이 있었다면요?”


“우리 때도 남의 문파를 삼키려고 하는 녀석들이 꽤 많긴 했지”


천미려가 하는 말을 들으며 다가온 한진성이 말하자, 단하린도 무언가 느끼고 있는 것이 있는지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아니야···그럴 리가···남궁세가가 어째서···?”


“크큭! 봐봐요. 역시 당하린 당신도 짐작이 가는 게 있잖아요”


“근데 남궁세가가 그런 짓을 한다고? 거기는 고지식한 할배들만 존나게 많은 곳 아니었어?”


“시간은 산처럼 거대한 돌조차 모래로 바꿀 수 있는 법이죠. 남궁세가의 청렴하고 올바른 사상도 어느 정도는 무너진 지 오래랍니다. 아직도 그 전통을 유지하려는 사람도 물론 존재하지만요”


천미려와 한진성은 재밌다는 듯이 대화하고 있었지만, 당하린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한진성은 무언가 재밌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는 미소를 지은 채로 나를 보며 말했다.


“형님, 우리 사천당가 들렀다 가자”


“그렇게 시간 없어”


“아, 어차피 오늘은 마을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마을이 아니라 사천당가에서 쉬고 가면 되는 거고”


“······하아,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한진성의 말대로 사천당가에서 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천미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기서 사천당가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음···아마 이틀 정도는 걸릴 거예요”


“형님, 뭘 그런 걱정을 해! 그냥 내가 들고 달리면 5분이면 가겠다!”


“그건 그렇긴 하다만, 옆에는 당하린도 있으니······”


“그럼 둘 다 들고 가지, 뭐”


한진성은 내가 천미려와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그대로 다가와 망설임 없이 나와 당하린을 어깨 위로 집어들며 소리쳤다.


“바로 출발한다! 죽기 싫으면 꽉 잡아!”


“자···잠깐만!!!”


당하린은 한진성이 갑자기 자신을 어깨 위로 올려놓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한진성은 그대로 무릎을 굽혔고, 곧바로 한진성의 허벅지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창했다.


“간다!!”


라고 외치면서 한진성이 다리를 펴자, 그대로 우리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당하린은 하늘 높은 곳으로 엄청나게난 속도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이게······이게 사람이라고?”


“이제 시작이거든?!”


한진성은 놀라고 있는 당하린을 보더니 웃으면서 허공을 밟고 가속했다. 공기를 박찰 때마다 강한 타격음이 주위로 울러 퍼졌고,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본 당하린은 크게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이건···이건 아니잖으아아아···!!!”


“조금만 참아!”


한진성은 그냥 참으라 말했지만, 빨라지는 속도에 의해 공기가 강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어서 그런지 당하린은 점점 괴로워하는 듯 보였다. 나는 당하린을 향해 손을 뻗었고, 내 기운으로 당하린을 둘러싸 주면서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다”


“하아······하아······감사해요······”


기진맥진한 당하린을 뒤로 한채, 나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하나의 마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거대한 사천당가의 장원이었다.


“도착이군”


“저곳이구만!”


한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장원의 입구에 정확하게 발을 내딛으며 착지했다. 하지만 한진성이 착지한 장소는 강한 충격을 받으며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갔고, 그로 인해 생긴 거대한 굉음이 주변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우와, 이 정도 굉음이면, 사람들이 다 튀어나오겠는데요?”


한진성이 나와 당하린을 내려놓는 사이, 우리를 뒤따라서 도착한 천미려가 무영과 함께 나타나며 말했다. 러자 그 말을 증명하듯이 사천당가의 장원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많기도 하네”


“습격이라도 한 거라 생각했나?”


“천마님께서 그런 굉음읕 일으켰는데, 습격이라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다양한 장병기들을 들고 주변을 둘러싸자, 사람들의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나와 소리쳤다.


“그대들은 어디에 누구길래, 사천당가의 영역에서 이리도 난리를 피우는가!”


그렇게 소리치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지 당하린은 곧바로 우리들을 제치고 앞으로 튀어 나가 소리쳤다.


“하문 오라버니! 접니다! 당하린이에요!”


“하린아···? 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제가 왜 이곳에 있느냐는 말은 왜 하시는 거죠?”


“그건······”


“그리고 오는 길에 제가 마침 이상한 걸 들었어요”


당하문은 당하린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들어 올렸다.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것을 본 당하린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힘없이 손을 내려놓으면서 다시 한 번 당하문을 향해 물었다.


“정말 저와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 범인이 오라버니인 건가요?”


“······”


“정말로 남궁세가에 사천당문을 팔아넘기려고 한 건가요?”


“······”


“그럼 몇이나 하는 이들이 함께했죠? 모든 장로가 오라버니에게 협력한 건 아닐 테니까요”


“······”


“살아 있는 이들은······어떻게 했죠······?”


계속된 당하문의 침묵, 조용히 전해지는 사람들의 살기. 그 모든 것이 당하린에게 전해주는 바는 분명했다.


“뭐라도 대답해보란 말이야, 당하문!!!!!!!”


당하린의 속에서 끌어 오르는 분노가 강하게 느껴졌다. 사람들 또한 당하린의 분노를 느끼는 것인지 당황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당하린, 그녀는 당가의 적녀죠. 아무리 우리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녀의 본질이 사천당문 그 자체라는 건 변하지 않을 거예요”


“당 할아범도 진지할 때는 무서웠었지”


천미려와 한버들이 당하린을 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터질 듯이 솟아오르는 분노를 보여주던 당하린의 분위기가 갑자기 차갑게 내려앉았다.


“다른 문파와 손을 잡고 장문인을 암살하였으며, 사천당가의 존속을 위협한 그 죄······”


당하린의 소매에서 물 흐르듯이 암기가 빠져나오더니, 사람들을 향해 날아가 박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쓰러졌음에도, 당하린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목숨으로 갚아라, 당하문”


당하문과 사람들은 그런 당하린의 기세에 잠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침착하게 무기를 들고 단하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하린을 죽여라!!!!!”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당하린은 오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소매에서 나비 모양의 암기를 꺼냈고, 무심하다고 할 정도로 가볍게 던지며 중얼거렸다.


“비상하라, 추혼비접(追魂飛蝶)”


나비 모양의 암기는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가벼운 상처를 입히고 다녔다.


“독이다!! 암기에 독이 묻어 있어!”


“암기를 보면 안 돼! 추혼비접은 바라보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어!”


“젠장! 이미 늦었다고!”


나비 모양의 암기인 추혼비접은 실제로 살아있는 나비처럼 현란하게 날아다니며 사람을 홀렸고, 동시에 암기에 닿은 사람들은 독에 의해 피를 토하면서 자리에 쓰러지게 하였다.


“꿰뚫어라, 천녀산화(天女散花)”


쓰러지는 사람들을 본 당하린은 곧바로 꽃의 형태를 가진 굉장히 아름다운 암기를 꺼냈고, 다시 한 번 더 달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집어 던졌다.


“피해라, 천녀산화(天女散花)가 개화(開花)한다!”


당하문은 당하린이 던진 암기를 보고는 곧바로 소리쳤지만, 그걸 들은 당하린은 더욱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개(滿開)하라”


당하린이 그렇게 말하자 꽃 모양의 암기인 천녀산화의 꽃잎이 활짝 펼쳐졌고, 그 꽃잎은 일제히 주변으로 흩뿌려지며 사람들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으아악!!!”


“사···살려줘!”


단 두 종류의 암기를 던졌을 뿐인데도 수십 명이나 됐던 사람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죽어있었다. 그걸 본 천미려와 한진성은 동시에 감탄을 내뱉으며 말했다.


“우와, 진짜 굉장한데? 천녀산화랑 추혼비접 둘 다 경지에 올라서 일정 내공과 실력이 없으면 쓰기 힘든 걸로 유명한 암기잖아. 근데 저 나이에 이렇게까지 잘 쓴단 말이야?”


“괜히 사천당가가 낳은 최고의 후기지수, 독봉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에 알려진 게 아니네요”


한편, 당하문은 순식간에 전멸의 자신의 사람들을 보고는 기겁하며 도망치려는 듯 등을 돌려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본 당하린은 곧바로 당하문의 허벅지를 향해 단도를 던져 맞추면서 말했다.


“어딜 도망가려는 거야?”


“으아아악!!!”


“난 너를 믿었어. 네가 아버지를 죽였을 리 없다고 진심으로 믿었다고”


“사···살려줘···!”


“그 단도에는 소량의 미혼산(迷魂散)이 묻어있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내가 직접 사는 것보다 못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아······ㄴ······ㄷ······”


고통에 몸부림치던 당하문은 단도에 묻은 미혼산에 의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하문이 쓰러진 걸 보고 나서야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인식한 것인지 당하린은 조금 어색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미안해, 오늘 너희가 이곳에서 쉬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배신자들을 색출해내야 해서?”


“그래, 도망치기 전에 확실하게 처리해야지”


“그럼 내가 도와줄게.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하는 게 우리에게도 좋을 테니까 말이아”


내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리자,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무영이 다가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영아”


“듣고 있습니다, 주인님”


“무령단이 사천당가 안에 있는 배신자들을 색출해 낼 수 있을까?”


“주인님께서 바라신다면 저희가 직접 배신자들을 색출해, 전부 주인님의 앞으로 잡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백 명이 넘는 무령단원들이 일제히 바람처럼 나타나 내 주변에 동시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그걸 본 당하린은 그런 무령단원들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었는지 크게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령단장, 무영 및 그 휘하 143명의 무령단원이·········”


무영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고개를 숙였고, 무령단원들 또한 무영의 행동과 말에 맞추어 동시에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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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8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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