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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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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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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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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23화. 새로운 동료

DUMMY

병실에 놓여있는 텔레비전의 화면, 그곳에서 보여주는 뉴스에서는 연신 무언가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서울 계승자 아카데미에서 습격이 있었는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요. 바로 어제, 경찰과 계승자 협회의 계승자들이 습격 사건의 협력자로 보이는 두 교수의 자택을 급습하였지만, 이미 두 교수는 자택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럼, 한석우 전문가분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굳이 크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 없습니다. 일말의 저항도 없이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시신의 옆에 놓여있는 비리에 대한 수많은 자료, 그리고 피해자의 피로 새겨져 있는 특별한 표식까지, 이 모든 게 모두 한가지만을 가리키고 있어요”


“에덴···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세계 곳곳의 정치인이나 기업인, 교수나 연예인, 심지어 범죄자까지 살해하는 테러 집단인 에덴의 전형적인 살해 형태와 동일해요”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오히려 악인을 죽이고, 그 죄를 널리 알리는 에덴을 추앙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에덴이 살해한 모든 사람들이 큰 죄를 지은 인물들이라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코 살해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럼······”


병실 침대에 누워서 뉴스에서 말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한예은은 텔레비전의 전원을 꺼버리며

나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어제, 현성이가 나를 찾아왔었어. 나한테 숨기고 있었던 걸 다 말해주더라고···”


“······”


“자신이 꽤 오래전에 에덴에 가입했다는 것도······3년 전에 교수들의 뇌물로 인해 억지로 밀려나고 자살했던 그 사람이 자신의 형이라는 것도······지금 텔레비전에 나오는 교수들을 죽인 게 자신이라는 것도······저 교수들이 자신의 형을 죽이고도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뇌물을 받고 있었다는 것까지도 전부!”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한예은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심호흡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내게 떠나겠다고 말하는 현성이를 잡을 수 없었어. 아니, 내가 어떻게 잡을 수 있겠어···나는 현성이의 아픔이나 슬픔, 그 어떤 진심도 제대로 알아주지 못했는걸”


“나를 부른 이유도 그 최현성이랑 관련된 건가 보네”


“······응, 오늘은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부른 거야”


“하지만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면, 어째서 히아신스에게는 오지 말라고 한 거지?”


굳이 히아신스에게는 오지 말아 달라고 따로 부탁하면서까지, 한예은이 나를 따로 만나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히아신스는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마치···나는 무조건 들어줄 거라는 듯이 말하네”


“응, 너만큼은 무조건 들어줄 거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거지?”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라···”


한예은은 창문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고, 이번에는 내 눈을 곧게 바라보았다. 나는 내 두 눈을 정면을 직시하는 한예은의 두 눈동자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네가 현성이한테 한 말이잖아?”


“······그렇군. 최현성이 에덴에 들어간 원인이 나한테 있으니, 내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가?”


나는 몇 개월 전에 SS급 계승자들과 만나서 회의를 했을 때, 나를 안내해주었던 최현성에게 했던 말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나는 금방 최현성이 에덴에 가입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이 말이 억지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어. 단순히 현성이가 너한테 물어본 것 가지고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만큼 내가 지금 간절하거든. 아무리 억지라고 해도, 너 만큼은 이 억지를 진심으로 생각해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지”


“그래, 바보 같은 억지야”


한예은의 말을 들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재밌네. 나한테 이렇게 대담하게 구는 녀석은 오랜만이거든”


“그 말은···?”


“부탁을 말해봐,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는 도와주도록 할게”


한예은도 내가 이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부탁이 받아들여진 지금, 가장 기뻐하는 것은 바로 그 예상의 주인인 한예은 본인이었다.


“사실, 지금 미국에 있는 계승자협회의 본부에서는 에덴을 추적하고 섬멸하기 위한 추적대가 만들어지고 있어. SS급이 둘이나 들어간 정예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그럼, 그 추적대를 전멸시켜달라는 게 부탁인 건가?”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뭔데?”


“추적대와 에덴의 전면전이 일어날 한 달 뒤, 그때까지 날 최대한 강하게 만들어 줬으면 해. 버들이랑 스노우를 단시간에 그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준 너라면, 날 한 달동안 최대한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하겠지”


“최대한이라······그렇다면, 한 달 정도로 될 리가 없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한예은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힘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부상이 다 나으면 손등에 있는 문양에 마나를 불어넣어. 그럼 허무(虛無)의 공간이라는 곳으로 갈 거야”


“허무의 공간이라니?”


“그래, 그곳은 이곳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거든. 이곳에서 한 달이면 그곳에서는 1년은 가볍게 넘겠지”


“그런 게 가능하구나···”


“나도 정기적으로 가서 도와줄 테니까, 1년 동안은 열심히 해봐”


내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떼자, 곧바로 한예은의 손등에 검은 문양이 생겨났다. 문양은 평범한 사람을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기괴하게 생겼지만, 한예은은 오히려 사랑스러운 손길로 문양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나한테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네가 준 기회를 이용해서 반드시···반드시 소중한 것들을 지켜 보일 거야”


그 순간, 나는 손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예은에게서 한 남자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평생을 싸움밖에 모르면서 살아갔지만,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던 한 남자의 모습이.


“어쩌면 너도 그 녀석처럼 언젠가 신격의 끝···아니, 그 이상인 초월의 경지를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걸로 용건을 마친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었다. 내가 가려는 것을 본 한예은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가려고?”


“이제 볼일도 끝났으니, 히아신스한테 가봐야지”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는 나를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한예은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나지막이 말했다.


“다음엔, 그 허무의 공간이라는 곳에서 보자”





*                *                  *                 *





그로부터 또다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나와 히아신스, 스노우와 한버들, 모두가 학장실에 모여서 홍연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이제부터 너희는 아카데미 2학년이다”


그렇게 말하며 홍연화가 건넨 것은 처음 보는 카드 4장이었다. 카드에 적힌 가장 큰 글씨를 본 나는 단숨에 그 카드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 B급 계승자 ]


“아카데미의 2학년 생들은 다른 평범한 계승자들과 다르게 B급부터 시작하거든. 가지고 있기만 해도 다양한 혜택이 있으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


“B급 계승자라······”


“뭐, 너한테 B급을 준다는 게 어떻게 보면 어이없는 거긴 한데 말이지···”


내 계승자 카드를 본 홍연화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벽으로 걸어가 무언가를 꺼내면서 홍연화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2학년들은 아카데미 내부에서 진행하는 정규 수업이 거의 없어. 대신, 팀을 이루고, 그 팀으로 실제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실기를 주로 하지”


“2학년은 6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매주 한 번씩 B급 이상의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걸 말하는 건가요 학장님?”


“버들이가 잘 알고 있네. 그렇다면 지금 너희에게 뭐가 문제인지도 알고 있겠지?”


“······저희는 6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아니죠”


“그래, 너희끼리도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건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아, 찾았다”


홍연화는 벽에 있는 서랍에서 평범해 보이는 안경을 꺼내더니, 그대로 걸어와 내게 건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6인의 팀을 이루는 게 원칙이라서 말이야. 안전을 위한 것이니만큼, 아무리 너희라도 이 규칙에는 따라줘야겠어”


“하지만 2학년은 이미 전부 자신의 팀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팀을 구할 수 있죠?”


“네 말이 맞아 스노우. 원래였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이번에 2학년으로 오는 편입생이 마침 2명이거든. 그리고 둘 다 너희 팀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고”


“이런 시기에 편입생이라니···게다가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홍연화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2개의 종이를 들었고, 그대로 책상 위에 걸터앉아 종이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평범한 놈들은 아니니까 실망할 일은 없을 거야”


“평범하지 않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인 거죠···?”


“그건 너희들이 직접 만나서 확인해봐. 그 둘은 지금 제1 훈련실에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일단 만나보란 거군요”


“그래, 알았으면 빨리 제1 훈련실로 가봐. 가서 대화라도 하고 있으면, 나도 조금 있다가 따라갈 테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말로 더이상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홍연화는 우리를 학장실에서 내보냈다. 결국, 우리는 편입생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제1 훈련실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편입생이 도대체 누굴까?”


“일면식도 없는 우리의 동료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니···평범하지 않다는 게 도대체 뭐지?”


“어쩌면 우리보다도 강한 걸 수도 있겠어”


“그럴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설령 홍연화 학장과 싸운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패배하지는 않을 만큼의 힘이 있어”


“그것도 그렇단 말이지”


한버들과 스노우는 새로운 동료의 정체가 굉장히 신경 쓰이는 듯 했다. 그런 한버들과 스노우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히아신스는 나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왠지 한 명은 누군지 알 것 같군”


“그래, 아마도 그 녀석이겠지”


히아신스의 말을 들은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안경을 바라보았다. 홍연화가 건네준 안경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신성력은 한 명의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은 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겠는가?”


“누군지는······”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제 1 훈련실의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알 수 있겠지”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굉장히 넓은 훈련실의 내부 모습이 보였다. 훈련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벽이 큰 충격에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재료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아니···”


훈련실의 중앙으로 이동해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자 한버들은 의문을 품은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곧장 위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위야”


내가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정말로 위쪽에서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엄청난 덩치를 가진 그 남자는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며 크게 소리쳤다.


“형님! 역시 살아있었구만!!!!”


그렇게 휘둘러지는 남자의 주먹에는 붉은 기운이 서렸고, 그 기세 또한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 성복을 입은 여자가 그 남자와 내 사이를 막아서며 말했다.


“신님께 그게 무슨 무례란 말입니까”


여자···아니, 마리아의 손에서 나온 신성력이 순식간에 나와 일행들을 감싸며 거대한 막을 만들었다. 그렇게 남자의 주먹과 마리아의 신성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만 같은 굉음이 일었고, 동시에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자신의 주먹이 막힌 것을 확인한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뭐야···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둘은 대체······”


스노우와 한버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마리아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손목을 돌리고 있던 남자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마리아를 향해 말했다.


“너도 나랑 똑같이 기억을 되찾았구나?”


“일단 공격하고 보는 당신 같은 야만인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 주시죠”


“야만인이라니···너무하네 너무해”


그렇게 말한 남자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고, 이번에는 주먹을 휘두르는 것 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오랜만이오 형님”


“한태백, 너냐”


“지금은 한태백이 아니라, 한진성이라고 불리니 그렇게 부르쇼”


한진성은 나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스노우와 한버들에게로 다가갔고, 똑같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방금 들었겠지만, 한진성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난 한버들이야”


“스노우라고 한다”


스노우와 한버들과도 인사를 마친 한진성은 히아신스에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형님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수다. 마교의 교주, 천마 한진성이 사모님께 인사 드리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네가 아는 그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군”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드리지”


그렇게 한진성이 인사를 마치자,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마리아가 앞으로 걸어왔고, 성복의 끝 부분을 잡고 살짝 들어올림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성녀 마리아가 신님과 히아신스님, 그리고 그 친우분들께 인사드립니다”


그런 마리아의 인사를 가만히 보고 있던 한버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놀라면서 말했다.


“성녀 마리아라면···SS급 계승자이자, 세계 최고의 사제인 그···”


자리에서 입을 벌린 채로 가만히 놀라고 있는 한버들과는 다르게, 스노우는 마리아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으면서 말했다.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지? 바티칸에서 마리아 당신이 이곳에 혼자 오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을 텐데······”


“허락 같은 건 받지 않았어요. 애초에 제가 신님을 만나기 위해서 오는 건데,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설마······교황 성하한테 말도 안 드리고 온 건가?”


“······그래도 편지는 남겼으니, 괜찮을 거예요”


“성하께서 당신이 없어진 것을 알면, 어떤 일을 벌일지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런 짓을······”


스노우와 마리아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인지 굉장히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런 마리아를 향해 다가갔고, 홍연화에게 받았던 안경을 건네면서 말했다.


“자, 여기”


“아, 제가 연화에게 부탁했던 물건이군요. 신님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마리아는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런 마리아의 손 위에 안경을 내려놓았다. 스노우는 나를 신이라고 부르는 마리아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신이라니······마치, 둘이 이전에 만난 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네, 신님과는 만난 적 있는 게 맞아요. 오히려 제가 스노우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신님과 함께했답니다”


“무슨······그게 정말인가?”


“그럼요”


그런 마리아의 말을 들은 스노우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한진성도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나도 꽤 오래 형님과 함께 했었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키워준 게 형님이었으니까”


“그게 정말이야···?!”


그런 한진성의 말을 들은 한버들까지도 궁금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선에도 당황하기는커녕 무덤덤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옛날에 같이 여행한 적이 있을 뿐이야”


“여행?”


“조금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아마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상한······”


스노우가 또다시 내게 질문을 하려던 그때, 뒤에서 다가온 히아신스가 내 손을 잡더니 스노우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그러는 스노우, 너도 마리아와 이미 알고 있던 사이처럼 보이는군. 과거에 만난 적이 있는 건가?”


“아, 그건 제가 설명할게요. 스노우는 어릴 때 훈련······”


“그만!”


그런 히아신스의 질문에 마리아가 대답하려 하자, 스노우는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마리아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황급히 우리를 향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리아와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만나오던 관계일 뿐이다. 내 어머니가 SS급 계승자의 일각인 만큼, 만날 기회는 많았으니까 말이야”


“읍읍···!”


“그러니 이 이상은 서로 묻지 않는 것이 좋겠다.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는 법이니”


그렇게 말하며 스노우가 마리아의 입을 막은 손을 치우자, 잠시간 콜록거리던 마리아는 스노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스노우의 어린 시절을 아는 것이 그렇게 숨길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더 안된다는 것이다. 내 치부를 모두 다 알고 있는 당신이 어디까지 말할지 모르니···”


“스노우가 어릴 때 애교부리던 영상 같은 거요?”


“그건 지우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스노우가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며 다들 미소를 띠고 있던 그때,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군.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사모님은 알고 있겠지”


“뭐가 말이지?”


히아신스의 질문을 들은 한진성은 갑자기 다가오더니, 내 손목을 잡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이 팔···왜 이런 거야?”


한진성이 내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소매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며 옷에 가려져 있던 내 팔이 드러났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둔 거지?”


금이 잔뜩 가있는 내 팔은 본 스노우와 한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갔다. 마리아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내 손을 잡고 있는 한진성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무례합니다, 당장 놓으세요”


“싫다면?”


내 손을 아래로 내리려는 마리아의 힘과 버티려고 하는 한진성의 힘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하지만 정작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나는 팔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꼭 죽음으로만 멈추시겠습니까?”


“하! 네가 날 죽인다고?”


마리아에게서는 신성력이, 한진성에게서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노우와 한버들은 그런 둘의 기세를 보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세가 이렇게 날카롭다니······마치 우현의 기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수준이군”


“우리도 분명 강해졌을 텐데, 왜 절대 이길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드는 거지?”


지난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또다시 벽을 몇 번이나 넘었고, 스노우와 한버들은 자신이 강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마리아와 한진성은 그런 자신들과도 격을 달리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면 내 팔이 먼저 망가지겠군’


마리아와 한진성이 정말 서로를 죽일 듯이 기세를 뿜어내는 것을 본 나는 정말로 내 팔이 먼저 망가질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둘을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히아신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해도 될까?”


그런 내 말을 들은 히아신스는 자신을 의지해준 것이 기쁜 건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알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사라진 히아신스는 곧장 내 손을 두고 신경전을 하고 있는 한진성과 마리아의 옆에 나타났다.


“일단 손부터 놓는 것이 좋겠군”


그렇게 말하며 히아신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 손을 잡고 있던 한진성과 마리아가 갑자기 당황하며 손을 놓았다.


“손을···”


“자르려고 했어···!”


히아신스는 그런 둘이 또 다른 행동을 하기도 전에, 앞으로 왼손을 뻗었고 가볍게 허공을 휘저으며 말했다.


“자면서 머리나 식히도록 하라”


히아신스의 공격이 날아올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인지, 마리아와 한진성의 기운들이 순식간에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콰칭!!


하지만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여든 기운들은 단번에 박살이 나버렸다. 둘은 히아신스의 보이지도 않은 일격을 정통으로 처맞았고, 그대로 벽을 향해 날아갔다.


“끄윽···!”


“윽···!”


그대로 날아간 둘은 벽에 부딪혔고, 얼마나 강하게 부딪힌 것인지 벽 속으로 박히다 못해 아예 파고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히아신스는 오히려 감탄사를 내뱉으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 진심으로 기절시킬 생각으로 쳤는데 말이지”


콰드득! 콰드득!


벽으로 박혀 들어간 마리아와 한진성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약간의 상처만 입었을 뿐, 둘 다 그렇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히아신스님이십니다. 정말 엄청나시군요···”


“대부분의 힘을 흘렸는데도, 이 정도의 충격이라니······괜히 형님의 아내가 아니었었군”


그리고 둘이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제 1 훈련실의 안으로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이건 또 뭔 난장판이냐”


홍연화는 벽이 깨지며 생긴 조각들을 털고 있는 마리아와 한진성을 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SS급들이 쓸 수 있도록 강화란 강화는 다 떡칠한 훈련장을 이렇게 박살내다니······”


“뭐여, 언제 온 거야 누님?”


“나야말로 묻고 싶다. 넌 뭘 했길래, 처맞고 있냐 진성아?”


그걸 본 나는 한진성과 대화하고 있는 홍연화를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누님이라니?”


“아, 말 안 했나? 애가 내 사촌 동생이야”


“개인적으로는 이런 야만적인 여자랑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네가 남한테 야만적이라고 할 처지냐?”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일행 전체가 순식간에 근처로 모여들었고, 히아신스는 혹시나 모르니 내 손을 치료하면서 홍연화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 온 이유는 무엇이지?”


“너희가 이제 정식으로 팀이 등록된 것을 기념으로 의뢰를 하나 가지고 왔지”


그렇게 말하던 홍연화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나를 향해 내밀었다. 나는 종이에 적힌 가장 큰 글씨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S급 게이트······위치는 제주도라고···?”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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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nion : 과거의 인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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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48화. 무림(3) 22.06.17 50 0 16쪽
51 47화. 무림(2) 22.06.01 28 0 21쪽
50 46화. 무림(1) 22.05.25 18 0 21쪽
49 45화. 변화(2) 22.05.18 20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30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5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1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7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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