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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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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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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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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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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과거의 인연(2)

DUMMY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안내인의 차를 타고 곧장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동하고 군인들의 게이트 통제선을 지나고 나서야 차에서 내린 우리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게이트를 향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으···머리 아파”


“쯧쯧···다 큰 놈이 그렇게 술을 그렇게 못 마시면 쓰나”


“진성아···? 네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거라고는 생각안해?”


한버들은 숙취에 괴로워하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제대로 휠체어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없는 한버들을 본 스노우는 살짝 표정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앞으로 술은 쉬는 날에만 마시는 것이 좋겠군”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버들은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스노우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군인이 갑자기 도망치듯이 뒤로 물러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도착입니다”


이야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본 우리는 강한 감탄을 내뱉었다. 웬만한 트럭만큼의 크기 정돈 가볍게 되어 보이는 거대한 게이트가 우리들의 시선 끝에 존재하고 있었다.


“뭐가 이리 크다냐···”


“우리가 저번에 들어갔던 게이트랑은 비교도 안 돼 보이네”


“확실히···크긴 크네요”


“평범한 S급 게이트가 아닌 것 같군”


가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강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의 게이트였기에, 군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근처로 다가오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분명, 홍연화가 평범한 S급 게이트라고 하지 않았었나? 이 정도면 평범한 S급 게이트라기에는 기운이 너무 강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속은 것 같군”


내가 히아신스와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은 건지, 한버들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S급보다 높은 등급이 없긴 하니까, 이것도 명목상은 S급 게이트가 맞긴 할 거야. 물론, 평범한 게이트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긴 하지만······”


“평범하지 않으면 뭐 어때? 오히려 더 강한 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


한진성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게이트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게이트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말했다.


“고민할 시간에 빨리 들어가자고!”


“야! 그렇다고 먼저 가면 어떡해!”


한버들이 소리칠 땐 이미 한진성은 게이트의 안으로 들어가버린 뒤였다. 그걸 본 한버들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됐다. 우리도 빨리 따라가자”


“그러는 게 좋겠군. 먼저 들어간 진성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 말이다”


한진성이 먼저 들어간 것이 신경 쓰였는지, 한버들과 스노우는 곧바로 그 뒤를 쫓아 게이트의 안으로 들어갔다.


“저희도 가도록 하죠, 우현님 그리고 히아신스님”


마지막으로 마리아를 따라서, 나와 히아신스까지 게이트를 향했다. 그런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던 협회의 안내원은 내가 들어가기 직전,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부디 모두 살아 돌아오시길”


그런 안내인의 말을 마지막으로 들으며, 나는 그대로 게이트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왠지······이상한 느낌이 드는군’





*                *                  *                 *





덜커덩! 덜커덩!


마차의 바퀴가 자갈과 돌에 부딪히며 튀어 오르는 거친 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마차를 운전하던 노인은 내가 눈을 뜬 것을 보더니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허허···용병단이라더니, 이런 거친 마차 속에서 잘도 자는구먼”


나는 그런 마부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차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는 다른 일행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긴 어디지”


“나도 몰라, 깨어났을 땐 우리도 여기 있었다고”


“장비랑 옷도 전부 처음 보는 걸로 바뀌어 있어”


중세 시대에서나 볼 듯한 사슬 갑옷과 해진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복장을 확인한 나는 내 바로 옆에 있는 히아신스를 보면서 말했다.


“이건···환상이군”


“당신의 말대로, 지금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환상 안에 갇혀 있다. 게다가 쉽게 빠져나갈 수도 없어 보이는 군”


그런 히아신스의 말을, 갑옷이 아니라 유일하게 하얀 성복을 입고 있는 마리아가 고개를 저으면서 이었다.


“시전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가공할 정도의 정신력이에요. 강제로 파괴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저희의 정신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다가, 우리를 대놓고 부르고 있잖아. 너희도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지?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있을 거라는 걸”


“하지만 어째서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알려주는 거지? 우리가 환상을 함부로 깰 수 없다는 걸 저쪽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이 환상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존재,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자가 있는 곳이 어딘지 왠지는 몰라도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에게 위치를 알려줄 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거나······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거겠지”


“일단, 내가 환상을 부술 수 없나 계속 시도는 해볼게”


“아서라, 그러다가 버들이 네가 오히려 정신을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던 그때, 갑자기 마부가 뒤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물었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이야기 하슈?”


마부는 우리가 대화하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그렇게 물었고, 그걸 들은 한진성은 마차에 몸을 기대더니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별건 아니야. 근데 영감님, 내가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우리가 어디를 가던 길이었지?”


“덩치도 좋은 젊은 총각이 기억력은 그렇게 좋지 않나 봐!”


“내가 좀 그래. 그래서 어디로 가는 길이라고?”


“며칠 전에 나한테 엘리시온의 수도로 가달라고 부탁했잖아. 돈도 3골드씩이나 주면서 말이야. 여왕 폐하를 만나야만 한다고 그렇게 말할 땐 언제고······”


“아!!! 맞아 맞아 그랬었지?”


“으휴···그게 다 몸이 허해서 그래. 이럴 땐 우리 마누라가 하는 약탕이 참 최곤디 말이야”


“약탕?”


“자라부터 해서, 뱀이나 사슴뿔 같은 몸에 좋은 것들은 다 넣은 탕! 우리 마누라가 요리를 참 잘해”


한진성은 익숙하게 마부와 친해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을 느낀 나는 다급하게 마부를 향해 물었다.


“수도의 이름은 뭐지? 또 그 여왕의 이름은 또 뭐고?”


“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일단 대답부터 해”


내 질문을 들은 마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차고 있는 검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도의 이름은 나라의 이름이랑 똑같은《 엘리시온 》, 여왕 폐하의 존명은《 플루이나 드 엘리시온 쿠힐라 》이수다. 근데, 갓난아이도 알만한 이런 건 갑자기 왜 묻는게요?”


“플루이나라고?”


“아니, 그니까 그걸 왜 물어보냐는······”


“저 녀석이 요즘 오락가락해서 그래! 영감님이 좀 이해해줘!”


“뭐···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내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보이자, 한진성은 곧장 마부의 시선을 돌렸다. 히아신스는 마부의 말을 듣고 놀라고 있는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당신······뭔가 깨달은 것이라도 있는 건가?”


“플루이나라는 여왕의 이름, 엘리시온이라는 수도까지······확실해,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야. 환상이라는 방식으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라면, 혹시···?”


“그래, 이곳은 스ㄴ···”


덜컹!!!


“히이이잉!!!!”


“으아아악!!!”


하지만 내가 하던 말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마부와 말을 맞추었고, 마부는 고통스러워하며 마차에서 떨어졌다.


“젠장! 뭐야!!”


“마부는 제가 구할게요!”


마리아는 망설임 없이 마차에서 뛰어내려 쓰러져있는 마부를 향했다. 그리고 화살을 맞고 날뛰는 말로 인해 마차가 넘어가려는 것을 본 한진성과 스노우 또한 마차에서 뛰어내렸고, 스노우는 마차가 넘어가지 않게 잡으면서 말했다.


“버들! 말을 잠재워라!”


“알았어!”


《 슬립(Sleep) 》


한버들이 마법을 사용하여 말을 잠재우자, 마차는 다시 균형을 잡으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마차에서 내리면서 한진성을 향해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뭐기는···이런 짓거리를 할만한 놈들은 예로부터 하나뿐이지”


그런 한진성의 말을 들은 것처럼, 곧장 마차의 사방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평범한 산적들이라기에는 입은 장비들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자자, 일단 진정하지”


“뭐야 넌?”


“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십 명의 사람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는 그런 한진성의 말을 듣더니, 큰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크하하하하!! 어차피 죽을 놈들에게 내 정체가 무슨 상관이지?”


“야, 됐어”


“뭐, 그래도 나는 자비로우니까 알려주도록 하지. 나는 검은 매 용병단의······”


쾅!!!


말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휘둘러진 한진성의 주먹에 맞은 남자의 머리가 폭발했다. 한진성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이젠 안 궁금해”


자신들의 대장이 죽는 것을 본 다른 용병들은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대···대장이 당했어···?”


“무슨······”


“감히···감히 대장을 죽이다니···!!”


하지만 머리를 잃은 남자의 시체를 본 그들은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검은매 용병단이다! 용병단은 가족과도 같은 법!”


“가족의 원수를 갚아라!!!!”


“대장의 의지를 이어라!!!!”


그렇게 갑옷을 입은 수십의 용병이 달려드는 것을 본 한진성은 아무런 적의를 보이는 것 없이, 가장 먼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너희 같은 족속들은 정말 어디를 가든 있는 법이지”


한진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누가 본다면 단순히 허공을 휘저은 것처럼 보일 만큼, 제자리에서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는 사실만이 보일 뿐이었다.


“제대로 된 기술을 쓰는 것조차 싫을 정도야”


쾅!!!쾅!!!쾅!!!!!


한진성은 제자리에서 단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갑자기 용병들이 주먹에 맞은 것처럼 하나둘씩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용병들은 분명 주먹이 닿지 않을 거리에 있음에도 빠른 속도로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것을 보더니, 달려들던 것조차 멈추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예 몇 명은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까지 하고 있었다.


“괴···괴물···! 히익!!!”


쾅!!


물론 도망가려고 시도하는 용병은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했다. 한진성은 한 명씩 죽어 나가는 용병을 보더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좀 더···좀 더 제대로 반항할 생각은 없는 거냐?”


웃고 있는 한진성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한 것인지, 얼굴이 빨개진 용병들은 오히려 다시 한 번 전의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우리를 모욕할 셈이냐!!! 우리 검은 매 용병담은 전장에서 죽ㅇ······”


쾅!


“젠장! 죽여버리······”


쾅!


“사···살려줘, 이렇게 빌ㄱ······”


쾅!


하지만 자비 없이 그리고 가차 없이 한진성은 모든 용병들을 일격에 죽여버렸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용병을 향해 한진성이 발을 옮기는 순간, 그런 한진성의 앞길을 스노우가 막아서면서 말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뭐가 말이지?”


“주변을 보아라. 시체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주변을 보란 말이다”


한진성을 그런 스노우의 말을 듣더니, 무심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병들의 시체가 수십개나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길은 피와 터져 나온 살들로 흥건해져 있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한진성은 나를 향해 물었다.


“······형님”


“왜”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쇼. 형님도 내가 진정 이 녀석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우현! 이미 적은 저항할 의사가 없다! 이 이상은 그저 살인일 뿐이야!!”


나는 그런 스노우의 말을 들으며 그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 한진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노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비켜!”


한진성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스노우를 옆을 밀치고 그대로 걸어갔다. 공포에 질린 용병의 위에 올라탄 한진성은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뇌가 평화에 찌든 너에게 좋은 걸 알려주지”


그렇게 말하는 한진성의 주먹이 용병의 얼굴을 타격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진성은 용병을 일격에 죽이지 않았다.


“적은 되도록 만들지 마라. 만약, 적이 되었다면 죽일 수 있을 때 모두 죽여라”


쾅!


“네가 배풀은 그 섣부른 자비로 인해······!!!”


쾅!!!


“그들의 손에 네 친우가 목숨을 잃는다!!!”


쾅!!


“그들은 네 연인과 누이를 강제로 범하며 능욕할 것이고!!!!”


쾅!!!


“형제와 부모는 그들의 노예가 되어 일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며!!!”


쾅!!


“결국에는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잃은 너 자신마저 그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하게 될 것이다!!!”


한진성은 일부러 용병을 죽지 않을 만큼의 위력을 담아서 때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은 죽지 않은 그 용병의 머리를 잡아든 한진성은 보란 듯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적이 아닌 이마저 죽이는 것은 짐승이겠지만, 적이 된 이를 죽이지 않는 것은 그저 오만이고, 같잖은 위선이야”


“살···ㄹ···”


으득!!!


한진성은 자신의 손안에 있는 용병의 머리를 그대로 짓이기고는 그 시체를 옆으로 던지면서 말했다.


“기억해,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이들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게 될 테니”


그런 한진성의 행동을 본 스노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고개를 숙였고, 한버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미친 듯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엑!!!”


그런 한버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는 히아신스는 뒤로한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진성을 향해 다가갔다.


“그건···버들이와 스노우에게 하는 말이냐”


“형님”


“아니면, 너 자신에게 하는 말이냐”


“······묻지 마쇼”


내가 한진성과 대화하고 있던 그때, 마리아가 마부를 업은 채로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났다. 잠시 주변을 살핀 마리아는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눈치챈 듯 마부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런 거군요”


“마리아”


“우현님도 알고 계셨겠지만, 이것은 언젠가 있을 일이었어요.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한 스노우와 버들이는 저희와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를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본 마리아는 해가 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곧장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말과 파손된 마차의 상태도 확인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런 것 같군. 아무래도 지금 마차를 다시 끌고 가기에는 문제가 많을 듯하니 말이다”


“아까 짐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을 봤으니, 그걸 꺼내도록 하죠”


히아신스와 마리아는 마차에서 짐을 꺼내며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계속해서 토를 하던 한버들은 그런 둘은 보더니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가능한 거야?”


“뭐가 말이지?”


“주변에 시체가 이렇게 많은데도······바닥에도 피가 물처럼 흥건한데도······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평온할 수 있는······”


“아, 그건 말이죠”


마리아는 속이 안 좋아 보이는 한버들의 입을 손으로 막더니, 신성력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버들이 조금은 속이 괜찮아지는 것을 느꼈는지, 금방 안색이 좋아졌다.


“시체나 피는 치우면 되거든요”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시체와 피가 있는 곳에 하얀 성화가 피어올랐다. 성화가 피어오르자 피는 단숨에 기화되었고, 시체 또한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상처는 치유하면 되죠”


이번에는 화살이 박힌 말과 마부의 상처를 뒤덮은 신성력이 둘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각할 틈도 없이 신성력은 순식간에 둘의 상처를 없애버렸다.


“하지만······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마리아는 싱긋 웃으면서 한버들의 입을 막았던 자신의 손을 떼고 물러났다. 그리고는 바닥에 누워있는 말들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오늘 밤은 아무도 죽지 않았잖아요? 죽은 것은 오히려 저희를 죽이려고 한 저 자들이고요. 이건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리아는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스노우를 향해 다가가더니, 곧바로 스노우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을 잡자 스노우는 놀란 눈으로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둘 다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해요”


“마리아······”


“이건 선과 악, 정의와 악행을 구별하기 이전인 생존의 영역에 있는 문제니까요”





*                *                  *                 *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는 소리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숲에 고요하게 울러 퍼졌다.


“우현···난 모르겠다”


한진성은 명상을 하고 오겠다면서 숲 너머로 사라졌고, 마리아와 히아신스는 강으로 씻으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나와 한버들, 그리고 빠르게 피를 씻어내고 돌아온 스노우 셋뿐이었다.


“나와 너희들이 뭐가 그렇게 다른 것이지?”


“맞아, 진성이나 히아신스, 그리고 우현이 너도 우리랑 같은 나이잖아. 하지만 강함도, 정신의 강인함도 우리랑은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준에 올라있어. 이것도 전부···그 《 기억 》이라는 것 때문인 거야?”


“알고 싶다. 너에게는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었지만, 우리도 이제는 알고 싶단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한버들과 스노우의 말을 들으며 옆에 있는 나무 조각을 들었고, 그대로 모닥불의 안으로 던져 넣으면서 말했다.


“그래, 말해줄게. 너희와 그 녀석들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잠시 말은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각의 정리를 마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하려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도시에서의 밤과는 다르게 무수히 떠있는 별들은 왠지 모르게, 이제는 기억나지 않을 만큼 먼 추억을 상기시켜 주고 있는 듯 했다.


“천마 《 한태백 》 그리고 대성녀 《 마리아 디 크레스티아 》······”


“······”


“녀석들은 그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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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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