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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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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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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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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2화. 습격(3)

DUMMY

“날 죽이겠다라······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당연히 해줄 수 있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돼. 아직은 해야 할 걸 전부 끝내지 못했어”


말을 하면 할수록, 무량의 등 뒤에 있는 고리의 크기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직시하기 힘들 정도의 빛을 뿜어내며, 무량은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아직도 신선들의 망령에 현혹되어 태초의 빛을 쫓고 있는 건가, 무량”


“아니, 나는 그 망할 영감들에게 현혹된 적 없어! 이건 오로지 나의 의지야. 영감들은 내 몸속에 깃들어 있는 이 힘을 태초의 빛이라고 불렀지만, 아무리 태초의 빛이 밝게 빛난다고 하더라도 너의 빛에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너라는 빛의 현혹된 수많은 존재들을 말이야”


무량은 광기에 차며 양손을 옆으로 벌렸다. 눈동자의 색도 붉은색에서, 점점 녹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한진성! 마리아! 플루이나와 카르히아이스까지! 비록, 이번에는 힘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기에 패배하였지만, 전성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나조차도 위협하는 힘을 지닌 이들이지. 그런 그들이 너를 쫓아 지구로 온 것은, 그들 또한 나와 똑같이 너의 빛을 보고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일 터!”


“그들과 너를 똑같다고 생각하지 마”


“아니,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아! 다른 것은 오로지, 나에게는 너의 빛을 모두에게 알려야만 할 의무가 있다는 것뿐이지.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어둡게 빛나는 네가 사실 그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 여명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는 사명이 나에게는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무량의 앞에, 한진성과 싸울 때 사용했던 실 뭉치같이 생긴 형태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수십 개나 동시에 생겨났다. 무량은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사명을 위해서라면, 나는 상대가 너라고 하더라고 싸울 수 있어”


《 강력(強力) 》


무량 손에서 나온 막대한 에너지들은 곧바로 무량의 앞에 있는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에너지가 모여든 그 《 점 》은 곧이어 이 공간의 모든 것을 자신을 향해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


공간 전체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한 점으로 압축시키는 그 압도적인 힘은, 공간조차 찢어버리며 모든 것을 일그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강력이라·········그래, 그 힘이면 하나의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겠지”


히아신스는 강력에 의해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더니, 조용히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우리에게 닿을 수 없다”


히아신스는 한 점으로 끌어당기는《 강력 》의 막대한 에너지를, 그보다 더한 양의 힘으로 둘러싸며 그대로 단번에 소멸시켜 버렸다.


“나도 이 정도로 닿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


무량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곧바로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 전자기력(電磁氣力) 》


무량의 손에서 나온 황금빛의 거대한 힘은 원의 형태를 갖추더니, 그대로 나와 히아신스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아오는 무량의 힘은, 얼마나 거대한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행성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의미가 없다고 했을 텐데”


히아신스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황금빛의 구는 궤도를 틀더니, 나와 히아신스를 지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강한 바람이 덮쳐왔지만, 무량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또다시 다른 기술을 사용했다.


“떠올라라, 대일(大日)의 빛이여”


이번에는 무량의 주위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그걸 본 나는 곧장 옆으로 손을 뻗었고, 곧장 검은 빛들이 내 손 아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지(千枝)처럼 갈라지며, 지금 이곳에서 만개하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어느샌가 모여들던 빛들은 검은 창의 형태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창을 집어 들었고, 그대로 무량을 향해 집어 던졌다.


《 천지(千枝)의 유성창 》


내 손을 떠난 검은 창은, 곧바로 나무의 가지처럼 분열되었다. 분열되고, 또 분열되며 순식간에 셀 수 없는 수의 창이 만들어졌고, 그걸 본 무량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 창들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 광명이 지금, 일체 세상을 비추네”


그러자 무량의 주위에 있는 빛의 구체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더니, 내가 날린 창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오너라, 심연 너머의 짐승이여”


창과 구체가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나는 또다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무량의 아래에 거대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 [검은 심연의 칠흑용] 카라이투라 크스트라스 》


무량은 내가 만들어낸 검은 구멍을 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곧장 두 손을 모아 수인을 맺으면서 중얼거렸다.


“비로자나불의 이름으로, 지금 이곳에 있는 번뇌에 광명을 비추니. 광륜의 빛과 함께, 여래의 손은 모든 번뇌를 잡아낸다”


《 여래(如來)의 손 》


무량이 그렇게 말하자, 무량의 등 뒤에 있는 빛의 고리가 갑자기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구멍에서는 귀가 찢어질 정도로 거대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아아!!!!!!!”


검은 구멍에서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짐승의 입이,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와 무량을 급습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량의 빛의 고리에서는 수많은 손들이 튀어나왔고, 손들은 달려드는 짐승을 향해 달려들어 강하게 붙잡았다.


“이것까지 막을 줄이야”


짐승의 셀 수 없이 많은 이빨이, 무량에게 닿기 직전에 멈춰 선 것을 본 나는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여래의 손들에 잡힌 거대한 짐승을 본 무량은, 손을 펼치고 그대로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여래의 의지여, 찍어 눌러라”


《 여래신장(如來神掌) 》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무형의 손이, 짐승을 머리를 공격했다.


“크아!!!”


거대한 충격을 받은 짐승은 그대로 추락했고, 다시 검은 구멍으로 떨어지며 그렇게 심연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이젠 내 차례겠지”


무량은 심연으로 떨어지는 짐승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또다시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러저 빛의 고리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여래의 손들은 곧바로 그런 무량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만다라 전개”


무량의 등 뒤에 있던 빛의 고리는 회전하는 것을 뛰어넘어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확장되고, 이어지고, 또다시 확장하며 복잡한 형태를 이룬 그것은 마치 문양과도 같은 형태로 변해있었다.


“저건······”


그것을 보며 범상치 않은 힘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 히아신스는, 곧바로 앞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이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겠어”


손을 내밀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갑자기 히아신스의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어져 버렸다. 또한, 히아신스의 몸에서는 잿빛의 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창조되어라 』


그 상태로 말하자, 히아신스의 목소리가 압도적인 기세로 주위에 울러 퍼졌다. 동시에, 히아신스의 몸에서 새하얀 기운이 빠져나오더니, 나와 히아신스가 서 있는 일대 전체를 천천히 둘러싸기 시작했다.


“끝을 내지”


히아신스는 보호막을 만들어내며 그렇게 말했고, 그걸 들었는지 무량은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끝을 내자”


무량의 앞으로 모여든 여래의 손들은 우리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고, 곧바로 여래의 손들의 앞으로 황금빛의 기운들이 모여들었다.


“무시무종(無始無終)하여 시방 삼세에 변만 하게 존재하며, 일체 만유를 말미암아 현현한다. 비로자나불의 이름으로, 탐(貪) · 진(瞋) · 만(慢) · 무명(無明) · 견(見) · 의(疑)의 여섯 가지의 근본 번뇌를 물리치니. 오너라, 사사로운 광명의 힘이여”


모여든 황금빛의 기운을 중심으로 세상 전체에 거대한 금이 무수하게 생겨났다.


《 핵전기력(核電氣力) 》


무량이 능력을 사용하자, 그렇게 금이 간부분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들은 순식간에 세상 전체를 완전히 새하얗게 물들였다. 새하얀 빛에 닿은 모든 것들이 붕괴하며 사라져 가는 것을 본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세상이 붕괴하고 있네”


“이 공간이 파괴될 줄은 몰랐다. 내가 직접 가두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이리도 쉽게 파괴할 줄이야”


하지만 보호막의 바깥이 모두 새하얗게 물들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나와 히아신스는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그만큼, 무량이 강하다는 소리이겠지. 너조차도 제대로 힘을 사용해야 했으니까”


“맞다, 내가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무량의 방금 전 공격은 굉장히 놀라운 위력이었지 ”


“뭐, 나는 너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히아신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평소보다도 훨씬 긴 머리카락과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잿빛의 빛은, 히아신스의 성스럽고 고귀한 분위기를 배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군”


“이 정도는 언제라도 말해줄 수 있어”


“그야······”


하지만 대화를 하던 우리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보호막 너머를 바라보았다.


“······무량이 도망치려 한다”


“그러네, 공간을 넘으려는 건가?”


“이대로 도망치게 둘 수는 없어”


“당연하지”


무량이 공간을 넘어 도망치려 한다는 것을 느낀 나와 히아신스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당신과 힘을 공명하는 것도 정말로 오랜만이군”


“옛날에는 자주 했었는데 말이야. 특히, 네가 유독 좋아했었지”


“나는 당신과 닿아있는 것만으로 좋았으니 말이다”


맞닿은 손을 통해, 히아신스와 내 힘이 서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내 힘은 손을 타고서 히아신스에게로 전해졌고, 히아신스의 힘은 손을 타고 내게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공명을 통해 점점 커져가는 서로의 기운을 느끼며, 나와 히아신스는 동시에 말했다.


『 창조의 이름으로 』


『 소멸의 이름으로 』


단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나와 히아신스의 주위에는 검은 기운과 하얀 기운이 동시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 모든 것이 태어나는, 순환의 시작을 천명한다 』


『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환의 끝을 천명한다 』


나와 히아신스의 주변을 돌아다니던 검고 하얀 두 기운은, 곧장 우리들의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로 섞이지 않는 건지 합쳐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모여든 그 기운은 마치 태극(太極)과 같은 모양을 이루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 만물은 무한하게 순환하며 』


『 찬란한 삶을 영위하고 』


『 살아가는 기적을 향유하며 』


『 끝에 이르러서야, 찰나의 끝을 맞이한다 』


말을 할수록 태극의 회전이 점점 빨라지더니, 이제는 검고 하얀 두 기운을 구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 하지만 오늘 이곳에서 한 순환의 끝을 고하니 』


『 더는 우리의 기적을 그대에게 허용하지 않음을 알린다 』


나와 히아신스는 마지막 말을 동시에 내뱉었다.


『 무량, 그대의 종언(終焉)을 고한다 』


우리가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태극 모양으로 회전하고 있던 기운이 그대로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퍼져나가는 기운은 경로 상에 있는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어버리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무량에 의해서 생겨났던 새하얀 빛도.


그걸 막아내기 위해 만들었던 히아신스의 보호막도.


붕괴하며 무너지고 있던 세계도.


기운이 지나간 자리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차원마저도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곳은, 어느샌가 모든 것이 새하얀 허무(虛無)의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놓친 건가, 아쉽군”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나와 히아신스는 우리들의 힘이 쓸고 지나가며,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의 공간의 저편을 바라보았다. 무량을 포함한 그 어떤 것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단 하나 존재하는 것이 있었다.


“저건······”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멀리 있던 그것은, 빨려오듯이 엄청난 속도로 내 손으로 날아왔다.


“무량의 팔인가”


“그래, 우리의 힘을 맞고서 잘린 거겠지”


무량의 팔이 잘린 상태로 내 손에 들려 있었다. 히아신스와 내가 사용한 기술을 맞고도, 팔 하나를 잘린 것이 전부라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그건 어떻게 할 거지?”


“대충, 지하실 안쪽에 봉인해놓자. 거기라면, 무량이라고 해도 쉽게 가져가기 힘들 테니까 말이야”


“그래, 그러고 보니 마침 그곳이 있었군”


그렇게 말하고 나는 무량의 팔을 아공간으로 집어 던졌다. 동시에, 니벨룽의 반지의 효과가 점점 끝나가는 것을 느낀 나는, 히아신스의 손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우리의 집으로 말인가?”


“집이라······”


문뜩, 지금의 내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어딘가 오묘하고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히아신스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래, 집으로 가자”





*                *                  *                 *





“우현님 그리고 히아신스님, 돌아오셨군요”


집 앞으로 이동하자,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마리아였다. 마리아는 깨끗한 수건을 건네고는, 우리를 데리고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버들과 스노우는 빈방에 눕혀놓았어요. 그리고 진성은······”


“온거요, 형님”


마리아가 말하며 걸어가고 있던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진성이 마리아의 말을 끊더니, 내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 물을 게 있어, 형님”


“뭔데”


“형님네랑 마리아랑 같이 산다는 게 정말이야?”


“얼마 전부터 그랬지, 맞아”


한진성은 내 대답을 듣더니, 잠시 고민하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였고, 곧바로 한진성은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럼, 나도 여기서 살아도 돼?”


한진성이 태연하게 묻자,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려 히아신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히아신스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한진성을 향해 대답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


한진성과의 내가 대화를 마치자,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히아신스는 내 손을 놓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나는 지하실로 가서 무량의 팔을 봉인하겠다”


“알았어”


“누님, 그럼 나도 같이 갈래. 어차피 할 것도 없단 말이야”


“그래, 그럼 따라와라”


한진성과 히아신스는 그렇게 말하고 지하실을 향해 걸어갔다. 마리아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금 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버들과 스노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우현님”


나와 마리아는 그렇게 스노우와 한버들이 누워있는 2층을 향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는 2개의 침대 위에 곤히 누워있는 한버들과 스노우를 볼 수 있었다.


“봉인도 잘 진행됐고, 큰 외상도 없습니다. 며칠 내로는 의식을 차릴 수 있을 거예요”


“다행이네”


침대에 누워 숨을 쉬고 있는 한버들과 스노우는, 마치 평범하게 잠을 자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방의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두 침대의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깨어나면 좋으련만”


나는 스노우와 한버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눈을 감은 이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                *                  *                 *





“으아······”


“참으로 처참한 모습이군요, 무량”


한쪽 팔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고 있는 무량을 보며, 벨페고르는 부채로 입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다.


“이 세계에 당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아, 그는 특별한 존재거든. 벨페고르, 너나 나조차도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존재야”


“·········당신이 타인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다니, 정말 놀랍군요”


무량은 팔이 잘리며 피가 미친 듯이 흐르는 자신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그대로 짓눌러 피를 멈췄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벨페고르를 가만히 직시하면서 말했다.


“내가 말한 건, 준비했겠지?”


벨페고르는 그런 무량의 말을 듣더니, 또다시 매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펼쳤다.


“힘들었다고요? 억지로 이 세계에 침입하며 대부분의 힘을 억제당하는 저희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대악마를 3명이나 불러줬잖아. 불평하지 말고 물건이나 가져와”


“쯧······귀엽지 않네요”


벨페고르가 그렇게 말하며 부채를 가볍게 흔들자, 어둠 속에서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보면, 그 남자가 검을 쓰는 검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 당신이 원한 인간의 시체예요. 특별히, 상처 하나 없이 죽여왔죠”


“평범한 시체는 아니지. 이렇게 보여도 지구의 인간 중에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니까 말이야”


언뜻 보면 동양인같이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서양인의 특징 또한 확실히 드러나는 얼굴을 가진 남자를 향해 다가간 무량은 남자의 목을 가볍게 조르면서 말했다.


“안 그래? SS급 1위······검성, 노아 빌드레드씨?”


초점 없는 남자의 눈은, 그런 무량의 말을 들었음에도 허망하게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 시체가 대답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말이야”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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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30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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