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2,475
추천수 :
3
글자수 :
447,698

작성
21.12.16 08:42
조회
33
추천
0
글자
21쪽

31화. 습격(2)

DUMMY

“힘을 전부 회복한 게 아닌데도, 이 정도의 힘이라니. 역시 너희들도 나와 같은 그의 인연이라는 걸까?”


무량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한진성과 마리아를 보며, 무량은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과 싸우려면, 나도 방심하지 않고 제대로 해야겠어”


《 신성 개방 》


“부디, 나를 오랫동안 즐겹게 해주길 바랄게”


신성을 개방하자, 무량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량의 등 뒤에는 거대한 빛의 고리 같은 것이 생겨났으며, 언제부턴가 눈동자의 색 또한 백색으로 변해있었다.


“즐거워! 오랜만의 싸움이 기대돼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야!!”


마리아와 한진성은 무량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을 느끼고는 곧장, 무량이 가진 힘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둘보다 강해요”


“아마 그렇겠지”


“저희들은 아직 절반도 채 힘을 회복하지 못했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건···무량, 그는 전성기의 저희들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거예요”


“뭐, 그래도 싸울 거잖아?”


“······당연하죠, 우현님께서 맡기신 건데요”


무량이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진성과 마리아는 당황하기는커녕, 굉장히 침착하게 보였다.


“내가 앞장선다. 넌 날 저 녀석의 앞으로 갈 수 있게 보조해줘”


“네? 전 평범한 성직자처럼 근접전이 불가능하지 않아요. 차라리 앞에서 둘이 같이 협공하는 게······”


“나 같이 몸만 튼튼한 무식한 놈은 다른 녀석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몰라도, 너는 형님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잖냐. 죽을 가능성이 있다면, 전부 내가 짊어지는 게 맞겠지”


“정말, 괜찮겠어요?”


“이렇게 보여도 몸 하나만큼은 자신 있거든. 쉽게는 죽지 않을 거다”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는 한진성을 보며, 마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아는 납득했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진성, 당신도 은근히 비관적인 면이 있어요. 우현님이나 당신이나 생긴 거에 맞지 않게 항상 왜 그렇게 스스로를 가볍게 여기는지······”


“생긴 거에 맞지 않는다니, 그거 요즘 세상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그리고 원래,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은 비관적인 게 좋은 거야”


그렇게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둘은 한 걸음 앞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무량은 둘을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럼, 작전 회의도 이제 끝난 거겠지?”


“어, 끝났어. 이제 처맞을 시간이야”


“자신만만하군. 자신이 넘친다는 건 아주 보기 좋은 일이지”


“무량, 당신이야말로 자신 있어 보이는군요. 당신이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내가 패배한다는 걸 왜 걱정한다는 거지? 애초에,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무량의 등 뒤에서는, 빛의 고리가 더욱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빛을 뿜어내는 무량은, 한진성과 마리아를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마하바이로차나 타다가타(Mahāvairocanatathāgata), 난 대일여래(大日如來)다. 나는 모든 존재들의 근원이자, 그 모든 존재들의 귀결이기도 하며, 일체 생명의 근원이며, 일체는 나에 의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지. 너희들이 언제나 절대적이고 불변해왔던 이 법칙을 깨고, 무한 우주의 전일(全一)인 나를 이기겠다니······”


그렇게 손을 내밀자, 무량의 주위로 수천이 넘는 빛의 구체가 일제히 생겨났다.


“아무래도, 주제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네”


무량이 말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수천이 넘는 빛의 구체에서는 일제히 광선을 쏘아냈다. 하지만 빽빽하게 쏟아지는 광선의 폭우를 보았음에도, 한진성은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뭐래! 중2병 말기냐?!”


광선의 폭우를 몸을 맞아내며 달려나간 한진성은 그대로 무량을 향해 도약했다. 그리고는 곧장 붉은 기운을 담은 주먹을 무량을 향해 휘둘렀고, 그걸 본 무량은 작은 감탄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굉장한 육체야”


“뒤져, 그냥”


한진성의 주먹이 무량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며 거대한 충격파가 일었지만, 무량은 아무런 상처 없이 한진성의 주먹을 받아내며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닿기는 부족해”


한진성은 자신의 주먹이 무량에게 닿기 직전,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한진성은 반대쪽 손으로 붉은 기운을 담아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닿지 않는다니까”


여유로운 무량의 말처럼, 주먹은 또다시 무량에게 닿지 못하고 직전에 멈춰 서버렸다. 하지만 한진성은 그럼에도 미친 듯이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나갔다.


“그럼 닿을 때까지 패줄게”


휘두르고,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음에도 여전히 무량에게 닿기 직전에 한진성의 주먹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결계······아니, 결계라기에는 손맛이 이상해.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한진선의 미친 듯이 빠른 연타를 가만히 지켜보던 무량은, 하얀빛을 두른 오른손을 그대로 한진성을 향해 내지르면서 말했다.


“주먹만 휘두르는 건 이제 지겨운데······다른 건 없는 거야?”


한진성은 그런 무량의 손을 당연하다는 듯이 피해냈지만, 그 순간을 노린 듯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한진성을 위에서부터 공격했다.


“무슨···!”


몸 전체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힘 앞에서, 한진성은 무량의 앞에서 그대로 추락해 땅에 처박혔다.


“아직 끝이 아니야”


《 인력(引力) 》


무량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한진성을 향해 이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몸을 일으키고 있던 한진성은 또다시 정체 모를 힘에 연속으로 공격받았고, 그대로 땅을 구르듯이 멀리 날아가 버렸다.


“끄윽···!”


그렇게 한진성이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과 동시에, 조용히 영창을 하고 있던 마리아가 강철의 십자가 《 가브리엘 》의 긴 부분을 그대로 땅에 박아넣으면서 외쳤다.


“신이시여,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거대한 악에게 당신의 징벌을 내리소서!”


마리아가 영창을 마치며 가브리엘을 땅에 박아넣자, 무량은 곧바로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크기의 새하얀 빛의 십자가가 무량을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의 종, 마리아가 이곳에서 간절하게 바라옵니다”


《 징벌의 십자가(Punishment Cross) 》


무량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고, 그 상태로 빛의 십자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나며 밀려난 무량은 그대로 땅으로 내려앉았지만, 무량을 땅으로 내려앉게 한 것이 전부인듯이 빛의 십자가는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그렇군요, 당신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결계의 정체는《 반발력(反撥力) 》이었나요”


마리아는 빛의 십자가가 사라지는 것과 무량이 땅에 내려앉은 것을 보더니, 확신을 가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확해. 난 지금 내 몸 전체를 반발력의 힘으로 두르고 있어. 내 몸에 가까워질수록, 그 힘은 무한에 가까워지지. 그야말로 무엇도 내 몸에는 닿을 수 없게 만드는 무적의 결계야”


“진성의 주먹이 닿지 않은 것도, 모든 것을 밀어내는 그 힘 때문이었군요”


“근데, 그걸 알아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지금의 너희들은 이 결계를 뚫는 게 불가능해”


“······맞아요, 저 혼자서는 당신의 그 결계를 뚫을 수 없겠죠”


“그래, 이제 이해했나 보네. 너희들과 나 사이의 격차를”


무량은 자신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마리아를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스스로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그런 무량의 태도는, 그가 얼마나 스스로의 힘을 믿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라면···말이에요”


마리아가 갑자기 웃는 것을 본 무량은, 순간적으로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량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한진성을 볼 수 있었다.


“둘이라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무량은 자신의 등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한진성을 향해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순식간에 무량의 손 아래에서는 실이 감겨있는 듯한 형체의 무언가가 생겨났다.


“네가 아무리 튼튼한 몸을 가졌다고 해도, 분자 단위로 압축된다면 죽겠지”


《 강력(強力) 》


무량이 그렇게 말하며 실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형체의 그것을 강하게 쥐자, 마리아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공간을 왜곡시킬 정도의 에너지가 한진성을 향해 일제히 방출되는 것을.


“진성을 죽게 둘 순 없어요!”


조금만 닿기만 해도 죽을 만한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한진성은 마리아가 막아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무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걸 느꼈는지, 마리아는 곧장 신성력을 끌어올리면서 기도했다.


“신이시여, 부디 우리들을 굽어 살피소서!!!”


순식간에 한진성의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이 수십 겹이나 생겨났다. 그러자 무량의 공격과 마리아의 보호막이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영향으로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제가 막겠어요. 가세요, 진성!!!!”


그렇게 무리해서 무량의 공격을 막아낸 마리아는 입에서 피를 토해냈지만, 그걸 알았음에도 한진성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마리아의 도움을 받으며 공격을 뚫고 나가 무량의 앞에 도달한 한진성은, 붉은 기운이 담긴 주먹을 전력으로 휘두르며 소리 질렀다.


“죽여주마!!!”


“와라! 정면으로 상대해주지!!”


무량은 자신의 향해 달려드는 한진성을 향해 오히려 정면으로 싸움을 걸었다. 한진성의 붉은 기운을 두른 주먹과 무량의 빛의 기운이 담긴 주먹이 부딪히며 거대한 충격파가 미친 듯이 발생했다.


쾅! 쾅! 쾅!


서로가 서로를 죽일 각오로 정말 미친 듯이 주먹을 연타했다. 하지만 한진성의 공격은 무량의 결계를 뚫지 못하고 계속해서 막혀버렸고, 그에 비해 무량은 조금씩이지만 한진성은 몸을 때리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뭐지···때리는 건 분명 내 쪽인데······’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왜 내가 밀리고 있는 듯한······’


무량은 점점 한진성의 주먹이 빨라지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와의 정면 승부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한진성은 점점 더 가속하고 있었다. 무량의 공격을 몇 차례나 맞으며, 몸 곳곳의 뼈가 부러지고 피가 터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한진성은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죽음을 느끼면서도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마치, 수억이 넘는 날카로운 칼날에 둘러싸인 것만 같은 기분이야. 아주 자그마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이 느껴져. 하지만 그렇기에 느껴지는 이 긴장감······그래, 이것이···오직 이것만이······!!!’


겨우 손을 뒤덮을 정도의 크기였던 한진성의 붉은 기운도, 어느샌가 무량의 기운을 밀어낼 만큼 커져 있었다.


“나를 살아있게 해!!!!!!”


한진성의 힘과 기운이 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무량의 결계를 뚫어내지는 못했지만, 한진성은 무량의 공격을 이겨내고 앞으로 한 발짝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인정하지”


무량은 자신의 공격을 뚫고 다가오는 한진성의 힘에 놀라며,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


“정말 가공할만한 집념이구나!!”


동시에, 무량의 주변으로 수많은 황금빛의 구슬들이 떠올랐다. 이전과는 다르게 무량의 농축된 기운들이 담겨있는 빛의 구슬들은, 한진성의 향해 차원이 다른 위력의 광선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죽어라, 전사여!!”


수많은 광선들이 한진성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팔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눈이 파괴되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쪽 다리가 완전히 잘려나갔다고 하더라도···


“끄아아아아아!!!!!!!”


한진성은 앞으로 나아갔다.


“진성!!!!”


《 기적(Miracle) 》


한진성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동시에, 마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성술을 사용하였다. 상처 입은 한진성의 몸 위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쏟아졌고, 순식간에 한진성이 입은 모든 상처가 회복되었다.


“내가 말했지···죽여주겠다고···!”


모든 상처를 회복한 한진성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그걸 본 무량은 자신의 결계를 믿는 것인지, 오히려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방금 전처럼 무량의 손 앞에, 실들이 뭉치는 듯한 형태의 무언가가 순식간에 생겨났다.


“왼팔은 주마”


무량의 손 앞에 모여드는 그것을 본 한진성은, 망설임 없이 왼팔을 내밀어 그것을 붙잡았다. 무량의 거대한 힘을 억지로 붙잡자 당연하게도 한진성의 왼팔이 함께 폭발해버렸지만, 한진성은 만족한다는 듯이 웃으면서 오른팔을 내질렀다.


“진짜 좀 뒤져!!!”


한진성의 주먹에 모여든 붉은 기운은 팔 주위를 회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던 한진성의 팔과 기운들이 일제히 한 점으로 방출되자, 무량은 처음으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콰칭!


그렇게 무량이 몸을 피해 뒤로 도약했지만,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이미 결계는 뚫고 한진성의 주먹이 들어온 상태였다.


“······굉장해. 아무리 전력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렇지, 내 몸에 상처를 입힐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빠르게 몸을 피했지만, 이미 무량의 뺨에는 긁힌 상처가 생겨난 뒤였다. 무량은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며 웃었고, 한진성은 또다시 그런 무량을 향해 달려들며 말했다.


“다음엔 목을 따줄게”


성치 않은 몸으로 계속해서 무량을 향해서 달려드는 한진성을 본 마리아는, 곧바로 가브리엘을 내밀며 신성술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하늘에는 거대한 순백의 마법진이 생겨났고, 마리아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이곳에 당신을 위해서 희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디, 그들을 불쌍히 여기어 거두소서. 부디, 지극하고 정성스러운 길을 걸어온 그들의 고난을 보듬어주소서. 남겨진 이들은 이곳에서 신님의 곁으로 가는 그들을 축복하겠나이다”


《 성도들의 무덤(Graves Of Saints) 》


그렇게 영창을 마치자, 마법진에서 수십개의 십자가가 일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어진 십자가들은 무량을 중심으로 원을 만들어내었다. 한진성은 십자가들의 사이로 달려나갔고, 그걸 본 마리아는 가브리엘을 또다시 땅에 박아넣으면서 소리쳤다


“축복하소서!!”


마리아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십자가들에게서 수많은 사슬이 튀어나왔다. 사슬은 무량을 향해 날아갔고, 무량의 팔과 다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제한을 주는 신성술인가. 효과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기술이네”


사슬을 몇 번 움직이던 무량은, 이 사슬이 단시간에 풀 수 없는 기술이라 판단하였다. 무량은 망설임 없이 달려들고 있는 한진성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뭐, 됐어. 애초에 도망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무량의 손 전체를 황금빛의 기운이 뒤덮기 시작했다. 무량은 천천히 기술을 완성시켜갔고, 그런 무량의 앞으로 달려온 한진성은 곧바로 자세를 잡으면서 말했다.


“진각(震脚)”


한진성이 그렇게 말하며 발을 내딛자, 한진성의 발을 중심으로 마치 소용돌이 같은 기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각오라······내가 이런 걸 하는 순간이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야”


한진성은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오른손을 그대로 뒤로 당겼다. 그리고는 온몸에 있는 모든 힘이란 힘을, 전부 오른손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한방이면 끝난다. 호신강기(護身罡氣)에 드는 내공도 포기하고 전부 공격으로 돌려주지. 선천진기(先天眞氣)까지도 사용해서 이 일격에 담아주겠어’


한진성의 팔에 모여드는 힘의 안에 생명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무량은, 어이없어하는 듯 혀를 차면서 말했다.


“이 싸움에서 나와 함께 죽을 각오까지 하는 건가. 아직 힘을 다 회복한 것도 아니면서, 굳이 힘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나는 지금 이 순간에 그렇게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원래 지는 걸 존나게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한진성의 팔을 뒤덮고 있는 붉은 기운은 어느샌가 정점에 이르러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뛸 것처럼 요동치는 기운을 본 한진성은, 앞으로 한 걸음 발을 내디디며 소리쳤다.


“이기기 위해선 목숨도 걸을 수 있거든, 새끼야!!!”


무량은 한진성이 발을 내딛자 주변 대기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한진성의 발아래로 모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 그런 거였나!”


“끝내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서로를 향해 주먹과 손을 내질렀다.


“무로 돌아가라!”


《 전약력(電弱力) 》


“하늘마저 죽여 멸하리라!!”


《 천추(千秋)의 권 : 천살멸(天殺滅) 》


엄청난 힘을 담은 두 손이 서로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주변 공간과 함께 모든 것들을 파괴하며 그렇게 공격이 날아가고 있던 그때······


“멈춰라”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히아신스가 갑자기 둘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히아신스는 곧장 자신의 두 손을 들었고, 무량과 한진성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 버리며 말했다.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군, 진성”


“누님······? ”


“네가 이렇게 죽어버리면, 그이가 좋아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여기서 내가 해치우지 못했으면, 어차피 다음에는 형님이 싸워야만 했을 거요. 난 형님이 무리하기 전에 내 손으로 끝내고 싶었던 거고”


“·········그래, 알고 있다면 상관은 없겠지”


히아신스는 한진성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히아신스는 한진성을 향해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디뎠고, 상처투성이인 한진성의 몸에 손을 올려다 놓으면서 말했다.


“뒤쪽으로 300km 정도만 가면, 이 공간에서 지구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다. 그 앞에 봉인을 마친 스노우와 버들이 누워있으니, 둘을 데리고 마리아와 함께 먼저 나가 있도록 해”


한진성은 자신의 몸의 상처들이 순식간에 회복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폭발했던 한쪽 팔도 다시 자라났고, 사용했던 생명력도 다시 완전하게 채워져 있었다.


“일단, 이 정도면 되겠지. 마리아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가라”


“·········그럼, 형님을 부탁할게”


“맡겨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진성은 발을 박찼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히아신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무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무량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량”


“히아신스님이시군요. 저와 한진성의 기술을 그렇게 가볍게 막아내시다니, 역시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같잖은 위선은 그만두지”


“위선은 아닙니다만······뭐, 그래도 히아신스님께서 원하시는 것 같으니, 앞으로는 저도 그냥 편하게 하도록 하죠”


무량은 히아신스를 눈앞에 두고도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히아신스에게서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다는 무량의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스스로의 힘을 너무 과신하는군. 그 힘이 얼마나 같잖은 것인지, 내가 직접 알려주길 바라는 건가?”


“뭐, 당신이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가 당신을 두려워 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야”


무량은 히아신스를 향해서 기이할 정도로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적대감이 아니라, 본능적인 혐오감에 가까운 듯한 감정이었다. 그런 무량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인지, 무량의 눈동자의 색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당신은 아직 절대적인 절망을 맛보지 못했어. 누구보다 깊은 그 심연의 어둠을 경험하지 못한 당신을, 내가 두려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내가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무량이 그렇게 말하고 있던 그때, 히아신스의 옆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검은빛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그곳에서 순식간에 내가 나타났고, 나를 본 무량은 금방 뺨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래! 경애하는 나의 빛뿐이야!”


나는 내가 나타나자마자, 나를 보며 뺨을 붉히고 있는 무량을 보며, 가벼운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는 곧바로 발뭉을 집어 들었고, 그대로 들어 올려 무량을 향해 겨누면서 말했다.


“이제 끝낼 시간이다, 무량”


“원래는 그의 인연인 너에게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네가 우리를 2번이나 먼저 건드렸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와 히아신스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듯한 눈으로 무량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말을 이었다.


““우리는, 너의 죽음을 정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Reunion : 과거의 인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2화가 변경되었습니다. 21.10.03 36 0 -
52 48화. 무림(3) 22.06.17 50 0 16쪽
51 47화. 무림(2) 22.06.01 28 0 21쪽
50 46화. 무림(1) 22.05.25 18 0 21쪽
49 45화. 변화(2) 22.05.18 20 0 18쪽
48 44화. 변화(1) 22.05.03 35 0 20쪽
47 43화. 기습(2) 22.04.25 29 0 20쪽
46 42화. 기습(1) 22.04.14 27 0 19쪽
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6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7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29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38 34화. 스노우(2) 22.01.09 27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5 0 18쪽
»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1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7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6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1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7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6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29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5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