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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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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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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447,698

작성
22.01.0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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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4화. 스노우(2)

DUMMY

미국으로 가길 결정한 뒤로,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도착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한진성은 크게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걸 들은 마리아는 한진성을 무시하고 지나쳐 걸어가면서 차갑게 말했다.


“시끄러워요, 진성”


“비행기 안에서는 그렇게 조용하더니”


“진성은 비행기 멀미가 심하니 말이다”


“야! 사람이 멀미 좀 할 수도 있지! 그게 인간미라는 거야 새끼들아!”


일행들이 그렇게 대화를 하며 걸어가는 것을 뒤따라가고 있던 한 여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나와 히아신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 활기찬 애들이네. 내가 없는 사이에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구나?”


내게 말을 거는 그 여자의 이름은 한예은.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인 그녀는 지난 한 달 동안 허무의 공간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너야말로 준비는 된 거야?”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해”


“자신을 가져도 된다. 그이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 달 동안 그 정도면 충분히 굉장한 것이니”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주니, 자신감이 생기네. 고마워”


나와 히아신스가 한예은과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 것을 본 한버들은 앞으로 가던 휠체어를 멈추더니, 나를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우현아, 근데 스노우네를 가는데 회장님이 왜 따라오시는 거야? 뭔가 하려는 거라도 있어?”


“별건 아니야. 뭘 할지도 기다리면 저절로 알게 될 거고. 딱히 우리가 하는 일에는 영향을 끼칠만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분명,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


“그래···? 네가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면, 상관은 없지만······”


“나도 너희들한테 피해 끼치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내가 따라가는 거로 너무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버들아”


“아···딱히 걱정한 건 아니에요. 회장님이 따라오는 걸 제가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요, 뭘”


한버들은 한예은을 향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히아신스가 내 옷깃을 당기더니, 손으로 공항의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말했던 게, 저자가 아닌가?”


한진성과 비견될 정도의 엄청난 몸을 가진 남자가 거대한 차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남자 또한 우리를 본 것인지, 곧바로 나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그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고 나와 악수를 하는 것을 보자, 갑자기 한버들의 두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 한버들은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레···레임 루카스···!! 인류의 수호자가 어째서 이곳에!”


한버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것인지, 공항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루카스를 향했다.


“레임 루카스다!!”


“세계 계승자 랭킹 5위라고!!”


“미국의 영웅이잖아!!!”


그런 시선들을 신경 쓴 것인지, 루카스는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루카스의 옆으로 다가온 마리아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루카스, 선글라스를 벗으면 어떻게 해요? 우현님께서 곤란해 하시잖아요···!”


“선글라스같은 걸 쓰고 인사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럼, 제 안경 같은 인식 저해 마도구라도 챙겨왔어야죠”


안경을 쓰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본 것인지, 루카스는 마리아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점점 더 모여드는 인파를 본 루카스는, 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미안하군. 나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말이야”


“괜찮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 일단 이동부터 할까? 여기서는 더이상 대화를 할 수도 없어 보이니까 말이야”


루카스는 일행을 데리고 자신이 방금까지 서 있던 거대한 차를 향했다. 그러자 곧장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쫓아오는 사람들을 막아섰고, 우리들이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는 어딘가를 향해서 출발했다.


“방금, 저 검은 옷의 사람들은 누구죠?”


한예은은 차가 출발할 때까지도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곧장 루카스를 향해 물었다.


“홍연화한테 너희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각하께서는 너희들을 각별하게 대할 것을 요청하셨다. 이런 기본적인 대우 정도야, 당연히 해줄 수 있지”


“각하라면, 혹시 미국의 대통령을 말하는 건가?”


“그래, 각하께서는 너희들의 옆에 있는 그 남자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각하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저자의 움직임에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 너희들도 그의 강함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텐데?”


“뭐······”


“그렇긴 하다”


대통령이 내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는 루카스의 말을 듣자, 스노우와 한버들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루카스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무언가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너에게 말할 것이 있다. 혹시, 노아 빌드레드라는 남자에 대해서 아직 기억하고 있나?”


“노아 빌드레드라면······지난번 회의 때 만났던 그 남자로군. 분명, SS급 1위인 데다가 검성이라고 불린다고 했었지”


“노아 빌드레드···! 당신과 함께, 미국의 두 영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이잖아요! 훈련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제1차 마수 전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두 사람을 어떻게 모르겠어요!”


“하하! 그래, 네 말대로 우린 훈련장에서 살아 돌아온 동료들과 함께 마수들과 싸웠지. 그래, 그런 시절도 있었어···”


순간, 루카스의 얼굴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드러났다. 루카스는 다시금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루카스를 향해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


“·········실종됐어”


“실종이라고요···?”


“말도 안 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계승자인데, 그런 그가 어떻게 실종이 된단 말인가!”


“하지만 거짓이 아닌 모두 진실이다. 노아는 몇 주 전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어. 그의 집에 찾아갔을 때는, 습격을 받은 것인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쥔 루카스를 보면, 그가 노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범인을 찾고 있는 건가?”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군”


히아신스와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은 루카스는 곧바로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말했다.


“딱히, 너희를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희들은 그 시간 동안 게이트에 들어가 있었으니,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더니, 루카스는 품속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들어있는 아주 작은 유리병을 꺼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현장에 묻어있던 피의 성분을 추출한 용액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군”


“그건······”


검붉은 피가 담긴 병에서, 미세하지만 새어 나오고 있는 불길한 기운을 보며, 나는 그 피의 주인이 어떤 존재인지를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악마의 피로군”


“그래”


“악마에게 납치된 건가. 어쩌면 이미 살해당했을지도 모르겠어”


“네 말대로, 범인은 아마도 악마이겠지. 노아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간 것으로 보아선 악마 중에서도 상당히 고위급인 녀석 말이야”


“그럼 이런 걸 우리에게 말해주는 이유는? 이런 것을 아무 이유 없이 말해주는 것은 아닐 텐데”


이런 중요한 사실을 이유 없이 말해줄 리가 없기에, 나는 루카스······루카스를 대변인으로 삼아서 미국 정부가 나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지금 네가 하는 그 생각이 맞다. 미국 정부에서는 너에게 정식으로 의뢰를 하나 할 생각이야”


루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 한 장을 꺼내 나를 향해 건넸다. 나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노아 빌드레드의 생존확인 및 구출, 거기에다가 악마의 토벌이라”


내용은 간단했다. 노아 빌드레드의 생존을 확인하고, 살아있다면 구출할 것. 또한,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악마들을 토벌해줄 것.


“대가는······땅인가”


“그래, 정부 소유의 땅 500만 평을 주지. 또한, 그 안에서는 대통령급의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완전한 치외법권의 구역으로 만들어주겠다”


내게 노아 빌드레드의 구출을 의뢰하는 루카스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루카스가 건넨 종이를 그대로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거절하지”


“·········어째서인가.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건가?”


“아니, 솔직히 땅을 준다는 제안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 그곳이라면, 히아신스와 조용히 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그럼 어째서!!”


루카스가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강하게 소리치며 몸을 일으키자,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진성과 마리아가 곧바로 강한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네가 인류의 수호자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몸 성히 돌아가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을 거야”


“우현님을 향한 그 이상의 무례는 제가 용서하지 않아요, 루카스”


하지만 그런 둘의 압도적인 살기도 내가 곧장 한 손을 들어 올리자, 마치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살기에서 벗어난 루카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보았고, 나는 그런 루카스를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말했다.


“네 제안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게 아니야. 그저 나와 히아신스가 이 세상에 관여할 생각이 없을 뿐이지. 미안하지만, 그 의뢰는 거절하도록 하겠어”


“······알았다”


내 말을 들은 루카스는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약, 무량이라는 인물이 연관되어 있는 사건인 경우라면······”


내가 다시 말을 이어나가자, 루카스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루카스의 두 눈에는 아주 자그마한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그때는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                *                  *                 *





그렇게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한 우리는, 로스앤젤레스 중심에 있는 거대한 크기의 빌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럽게 크구만”


“우리 집이랑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 데?”


“여기가 맞는 건가요, 스노우?”


“그렇다”


플레이크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인지, 하늘에 닿을 듯한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이었다. 스노우는 내키지 않아 보였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고서 건물의 안을 향해 발을 옮겼다.


“어떤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빌딩의 안으로 가자, 여성직원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스노우는 품속에서 플레이크가의 문양이 달린 반지를 꺼내 보여주었고, 그걸 본 여성직원은 놀란 듯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스노우님이셨군요. 가주님께서 손님분들과 함께 104층의 로열룸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말을 하던 직원은 나를 포함한 일행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직원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스노우를 향해 무언가를 속삭였다.


“네, 그리고 스노우님에게는·········”


“······그래”


직원을 말을 마치자 곧바로 옆으로 물러났고, 스노우는 대화가 끝났음에도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스노우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본 나는,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 스노우에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가자”


“······아, 알았다”


스노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앞을 향해 걸었다. 직원에게 들었던 104층을 향한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순식간에 원했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객실은 3개인가 보군”


“적당히 나누어 쓰면 되겠네요”


“형님은 누님이랑 쓰면 될 테고, 남은 5명이서 나누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남자랑 여자로 나누자. 내가 진성이랑 쓸게”


“알겠어요, 저랑 예은 그리고 스노우가 같이 이쪽 방을 쓰죠”


객실을 나누는 그 순간까지도, 내 시선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스노우를 향해 있었다. 스노우는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쉬고서 저녁 시간에 보자”


“오케이~”


“알았어”


일행들이 짐을 들고서 차례차례 객실의 안으로 들어가자, 나도 히아신스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확실히 화려하고 넓었다. 히아신스는 방의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손가락을 튕기면서 말했다.


“스노우가 신경 쓰이는 건가?”


“조금···스노우 혼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긴 해”


“하긴, 방금 전 로비에서 들었던 말도 신경 쓰이긴 하니······”


히아신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빛이 모여들더니 나와 히아신스의 짐이 든 캐리어가 생겨났다. 히아신스는 캐리어를 들더니, 그대로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그럼, 스노우와 함께 다녀오도록 하라”


“괜찮겠어?”


캐리어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던 히아신스는, 내가 하는 말을 듣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캐리어를 그 자리에 내려논 히아신스는 곧장 나를 향해 다가왔고, 그대로 내 머리에 손을 두르더니 가벼운 키스를 해버렸다.


“괜찮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나. 난 당신을 믿고 있다. 스노우를 돕는 정도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껏 해도 돼”


그렇게 말한 히아신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캐리어를 향해 다가가면서 말했다.


“난 짐을 정리하고 있도록 하지. 다녀와라, 당신”


“·········고마워”


난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등을 돌려 객실을 빠져나갔다. 객실을 나온 나는 곧바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향했다.


“우현···? 어째서 여기에······”


엘리베이터의 앞에는 스노우가 서 있었다. 스노우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스노우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로건 플레이크···네 아버지한테 가는 거냐”


“······알고 있었군”


“그 거리에서 말하는데 들리지 않을 리가 없잖아”


나는 머릿속으로 로비에 있던 여자 직원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스노우에게 속삭였던 말을 떠올렸다.


「 스노우님에게는 곧장 가주실로 올 것을 명령하셨어요 」


내가 그 말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그런 나를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는 스노우를 향해 말했다.


“같이 가자”


“같이······말인가?”


“그래, 혼자 보내기에는 좀 그래서 말이야”


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럼에도 거절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스노우는 아무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 인증을 확인하였습니다]


스노우는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달린 화면에 손을 가져다 댔고,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곧장 어딘가를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 168층, 가주의 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내가 직접 말하긴 뭐하지만, 내 가족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모욕적인 말을 몇 차례나 들을 수도 있겠지. 그들은 결코 나와 너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속에서, 스노우는 내게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노우의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네가 따라왔다는 사실에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어. 지금도 무척이나 두렵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덕분인지 조금은 마주 볼 용기가 생긴 것만 같다”


“스노우, 넌 강해. 설령 혼자라고 해도, 지금의 너는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나도 알고 있다, 이젠 나 자신이 아버지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들이 두렵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왔던 기억들이, 나를 그들에게 맞서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있어”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스노우는 굉장히 분해 보였다. 스스로가 강해졌음을 알아도, 지금의 스노우에게는 가족들과 맞설 싸울 각오가 부족했다.


“이제는 끊어낼 것이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그들과 맞서 싸울 각오를 다져야만 해”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것인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의 문 앞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고, 우리가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그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아, 맨날 나한테만 지랄한다니까”


“네가 그러니까 더욱 그러시는 거 아니겠냐”


“난 원래 먼저 시비 건 놈은 반드시 죽여야만 속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잘하는 짓이다”


서로를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던 남자들은, 나와 스노우를 발견하더니 놀란 듯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둘 중 한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성큼성큼 걸어오며 스노우를 향해 말했다.


“뭐야······개 같은 사생아 년이 여기를 왜 오는 거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스노우의 멱살을 잡고 잡아당겼지만, 스노우는 망설임 없이 남자의 손을 쳐내면서 말했다.


“이 손 놔라, 리암 플레이크”


“······하! 계승자로서 좀 유명해졌다고, 이제 네 오빠 이름도 막 부르겠다 이거냐!”


리암이라 불리는 그 남자는 스노우가 자신의 손을 쳐낸 것이 기분 나빴는지, 스노우의 얼굴을 때리려는 듯 곧바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


그러자 스노우는 몸이 굳어버린 것인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리암을 바라보았다. 리암은 스노우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손을 그대로 휘두르며 말했다.


“개 같은 사생아 년이 내 이름을 부르지 말란 말이다!!”


스노우는 막을 생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인지, 날아오는 리암의 손을 두고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나는 곧장 그런 리암의 팔을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왔던 기억 》이 이걸 말하는 거였나”


리암의 행동과 그에 대한 스노우의 반응으로 보아서, 적어도 스노우는 어릴 때부터 수차례나 맞아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뭐야 이 새끼는!”


리암은 나조차도 때리려는 듯이 반대쪽 손을 들려 올렸지만, 뒤에서 다가온 다른 남자가 그런 리암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만해, 리암”


“이거 놔라, 조슈아”


“여기가 어딘지 잊은 거야? 안 그래도 계승식이 머지않았는데, 아버지한테 걸리면 어떤 페널티를 받을지 몰라”


“······쯧!”


리암은 조슈아의 말을 듣더니 혀를 차며 거칠게 손을 빼냈고, 그대로 스노우의 어깨를 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좆같은 사생아 년아, 너랑 우리는 같은 피가 흐르는 게 아니거든? 좋게 말할 때 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다”


리암이 그렇게 엘리베이터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조슈아는 곧장 스노우에게로 다가가더니 스노우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저 녀석은 그냥 바보일 뿐이니까”


“······으윽···!”


“그나저나 스노우, 순간 못 알아봤어. 몇 년 전보다도 더 아름답게 변했구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조슈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음침한 미소로 변했다. 스노우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조슈아의 손은, 스노우의 뺨을 지나 어깨를 타고서 천천히 아래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도 정상은 아니군”


“······!”


그걸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그런 조슈아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순간, 조슈아의 날카로운 눈이 곧장 나를 향했지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조슈아는 포기한 듯 그대로 리암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뭐, 어차피 내가 가주가 되면 알아서 내 것이 될 테니 상관은 없겠지”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걸어간 조슈아는, 리암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다. 이제 와선 익숙한 일들일 뿐이야”


둘이 사라지자, 스노우는 익숙하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스노우는 그대로 앞을 향해 걸었고,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들어가겠습니다, 아버지”


스노우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곧장 안에서 유리로 된 재떨이가 날아오더니 스노우의 머리를 강하게 타격했다.


“내가 분명,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스노우의 아버지, 로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하게 소리 질렀다. 그걸 들은 스노우는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로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그렇게 말하는 스노우의 표정도 어느샌가 아무런 감정조차 드러나 있지 않는 완전한 무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쯧···덜 떨어진 것”


허무하고 공허한 스노우의 두 눈은 가만히 로건을 직시하고 있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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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1화. 사후처리(事後處理) 22.03.28 26 0 16쪽
44 40화. 서리의 의미(3) 22.03.07 26 0 23쪽
43 39화. 서리의 의미(2) 22.03.01 25 0 18쪽
42 38화. 서리의 의미(1) 22.02.17 27 0 18쪽
41 37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2) 22.02.07 28 0 19쪽
40 36화. 세번째 이야기 - 스노우의 과거(1) 22.01.31 30 0 22쪽
39 35화. 스노우(3) 22.01.17 58 0 16쪽
» 34화. 스노우(2) 22.01.09 28 0 21쪽
37 33화. 스노우(1) 21.12.30 47 0 18쪽
36 32화. 습격(3) 21.12.21 36 0 18쪽
35 31화. 습격(2) 21.12.16 34 0 21쪽
34 30화. 습격(1) 21.12.11 40 0 19쪽
33 29화. 과거의 인연(6) 21.12.11 32 0 25쪽
32 28화. 과거의 인연(5) 21.11.26 38 0 20쪽
31 27화. 과거의 인연(4) 21.11.16 37 0 20쪽
30 26화. 과거의 인연(3) 21.11.16 32 0 21쪽
29 25화. 과거의 인연(2) 21.11.04 43 0 19쪽
28 24화. 과거의 인연(1) 21.10.31 28 0 17쪽
27 23화. 새로운 동료 21.10.18 37 0 23쪽
26 두번째 이야기 - 히아신스의 과거 21.10.09 31 0 25쪽
25 22화. 토너먼트(5) 21.10.03 30 0 16쪽
24 21화. 토너먼트(4) 21.09.21 3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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