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과거의 인연(6)
연회가 시작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달도 정점에 이르렀고, 연회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네”
하지만 나는 그런 연회장을 피해 테라스에 나와 가만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해도, 나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장소였다.
“당신은 여기 나와서 뭐하는 건가?”
그런 내 뒤를 쫓아온 것인지, 테라스의 문을 열고 나온 히아신스가 나를 불렀다. 양손에 술이 담긴 유리잔을 들고 있는 히아신스를 본 나는, 곧장 다가가 겉옷을 벗어 히아신스에게 둘러주고, 히아신스가 들고 있던 술잔을 들어주면서 말했다.
“하늘을 보고 있었어”
“하늘 말인가?”
“응, 밤하늘을 보는 게 내 습관 같은 거라서 말이야”
히아신스는 그런 내 말을 듣더니 테라스의 난간에 몸을 기대며,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푸른 2개의 달은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밤하늘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그러고 보니 이곳은 지구와는 다르게 별이 참 많군”
“참으로 광활한 풍경이야”
“에덴에서 당신과 함께 보았던 하늘 또한 이런 광경이었지”
그렇게 말하며 테라스의 난간에 기댄 몸을 일으킨 히아신스는 곧장 나를 향해 다가왔다. 히아신스는 내가 양손에 들고 있던 술잔 중 하나를 가져가더니, 작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같이 한잔 마시지 않겠나?”
히아신스는 자연스럽게 술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내 손을 깍지끼며 잡았다. 나는 그런 히아신스를 향해 술잔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좋지, 한잔할까?”
서로의 유리잔이 부딪치면서 청량한 소리가 울러 퍼졌다. 나는 그대로 술을 입으로 가져갔고, 그대로 단숨에 마셔버렸다. 꽤나 독한 술인 것인지,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화끈한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좋네”
“술맛이 말인가?”
“그냥, 다 좋아. 이 술의 좋은 맛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밤바람도 좋고, 이 모든 것을 너와 함께 공유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좋아”
나는 히아신스와 맞닿아 있는 손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히아신스의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면서, 나는 작게 속삭였다.
“이럴 때마다, 너에 대한 사랑이 마음을 채우는 것이 느껴져. 항상 느껴졌던 공허함이 모두 거짓인 것만 같아”
“나도 그렇다. 나도 당신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어”
히아신스는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춘 채로 곁눈질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곧바로 유리잔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쨍그랑!
“잠깐···!”
유리잔의 조각에 히아신스가 다칠까 봐 당황하면서도, 나는 곧바로 히아신스의 구두 옆에 떨어진 거대한 유리조각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구두를 신고 있으니 다칠 일은 없다”
히아신스는 내가 고개를 숙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을 내 목에 둘렀다. 히아신스는 그대로 얼굴을 내밀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동시에, 당황한 내가 떨어뜨린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내게 입을 맞춘 채로 거칠게 움직이는 히아신스의 격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럴수록 연회장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나,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점점 작아져갔고, 내 귀에 들리는 것은 히아신스의 목소리뿐이었다.
“사랑한다”
잠시 뒤, 입술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히아신스는 내 귀에 얼굴을 가져다 댄 상태로 계속해서 사랑을 속삭였다.
“정말로···정말로 사랑한다”
히아신스의 격한 키스에 놀라버리며 몸이 굳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짝 붉어진 뺨을 들키지 않도록 히아신스를 껴안는 것뿐이었다.
“나도야”
인간의 몸이라 그런지, 오늘은 한잔밖에 마시지 않았음에도 술에 취한 것만 같았다. 밤바람에 의해 몸의 열기가 식고 나서야, 나는 히아신스를 놓고 서서히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