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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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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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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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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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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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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어두운 밤중 우리는 시가지를 벗어나고 있다.


프로디프의 왕은 무슨 생각이 있는 듯이 우리가 가장 인적이 드문 일요일 저녁에 성 밖으로 내보냈다.


적국의 포로인 나를 감시하는 눈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물며 공주는 어뜨랴? 마음이 편치 못했으나, 이대로 북부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랑하는 브리세아 공주를 지키는 것도 기사의 일이지만, 고난에 처한 민중을 구원하는 것 역시 기사의 사명이다.


그것을 행한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그것이 적국의 백성이라 할지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프로디프 시를 빠져나와 오솔길을 걷게 됐다. 밤새가 지저귀는 가운데 우리 4명은 말을 타고 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 길 위에는 우리만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숲에서는 우리를 감시하는 눈동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파스락. 파스락.'


그때 수풀에서 난 소리다.


"거기! 누구냐!"


수풀의 인기척을 감지한 기사 하문이 나서 횃불을 수풀 가를 밟혔다.


"잠시! 오해요! 나는 적이 아니오! 오해요!"


그는 조심스럽게 수풀 사이로 나왔다. 그의 모습은 지저분한 직인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그는 누구인가?


"잠시! 너? 너는 누구냐?"


"아. . . 라미스. 나를 알아보겠니? 나야. 베케트 백작의 장남 앨빈이야!"


난 더 혼란스러웠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인원이 이 프로디프의 포로가 된 건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 . . 잠깐 어째서? 너도 분명 베케트 전투에서 포로가 된 거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나는 베케트 전투 이전에 도망쳤어. 내 아버지께서는 누명을 쓰시고 돌아가셨어. 라미스! 내 말을 믿어줘. 아버지께선 밤기사 따위에게 홀리지 않으셨어!"


"아. . . 앨빈. 그게 다 무슨 말이야? 더 자세하게 얘기해봐. 베케트 백작이 누명을 쓰다니? . . 그리고 도망쳐 오다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그럼 무엇에 배신당해서 전투에 쫓기고 결국 패배하게 됐는가? 이것에 실마리는 그에게 달렸다.


"라미스. 미안해. 사실 나도 찾지를 못했어. 하지만 믿어줘! 베케트 백작. . . 내 아버지는 어느 때보다 의식이 뚜렷했고, 총명하셨어.


신에게 맹세코 아버지께서 왕국을 배신하지 않았음을 보증하겠어."


그의 눈빛은 떨림이 없었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의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음은 그를 돕고 싶으나, 그의 진위를 그 누구도 입증해줄 사람이 없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라 스스로 고개 저었다.


"미안해. 앨빈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지금 네가 보듯이 나는 포로의 신세야. 지금 가는 길도 내 몸값을 지불하기 위해 프로디프의 북부의 평화를 찾기 위해 향하는 중이고.


모든 것이 신이 인도에 따라 우리를 여기로 이끌어 줬다면 그 뜻이 있겠지. 너도 떠나는 게 좋을 거야. 이곳에 오래 머물면 헬룸 왕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 그러니. . ."


앨빈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푸른 눈동자는 에알위드네의 자손이란 증거다. 그의 피는 거짓 없이 나와 혈연관계를 나타냈는데, 난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라미스. 그렇다면 차라리 나를 네 종자로 받아줘. 이대로 어디를 떠돌든 결국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고 말 거야. 그러니 차라리 네 곁에서 싸우다 죽겠어."


그의 눈물은 뺨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앨빈. . . 그렇겠지. 운명의 신께서도 너와 나를 이어주셨으니. 그래. 함께 가자. 네가 나를 따른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지켜줄게.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도 네 결박을 입증할 수 있도록 돕겠어. 그러니 어서 가자. 앨빈!"


"응!"


이렇게 앨빈은 나의 부대로 합류했고, 우리는 솜으로 향했다.

기사 하문, 관료 필리세, 수도승 요람, 새로운 종자 앨빈과 함께였다.


그렇게 우리들은 산을 넘고 물 건너 일주일간 여행을 마치고 늦은 오후가 돼서야 솜으로 올 수 있었다.


솜은 매우 작은 도시였다. 주변 촌락이 모여있고, 그 중앙에 성벽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목책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마을은 한산했고 교회도 제 기능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일행들에게 환대는커녕 도둑질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불안에 찬 시선은 이 도시의 집집마다 우리를 작은 문틈 사이로 내다보는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우리는 공포감마저 생기게 됐다. 도시의 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로를 따라 청사로 올라서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거기 너희들!"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였다. 도로에는 우리 말고 다른 행인이 없음으로 당연하게 우리를 찾는 소리가 틀림없다.


건물인가? 도로인가? 살펴보아도 소리의 방향은 어디인지 구분을 못 하겠다.


"어이! 어딜 보는거야! 여기야 여기!"


"하늘이다! 아니 웬 사람이 허공에? . . 당신은 뭣 하는 사람입니까?"


아니,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드워프다. 이런 곳에서 드워프를 만나게 돼다니? 드워프는 본래 사람과 공생하는 관계가 아닐 텐데 그는 특이하게 날것에 매달려 우리에게 소리친 것이다.


"아니 난 보시다시피 사람이 아닌 드워프이올시다. 그쪽으로 보아하니 뭐 어디 집안에 도련님과 그 종자인 듯싶은데 이곳에 당신들이 묶을 만한 여관 따윈 없소.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저녁이 되기 전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우리에게 충고해주려는 듯했다. 아무래도 적의를 가진 게 아니므로 대화를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그때 내 생각보다 필리세는 적극적으로 나서 드워프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시만요! 거기 드워프씨. 좀 물읍시다. 이 도시는 왜 이렇게 피폐해졌습니까? 사람들은 왜 거리로 나오지 않는 거죠?"


"아- 뭐야 그런건가?"

드워프는 필리세의 말을 듣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그 굵은 턱수염을 잡아당기며 뭔가 고심했다.


"아아- 잠시 나는 드워프라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라. 난 막달이다. 막달.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지.


보아하니 정부에서 파견된 관료인가? 설마 싶은데 저 도련님이 대장이고? 그 옆에 너희들은 보좌랍씨고 따라붙은. . . 아, 아니지. 여하튼 청사로 가세나. 나를 따라오시게!"


그는 날것에 매달려 유유히 거리를 날아갔다. 우리도 그를 뒤쫓아갔다.


거리의 끝에는 벽 한켠에 붙은 정부 건물로 추정되는 2층 건물이 보였다.


큰 건물도 아니었다. 작고 낡은 가게처럼 생겼는데, 이런 건물이 정부 청사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뭐하나 어서 들어오세나!"


2층 창문에서 막달이 소리쳤다. 우리도 뭐 하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저분한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아주 쾌적했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건물로 외견은 어쩌면 도시의 일부러 튀지 않으려고 더 지저분하게 두었으리라 생각될 정도다.


"막달씨!"


"어이! 이 방이야."


수도승이 그를 불렀고 드워프가 나와서 우리를 방으로 인도했다. 2층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니 방도 아늑하게 집무실 비슷하게 쓰일 것으로 보였다.


"이야. . . 이거 걸작이네요. 이런 소품이."

필리세는 이곳에 전시된 기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방안 한편에 가득히 기계 부품과 설계도가 놓여있었다.


"아하. 그건 내가 만든걸세. 이곳이 청사라네. 과거 이곳도 한때 번영할 때가 있었지마는 현재 이 집무실도 내 사적인 장소로 변했지."


그의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당당하던 모습은 이 집무실을 소개하자 뭔가 과거를 추억하듯 기분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군요. 이 집무실은 이제 당신의 방이네요. 인사드리죠. 저는 리베르족의 왕자 라미스 오라데아 리베르입니다. 현재는 이곳 도시를 시작으로 프로디프 북부를 재건하고 정복하는 사업을 맞고 있습니다."


"오호? 리베르 족 왕자라? 그런데 리베르족 왕자가 왜 이런 곳에? 그리고 애시당초 리베르족은 프로디프에 살지 않는데?"


"하하하. . . 지금은 포로의 신분입니다만 신분 해방 조건으로 여기에 오게 됐습니다."


"오흠. . . 그거 참 기묘한 일이군.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 ."


그는 뭔가 생각하듯 팔짱을 끼고 묵묵하게 서있었다. 그러다 번뜩 떠오른 게 있다는 듯이 나를 지목하고 말했다.


"아하! 철강산! 거기 도령! 방금 전, 오라데아라고 하지 않았나?"


"예. 제가 오라데아 변경 백의 아들입니다만? . ."


"이제야 기억이 나는군. 철강산 그래. 오라데아가. 근데 언제부터 오라데아가 백작령 따위로 전락한 겐가?"


그는 뭔가 과거를 더 알고 있는 듯이 물었다. 나도 그것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백작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었던 것일까?


"글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아버지께서 올해로 39살이니, 적어도 39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백작이 다스리는 영지일 겁니다."


드워프는 다시 자신의 수염을 쥐어 뜯으며 무언가 고심했다. 그러다 무심코 뽑은 털에 놀라 소리칠 뻔했다가 우리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입을 틀어막았다.


"으훔. 그렇구만.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군. 뭐 리베르족 왕자라고 하니. 나와 영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잘 부탁하지."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악수를 했다. 주황색 머리의 드워프는 아직 흰머리 한 가닥 없이 오랜 세월을 지내온 듯 말했다. 그 작은 키에 강철처럼 단단한 육질의 팔이 돋보였다.


손아귀는 매섭게 나를 휘압아 잡았고, 그와 나눈 악수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확'하고 와닿았다.


"뭐. 오늘은 지쳤을 테니 일찍 자게나. 방은 청사에 아무것이나 침대가 있는 곳에 들어가 쉬게나."


그의 호의를 받고 우리는 해산했다. 솜으로 오기 전 촌락에 들려 빵을 몇 개씩 구매해서 다행스럽게 저녁은 적당히 때울 수 있었다.


2층 청사 끝자락에 붙은 방으로 들어섰고, 그곳에 마침 침대 하나가 놓여있었다. 발을 뻗고 천장을 올려다보니 천장도 파손된 흔적 없이 새것처럼 깨끗했다.


저 막달이란 저 드워프가 이 청사를 유지하고 지켜온 것으로 보였다. 마침 안심되었고, 나도 피로에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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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솜 도시 재건사업 21.01.24 33 0 11쪽
»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4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8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1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6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8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10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8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7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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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운명과 시간의 신과 마법과 기적 +1 20.12.26 377 2 9쪽
1 [1]나의 아침과 프로디프의 소식 +4 20.12.25 6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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