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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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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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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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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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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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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아도니스?"


난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불렀다.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이다. 포르디프의 왕. . . 그는 신비롭게 이국의 원단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앉아있는 그 자태마저도 매우 훌륭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이럴 수가!' 난 마음속으로 고성을 지르고 말았다. 애써 침착해보려고 했지만 내 마음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라미스. 그대와는 오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군. 나의 궁정에 온 것을 환영하지."


금가면, 그는 금가면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난 더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투는 매우 온전했다. 분명 내가 헬룸왕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프로디프 왕은 옹알이라고 알고 있었건만?


"아. . . 예. 그렇군요. 당신이 프로디프의 왕이로군요."


난 당황하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금가면에 가려진 그의 표정을 유추할 수 없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왜 동요하고 말았던 것일까? 내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그래. 그대의 상처가 다 았는 가? 흠. . . 그리고 그 옷은?"


"당신의 호의 덕분에 잘 아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 옷은 당신의 공주에게 잠시 빌려 입었습니다."


프로디프 왕은 수긍하고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두워진 창문 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궁전에서도 이 방은 높은 곳에 있는 듯 그 아래로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아. . . 잠시 생각에 빠졌군. 미안하네. 라미스, 너도 자리에 앉지. 그리고 브리사? 거기 있는 거냐? 있다면 방으로 들어오거라."


프로디프 왕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고, 난 몇 마디의 대화에서 그가 이성적이고 지적인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브리세아도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래. 라미스 경, 그대가 나와 대면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오?"


"저는 기사입니다. 당신이 나를 포로로 잡았다는 건 이유가 있겠죠? 저는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입니다."


"음. . . 그렇구나. 나는 너의 싸움을 모두 지켜보았다. 물론 너를 감시한 것은 아니다. 나의 매로 너와 너의 전사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참으로 아름답더구나. 나도 예전에 너처럼 전사들과 함께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운 전투가 수두룩하다. 너를 보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말하며 다시 생각에 빠진 듯 창가를 내다 보았다. 금가면, 그 사이로 그 푸른 눈빛은 과거를 열망하듯 불타고 있는 걸 느꼈다.


하지만 난 의무가 있다. 기사로 태어나 적국의 왕과 동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왕이여.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나는 적국의 기사입니다. 당신이 나를 살려준 이유가 단순한 동정심이라면 그것은 재앙을 불러올 것입니다.


당신은 나를 죽여서 영혼을 해방하든가, 살려서 육신을 해방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할 것입니다."


옆에 앉아있던 브리세아가 내 옷 소매를 당겼다. 하지만 내 의지는 결연하다. 이미 죽었던 목숨이다. 전사들의 죽음이 욕보이지 않게 나는 적에게 목숨을 구걸할 수 없었다.


"라미스. 일단 진정하지. 내 말을 더 들어보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나를 진정시키려 손짓했다. 나도 그에 동의했다.


"라미스. 너는 기사다. 이것은 세상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사실이지. 기사는 왕을 위해 전장에 나선다. . . 그런데 라미스여, 그대는 왜 이 전쟁이 일어났는가를 고민한 적이 있던가?"


그는 의문 조로 물었다.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는 말인가? 그래도 내가 아는 것으로 답했다.


"당신이 강의 무역권을 독점하기 위해서 일으킨 전쟁 아니오?"


프로디프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노라."


그는 책상 위에 펼쳐진 양피지 한 장을 내게 건넸다.


"읽어보아라."


양피지는 아무 인장도 찍혀있지 않았다. 그러나 난 그 내용을 읽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아니야! 나를 속이려 들지 마시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 왕이. . ."


양피지에 있는 글은 프로디프와 헬룸 왕국이 전쟁을 종전한다는 협정을 조율하는 문서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헬룸 왕국 측에서 나를 살해할 것을 프로디프에게 사주하는 글귀였다.


"이런 바보 같은 글 장난을 제가 믿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나를 조롱하려거든 차라리 내 육신을 조롱하시오! 내 의지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말이오!"


내 마음에 불길이 치솟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딜리스 왕이 나를 죽이라고 사주할 이유가 없어. 어째서냐? 왜 그가 나에게 이런 문서를 보여준 것이지?


"진정해라. 라미스, 너라면 네 국왕의 친서 정도는 알겠지? 어디 눈에 익지 않은가?"


"아. . ."

난 결국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필체는 딜리스 왕의 궁정 서기관의 필체가 분명했다.


마음이 꺾이고 말았다. 일어난 자리에서 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냐? 왕이 왜 나를 버린 것이냐?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난 잘못이 없거늘. 난 전사를 배신하지 않았거늘. 어째서냐?


"어째서지? 어째서. . . 이런 걸 나에게 준 거지? 그냥 당신이 원한다면 내 목을 가져가면 될 텐데, 어째서 내 영혼마저 이렇게 짓밟는 것이냐!"


땅을 치고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난 기사라고 하지만 지금은 무력한 포로일 뿐이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로 내가 살아서 무엇할까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매워 버렸다.


"잘 들어라. 난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난 널 기사로 맞이할 것이다. 영지도 주겠노라. 플레벵의 아름다운 그 도시와 그 일대의 비옥한 토지 전부를 너에게 주겠노라."


"어째서. . . 난 그런 가치가 없습니다. 저를 보십시오. 저는 그저 무너져 주저앉은 폐인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나에게 영지를 주는 것과 기사 작위를 내리는 것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아요."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프로디프의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난 그를 올려다보려는 순간 그의 매서운 등 주먹이 날아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난 다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브리세아가 달려와 저지하려는 듯 나를 감쌌다.


"너의 전사들이 이 꼴을 본다면 기분 좋게도 손뼉 칠 일이겠구나. 일어나라 라미스. 약한 소리나 지껄이다니. 냉큼 일어나라!"


그의 목소리에 내 온몸이 진동했고, 창밖에 밤새들도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날 욕보이더라도 전사를 비하하지 마시오. 그들은 부끄러운 것이 없습니다."


내 눈동자는 다시 이글거렸다. 일어서 난 그와 마주했다. 그의 푸른 눈동자도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잘 듣거라 라미스. 너 스스로가 나를 섬기려 할 때 다시 찾아오거라. 그리고 네가 헬룸왕에게 배신당한 것은 너의 출생때문인 것이렷다. 그런 줄 알 거라."


그는 마지막 말을 돌아서고 뒤로 돌아섰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난 살아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난 수긍하고 브리세아 공주의 부축을 받고 방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씁쓸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파졌다. 나의 출생 때문이라니 난 오라데아 백작의 자식이 아니란 소린가? 아니라면 백작의 자식이어서 문제라는 소리인가?


난 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돌아가는 이 회랑에는 더 이상 궁정 신하도, 시종들도, 귀부인도, 그 누구도 없었다.


어두운 밤이었다. 우리가 걷는 복도는 조용하게 화롯불이 석조 기둥 옆에서 불타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 사이로 결국 나의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곁에 있는 브리세아가 나를 위로했지만, 난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결국 브리세아는 회랑 옆에 있는 정원으로 나를 인도했고, 난 그 벤치에 앉았다.


"라미스. 이제 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아요. 왕도 당신을 존중하고, 당신을 보호해줄 거예요."


그녀는 따사롭게 나를 안아주며 위로해줬다.

"브리세아 공주.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지 말아주세요. 저는 혼자 있고 싶어요."


공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를 응시했다.

"혼자라니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제가 있고, 왕국이 있고, 당신의 자리가 있을 거예요."


"아니요. . . 저는 모든 걸 잃었어요. 저는 돌아갈 고향과 제 가족과 친구마저, 저를 따라온 전사들까지 그 생명을 잃었어요.


공주. 더 이상 저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마세요. 저. . ."


그때였다. 브리세아 공주는 나를 응시하더니 점점 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결국 우리의 입술은 만나 하나가 되었다.


촉촉하게 젖어 든 입순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키스는 처음이었다. 난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입술을 공주에게 맡겼다. 공주는 부드럽게 나를 리드하며 그녀의 혀로 나를 휘감았다.


부드럽고 촉촉한 향기가 입안 가득히 퍼졌다. 그녀의 타액은 벌꿀처럼 달콤했고, 그녀의 숨결은 재스민 꽃향기처럼 감미로웠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우리는 키스를 나누었다. 그러자 어느샌가 내 눈가에 눈물이 마르고, 마음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브리사의 눈은 비단 같은 긴 눈썹 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너도밤나무 그늘 사이로 빛을 던지는 저녁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신비로움 0.1g 절망0.65g 로멘틱 0.15g 그리고 나머지 1g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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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솜 도시 재건사업 21.01.24 32 0 11쪽
26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3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1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6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7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09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8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6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1 0 15쪽
14 [14]기사의 종군 21.01.07 106 0 9쪽
13 [13]딜리스왕과 기사들 21.01.06 101 0 8쪽
12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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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비밀작전 21.01.03 1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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