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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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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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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아실리우스 강에서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우리들은 국왕의 막사를 떠나, 황급히 예하 부대로 돌아갔다. 무관장은 부대의 최선임 기사 3명과 8명의 전사장을 호출했고, 나는 나의 주둔지에 설치된 예배당 건물을 돌며, 신관과 학자를 모았다.


정보가 공유되는 고위 신관과 신학자들은 이미 채비를 마쳤고, 그들을 중심으로 종군 사제들이 따라나섰다.


소식을 알린 후 나의 지휘관 막사로 달려갔다. 지휘관 막사에 이미 전령관, 무관장, 서기관, 보급관을 비롯한 3명의 선임기사, 8명의 전사장이 한 자리 모였다.


내가 막사로 들어서자 모두 자리에 일어서 묵례한다.

이 자리에 모여있는 기사들은 대단한 용사들이었다. 선임 기사 단돌롱은 나의 당숙이었다. 다음 선임 기사 디알로는 그의 아버지때에 바다를 건너온 기사였다.


마지막 선임 기사 삭숨은 올해로 나이가 60을 넘긴 최고령의 기사였는데, 그는 철강 산에서 내려온 마지막 드워프에게 길러졌다. 2m가 넘는 그의 외 격은 강철을 두른 듯 단단하고, 내면은 드워프의 의지를 물려받아 끈질기고, 열정적이었다.


전사장들은 민중에 의해 선출된 이들이다. 기사와 다른 것은 기사의 맹세로 힘을 받지 못했으나, 전쟁에서 그들은 강철을 단련하듯 단금질 되어, 전쟁의 신이 그들을 자신의 무기로 선택한 이들이었다.


전쟁에 신에게 선택된 전사들은 기사와 다르지만 지치지 않는 지구력과 바위를 들어올릴 근력이 주어진다. 이런 이들 가운데 많은 민중들에게 존경받고, 정직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전사장으로 주로 선출되는 것이다.


그들은 전투의 베테랑으로 전사들을 지휘한다. 기사가 말에 내려 도보로 전투할 때는 전사장보다 높은 지휘관으로 전투하지만, 기사의 힘은 신속한 기동과 강력한 돌파력에 있음으로 기사는 종자를, 전사장은 그들의 전사를 지휘한다.


우리는 모험을 앞두고있다. 국왕의 명을 실행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는 보급이 없는 지역으로 작전을 실행하는 것이다.


인근 촌락에서 보급대로 활동하는 전사들을 모두 본대로 합류시켰다. 우리는 하류에서 도강 후 더는 정상적인 보급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본대에서 조금이라도 상황이 여유로울 때 상인들과 계약해 아실리우스의 강 하류에 위치한 도시에 보급과 마차를 팔았다.


선금으로 받은 돈은 전사들과 기사들에게 금일봉으로 하사하였고, 우리는 팔아야 될 보급과 마차, 도강 후 개인이 짊어져야 될 3일 치의 식량을 따로 분리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한 보급마차는 도끼와 삽 등을 제외한 식량과 기타 물자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모여있는 기사들과 전사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사들에게는 행선지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상인들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될 일이기에, 정보를 공유하되, 정보를 팔 수 없도록 조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회의 마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신속히 돌아가 작전을 준비했다.


8월 23일 아침이었다. 비밀작전을 공표한 21일로부터 2일이 지났다. 산개한 우리 아군들은 이미 적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우리들은 적들의 상륙을 막기 위해 철심과 목심을 강둑에 박았다. 우리는 강둑을 높게 쌓아 올려 범선이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성공했고, 소형 범선을 타고 오는 적들을 각개격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미비한 피해로 적들이 물러설 리 없었고, 대형 범선을 앞세운 강한 공격이 베케트 도시의 선착장 일대에 쏟아졌다. 아군은 3척의 소형 범선을 적들에게 나포당했고, 우리는 적들의 대형 범선 1척을 강둑에서 폭파시켰다.


치열한 공방이 이미 전선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마침내 우리측의 신관들에게서 준비의 신호가 알려져 왔다.


우리는 이미 주둔지에서 반경 30km를 이동한 상태였고, 집결지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다. 왜곡 마법을 실행하는 장소와 그 주변 지역은 마법의 강력한 힘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관과 신학자들은 사명을 갖고 결연한 의지로 마침내 마법을 완성시켰다.


우리는 마법으로 왜곡된 집결지, 즉 과거 며칠 간의 우리가 행동했던 모습들을 뒤로한 채 집결지에서 약 150km가 떨어진 선착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법이 완성되기 전 이었지만, 나의 군대를 선두로 하여 22일 아침부터 출발을 시작했다. 이미 실행된 일부의 왜곡 마법으로 인해 우리들의 모습은 마법으로 감지되지 않았다.


적들의 마법으로 감지되는 우리는 아직도 집결지에서 행동하고 있을 것이렷다. 우리는 인근 도시와 마을을 가로질러 직행했다.


강을 따라 연결된 수직 도로를 통해 150km를 행군 했다. 약 3일 만에 컬러라시 선착장으로 나의 부대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나머지 후속 부대가 최종적으로 8월 27일에 도착을 마쳤다.


선착장 부둣가는 예상과 달리 너무나 조용했다. 소란스러울 만 하건만 이 넓은 부둣가는 마치 흑사병의 창궐한 듯이 뱃사공들만이 남았고, 민간인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부둣가에는 대형 범선을 비롯한 배들은 온데간데없고, 작은 소형 수백 대가 몇km 떨어진 창고에서 떠내려왔다.


국왕의 전령관은 선발대로 우리 오르데아 백작군과 오네슈티 공작군이 합동으로 먼저 상륙작전을 계시하라는 명을 전했다.


우리은 준비했던 데로 개인 식량 3일 치만을 들고 상륙정에 올라섰다. 나머지 보급 마차는 마저 상인들에게 맡겼다.


목선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 성인 남성 30명이 타고도 남을 만큼의 크기로, 아실리우스 강에 매우 적합한 모델이었다.


아실리우스강은 보통강과 다르게 조류가 완만하다는 것이다. 강은 매우 깊었다. 물은 마치 담수가 아닌 바닷물처럼 짰다. 그로 인해 아실리우스의 강물로는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대신 합류되는 하천은 염분이 없는 순수한 물이기에 북부에 위치한 베케트는 농사를 짓지 않았고, 밑에 위치한 플레벵은 하천이 많고, 넓은 평야와 온화한 기후가 더해져 농사에 적합했다.


배 1척당 20명의 병사와 6명의 노잡이, 남은 공간은 개인물자를 실었다. 노새도 몇 마리 가져갈까 싶었지만 더 이상 막사도 없었고, 옮겨야 될 보급물자도 없었기에 우리는 본인과 본인의 장비, 그리고 본인의 짐보따리만을 껴안고 배에 올랐다.


소형 목선들은 줄지어서 이 드넓은 아실리우스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는 나의 영토, 도심, 촌락과 산림을 뒤로하였다. 배는 이미 몇km가 이동했고, 부둣가 선착장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강이 아닌 바다 위에 망망대해를 떠다니듯 물 위에서 우리들의 작은 목선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떨려온다. 마치 저 강너머에서 적들의 포효가 함성이 들려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의 물살은 보기보다 거칠어 파도가 넘실댔다. 푸른 하늘은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구름과 어느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철새 무리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향해 떼 지어 날아간다.


배에 탄 전사들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돌아오지 못할 고향을 떠올리듯 우리는 침묵 속에서 이내 해가 기울어져 갔다.


한참 똑같은 풍경만이 이어지는 끝에 어느새 해는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기울였고 강의 수면에 기대어 우리 전사들을 지켜봤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금은 빛 노을이 강 위로 수놓아져 우리 가슴을 울렸다.

젊은 전사는 이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하듯 서글픈 가락이 강가에 울렸다.


그러다 강가는 무심하게 젊은 전사를 위로하듯 부드러운 바람을 불어댔다. 따스한 바람은 전사의 눈물을 훔쳤고, 전사의 눈물은 곧 군가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은 아실리우스 영웅의 무훈시로 장식되었다.


마침내 강가에 어둠이 드리웠다. 마침 잠잠한 파도가 어린 시절 요람처럼 우리의 가슴을 잠재웠고, 우리는 밤하늘을 이불 삼아 누웠다. 나는 내 보따리 사이로 삐져나온 마른 빵을 조금씩 때어다 입에 가져갔다.


메마른 빵은 푸석푸석했고, 곰팡내와 비슷한 꼬릿꼬릿한 냄새가 풍겼다. 곡물의 고소한 맛은 온데간데없었고, 겉이 소금기에 절여진 이 마른 빵을 입안에 던져넣고 물 한 모금씩 홀짝였다.


그런데 내 옆에 있던 누군가는 내 옆구리를 장난삼아 찌르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찾는 것인가 한번 들여다보니 서기관 케알릿이 나를 찌른 것이었다.


"이봐. 혹시 람스?"


"흠? 보면 모르시오?"


어둠에 가려진 그의 모습은 선명하지 못했다. 단지 달빛만이 그가 사람인지 귀신인지를 판별할 수 있게 해줬다. 오늘은 반월로 꽤 밟은 상태였으나, 주위의 어둠은 강과 배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케알릿은 말 없이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달빛을 등진 그의 표정은 짐작할 수 없었다.


"왜 그래?"


나는 말 없는 그에게 무심코 한 마디 더 해버렸다. 그러자 케알릿은 내 옆에 보따리를 치워버리고 누워버렸다. 잠시 고요하게 침묵이 흘렀는데, 미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람스 지금 너는 어때?"


그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떨렸다. 파도 때문일지 뭔지 모르지만, 동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잘 모르겠어. 단순하게 말하면 혼란스럽다. 일까?.."


케알릿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곧 내쉬었다.


"케알릿. 너는 어때?"


"위험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 이건 너무나 무모한 게 아닐까? 우리는 적들에 맞서 이미 충분히 대비된 상태였어, 그런데 왕은 너무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돌아섰어. 이건 뭔가..."


케알릿은 뭔가 고심에 빠진 듯 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쓴 것을 집어 삼킨 듯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눈에는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안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손을 잡았다.


"괜찮지 않을까? 우리는 기사의 자식으로 태어나 왕의 명에 따라 싸우고, 더럽혀지지 않은 명예로운 죽음도."


케알릿은 고심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우리들은 폭풍이 몰아치는 한 가운데 외로운 나룻배였다. 나는 그를 격려했다. 자랑스런 집안, 이타적인 정신, 여린 마음이 내가 알던 지구에서 중세의 귀족 도련님이 이런 분 아닐까.


"라미스. 너는 걱정 마. 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 하나만은 지킬게. 내 동생. 아니, 내 조카야."


"그래. 케알릿 삼촌. 우리가 함께 싸운다면 그 어떤 적이라도 이겨낼 수 있겠지."


케알릿 삼촌도 동의하였다. 삼촌은 이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보존할 수 있기를.'


케알릿과 난 손을 맞잡고 하늘을 바라봤다.


밤하늘, 별들은 선명하게도 그 빛을 반짝였다. 아름다운 은하수, 별들의 계곡이다.

저 별들의 계곡이 이 아실리우스 강 아래로 쏟아지는 듯했다.


수면 위로 아름답게도 별들의 계곡이 쏟아져 내린 듯 강은 이 반짝이는 별들을 한 아름 품어냈다.


아실리우스의 강은 전사의 요람이라 했던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별들이 우리를 축복한다.


잠시의 즐거움이 지나간 이 자리. 죽음이 두려워 울었건만, 달라지는 것 하나 없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별들이 쏟아지는 이 밤하늘 아래로 우리는 지금 몸을 뉘었네. 과연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물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괴롭고 복잡한 심경뿐이니, 나는 이내 고민스러움을 털어내고 눈을 감았노라.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노을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겠죠.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저도 강가의 노을을 보며 따뜻한 커피 한 모금 하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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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솜 도시 재건사업 21.01.24 33 0 11쪽
26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3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1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6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7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09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8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6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1 0 15쪽
14 [14]기사의 종군 21.01.07 106 0 9쪽
13 [13]딜리스왕과 기사들 21.01.06 101 0 8쪽
12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1 0 16쪽
» [11]아실리우스 강에서 21.01.04 126 0 12쪽
10 [10]비밀작전 21.01.03 128 0 12쪽
9 [9]12명의 기사의 군대 21.01.02 152 0 12쪽
8 [8]파라질라의 연회장 21.01.01 157 0 16쪽
7 [7]행군과 강변 도시 파라질라 20.12.31 192 0 12쪽
6 [6]출정식 20.12.30 208 0 10쪽
5 [5]준 기사 +1 20.12.29 251 1 7쪽
4 [4]두 장의 양피지 +1 20.12.28 274 1 13쪽
3 [3]음모와 음모론 그 사이 +1 20.12.27 33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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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나의 아침과 프로디프의 소식 +4 20.12.25 6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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