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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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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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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4
추천수 :
9
글자수 :
140,602

작성
21.01.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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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아침 해가 떠오른다. 저 강 수면 아래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해님에게 인사하고 돌아서 너도밤나무를 쓰다듬는다.


이 언덕 그 아래, 저 너머 들판은 적의 군대로 가득 메웠다.


난 부상당한 왕과 그의 신하를 비롯한 부상당한 전사와 기사들을 후퇴시켰다.


왕과 신하들의 호위대를 제외하고 강을 넘어온 모든 신하들의 병력을 양도받았다. 그 숫자는 전사 약3천명 기사들은 수십명과 그들의 종자들 백여 명에 불과했다.


전투에서 이미 왕과 그의 신하들의 병력은 많이 소진되었고, 난 그들의 병력 일부를 합류 시켜 이곳을 방어하고 있었다.


난 어제 포박한 요아니아를 이 언덕에서 풀어줬다. 그는 알몸이 되어서도 부끄러움이란 단어도 모른 채 욕설을 지껄이며 우리를 뒤로했다.


그가 달아나고 나자 적들은 그들의 요란한 악기를 가져와 불어댔다. 그들은 우리 공작과 그의 기사와 전사의 시신을 가져와 욕보였다.


우리 가족과 친척이 명예롭게 싸우다 자리에 누웠거늘 적들은 도덕을 모르는 듯싶었다.


"전사들아! 나의 기사야! 적들은 우리의 가장 명예로운 죽음을 욕보이고 있다. 난 그들의 조롱과 비아냥을 이 쇠붙이로 대답할 것이다.


그대들은 검은 단단히 집어 들어라! 투구를 꽉 조여 메라. 본인은 본인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우리 군대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증거로 이 나무 아래 서있다.


우리의 결속이 이 목숨을 보존 시켜 주기를! 우리의 용맹이 죽어간 전사들의 영원을 위로하기를!"


전사들과 기사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전사들은 과수원의 도랑을 더 깊게 팠고, 그 도랑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방패를 대신해 사과나무를 베어 방벽을 세웠고, 그 수풀 사이로 창끝을 내밀었다.


그들 뒤로는 궁사들이 활시위를 적들에게 겨두었다. 일부 기사들은 말에서 내려 도보로 전사들과 함께했다.


들판 너머에서 요란스럽게 나팔소리가 울린다. 나팔은 저마 절제 없고, 통제 없이 울어댔다.


적들은 가장 먼저 들판에서 보병들이 앞으로 줄 서 다가왔다. 그들은 참나무로 된 방패를 앞세워 돌격했다.


매우 무모하고도 저질적으로 달려들었는데 나의 뿔피리 소리와 함께 천개의 활시위가 그들의 머리를 조준해 발사되었다.


수천 개의 활시위가 당겨지고 그 시위를 놓는 순간 굉장하게도 박력 있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궁사들의 시위가 일제히 울어댔다.


시원스럽게 날아가는 수천 개의 화살은 강하게 바람을 가르며 매서운 소리를 허공에 남겼다.


날아간 화살은 적들의 얄팍한 장갑을 서슴없이 뚫어냈다. 그들의 참나무 방패는 아군뿐만 아니라 본인까지도 지켜낼 수 없을 만큼 그 수준이 낮았다.


약 5천 명의 군대가 일제히 우리를 향해 돌격했으나, 적들은 과수원에 들어서기도 전에 들판 한가운데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운 좋게도 화살이 비껴간 적들은 도망쳤으나, 후속으로 오는 보병들에게 짓밟혀 죽고 말았다.


끊임없이 적들은 공격을 감행하였다.


무모한 공격은 헛된 죽음을 유발했다. 그런데도 적들은 그들의 시체로 산을 쌓아가며 앞으로 나갔고, 결국 그들은 과수원의 도랑 앞으로 진입했다.


도랑의 폭이 작어도 5m는 되고, 깊이는 약 3m가량 됐다. 하천의 물을 끌어온 이 수원은 우기가 지나 잠시 마른 상태였다.


적들은 도랑 구덩이를 지나고 다시 기어 올라 우리 전사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적병의 방패는 전사의 도끼에 부서지고, 그들의 투구는 도리깨에 찌그러졌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수많은 적은 마치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적들의 함성은 곧 절규로 바뀌었다마는 지칠 줄 모르고 그들은 끝없이 우리 전사들을 향해 달렸다.


우리 전사들은 그들의 용기와 별개로 그들의 끊임없는 죽음에 그 잔혹성과 가학성을 느끼고 질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뿔피리를 불어 전사들을 독려했다.


1만 명 그 이상의 경장갑의 적군이 우리 전사들 발아래로 쌓였다. 적들의 시체는 이미 과수원을 가득히 메웠고 우리가 준비한 도랑이 그들의 시체로 쌓였다.


그때였다. 적들의 공격이 늦어진다고 생각이 들었건만, 적들의 기사와 그 경기병대들이 종대 대형으로 들판에 섰다.


그들은 가장 호전적인 선율로 나팔을 불어댔다. 기사들의 쇄갑은 마치 검은 태양을 연상시키듯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말들도 그들과 같은 검은 마갑으로 휘감겨 있다.


"포르모수스! 너는 기사들에게 당장 전령을 보내라. 적의 기사들이 돌격하려 한다. 삭숨! 경은 지금 당장 깃발을 흔들어라. 준비된 기름을 터트려야겠다. 도랑에 불을 질러라!"


나팔수들은 박자에 맞춰 3번 간격을 띄워 나팔을 불었다. 언덕 위에선 삭숨이 나의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적들의 기병대는 우리 궁사들이 쏘는 화살을 뚫고 과수원을 가로질러 맹렬히 전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우리 전사들은 도끼와 도리깨를 내던지고 창을 모두 집어 들었다.


우리 전사들은 고작 3천 명에 불과했다. 그도 궁사를 제외하고 단 2천 명만이 창을 집어 든 것이다.


전사들의 창끝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나무 목책들, 그 잎사귀 사이로 내밀어 단단하게 고정했다.


들판의 적들은 흙먼지를 날리며 우리 전사를 향했다. 적들은 약 1,000명의 기사와 3,000명의 기병대는 우리 궁사들의 화살 세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속력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다.


마침내 적들이 전사들에게 다다르려는 찰나였다. 도랑은 커다란 불의 장벽이 생겼다. 적들의 말은 불길에 놀라 그 걸음을 늦췄고 앞서 달려오는 기사들은 뒤에 따라붙은 아군에게 밀려 도랑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뜨거운 불길이 치솟은 도랑은 적군의 기사들이 고개를 내밀고 들어왔다. 전사들의 창. 그 끝은 매우 대담하게도 적들의 군마를 막아 세웠고, 기수는 놀란 말에 의해 낙마하고 말았다.


우리 궁사들은 그들의 활을 버리고 도리깨와 도끼로 무장했다. 궁사들은 도랑의 불길을 헤치고 넘어온 적들에게 긴 도끼와 도리깨 세례로 응징해주었다.


그러나 끝내 밀고 들어오는 적들은 전사들의 창끝을 무력화시키고 쌓아 올린 목책과 과수원 나무를 베어 넘겨 우리 전사들의 목숨을 아사 가려 한다.


"필립아! 내 창을 다오!"


필립이는 3m 길이의 기병용 창을 건넸다. 난 그 창을 받아들고 말에 올랐다. 그리고 난 등자에 힘껏 내 몸을 밀착시키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말은 강력하게 땅을 차고 언덕 아래로 달려갔다. 나를 따라 선임 기사 삭숨과 무관장 루이스 전령관 포르모수스, 서기관 케알릿, 종자인 필립도 승마하여 뒤따랐다.


위용 찬란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언덕 아래로 내려갔고, 그들의 동료를 찾아 뿔피리를 불어댔다.


그때야 과수원 수풀 아래 매복하고 있던 백 명의 기병대, 수십 명의 기사들이 모습을 일제히 드러냈다.


나의 선임 기사 단돌롱과 디알로가 선두에 앞장서 기사들을 지휘했다.

왕의 선임 기사 다브릴과 오해건도 함께했다. 그들은 왕의 근위 기사로 휘황찬란한 무구, 참나무로 방패, 그 위를 물소 가죽으로 덮어씌운 최상급의 무장을 갖췄다.


나를 선두로 쐐기형으로 적에게 향했다.


나의 왼손에는 방패와 고삐를. 오른손에는 창, 그리고 창끝에는 철심은 적을 향했다. 내 준마는 박차를 가할 때마다 그 성난 입김을 뿜어내며 적을 향해 맹렬히 달렸다.


나의 창끝은 바람을 가르며, 곧 쏜살같이 적 기사의 심장에 박혔다.


도랑과 불길에 늪에 갖힌 적들을 짓밟았고, 검을 뽑아 적들의 투구를 가격했다. 적들의 말들은 그 튼실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돌격의 충격으로 나자빠져 버렸다.


그러나 적 기병의 숫자는 아군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밀려왔다.


우리 기사와 기병대는 순식간에 도랑을 헤매고 있는 적들을 물리쳤다. 그러나 전장으로 투입되는 적 기병대는 서슴없이 우리 기사를 포위했다.


나의 무관장 루이스는 창으로 적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가장 용맹스럽게 돌진해오는 기병대와 맞섰다. 그의 쇄갑은 적들의 창살이 뚫지 못하고, 그의 기상은 전장을 압도했다.


난 뿔피리를 꺼내 불었다. 그 청명한 선율이 들판 한가운데 퍼진다. 도랑 너머에 전사들도 적 기마병들을 무찌르고 기사들에게 합류하기 시작했다.


창은 이가 나가고 준마는 지쳐갔다. 난 말을 달리며 집어 든 창을 달려오는 적 기병을 향해 던졌다. 던진 창은 단숨에 적을 관통했다.


수많은 기사는 적들의 수백 회에 달하는 공격을 받아 말에서 떨어졌고, 그 생명을 잃어갔다.


내 아름다운 케알릿은 용맹하게도 검을 뽑아 적들에게 대항하였다. 나의 필립이는 그 가죽 방패가 쪼개졌고, 십자 검은 이가 나가 부러졌다. 그런데도 적들의 공격에 쓰러지지 않고 전장의 무기를 주워 끝까지 항전했다.


수만 명의 적을 사살했지만, 적들은 그 잔학성의 끝을 몰랐다.


나의 기사와 기병들은 그 속력을 잃고 난전에 휩싸이고 말았다. 적들의 창검에 기사는 쓰러지고 말았다.


왕의 기사 다브릴은 그 황금처럼 빛나는 투구는 붉게 물들었고, 적과 싸우며 오른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끝내 사투를 벌이는 끝에 그는 동료 기사에 의해 구출되었지만, 들판 멀리서 날아온 창에 그 휘황찬란한 갑옷이 꿰뚫리며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죽음을 목격한 수많은 기사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오해건을 비롯한 왕의 기사들은 창이 날아온 지점을 지목했다.


열 명의 기사는 장비를 바로 하고 신속하게 승마하였다. 기사들은 박차를 가한다. 그들의 철심은 이 쓰러져가는 과수원 한복판에 서 있는 사내에게 향했다.


사내는 전장임에도 불구하고 투구를 쓰지 않은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그는 검은 망토를 두른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그 오만방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오해건 경! 오해건 경!"


난 필사적으로 기사의 무모한 돌격을 저지하려 소리쳤지만, 그들에게 닫지 않았다. 주위는 혼란에 휩싸여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았다.


허리춤에 뿔피리를 집어들어 난 있는 힘껏 그 피리에 바람을 집어넣었다.


강력한 울림이었다. 뿔피리는 진동하며 지금껏 듣지 못한 대단하고 웅장한 소리를 질러냈다. 내 아름다운 뿔피리의 금박과 크리스탈이 떨어져나갔다.


머리가 어지럽고 코와 귀에서 물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미 진흙과 피투성이로 얼룩진 전장에 감각을 잃었고 단지 본능에 따라 적들에 맞서 싸울 뿐이었다.


피리의 소리를 들은 전장은 잠시 소란이 중단되었다.


"리베르족의 전사들이여! 깃발로 응집하라! 적들의 마수에서 벗어나 아군의 깃발 아래로 응집하라!"


정적이 흐르던 전장은 나의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전사들은 일제히 적들을 무너뜨리고 기사들은 창을 올리고 나의 붉은 깃발 아래로 모였다.


선임 기사 삭숨 그는 2m의 체구의 장신으로 나의 깃발은 전장 한가운데서 높게 휘날렸다.


전장에서 깃발 아래로 모여든 군대는 그 결속을 다졌다. 우리 전사들은 용맹하게 적과 맞서 싸웠지만 결국 그들의 끝없는 공세에 생명을 잃었다.


우리 기사는 수백 회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맞서 싸웠으나 그들의 생명 또한 결국 운명의 신에 의해 이 자리에서 누울 것을 명받았다.


"여러분! 모두 언덕으로 올라갑시다! 적들의 기병대가 돌격해오지 못하도록 창과 방패를 회수합시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끈질긴 생명은 운명의 신께서 아직 희망을 불씨를 남겨준 것임으로 난 여러분들과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자! 어서 서두릅시다! 적들이 몰려오기 전에 언덕으로 향합시다!"


우리들은 신속하게 장비들을 회수하고 과수원, 저 너도밤나무가 우뚝 서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해는 점차 기울어져 간다. 그런데도 적들은 쉴새 없이 언덕을 기어올라왔다.


나의 숙부 단돌롱은 적들과 맞섰다. 그 마지막 남은 단검마저 적의 쇠붙이에 부러지고 말았다.


단돌롱과 주위의 그들의 종자는 적들에게 무참히 살해되었다. 난 당장 그를 향해 달렸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10명의 적을 단 칼에 베어 버리고 그를 향해 질주하듯 내달렸다. 그러나 그의 앞으로 도달했을 때 적의 창병은 나의 숙부의 왼쪽 가슴을 꿰뚫은 후였다.


"아! 안돼!"

외마디의 비명을 지르고 난 주위를 포위한 적들을 베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나의 검은 그들에게 닫지 않았다. 힘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왼손은 숙부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검을 집어들었다. 후퇴하려 뒷걸음질 쳤지만, 다리에 힘이 곧 풀릴 듯 찢어질 듯이 근육이 땅겨왔다.


적들은 이런 나를 향해 서슴없이 그 시퍼런 날붙이를 들이댔다. 3개의 날붙이가 동시에 내 머리로 향하는 찰나였다.


"람스! 정신 차려! 어서 숙부를 끌고 돌아가!"


케알릿이 그 고귀한 모습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는 3차례의 검을 받고도 쓰러지지 않았고, 그의 검날에 적들은 쓰러졌다.


단돌롱을 나무 아래에 눕혔다.


"라미스. . . 라미스야. . ."


그는 희미하게 의식이 남았는지 나를 불렀다.


"숙부!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상처가 벌어집니다!"


"으으흑. . . 아! 내 자랑스런 조카야! 더 가까이 오라. 더, 오늘 고통스럽게도 너와 헤어지게 되었구나. 상처 입은 너를 보니, 왜 이리도 운명의 신이 가혹하신가!"


그는 외마디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고 그의 입에선 선혈이 튀어나왔다. 난 그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손을 맞잡았다.


"아. . 아. . 라미스. . . 라미스. . . 라미스야. . . 리베르족. . . 왕. ."


저녁놀이 내리쬔다. 그의 눈에는 총기가 사라졌고, 그는 마지막까지 연민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더 할 말이 남았을 텐데, 운명의 신은 마지막 한마디를 허락하지 않으셨고, 그의 숨을 거둬가셨다.


"아아! 숙부! 숙부! 아! 안돼!"


정신이 어지러웠다. 마음은 적들에게 내달려 이 전장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나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내 머리와 눈과 귀, 코와 입에서마저 피가 흘러내렸다.


결국 난 휘청거리며 다시 검을 집어 들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때 마침 불행의 연속이 찾아온 듯 전령관 포르모수스 그의 투구가 적들에 의해 갈라졌고, 그는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난 울분에 차, 적들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주위에 기사들과 전사들은 이미 그 적들의 숫자를 감당하기 벅차 간신히 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적의 도끼가 내 투구 위를 향한다. 난 몸을 돌렸고 반동을 이용해 검을 적의 옆구리에 쑤셔 넣었고, 내 검은 그를 가로로 두 동강 내버렸다.


내 눈은 적의 심장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와 같았고, 적들은 무시 못할 위력을 보고 겁에 질려 하나둘씩 도망쳤다.


결국 적들은 언덕을 내려갔고 나와 남은 전사들은 너도밤나무 아래로 우리 전사, 그리고 기사를 옮겼다.


케알릿 그는 방금 나를 구출하기 위해 적에게 공격을 받아 기절했다. 무관장 루이스 경도 이미 양팔이 부러져, 걸음만 내디딜 뿐이었다. 선임 기사 삭숨도 그가 지키던 깃발은 부러졌고 그도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필립아!"


필립이를 불렀다. 그도 왼쪽 다리가 부러졌고 머리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예. 도련님."


"필립아. 너와 케알릿, 그리고 루이스를 비롯한 이 남은 인원을 데리고 후퇴해라."


필립이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안됩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저 필립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겠습니다. 죽음을 택하지 마세요!"


그는 애절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언덕은 이미 수많은 전사들의 시체로 가득 뒤덮였고, 더는 적에게 맞서싸울 힘은 우리에게 없었다.


"필립아! 명령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명을 받아라. 넌 지금부터 남은 기사와 전사를 모두 데리고 선착장으로 떠나라. 난 마지막 남은 전사들의 영혼과 함께하겠다."


"도련님!"


"가! 가란 말이다! 가! 어서 이들을 데리고 가라 하였는데! 무엇하느냐!"


난 필립에게 윽박지를 수밖에 없었다. 필립이는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난 필립이에게 케알릿을 들쳐 업히고 나머지 전사들, 루이스, 삭숨을 비롯한 10명을 언덕 뒤편으로 후퇴시켰다.


하늘은 높았다. 구름은 유유히 우리를 감상하듯 지나가는데 슬프게도 수많은 우리의 전사가 목숨을 잃은 채였다.


선임 기사 단돌롱, 전령관 포르모수스, 왕의 기사 오해건, 공작의 견습 기사 미리디포마저 그 생명을 잃었다.


전사장 바바, 전사장 사삭을 비롯한 8명의 전사장은 가장 용맹하게 적과 맞서싸웠고 결국 과수원의 그늘 밑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운명의 신이여! 어찌하여 이 전사들에게 죽음을 내리셨습니까? 명예로운 죽음에 뒤따르는 것은 그들의 안식아 아닌 적들의 조롱이었습니다.


신이시여! 부디 계신다면 이 언덕과 과수원과 저 넓은 들판을 봐주소서! 우리 전사들은 한순간도 부끄럼 없이 적과 맞섰고, 이 자리에 누웠나이다!


신이여! 그대가 명예의 신이건 천둥의 신이건 중요치 않습니다! 그대 신들이 원하는 데로 우리는 이 자리에 싸웠고, 적들의 모욕과 수치스런 배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무를 다했나이다!


부디 이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천사를 내려 당신들의 신당으로 이끌어주소서! 아- 이 아름다운 들판의 피를 당신들에게 공양합니다.


부디 이들을 가엽게 살피시고 악마를 물리치고 당신들의 신당으로 이끌어주소서! 저 아람다운 들판의 뼈와 살을 당신들에게 공양합니다."


그러나 하늘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전장에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어째서입니까? 신이여!"

난 하늘에 대고 외쳤다. 나의 포효에 전장은 진동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었다.


"아! 하늘이시여! 그대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난 그대들이 원치 않더라도 당신들의 신당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나는 내 가장 아름다운 뿔피리를 집어 들었고, 그 관에 세차게 바람을 집어넣었다.


뿔피리는 한참 동안 아름다운 선율로 울어댔다. 전장을 메우는 것은 이제 절규와 비명이 아닌 나의 피리 소리였다.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숨이 차고 머리에서 뇌수가 흘러나와도 난 피리를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울어대는 피리는 결국 그 아름다운 곡선에 금이 갔고 더 이상 그 맑고 청초한 소리로 진동하지 못했다.


난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서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눈 앞은 아득히 어두워져 간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참아왔던 눈물이 흐른다.

나의 기도는 어느 신에게도 전달되지 못한 듯 공허할 뿐이었고, 내 마음은 파도치는 바다에 목선처럼 위태롭게 일렁였다.


그러다 저 노을이 내려앉은 아실리우스 강만이 나를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난 정신을 잃으려는 찰나, 내 주위에 접근하는 발소리를 들었다.


"이봐라! 라미스! 너는 패배했고, 죽어가는 시체가 될 것이다! 네놈의 검은 프로디프로 가져갈 것이다!"


희미하게 남은 시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용감하게도 내 손에 거머쥔 견고하고 강력한 검을 뺏어가려 했다.


"요아니아. 내가 보기엔 너는 아군. 아니, 처음부터 아니었군."


난 내 왼손에 쥐고 있던 뿔피리를 꽉 움켜잡았고, 그 뿔피리는 그의 머리로 향했다.


뿔피리의 모서리는 거의 두개골을 내리찍었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뇌수가 뿜어내 나왔다.


금과 에메랄드, 크리스탈이 아름답게 장식된 뿔피리는 결국 그 곡선을 따라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요아니아, 그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용맹하게도 나의 검을 훔치려 들었고, 그의 최후는 매우 우숩게도 끝났다.


"이 매춘부의 자식. 네놈의 아비비도 네놈처럼 적의 승리를 도둑질하여 기사 작위에 오른 것이렷다. 근본 없는 저질스런 농노의 자식이여, 죽어서도 천국으로 가지 못할 것이고, 다시 태어나서도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그는 내 발아래 싸늘하게 죽었다. 그리고 난 저 노을을 품에 안고 눈을 감은 것이다.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9,200자가 넘게 적어버렸습니다. 20화 안으로 이번 사건을 결착 짓고 싶은 이! 마음에 결국 독자여러분께 선을 넘은 게 아닐까? 살짝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으셨다면 저는 100% 만족하고 다음 화도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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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1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6 0 10쪽
»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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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6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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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1 0 16쪽
11 [11]아실리우스 강에서 21.01.04 126 0 12쪽
10 [10]비밀작전 21.01.03 128 0 12쪽
9 [9]12명의 기사의 군대 21.01.02 152 0 12쪽
8 [8]파라질라의 연회장 21.01.01 157 0 16쪽
7 [7]행군과 강변 도시 파라질라 20.12.31 192 0 12쪽
6 [6]출정식 20.12.30 208 0 10쪽
5 [5]준 기사 +1 20.12.29 251 1 7쪽
4 [4]두 장의 양피지 +1 20.12.28 274 1 13쪽
3 [3]음모와 음모론 그 사이 +1 20.12.27 336 2 8쪽
2 [2]운명과 시간의 신과 마법과 기적 +1 20.12.26 376 2 9쪽
1 [1]나의 아침과 프로디프의 소식 +4 20.12.25 6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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