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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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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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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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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8월 27일이 새벽녘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본대가 도착하기 전 하루 일찍 도하에 나섰고, 어느덧 목선은 반대편 나루터에 정박하고 있었다.


이름 모를 나루터에는 검은 망토를 두른 한 무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배에서 내리자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사내가 다가왔는데 그것을 기사들이 저지하고 나섰다.


망은 망토에 안면 가면 사내, 신원을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길잡이입니다. 전하께서 우리를 고용했습죠."


사내가 말을 건넸다.

먼저 배에서 내려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전령관이 나서 말했다.


"멈추시오! 우리는 그대를 신뢰할 수 없소. 우리는 당신 같은 어수선한 무리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오."


그러자 가면의 사내가 로브에 손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우리는 즉시 검을 뽑았고, 무리를 결박하려 했다.


"보시지요."


그는 로브 아래서 무언가를 꺼내, 내 발 앞으로 내던졌다. 내 앞으로 날아온 물건은 금화처럼 보이는 것인데 옆에 있던 서기관이 주워서 가져왔다.


그것은 왕가에서 발행한 화폐의 일종이었다. 금과 은이 혼합된 화폐로 실용적 가치도 매우 높았다. 그 이유는 이 화폐는 왕가의 직할지 어디서든 시세를 따지지 않고, 보리 10가마와 교환할 수 있는 우수한 화폐였다. 현물이 보증된 화폐로 보리 10가마 따위보다 아득히 높은 가치를 항시 지닌 물건이다.


서기관이 금화를 보고 말했다.

"아가톤. 아가톤이다."


헬룸 왕국의 불변의 역사를 지닌 아가톤 왕의 얼굴이 새겨진 금화는 일반 평 귀족 따위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다.


"허가한다. 단, 우리의 신용을 사기 위해 그대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대를 제외하고 전원 구속하도록."


나의 명에 따라 무관장과 전사들은 10명 남짓한 무리를 전원 포박했다. 앞장선 가면의 사내는 이런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수긍했다.


"길잡이는 그대 한 명이면 부족함이 없을 테지?"


"예. 각하의 뜻대로 하소서."


검은 망토 무리를 구속하고, 이 사실을 오네슈티 공작에게 알렸다. 전령관은 전령들을 찾아 상륙정을 돌며 공작의 깃발을 찾아 헤맸다.


전 부대는 아침해가 뜰 무렵 상륙을 마쳤다. 그리고 공작군과 합류할 수 있었다. 공작과 합류한 나는 가면 사내를 데려왔다.


"저기 저 사내가 전령관이 전한 그 자인가?"


"예. 삼촌께서 저자를 알고 계셨습니까?"


오네슈티 공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형님께 저런 자의 조력은 듣지 못했다만."


"뭐. 어찌 되었건 우리가 상륙한 것을 미리 알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럼 절반은 우리 계획을 알고 있다는 것이겠죠."


공작도 동의하고 다가오는 가면의 사내를 천천히 지켜봤다. 가면의 사내는 별개의 속박 없이 자유롭게 걸어왔다. 그러나 그 곁은 항상 2명의 종자가 그를 감시했다.


가면의 사내는 멋지게 검은 망토를 날리며 거창한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사내의 가면은 끝까지 벗겨지지 않았다.


"공작 전하, 백작 각하께 다시 인사 올립니다. 미천한 저는 떠돌이 보리스라 불러주십시오."


사내는 약 175cm쯤으로 귀족보다 좀 더 큰 키 , 로브 안의 가죽 갑옷, 체형보다 비교적 가냘픈 목소리가 우리가 아는 한 이 사내의 정보의 끝이었다.


"그래. 떠돌이 보리스. 자네가 우리의 길잡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어서 안내하시오. 어디 그대가 아는 데로 앞장서시오."


오네슈티 공작이 먼저 사내에게 말했다.


"예. 공작 전하. 본인 떠돌이 보리스. 목숨 걸고 안전한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단! 그 길이 어떠한지 우리의 선발대가 먼저 정찰해야 될 것이다. 만일 그대가 다른 계획이 있다는 것이 발각되면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야."


무관장 루이스 경이 나서 엄중히 말했다. 그러나 보리스는 양팔을 벌리고, 괴상한 동작을 취하며 답했다.


"문제 있겠습니까. 저는 이미 오래전 아가톤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몸, 당장 전하께서 머리를 대령하라 하시면, 언제든 준비가 됐습니다."


무관장은 그가 괴상한 동작을 취하자 곧장 검으로 손을 옮겼으나, 그의 대답에 미덥지 못한 의심을 남긴 채 이내 수긍하고 물러섰다.


우리는 떠돌이의 안내를 받아 이름 모를 나루터를 나섰다. 나루터의 앞으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산림이 늘어섰다. 숲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길은 거칠었다. 말이나 짐마차가 있었다면 꽤나 애먹일 것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숲은 비교적 수풀이 적었고, 나무는 듬성듬성 뻗어 햇빛이 매우 잘 드는 양지 길이었다. 숲은 여러 나무 군락이 자생하는 것으로 보였다. 강한 풀 내음이 진동했다. 물 냄새에 하루 동안 노출되어 코가 마비되는 줄만 알았건만, 신선한 가문비나무의 솔향이 은은하게 진동했다.


우리는 적들의 습격에 대비하여, 경계에 앞장선 경무장의 전사들이 길잡이를 따라 주위를 살폈다.

본래 군대가 숲을 통과하는 방법으로 군을 3개로 나누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방법을 고수하지 않았다. 선두와 본대, 후발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길잡이를 따라 직행했다.


한 두시간이 지나자 숲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숲의 끝은 초지와 언덕, 나무 군락이 듬성듬성 자생하는 초원으로 나오게 되었다.


초원의 끝에서 끝까지 바람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방목된 것만 같은 말들이 뛰어놀고 있었는데 앞서가는 길잡이는 말을 지목했다.


몇백 마리의 준마가 초원을 달리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도하한 본대의 기사들이 다 탈 수 있을 만큼의 숫자였다. 걸음을 옮기던 기사들은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전사들은 약간의 불만이 보이듯 투덜거리는 모습이었다.


언제나 기사들만 편하게 말을 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사들은 중무장한 갑옷을 입고 숲을 지난 것이었다. 이것은 맹세의 가호가 있어도 단련되지 못한 기사는 30분 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것이다.


전사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종자들이 말로 달려가 안장을 얹었다. 말들은 야생마와 다르게 길든 준마로 갈기가 무성하고 건강한 육체를 지녔다.


나는 전령관에게 지시했다. 이름 모를 선착장으로 전령을 보내어, 다음 후속으로 올 본대에 이 사실을 알리는 임무를 부여했다.


말을 데려와 기사들에게 배분하고 길을 나서려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러나 떠돌이 보리스는 발걸음을 재촉했고, 저녁이 되어서야 초원을 지나 작은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미 우리들의 주변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마을은 몇 개의 횃불만이 집들과 광장 주변을 밟히고 있을 뿐이었다.


멀리서 향해오는 군대를 맞이하기 위해 촌장쯤으로 되는 이 한 명만이 마중 나와 있었다. 노인이었다. 그는 옷차림이 꾀죄죄하니 넝마가 따로 없었다. 거지라고 부르면 거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궁핍해 보였다.


우리 군대는 촌락의 협력을 받아 마구간이나 되는 가축장과 비축된 장작을 빌려 일부의 병사들을 재웠고, 일부의 병사들은 보초 경계로 전환했다. 나와 삼촌인 공작은 촌장의 집으로 안내받았다. 촌장의 집은 1층 초가집으로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집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촌장은 빵과 수프를 권했다. 공작은 그의 호의를 거절했고, 나 또한 방만 빌리기로 했다. 촌장의 집은 방 2개와 부엌과 거실이 합쳐진 형태였다.


부엌을 중심으로 좌, 우에 하나씩 방이 있었다. 우측 방이 큰방으로 촌장 부부의 안방으로 추측된다. 나와 오네슈티 공작 삼촌은 한 침대를 쓰게 되었다.


방은 다 녹아난 촛불 하나에 의존하고 있었다. 방안은 침대를 제외하고 별다른 가구는 없었다. 창문은 침대의 반대 벽에 하나 달려 있었다. 촌장은 요강을 문 옆에다 두고 물 주전자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방황하다, 내가 받아들고 침대 맡에 두었다.


나는 불을 끄고, 침대로 돌아왔다. 불편하더라도 겉옷을 착용한 채 이부자리에 누웠다. 삼촌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 누웠다.


"삼촌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람스 너도 잘 자거라."


오네슈티 공작, 나의 삼촌은 올해로 50이 되었다. 그를 처음 만난건 내가 7살이 될 무렵이었다.

새 해 아가톤 왕가는 매년 1월 1일에 왕실 가족 신년회를 주최했다. 가까운 친척들만 그 연회에 초대장이 발송된다.


물론 나의 어머니 앨리오드나가 왕의 여동생임에 당연히 우리 가족에게도 초대장이 도착했다. 신년회는 왕의 사택에서 항상 이루어졌는데, 우리 오르데아 백작 성에서 마차를 타고 간다면 약 보름이 걸렸다.


오르데아의 동부 평야를 지나갔다. 키슐강의 중류를 지나 하류에 위치한 여러 언덕과 구릉을 지났다. 하류로 이동할수록 평야가 적었는데, 키슐강 하류는 비교적 산악과 언덕이 많아졌고, 도시와 촌락도 듬성듬성 보였다.


도시는 키슐강과 인접했고, 촌락은 하천을 따라 형성되었다. 보름의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왕의 사택지는 공중정원을 연상시키듯 했다.

호수처럼 보이는 연못과 연못의 중앙에 정자가 있는 풍경이렷다. 연못은 수로와 연결되어 항상 맑은 물이 공급되고 있었다.


연못을 지나 정원을 거쳐 저택으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저택은 4층 높이의 건물로 화려하게 장식된 외벽과 대리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고대의 건축물 같았다. 그러나 저택의 크기는 내가 사는 오르데아 백작 저택보다 그 크기가 작았고, 방도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회랑이 이어졌는데 대리석 회랑 주위로는 채원이 펼쳐져 있었고, 사용인들도 겨울 채소를 수확하고 있었다.


회랑을 지나자 곧 거대한 문이 중앙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문을 열자 몇 평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큰 연회장이 있었다.


연회장의 한가운데는 현재는 돌아가신 선왕이 친척들과 인사 나누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에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연회장은 꽃과 장식물로 한 아름 채워져 있었다.


음료가 쏟아지는 분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기들, 연회장은 양껏 먹는 귀족들과 수발드느라 정신없는 하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선왕에게 인사드리고 내려와 별개의 방으로 들어섰다. 작은 홀과 홀의 주위로 약 10개 정도의 개인 탁자, 테이블마다 2m 크기의 넓은 앉을 자리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어른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 채 지루하게 누워있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그만 길을 잃은 것이다.

회랑을 지나와 채원에 일하는 하인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자리에 없었고, 나는 이 넓은 연회장에서 혼자 미아가 돼버렸다.


인생경력 당시 약 37년 차로 아직 과거의 기억, 지구에서 30년은 모를 당시였다. 단지 7살의 어린 도령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나는 회랑을 지나쳐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연못가에는 추운 겨울임에도 한가롭게 물장구질하는 오리들이 있었다. 나는 연못가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입김이 나왔다.


쪼그려 앉은 채 멍하니 오리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왁!'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나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소녀였다. 소녀는 갈색 머리와 똘망똘망한 초록빛의 눈, 깊은 입술이 보였다.


소녀는 언뜻 보기에도 값비싼 옷을 입었고, 자신의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갈색 족제비 털가죽 모자와 흰 토끼 털로 된 장갑을 쓰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인사했다. 소녀는 자신을 마리네라고 소개했다. 소녀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곧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걸 눈치챈 듯 웃었다.


그러자 곧이어 저택에서 우리를 찾는 종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이름뿐만 아닌 마리네의 이름도 함께 들렸다. 소녀는 말도 없이 내 손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소녀와 정원으로 도망쳤는데, 미로처럼 구불거리는 정원을 한참이나 돌았다. 나는 어느새 소녀의 손을 이끌고 있었다.


마치 저열한 수법으로 공주를 희롱하는 왕으로부터 공주를 구해내는 기사처럼 나는 소녀를 종자들로부터 해방해주려 애썼다. 그러나 좁혀져 오는 포위망에 고립되었고, 마침내 기사와 공주는 그들의 부모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때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시뻘건 얼굴, 분노에 가득 찬 오네슈티 삼촌을 보게 되었다. 그의 눈에는 지옥 불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삼촌은 나를 알아보았고, 우리들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연회장으로 돌아가며 삼촌은 나에게 꾸짖었는데, 그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이후 이것을 인연으로 매년 삼촌과 그의 딸인 마리네를 만날 수 있었고, 삼촌은 항상 나에게 대리고 도망치지 말라는 충고를 하였다.


왠지 옛 기억이 떠오르게 되는 밤이었다.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시간이 꽤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람스. 자는 거냐?"

그때 오네슈티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 옛날 생각이 나서요."


"흠. 어떤 생각이지?"

삼촌은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냥 삼촌이랑 처음 만났을 때 일이요."


"그렇구나. 많이 컸구나, 람스. 그 어리고 철없던 네가 어느새 부쩍 자라서, 삼촌들이랑 사냥도 하고, 이렇게 전쟁에 나서게 됐다니. . ."

삼촌도 잠시 옛 생각에 잠겼는지 말이 없어졌다. 밤공기는 아직 더웠다. 아실리우스의 강 남부로 여행을 온 적이 없었는데, 느끼는 체온은 북부보다 3~5도는 더 높은 것처럼 느껴졌다.


"마리네는 잘 지내나요?"


말이 없던 삼촌은 잠시 시간을 갖고 말을 이었다.


"그래. 네가 보고 싶다고 매일같이 아우성친다. 내가 그랬지. '너는 람스가 뭐가 그리 좋다고 난리냐?' 그러니까 내 딸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거리는 거 아니야?

내 딸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는데. . .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작정한 듯 말했다. '람스는 이제 너보다 더 이쁜 여자를 찾아 떠날 거다!'


마리네는 곧 방으로 뛰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절교한 상태지.

나도 참. . . 덜떨어진 인간이야. 람스 나는 너를 질투한거야."


나는 그를 잠시 위로하고 말을 이었다.

"괜찮겠죠. 마리네도 시간이 지나면 단지 유치한 장난이라고 받아들일지 몰라요. 그리고 삼촌은 항상 마리네를 아끼잖아요. 그건 제가 보증하죠."


"너는 날 이해해주는구나. . . 람스야. 너는 마리네를 좋아하니?"


난감한 질문이었다. 이건 선을 긋는다면 사이가 토라지고, 좋아! 라고 말하면 그것대로 골치가 아파지는 문제이다. 나는 고심하지 않고 질문에 답했다.


"네. 좋습니다. 토끼처럼 어린 소녀였던 마리네는 어느새 숙녀로 자라난 것 같습니다. 우아한 자태는 많은 여성에게 존경받고, 여린 성품은 많은 사람에게 동정받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에는 한결같은 소녀입니다.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순수한 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대답을 들은 오네슈티 삼촌은 고심에 빠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삼촌은 한숨 쉬다가 내 손을 붙잡았다. 뭔가 오글거리는 순간이었다. 손발이 저린다. 그리고 진지한 듯 삼촌은 말을 이었다.


"결혼할 거니?"


혹독한 질문이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결혼을 전제로 질문하다니, 역시 귀족이란 어려운 것이다. 생각해 본다면 내 나이 16살이면 약혼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무사히 끝난다면 그때. 그때면 괜찮지 않을까요."


나는 전쟁을 핑계로 결혼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삼촌은 이내 수긍한 듯 동의하였고, 마침내 편안한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전개는 아직 고구마입니다. 겨울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1위 붕어빵 2위 군고구마 아닐까요. 김치에 싸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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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3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1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6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8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10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8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7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2 0 15쪽
14 [14]기사의 종군 21.01.07 10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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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2 0 16쪽
11 [11]아실리우스 강에서 21.01.04 1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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