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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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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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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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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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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비밀작전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오! 루이스 경!"


"라미스 도련님. 국왕 전하께서 찾고 계십니다."


"이런, 어-이! 필립아!"


8월 21일 점심 무렵이었다. 필립이와 나는 아키포로스 초원에 사냥을 나온 참이었다. 초원은 주둔지에서 8km 떨어진 곳으로 초지와 산림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지역이다. 지형 정찰을 위해 외가 삼촌인 오네슈티 공작, 비네슈터 공작과 함께 나선 것이다.


절대 놀려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두 명의 삼촌들과 사냥 시합을 벌이기로 방금 합의하고 초원으로 발을 옮긴 후였다.

이미 말들은 초원을 내달려 지평선 너머에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필립아! 연을 날려야겠다! 연을 가져와라!"


"예! 예!"


수풀 사이에 종자들과 함께 토끼몰이를 하고 있던 필립이를 불러 연을 가져오라 지시했다.


"도련님! 연 여기 대령했습니다! 엇? 아니, 무관장 나리가 여기는 어째?"


"어어. 지금 국왕 전하께서 두 분 공작 전하와 우리 도련님을 찾고 계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막사를 둘러볼 걸 그랬어. 아니, 서기관이란 양반은 왜? 해가 중천인데 아직도 자는 거야. 아우!!"


무관장은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이 좀 많았는지 초원을 향해 아우성을 질러댔다. 나는 조금 그를 격려하고 말을 이었다.


"하하. 루이스 경 진정해. 진정. 케알릿 삼촌은 파라질라에서 맡은 업무 때문에 피로가 쌓인 것 같아서 내가 좀 더 재웠어."


그러자 무관장은 이내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기관이 업무가 많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력! 체력의 문제입니다. 케알릿 도령도 어릴 때부터 제가 열정을 더 쏟아야 했는데!

으흠. 저는 도련님이 60에 자식을 봤다고 절대 봐주지 않을 겁니다!"


"오? 무관장이 그렇게 오래 산다는 말이야?"


"으하하하하! 기백입니다! 기백!"

무관장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답했다.


"음음!"

옆에서 연을 들고 있는 필립이가 헛기침을 한다.


"그래. 필립아 어서 연을 날릴 준비 해라. 잘 잡고 있어야 한다."


"예. 도련님!"


초원에 의식을 집중했다. 넓은 대지, 바람을 타고 오는 풀 내음, 초원의 하늘과 위상 높은 매, 화창한 햇살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정령에게 말했다.


'바람의 정령 아우라여, 바람을 불게 하소서.'


쏴- 쏴-


초원을 내달리던 바람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바람의 정령 아우라여, 그대의 바람으로 연을 띄우소서.'


우리를 감싸던 바람은 곧 필립의 몸을 한 바퀴 휘감고, 이내 연을 하늘 높이 날렸다. 필립이는 마법을 감상하느라 연줄을 놓칠 뻔했지만, 다행스럽게 손목에 미리 연줄을 감아 놓아 날아갈 일은 없었다.


"필립아. 뿔피리를 다오."


나는 필립에게 맡겨둔 뿔피리를 힘차게 불었다. 드넓은 초원에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에 날아가던 산악조 마저 놀라 휘청인다.


광활한 초원에서 사람은 100m 밖에만 떨어져도 이미 모습이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훤하게 트여있는 넓은 초원은 소리와 바람이 자유롭고, 햇살은 쾌청하다.

뿔피리 소리는 초원에 메아리쳐 진동하고 30km나 더 떨어진 서쪽 산악에 부딪쳐 사라진다.


"우와! 도련님! 어느새 바람 정령과도 대화하실 수 있게 되셨나요?"


"으흠! 뭐 이 정도쯤이야. 필립이 너도 금방이다. 바람을 느끼다 보면 정령이 먼저 말 걸어 올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느끼려는 마음이다!"


정령의 마법은 정령의 의지로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이다.

방금 말한 정령과의 대화는 경험이 필요하다. 물의 정령과 소통하고 싶으면 바다와 강처럼 물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에 살면 빠르게 만날 수 있다.


불의 정령도 마찬가지다. 파도의 정령도 바다에서 파도를 많이 만나면 어느샌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자연계의 정령은 항상 인간의 곁에 있으나 인간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음... 그나저나 두 분 공작 전하께서 어디까지 내달려 가셨을지. 금방 연을 보고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응. 종자들도 한두 명도 아니고, 연이 있으니까. 그래도 누구 한 명쯤 달려오지 않을까?"


연을 날린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나를 부르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라미스 오르데아! 라미스 오르데아! 거기 계십니까!"


"어-이! 어-이! 여기다! 여기!"


소리를 듣자 마음이 급해진 무관장이 소리의 방향으로 내달리며 손짓한다. 다행스럽게 뿔피리 소리가 두 공작에게 들렸고 연을 찾아 잘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30분 만에 주둔지로 복귀했고, 다행스럽게도 점심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근데 루이스 경. 무슨 일이기에 전하께서 우리를 이리 찾는다 말이오? 뭐,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것을 재검토하려면 아침 일찍 부르셨을 터인데?"


39살의 아직 젊은 외삼촌 비네슈터 공작이 무관장에게 물었다.


"음. 그러게요. 제가 아는 바로는 적들의 움직임이 어제부터 관찰됐는데, 오늘 아침 9시가 지나서 본격적으로 이동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렇군.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일절 미동조차 없었는데, 왜? 우리 군대가 집결될 때까지 적들은 기다린 것일까?"


무관장이 말을 이었다.

"하하. 그거야 그 옹알이 왕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적도 소집에 필요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지요."


외삼촌들은 각자 뭔가 생각에 빠진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왕의 막사 앞에 다다랐다. 역시 막사 앞은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왕의 시종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시종의 안내를 받아 막사 안으로 들어서게 됐다. 막사 안은 왕과 그의 재상 리카도르뿐이었다. 잠시 왕과 대화하고 있던 리카도르가 우리를 먼저 발견하고 묵례한다.

우리는 왕께 묵례하고 각자의 자리로 앉았다.


"사냥에 나갔다고 들었는데 금방 돌아왔구나."


"예. 루이스 경이 신속하게 달려온 덕분입니다. 전하. 저희를 찾으신 연유가 어찌 되는지요?"


딜리스 국왕은 매우 진지하게 엄중하게 말을 이었다. 분위기가 매우 무거워졌다.


"이 주변은 방음 마법에 보호받고 있네. 그만큼 이번 회의는 엄중함을 알리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다른 공작 삼촌과 옆에 있는 무관장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나의 재상이 설명하였듯, 1차로 우리는 적들의 도강을 저지하고, 2차로 도강한 적을 본대가 격파히는 작전을 설명했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작전일 뿐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나?"


"그럼 다른 작전이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현재 우리 군은 산개군이 도하를 저지하고, 상륙한 적을 본대로 격파하는 작전이다. 그러나 이 작전은 결과적으로 프로디프의 위협으로부터 베케트를 해방할 수 없다. 단순히 적들의 침범을 저지하는 것일 뿐이다.


적들은 이번 전투를 기회 삼아 우리 지형을 답습할 것이다. 분명히 이 침공을 방어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공격을 무사히 넘길 것이란 건 망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침공이 끝나면 해산된 적들의 용병들과 야인들은 끊임없이 우리 범선과 어선들을 수탈하려 들것이다. 우리는 약해지겠지."


우리는 모두 침묵으로 동의했고, 리카도르가 지형 지도를 대령했다. 국왕 딜리스는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켜 주목했다.


"이곳이다. 우리 본대는 이곳을 점령한다."


국왕의 손가락 끝은 적지를 가리켰다.


"형님! 그곳은 적지 한가운데입니다! 어떻게 군대를 이동한다는 말입니까?"

나이 많은 오네슈티 공작이 반발했다. 그러자 예상한 결과를 본 듯 침착하게 다시 우리 본대를 지목했다.


"잘 보아라. 우리는 현재 베케트 북부의 벌판에 진을 치고 있네. 우리는 아실리우스 강의 하류로 우회하여, 도강 후 다시 적지로 진군할 것이다."


"형님! 그러나!"


반발하는 공작을 리카도르가 무례를 무릅쓰고 저지하였다. 공작이 이내 체념한 듯 왕의 말에 귀 기울였다.


"자. 오네슈티 앨빈. 내 형제야. 잘 들어라. 나는 미치지 않았다. 이 작전은 적들의 보급을 끊는 것이 주력 과제이다. 그다음 고립이다. 적들과 우리 사이는 바다 같은 아실리우스 강이 있다. 베케트부터 플레벵까지 강폭이 10km라는 것이다.


당연히 적들의 범선은 대호황이지. 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벌써 플레벵 항구에 12척의 범선과 104척의 소형 목선이 집결했다.


이것이다. 나는 적들이 범선을 타고 도강하는 틈을 노려, 본대는 하류를 통과한다. 적들은 상륙하기 전 우리의 산개군에 의해 저지되고, 본대가 적들의 보급을 끊는다. 강에 있는 적들의 범선을 고립시킨다. 알겠나?"


"그러나 형님. 만약 적들이 도강에 성공하여 교두보를 확보한다면 우리의 본토가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걱정할 것 없다. 강을 건너온 적은 보급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베케트를 봐라. 베케트의 일대에 농경지가 있는가? 베케트의 농민이 생활하는 촌락이 있는가? 베케트는 전적으로 강에 의존해 어업과 상업 종사자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이번 작전은 모험이야. 불가피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대담할 결단이 필요하다 이 말이다.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적들은 우리 영역을 침범하기 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억측 같은 말로 밀어붙인다고 생각들 하겠지만, 나에겐 우리가 사는 이 마을과 도시들 그리고 내 민중을 지켜야 할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듣고 있던 젊은 외삼촌 비네슈터가 답했다.


"형님. 계획은 알겠습니다. 아주 멋지고 훌륭한 계획임이 틀림없겠습니다. 그러나 산개군의 피해는 어찌하고, 본대의 행방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적들 또한 리카도르 경과 같은 마법사가 있을 터입니다.

집결지에 도착하고 밤 까마귀가 우리의 막사 위를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국왕은 공작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 듯 보였다. 그러나 다른 대처 방안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의 형제. 공작들의 말은 틀림이 없다. 우리 아군의 희생을 불가피해. 그러나 내 형제 오네슈티, 비네슈터야. 그리고 내 조카 라미스. 잘 들어라. 나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그대의 불만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하나 기쁜 소식을 전해야겠다. 나의 재상이 마침내 큰 상과를 거두었다. 드디어 왜곡 마법을 발견했어. 시간의 왜곡 말이야. 이것이 이번 작전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사의 무기다."


나는 왜곡이란 것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소름이 끼친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왜곡이란 말에 대꾸하려 하지 않았다. 두 분 외삼촌은 마른 침을 삼키다 이내 나이 많은 오네슈터 삼촌이 입을 열었다.


"형님. 시간의 왜곡이라니. 그것은 난생처음 들어 보는 마법입니다. 어째서 그런 마법을?"


왕은 살며시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의 표정은 우리의 당황한 모습을 조금 즐기는 듯 여유가 흘렀다.


"시간의 왜곡이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착시에 가깝겠지. 이 지역에 시간을 왜곡해서 과거의 환영을 적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네. 어떤가?"

엄숙한 분위기에 반전이었다. 왜곡이란 말에 질겁한 나머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으나, 조금에 오해가 있었던 듯싶었다.


"단! 이 마법은 광대한 범위의 시간을 과거의 형상으로 취하는 마법이야. 그렇기에 많은 신학자가 필요해. 종군하는 모든 사제를 비롯한 성직자들과 학자들 불러 모아주게. 어쩌면 그들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야. 결코 실패란 있어서 안 될 것이야.

모두 나의 작전에 동의하나?"


" ' 지혜로운 나의 군주. 딜리스 전하의 뜻대로 하소서. ' "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재밌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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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솜 도시 재건사업 21.01.24 32 0 11쪽
26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3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0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5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7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09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7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6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1 0 15쪽
14 [14]기사의 종군 21.01.07 105 0 9쪽
13 [13]딜리스왕과 기사들 21.01.06 101 0 8쪽
12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1 0 16쪽
11 [11]아실리우스 강에서 21.01.04 125 0 12쪽
» [10]비밀작전 21.01.03 128 0 12쪽
9 [9]12명의 기사의 군대 21.01.02 152 0 12쪽
8 [8]파라질라의 연회장 21.01.01 157 0 16쪽
7 [7]행군과 강변 도시 파라질라 20.12.31 191 0 12쪽
6 [6]출정식 20.12.30 208 0 10쪽
5 [5]준 기사 +1 20.12.29 250 1 7쪽
4 [4]두 장의 양피지 +1 20.12.28 274 1 13쪽
3 [3]음모와 음모론 그 사이 +1 20.12.27 336 2 8쪽
2 [2]운명과 시간의 신과 마법과 기적 +1 20.12.26 37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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