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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의 소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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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0.12.24 05:27
최근연재일 :
2021.01.2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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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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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사의 종군

백작가의 장남 라미스. 그는 준 기사로서 왕을 위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배신과 음모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사랑과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DUMMY

우리의 왕은 과수원을 나서며 촌락에 후한 금전을 베풀고 길을 나섰다. 우리의 발걸음은 매우 가뿐했다.


짊어져야 할 짐도, 신체의 피로도 없었다. 우리는 과수원을 지나 강을 따라 북상했다.


강변은 포장된 도로가 있었고, 좌측으로는 마을에서 봤던 산악과 구릉이 길을 따라 이어졌다.

8월 말, 며칠 후면 9월에 접어들어 가을바람이 불어올 법도 한데, 아직도 여름의 열기와 뜨거운 햇볕이 머리 위로 내리쬔다.


한참을 행군한 끝에 점심이 지날 무렵에서야 산악 구릉이 자취를 감췄고, 잡곡이 무성히 영글어있는 넓은 평야에 도달했다.


우리들은 이제야 음식이 넘치고 돼지가 살찐 부유한 촌락을 마주했다. 촌락민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많은 촌락민은 군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남에 사는 프로디프인들은 반 세기가량 북부의 군대와 조우하지 못했다. 순박한 백성들은 우리가 본인의 군대라고 착각하고 환영한 것이다. 우리들 또한 촌락에 피해가 없도록 환대받으며 곧장 플레벵으로 직행했다.


순박한 민중을 보며 북부의 오르데아의 백성들과 추억이 상기되었다. 내일이면 우리는 이들을 위협하고, 갈취하며, 혹은 목숨을 앗아가야 될 입장에 처할지도 모른다.


긍정과 좌절이 마음속에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런 고민거리는 사치에 불과했다. 앞으로 닥쳐올 전투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뿐이었다.


기사는 깃발을 잠시 교체하였다. 아무리 순박한 백성이라고 하지만은 적성 국기를 달고 나돌아다니는 군대가 있다면, 어떻게서든 지방 관료나 지역 귀족에게 소식이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새 많은 촌락을 뒤로하였다. 해가 들판 너머에 고개를 떨어트린다. 지금은 플레벵까지 40km 남은 지역이었다. 주변은 휴농지로 잡풀이 무성했다. 계획에 따라 오네슈티 공작군이 본대에서 이탈했다.


군대는 휴식 없이 야간행군을 이어나갔다. 플레벵과 점차 가까워질수록 하천이 끊임없이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어주고, 하천은 길을 따라 아실리우스의 강으로 합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밤은 매우 일찍 찾아온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들판에는 우리 군이 일으키는 흙먼지와 무구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흐르지 않았다.


우리는 가면 사내의 안내에 따라 결국 플레벵 시 앞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시냇물은 어느 덫 잠에서 깨어나려 그 물살을 재촉했고, 산 새의 지저귀는 소리는 마치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 처럼 지난 밤을 알린다.


플레벵 시, 그는 어둠이 내려앉은 평야 일대에 홀로 떠 있는 등대를 연상시켰다. 저 시의 흉벽과 높게 솟은 교회의 종탑, 그리고 건물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게 치솟았다.


시의 흉벽 주위로 화롯불이 그 거대한 벽을 밟히고 있었다.


이대로 우리는 성벽으로 돌격할 수 없었다.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아침이 되면 우리는 시의 경계병에게 발각되고 말 것이었다.


마침 현명한 재상이 사전에 준비된 계획을 발표했다. 플레벵의 남서쪽, 외 봉우리에 자리한 봉화를 점령해 적들을 교란하고, 혼란을 틈타 전사들이 문을 점거하고 기사를 성벽으로 돌격하자고 청하였다.


아침놀이 밟아올 때쯤이었다. 우리는 재상의 훌륭한 제안을 받아들여, 100명의 용감한 전사들을 보내었고, 봉화를 점령했다.


아침 새가 지저귄다. 광활한 평야에 햇살이 드리운다. 그러나 긴박하게 남서쪽에서 봉화가 올라간다. 아침 닭이 울어서야 시의 굳게 닫힌 문이 올라가고 거리의 시민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의 용맹한 전사들은 그들의 신분을 속이고 거지나 같은 빈민으로 위장하여 성벽으로 접근하였다. 그들은 거지와 부랑자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초병에게 박해당하고, 시민들에게 조롱당한다.


영광스럽고도 거룩한 우리 전사들에게 시민들의 야유는 가혹했고, 부동적인 태도에 경멸이 이어졌다.


전사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명예와 굴욕,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그러나 시민, 그들은 동정이 아닌 비난과 욕설로 답하였다.


우리는 전사의 치욕을 눈감고, 흰 망토에 몸을 맡겨, 성벽 앞으로 접근을 마쳤다.


성의 수비대도 전사들을 부랑자 무리로 착각하고 남서쪽의 봉화를 향해 말을 달렸다.


마침내 우리들이 성 앞 500m가 남은 지점까지 도달하자 우리들은 300개의 나팔과 뿔피리로 시민들의 조롱에 답했다.


나팔과 뿔피리는 그 호전적이고 선율로 지평선을 메웠다. 전사들과 기사들의 함성이 우리가 플레벵에 당도하였음을 알렸다.


기사들은 그의 말과 함께 돌격했다. 창의 끝은 철심, 왼손에는 고삐와 방패를.


기사들의 용맹한 돌격, 그들은 초월적인 속도로 성을 향해 달렸다. 도시는 비명을 질렀다.


우리의 철심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수비대와 교차했다. 수비대는 그들의 선혈을 남기고 자리에 쓰러졌다.


남은 수비대들과 초병들, 거대한 플레벵 시를 지키려 나서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도시의 수비군, 성문의 초병, 물 기르러 나온 아낙네, 노새를 이끌고 나온 상인들 수 없는 민중이 혼란에 휩싸였다.


방금 전사를 조롱하고 비웃는 가식 거리는 온데간데없고, 늠름하게 부랑자와 대치하던 잘생긴 보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도시의 종탑이 울려댄다. 우리는 아침 해님과 인사하고 그의 빛을 등 뒤고 도시를 찌를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우리의 철심은 성문을 돌파하였고, 위용 찬란한 순백의 기사는 저항 없이 도시의 흙을 밟았다.


도시는 더 이상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하였다. 우리 기사들은 플레벵 도시의 중앙 대로를 따라, 치고 올라갔다. 시민들은 공포에 질렸고, 노인과 아이들은 하늘에 기도를 바칠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은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과 고위 귀족들의 저택을 포위하였다. 3개의 대로가 통하는 3개의 성문을 철저히 봉쇄했다.


"나 라미스 오르데아가 말한다. 그대들의 도시는 우리의 발아래있다. 도시를 대표 하는자! 통치자는 모습을 드러내라! 나와 나의 왕을 경배하라! 더럽혀진 명분에 전쟁을 종식하러 온 결백한 군대를 맞이하라!"


나는 가장 선두에 말을 달려 시청 청사를 돌았다. 기사들은 시청과 저택을 포위하였고, 그들의 종자는 침입자를 저지하려 농성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시청의 문이 열렸다. 방금 막 옷을 갈아입은 듯 엉거주춤한 자세의 한 남성이 문밖으로 나섰다.


"그대가 오르데아의 백작인가?"


검은 머리에 흰 수염을 한 남자였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흘렀다.


"대리인 그의 장남 라미스 오르데아 리베르다. 그대도 성명을 밟혀라."


남성은 당황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시청 뒤로는 그가 다른 별난 행동을 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용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투구를 착용한 상태로 바이저가 내려가 있었다. 이 남성이 내가 누군인지 몰랐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이 남성은 나를 나의 아버지라고 착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아! 아! 내 이름은 크레안드로 그리비투사요! 지금은 플레벵 시의 시장의 대리인이오! 시장은 매우 위중한 상태로 현재는 내가 그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소!"


"잘 되었군. 대리인 크레안드로, 지금부터 이 시는 헬룸 왕국의 딜리스 왕의 이름으로 점령을 선포한다! 크레안드로 그대는 시의 의원과 귀족들을 전부 호출하도록!"


크레안드로는 당황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를 떠나려했다.


"잠깐!"


나는 그의 행동에 미심쩍은 기분이 들어 불러세우고 말았다.


"예! 각하!"


"도망칠 생각이라면 버리도록."

그는 어깨를 떨며 답했고, 사지를 떨며 달아나듯 시청의 시종들 사이로 들어갔다.


시청의 관리들과 사용인들이 병사들 사이로 지나치며 저택의 농성을 중단하라 요청한다. 농성이 길어질수록 전사들의 분노가 달아오른다. 유열 사태를 막고 싶은 것은 기사와 우리의 왕도 같은 마음이었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많은 귀족들은 자신의 저택을 뒤로한 채 광장으로 이끌려왔다. 우리의 왕은 광장의 중앙에서 그들을 내려봤다.


"나는 그대들의 도시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렷다. 나는 그대들이 나에게 충성한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관용을 베풀 것이고, 지금껏 누려왔던 자유를 보장할 것이다.

그대들 귀족들에게 그 권리에 맞는 협조적 자세를 기대하겠다."


" ' 왕의 뜻대로 하소서. ' "


이 순간 플레벵 시의 귀족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는 실추했고, 그 대가로 목숨을 부지했다.


왕은 플레벵 시의 자유를 보장했다. 왕의 재상은 곧 귀족들과 시청으로 들어가 협상을 진행했고, 왕은 자유로운 우리 기사들과 함께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 저택으로 향했다.




읽어주셔 감사할따름입니다.


작가의말

오늘이 정말 춥네요. 퇴근길 안전 운전하시고, 조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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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솜 도시 재건사업 21.01.24 32 0 11쪽
26 [26]누명을 쓴 장남과 솜의 드워프 막달 21.01.23 33 0 11쪽
25 [25]브리사와 약속과 북부의 솜으로 21.01.22 51 0 9쪽
24 [24]변경기사의 다음 행선지 21.01.20 51 0 9쪽
23 [23]렝나드와 그의 저택 뒤뜰에서 21.01.19 67 0 11쪽
22 [22]프로디프의 왕과 나의 공주 21.01.19 70 0 10쪽
21 [21]왕국과 그의 궁전에서 21.01.17 75 0 10쪽
20 [20]모든 기사들의 죽음 21.01.16 77 0 20쪽
19 [19]너도밤 그 나무 아래서 21.01.16 109 0 13쪽
18 [18]습지의 전투 21.01.14 87 0 15쪽
17 [17]플레벵 시를 뒤로하고 21.01.13 111 0 10쪽
16 [16]현명한 전술 위대한 작전 21.01.12 106 0 15쪽
15 [15]배신과 기사와 그들의 밤 21.01.08 111 0 15쪽
» [14]기사의 종군 21.01.07 106 0 9쪽
13 [13]딜리스왕과 기사들 21.01.06 101 0 8쪽
12 [12]가면쓴 사내와 과거의 추억 21.01.05 111 0 16쪽
11 [11]아실리우스 강에서 21.01.04 125 0 12쪽
10 [10]비밀작전 21.01.03 128 0 12쪽
9 [9]12명의 기사의 군대 21.01.02 152 0 12쪽
8 [8]파라질라의 연회장 21.01.01 157 0 16쪽
7 [7]행군과 강변 도시 파라질라 20.12.31 19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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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두 장의 양피지 +1 20.12.28 27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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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나의 아침과 프로디프의 소식 +4 20.12.25 6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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