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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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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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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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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셋트업(Setup) - 2편-34

DUMMY

에우로파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제자들 중 한 명이 마차 내 벽면에 부착되어있던 간이형 테이블을 분리하여 그들 사이에 펼쳤다. 이윽고 구석에서 보온병과 찻잔, 쿠키가 들어있는 작은 바구니를 꺼내어 각각의 앞에 내어놓았다. 이동하느라 흔들리는 마차 내부이다보니 찻잔을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쿠키 바구니 정도는 올려둘 수 있었다.


“저희 부모님이 어떤 존재인지는 저희에게도 명확히 설명해주신 적은 없어요. 다만 초대 히아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종족의 많은 분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 정도는 직접 들어서 알고 있죠.”

“초대 히아스라고?”

“예.”


에우로파의 스승의 이름인 ‘히아스’는 본래, 과거 영웅전쟁 당시 다른 세계로부터 나타난 대현자의 이름이었다. 수많은 대영웅급 인물들이 활약한 영웅전쟁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할 정도의 활약을 펼친 그는 영웅전쟁이 종결된 후 당시 프로튼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물려준 뒤 그가 본래 있던 세계에 돌아갔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의 히아스 역시 그때로부터 이름을 이어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렇다는 건 너희 부모님도 영웅전쟁에 참가한 영웅의 일원이라는 건가?”

“어쩌면 그 이전부터일지도요. 그리고 지금까지 히아스의 이름을 물려받은 자들은 모두 저희 아버지가 함께 한 상황에서 이름의 계승을 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히아스도 그렇고요.”

“너희 아버님이 함께 계셨다고? 히아스의 이름을 계승할 때?”

“예. 지금의 히아스가 저희와 만났던 것도 전 히아스와의 계승 때였으니까요.”


아르나시아의 이야기를 통해 에우로파는 두 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첫째. ‘히아스’라는 이름이 단순히 명칭에 한정되지 않는, 무언가 더 큰 비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지어 국왕 전하도 아닌, 적어도 공식적인 입장에 있어서는 제삼자나 다름없는 이의 입회-어쩌면 주관 하에 별도의 계승 절차를 가질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왕도에 돌아가면 영웅전쟁에 관련된 기록을 자세히 확인해봐야겠군. 스승님께 여쭤봐야 할 질문도 늘었고···’


“혹시 아버님의 존함을 물어봐도 될까? 혹시 비밀로 해야한다거나···”

“이미 어머니들께서도 이름을 밝히신 와중이니 상관없겠죠. 저희 아버지의 이름은 라니오스라고 해요.”

“라니오스···”


그리고 둘째. 영웅전쟁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인 ‘히아스’와 이 정도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은 두 소녀의 부모-특히 부친 역시 영웅전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정도의 대영웅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분명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다.


“저희 부모님에 대해 아는 건 여기까지에요. 다음은 저희 집을 습격한 자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르나시아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순간, 나트가 끼어들었다.


“그 이야기는 내가 할게.”


나트는 들고 있던 찻잔에 남아있던 찻물을 한번에 들이킨 뒤 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숲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깥 풍경을 보는 데 질린 모양이었다.


“그 녀석들. 그러니까 제카롯이라는 그 녀석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온건 대략 두 달 전쯤이었어. 나와 나시는 평소처럼 검술과 마법연습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가려는 중이었고.”

“잠깐.”


막 나트의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도중, 에우로파가 손을 들어올렸다.


“도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중간중간 질문해도 될까?”


사실 그녀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만큼 궁금한 게 많았다. 자신에게 있어 앞으로 중대한 연관성을 가질 사이인 만큼 에우로파는 가능한 다각도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희 집은 어디에 있지?”

“그건···”


우선은 가장 기초적인 질문부터이다. 하지만 그 기초적인 질문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몰라.”

“이봐···”


혹시나 해서 아르나시아를 바라보았지만 그녀 역시 슬쩍 시선을 회피하였다. 에우로파는 아무래도 좀더 원초적인 질문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집 밖으로 나가 본 적도 없었던 건가? 대체 너희 나이가 몇 살이야?”


그녀들을 만났을 당시의 반응이나 언행 등을 통해 그녀들이 상당히 어린 나이일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아르나시아는 계산을 하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제 순환주기는···370세 정도 되겠군요.”

“···370년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고?”


드래곤의 관점이라는 것이 인간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 어째서인지 고개를 치켜들며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아르나시아의 모습에 나트가 손을 저었다.


“나시. 그건 드래곤의 나이 계산법이잖아.”

“드래곤은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 다른가?”

“응. 드래곤은 신체 순환주기라는 게 있어. 그걸 기준으로 스스로의 나이를 매겨. 때문에 같은 날 태어난 드래곤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달라질 수 있어.”


그제서야 에우로파의 질문의 의도를 이해한 아르나시아는 다시금 머릿속으로 셈을 하더니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기간을 물어본 거였나요. 저희가 태어난 지는 대략 5~60년 정도 되었어요.”

“그래도 많아!”


아무래도 아르나시아는 다른 보통의 드래곤들에 비교하였을 때 그 ‘순환주기’라는 것의 상승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즉, 성장이나 발육이 우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자랑스러워 할 리가 없겠지.


“너희 종족의 기준을 잘 모르다보니 너희 부모님이 과보호를 하신건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뭐, 좋아.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해 주겠어?”

“응. 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이었는데, 갑자기 집은 물론이고 섬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발생했어. 그리고 집 외벽 방향에서 신기한 빛이 번쩍였고···”


에우로파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올려 나트의 이야기를 멈추었다.


“아무래도 너희에겐 일상이었다보니 대수롭지 않겠지만 나에겐 하나 하나가 별천지 이야기로군.”


너무 자주 이야기를 끊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굳이 부연설명을 달며 에우로파는 다시 질문을 시작하였다.


“방금 섬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집이 대륙 외곽의 바다 같은 곳에 있는 건가?”


질문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한 가지의 답변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꽤나 정확히 들어맞았다.


“아니, 하늘 위에 떠 있는데.”

“역시 그런가.”


아무래도 나 예언자 해도 될 것 같아. 에우로파는 이어서 질문을 계속해나갔다.


“그리고, 보통은 집의 바깥에 있는 벽을 담장이라고 하지 외벽이라고 하진 않아. 너희 집은 성 규모의 큰 건물인가?”

“응. 저기 도시에 있던 성보다도 훨씬 컸어.”


찰칵. 에우로파의 머릿속에서 마치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그녀들과 그녀들의 부모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양식은? 세인스 내성과 비슷했나? 그러니까 건물의 생김새 말야.”

“건축양식? 잘은 모르겠지만 비슷했던 것 같기도···”


애매한 대답이었다. 애초에 에우로파의 질문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우로파는 성급하게도 이미 확신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영웅전쟁 말기부터 대륙전쟁까지, 당시 왕국은 하늘에 왕도를 건설했다고 했어···”


과거 프로튼 왕국은 영웅전쟁을 승리로 이끈 자신들의 마도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대륙정복’이라는 야망을 외치며 대륙 전체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침략전쟁을 벌이는. 훗날 ‘대륙전쟁’이라 불리는 사건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결과, 일치단결한 다른 국가들의 연합군에 의해 패배하여 멸망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초대 히아스의 필사적인 중재로 국가의 멸망만은 간신히 피할 수 있었으나 영토는 전쟁 개시 이전의 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물질적-정치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그 피해를 수복하고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백 년이 넘는 긴 세월을 필요로 했었다고 한다.


‘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다가, 패전국이다보니 남은 기록조차 엉망진창이 된 거야 어쩔 수 없지만···존재여부조차 불투명했는데, 아무래도 실제로 있었나보군.’


그 중에서도 일명 ‘천공의 마도성’이라고 불린 왕국의 신 왕성은 그야말로 전설 내지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심지어 일부 기록에서나 겨우 나오는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대륙전쟁으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프로튼 내부에서조차 허황되거나, 잘해봐야 과장된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어째서 그런 것이 저들에게 넘어가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해봐야겠군.’


“섬의 규모는?”

“으음···아무래도 백성들이나 거주구역이 있지는 않았으니 전체적인 크기는 저 도시보다는 조금 작았을거야.”


거느린 백성은 없다. 세력화된 집단의 지도자라던가 하는 것은 아닌가보군. 아니, 왕성급 규모의 건축물이면 굳이 거주구역이 없더라도 충분히 작은 집단을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반응을 보건데 아마 아닐 것이다.


“자꾸 이야기를 끊어서 미안하군. 계속해 주겠나?”

“응. 신기한 빛이 번쩍이더니 외벽이 사라졌어. 마치 지워지듯이. 그리고 녀석들이 나타났지.”

“녀석들의 생김새나 차림새는? 전에 이야기한 바로는...기묘한 재질의 금속으로 된 갑주를 입고 ‘황제 폐하를 위해’어쩌고 했다고 한거 같은데.”


에우로파의 질문에 나트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떠올리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갑주라고는 해도 전신갑주 같은 것은 아냐.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그 위에 경장 형식으로 부분부분 갑주 비슷한 것을 걸치고 있었어. 옷도 갑주도 전체적으로 보라색과 청색이 덧씌워진 은색 느낌이었지만 반사광이 적은 편이었고, 조금씩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이 미묘하게 변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재질이었어.”

“녀석‘들’이라고 했는데, 인원수는 얼마나 되었지?”

“우리가 본 건 네 명. 멀리서 보다보니 정확한 생김새는 모르겠지만, 체격으로 보건데 남자 세 명에 여자 한 명이었어.”


장비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미지의 적’이라는 느낌이군. 에우로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서 그 다음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지 나트와 아르나시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들썩였다. 하지만 곧 표정을 수습하며 에우로파의 질문에 답변하였다.


“놈들은 대뜸 ‘모든 것은 황제 폐하를 위하여’라고 외치면서 우리 가신들에게 공격을 가해왔어. 그걸 본 나와 나시가 전투에 가담하려는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오셨지.”

“그리고 곧바로 너희를 피신시켰다는 건가?”

“응. 그리고 그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너도 며칠 전 들은 대로야. 히아스를 찾아가서,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그의 도움을 받으라고.”

“그렇군···”


에우로파는 지금까지 그녀들에게 들은 정보들을 정리하였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적은 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그녀들에 관련된 실마리도 제법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다.


‘하긴 무엇보다 스승님께서 말씀해주실 듯한 내용이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들의 부모와 ‘히아스’라는 이름의 연관성이 상당하다는 점은, 현 상황에서 지금의 히아스의 뒤를 이어 그 이름을 이어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필연적으로 알게 될 사항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정도로 ‘히아스’의 이름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방금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점이지만.


“그러고보니 스승님과 통신을 할 때, 그 ‘제카롯’이라는 자들이 너희 부모님께 뭐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스승은 당시 무언가를 우려한 듯, 그녀들이 이야기하려던 것을 제지하긴 하였지만. 에우로파는 당시 그녀들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질문에 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녀석들은 아버지를 보며 이렇게 말했어. ‘황제 폐하께 반역한 자의 유지를 이은 자. 너희가 훔쳐간 황제 폐하의 은총을 돌려받겠다’라고.”


그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현 상황에서는 그 의미를 알 길이 없었다. 무언가의 힌트를 원했던 에우로파는 오히려 한층 더 수수께끼가 생겨난 기분에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적어도 그자들이 너희 부모님과 직접적인 적대관계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군.”

“그 이야기는, 그 자들이 작정하고 우리 집에 쳐들어왔다는 거야?”

“일단 말하는 분위기가 그렇잖아? ‘훔쳐갔던 것을 도로 내놔라’라는 의미 아니겠어?”


설마 그것도 몰랐던 거냐, 아니 추측을 못한 거냐? 다소 몰아붙이는 어조로 에우로파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이걸로 너희 집안이 이 사건에 말려든 정도가 아닌, 직접적인 표적이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겠는걸. 아마 너희 부모님은 너희들까지 이 일에 관여되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이야기하지 않은 거라고 봐.”

“그런···”


그 외에도 몇 가지 추측되는 바가 더 있기는 하였다. 통신 당시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히아스의 태도로 보건데 아마 나트와 아르나시아의 부모 역시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비밀의 가운데에는 분명 초대 히아스로부터 이어지는, 그 이름의 계승의 이유 역시 관련이 있을 것이리라.


“괜한 질문을 한 것 같군. 어째 두통거리만 늘린 기분이야.”


이번 일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깊이 연관될 것 같다는 느낌에 에우로파는 무심결에 본심을 말하였다. 일전에 히아스가 그녀들과 대화한 내용, 그리고 지금 들은 그녀들의 집안과의 연관성을 보건데 절대 ‘너희 집안 일이니까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의 대응은 불가능하리라.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좌석 등받이에 거칠게 몸을 기대었다.

애초에 어차피 왕도에 도착하면 그의 스승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언급하였지만, 사실은 시간도 때울 겸 관심을 가져주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그녀들과 좀더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려는 목적에서 시작한 이야기였을 뿐인데.


“알려줘서 고맙군. 이제 도착할 때까지 쉬어두도록 해.”


사실은 자기 자신이 제일 쉬고 싶은 심정이기에 한 말이었다. 급격히 몰려오는 정신적인 피로감에, 에우로파는 적어도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졌다.


“그래. 역시 이럴 때는 음악이나 듣는 게···”


그는 평소처럼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기계장치를 꺼내었다. 이미 충분히 익숙한 듯 그의 제자들은 별다른 감흥 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에우로파, 그건 뭐야?”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의 작은 기계장치를 처음 보는 이가 마차 안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에 호기심이 생긴 듯 나트가 가까이 다가왔다.


“음? 이거? 스마트폰이라는 도구야.”

“슴핫···혼? 무엇에 쓰는 건데?”


그것은 겉보기에는 손가락보다 얇은 두께의 금속판처럼 보였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한 그것은 넓적한 부분은 유리가 덧대어져 있었으며, 옆에는 몇 개의 버튼이 돌출되어져 있었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상당히 흔한 물건이지. 이걸로 서로 통신을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놀이를 할 수도 있어.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안되다보니 이 세계에서는 쓸 수 있는 기능이 얼마 없지만.”

“네트워크? 아니 그것보다···네가 있던 세계라니, 설마?”


에우로파의 이야기에 나트와 아르나시아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새삼스럽게 에우로파가 신기하게 보이는 듯 자신을 관찰하는 모습에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야.”


에우로파의 제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반면 호기심 가득한 두 소녀의 시선에 간만에 기분이 들뜬 에우로파는 보란 듯 기계장치를 그녀들의 앞에 가져다대었다.


“그래. 이왕 시간도 있고, 재미있는 걸 보여주지.”


제법 신이 난 에우로파가 스마트폰이라 부른 기계의 측면 버튼 중 하나를 누르자 전면부에 영상이 떠올랐다. 마법 수정구에 비치는 영상 등과는 색다른 느낌의 화면이 나타나는 모습에 나트와 아르나시아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1화 이후 전혀 언급되지 않던 스마트폰과 에우로파의 출신 이야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물론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에우로파가 이세계인이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을 생각이나(사실 이 점은 대부분의 이세계 전이물이나 환생물에서도 극초반 이후에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요) 이왕 설정에 넣은 만큼 써먹을 수 있을 수준으로는 활용할 생각입니다.

안 그러면 의미가 없잖아요.



33화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설명이 길었던 파트입니다.

아무래도 1편에서 설명이 부족했던만큼 뒤에서 보충하게 되는군요.

사실 아예 회상씬으로 할까도 고민해보았으나, 내용전개상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아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습니다. 어차피 뻔한데다 그만큼 중요하진 않은 내용이니까요.

(사실은 전투씬 넣기가 싫어서...쓰기 너무 어려워요;;)

(1편의 경우도 최종전 8화정도 분량이 앞부분 20화정도 쓰는 것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투씬 잘 쓰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연재시간대를 저녁대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제가 소홀했군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선작과 추천, 관심어린 댓글이 절실합니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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