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영합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902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10 07:30
조회
88
추천
1
글자
11쪽

셋트업(Setup) - 1편-9

DUMMY


“레르나! 레르나!”


페스크의 안색은 썩 좋지 않은 편이었다. 헝클어진 검보라빛 머리칼이 그의 스트레스를 대변하는듯 하였다. 설마 다른 곳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는 있지 않을까 걱정에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혹여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동반되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레르나! 어디 계십니까? 이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사방을 샅샅이 살펴보던 그의 눈에 마침내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언가 있는지 웅성거리며 몰려있는 사람들 속에 그녀가 있었다.


“레르나. 여기 계셨군요. 어서 돌아갑시다.”

“음? 페스크야?”

“예···?”


무슨 이유인지 그녀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입가에는 그녀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특유의 짓궂은 곡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리 와 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고.”

“예에···?”


정체 모를 불안감이 페스크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레르나가 ‘재미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달 때의 표정에서 그는 확실한 불안감을 느꼈다.


“하아···”


나라는 녀석도. 그냥 ‘그런 거 다 걷어치우고 빨리 돌아갑시다.’라고 강경하게 말하지를 못하는구나. 작게 한숨쉬며 페스크는 레르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음···?!”


페스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주점 겸 여관인지 제법 규모가 큰 3층 건물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그녀가 말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느 무언가와 착각한 듯, 그는 일순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가 잠시 후에야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 자는···!”

“그래.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니 신선하지?”

“글쎄요···”

“(정말이지, 글쎄요밖에 할줄 모르나)”


딱히 특색이 두드러지는 외모는 아니었으나, 유일하게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장식이 많이 붙은 화려한 로브를 입고 있는 그를 페스크는 연구 대상이라도 발견한마냥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망연히 주점 안의 남성을 바라보는 페스크의 귀에 고조된 레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그렇고 정말 똑같이 생겼네. 정체가 뭘까?”

“글ㅆ···”

“그 정체라는 건 어느 쪽을 이야기하는 걸까. 저 자인가, 아니면 그 남자인가?”

“으익!?”


본능 수준으로 항상 하던 대답을 하려던 페스크의 말을 자르며 들어오듯 들려오는 또다른 목소리에 레르나는 흠칫 놀랐다. 페스크 역시 그녀와 거의 동시에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루드!”

“정말이지, 대책 없는 도련님이군. 찾으러 간 사람이 따라서 실종되면 어쩌자는거야?”


루드는 자신의 짧은 갈색 머리를 긁적이더니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담배를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파루 역시 위치하고 있었다.


“중대한 임무. 목전. 예정 외 행동. 자제 바람.”


나무라는 듯 했지만 막상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조로 말하는 파루에게 레르나는 혀를 내밀었다.


“흥. 그 ‘중요한 임무’까지 시간 많이 남았는걸. 조금은 여유있게 행동해도 되지 않아?”

“여유는 자유. 그러나 행동의 허용 범위, 준수 필요.”


설교하려는 듯 끼어드는 파루의 모습에 레르나는 짜증난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네이, 네이. 그래서 이렇게 보고만 있는 거 아냐. 도구 씨.”


손을 내저으며 질렸다는 듯 레르나는 짜증을 내었다. 한편 주점 내를 바라보고 있던 페스크는 무언가 의문이 생겼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음? 뭐가?”


이 ‘글쎄요’밖에 모르는 재미없는 녀석이 왠일이야? 호기심을 가진 레르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하였다. 왠지 모르게 귀여운 그녀의 반응에 페스크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으나 이내 헛기침을 하며 주점 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가 않아요.”

“음? 어디어디?”

“저기, 저 남자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아이요.”


페스크의 대답에 레르나는 상대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그에게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앞선 듯 하였다. 그녀는 대충 페스크가 가르키는 방향을 훑어 본 뒤 곧바로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흐음. 요즘 페스크는 저런 타입이 취향이었으려나?”

“무, 무슨···!”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가슴이랑 키가 작은 여자로 태어날 걸 그랬을까?”

“레르나. 그런 의미로 한 이야기가 아니잖습니까?!”


작위적인 억양으로 말하며 양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그녀의 모습에 순식간에 귀 밑까지 빨개진 페스크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레르나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히힛. 농담이야.”

“그, 그리고···”

“음? 그리고 뭐?”

“저···저는···”


페스크는 무슨 이유인지 바닥을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간간히 레르나 쪽을 흘겨보며 더듬더듬 말하였다.


“저, 저는 오히려···오히려 그···그러니까···”

“뭐야아? 왜 확실히 말 못하는데? 뭐 잘못 먹었어?”


그의 행동이나 말투의 의미를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페스크를 놀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피. 재미없어. 아니면 오히려 저 옆에 있는 녹색머리에 가슴 큰 아이가 취향인건가?”

“······”


아 정말이지! 페스크는 확 짜증을 내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랬다간 더욱 더 그녀의 놀림감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될 테니까.


“저기 있잖아, 루드. 잠깐 구경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아? 지금부터 아무 짓도 안 할테니까 말야.”

“···지금 네 말대로 구경‘만’ 한다면 말이지.”

“얏호!”

“루드!”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겟다는 듯 페스크는 루드를 나무랐다.


“루드, 대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만약 저 남자가 정말 그 남자와 같다면 어떻게 하시려고···”


하지만 루드 본인은 상관없지 않냐는 듯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대답했다.


“그랬다면 애시당초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괜찮다.”

“끄음···”


사실 페스크의 걱정의 주 원인은 다른 데 있었으나,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해버렸다.

더불어 루드와 페스크는 자신들이 방금 전 레르나와의 대화에서 어떠한 중대한 사실을 하나 놓쳤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서 ‘지금부터’라고 하였다.





“그래, 맞아! 어제 싸운 그 뱀파이어!”

“뱀파이어라고?”

-술렁


에우로파의 외침. 그리고 확인하는 베쿰의 질문을 들은 주점 내의 인물들의 시선이 단번에 에우로파와 베쿰, 그리고 그들이 대치하고 있는 소녀들에게로 집중되었다.


“뱀파이어? 지금? 여기?”

“에이, 설마. 귀족 나리께서 농담을 잘 하시는구먼.”


하지만 당장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대부분의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요즘 소문이 아무리 뱀파이어 관련하여 운운한다고 해도 쉬이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저런 예쁘장하고 어린 계집이 그 무서운 뱀파이어라니.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이봐 용병들. 저 계집들을 잡아, 아니 죽여! 보수는···에에이, 1만 드롭을 주겠다!”

“1만 드롭!!”

-채애앵


이봐. 우두머리에 걸린 상금조차 5천 드롭이었지 않아? 베쿰이 속으로 꿍얼거리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역시 용병에게 돈의 힘은 위대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코웃음치고 있던 용병들 대다수가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고 두 소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꼬마 아가씨들. 원망하려면 저기 귀족 나리를 원망하라고.”

“왠만하면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걸? 이 아저씨들은 난폭하다구.”

“그래 그래. 그런 무서운 칼은 함부로 휘두르는 게 아니지.”

“베쿰과 싸울 때를 보니 제법 실력은 있어뵈지만, 이 정도 숫자를 어찌하지는 못할걸?”

“이보쇼, 귀족 나리. 1만 드롭, 취소하기 없기요!”


순식간에 소녀들의 주변을 용병들이 포위했다. 그들은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녀들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 용병들이란···여자애라고 생각하지 말란 말이다!”


보다못한 에우로파가 꽥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던 듯 했다.


“한심하군. 겨우 그 정도로 나에게 덤비는 거야?”

“뭐라고?”


소녀는 들고 있던 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대신 그녀는 검을 들고있지 않은 왼손을 들어올리며 도발적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려보였다.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군. 너희들의 형편없는 실력으로는 날 건드릴 수도 없을 걸. 구석진 시골의 검술 학교에서 목검이나 더 휘두르고 오지 그래?”

“이 계집이 듣자 듣자 하니까···!”


내가 검을 잡아도 네년보단 훨씬 오래 잡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는 아마 아무도 없었으리라. 소녀의 도발에 발끈한 용병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우웃···!”

“모, 몸이···!”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에 붙들리기라도 한 것인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뭣들 하는거냐! 빨리 저 계집을 죽이든 살리든 때려잡으라고!”

“남작 나리. 저거 혹시!”

“음?”


앞뒤 안 가리고 소리만 지르고 있는 에우로파와 달리 베쿰 쪽은 조금 더 냉철하게 상황판단을 하고 있었다. 베쿰의 말을 듣고서야 이성을 되찾은 듯 에우로파 역시 상황을 이해하였다. 불과 바로 전날 자신들이 전날에 내성 회의실에서 당한 수법이었다.


“···그런가? 광구!”


에우로파의 손끝에서 밝은 빛의 구가 형성되었다. 주점을 가득 메운 빛은 일시적으로 주변에 있는 모든 이의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였다.


“으어엇!”

-쿠당탕


방금 전까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다가 갑작스레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몸을 제어하지 못한 용병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주점 곳곳에서 부딪치며 볼성 사납게 나뒹굴었다.


“아무래도 나리의 말대로 저 계집들은 뱀파이어가 맞는 것 같군.”


베쿰의 검에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형성되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의 장난기는 간데없이 진지한, 다소의 살의마저 어린 표정으로 소녀들을 노려보았다.




작가의말

이제야 수정 전 버전의 연재분을 따라잡았군요.


11화는 6시에 업로드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8.18 21:45
    No. 1

    한 분에게 셋트업 권했습니다. ㅋ 다른 분들도 보셨다면 보러 오실지도 모르겠네요. ^^
    댓글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https://blog.munpia.com/matlib/board/boTalk/beSrl/815570/boView/viewComments#COMMENTS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8.18 21:49
    No. 2

    위의 링크가 클릭이 안 되는군요. '연재한담' 란에서 '자기 만족'으로 검색해서 댓글 읽어보세요.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8.18 22:59
    No. 3

    다른 분께 추천까지 해 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보다 볼만한 글을 쓸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셋트업(Setup) - 수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셋트업(Setup) - 2편-35 17.07.29 136 0 15쪽
35 셋트업(Setup) - 2편-34 17.07.28 102 1 17쪽
34 셋트업(Setup) - 2편-33 17.07.27 98 1 17쪽
33 셋트업(Setup) - 2편-프롤로그(하)-32 17.07.26 99 0 18쪽
32 셋트업(Setup) - 2편-프롤로그(상)-31 17.07.26 71 0 18쪽
31 셋트업(Setup) - 1편-에필로그-30 17.07.25 60 0 12쪽
30 셋트업(Setup) - 1편-29 17.07.25 98 0 12쪽
29 셋트업(Setup) - 1편-28 17.07.24 77 0 11쪽
28 셋트업(Setup) - 1편-27 17.07.24 45 0 12쪽
27 셋트업(Setup) - 1편-26 17.07.23 90 1 13쪽
26 셋트업(Setup) - 1편-25 +2 17.07.22 110 1 16쪽
25 셋트업(Setup) - 1편-24 17.07.21 73 0 15쪽
24 셋트업(Setup) - 1편-23 +2 17.07.20 110 1 17쪽
23 셋트업(Setup) - 1편-22 17.07.19 74 0 16쪽
22 셋트업(Setup) - 1편-21 +2 17.07.18 98 1 18쪽
21 셋트업(Setup) - 1편-20 +4 17.07.17 90 2 15쪽
20 셋트업(Setup) - 1편-19 +2 17.07.16 81 1 11쪽
19 셋트업(Setup) - 1편-18 +2 17.07.15 88 1 21쪽
18 셋트업(Setup) - 1편-17 +2 17.07.14 126 1 13쪽
17 셋트업(Setup) - 1편-16 +2 17.07.13 78 1 13쪽
16 셋트업(Setup) - 1편-15 +2 17.07.13 125 1 17쪽
15 셋트업(Setup) - 1편-14 +2 17.07.12 103 1 12쪽
14 셋트업(Setup) - 1편-13 +2 17.07.12 100 1 13쪽
13 셋트업(Setup) - 1편-12 +2 17.07.11 94 1 19쪽
12 셋트업(Setup) - 1편-11 +2 17.07.11 157 1 14쪽
11 셋트업(Setup) - 1편-10 +2 17.07.10 103 1 12쪽
» 셋트업(Setup) - 1편-9 +3 17.07.10 89 1 11쪽
9 셋트업(Setup) - 1편-8 +2 17.07.09 94 1 19쪽
8 셋트업(Setup) - 1편-7 +4 17.07.09 68 1 19쪽
7 셋트업(Setup) - 1편-6 +4 17.07.08 139 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