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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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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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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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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셋트업(Setup) - 1편-29

DUMMY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혹시 자신은 이미 사후세계에 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에우로파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아직···살아있나?”


눈을 감기 직전의 바닥이 보였고, 어깨에선 여전히 통증이 느껴진다. 양 팔과 가슴으로 자신의 품안에 무언가-아마도 나트겠지- 있다는 감각 역시 전해졌다.

코와 입안에 들어온 흙먼지로 인해 잠시 기침을 하며 에우로파는 뒤로 고개를 돌려 괴물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끄르르르륵키히이이이익···!”


괴물의 전신을 은백색으로 빛나는 선들이 그물처럼 휘감고 있었다. 그것에 의해 결박된 듯 괴물은 촉수 하나 내지 못하고 괴성만을 내며 버둥거렸다.


“이게···대체···”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괴물이 그저 버둥거리기만 하는 모습에 감탄하던 차, 에우로파는 일시적으로 진행이 멈춘-그리고 다시 진행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마도기의 폭주를 떠올렸다. 지금이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그에게 믿기 힘든 에미넨트의 보고가 들려왔다.


『마력 흡수 대상으로부터 단절. 마력 수용을 중지합니다』

“뭐라?”


에미넨트의 음성이 들리는 동시에 마도기가 있는 내성 방향으로부터 연결되었던 빛의 선들이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이윽고 내성을 집어삼켰던 빛덩이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속도로 보건데 몇 분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진정될 것 같았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 거지?”


아무래도 산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도 먼저 에우로파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의문점들이었다.

무슨 수를 써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던 델리우를 단숨에 포박하고, 폭주하는 마도기를 진정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가 있다니. 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에우로파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해답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아르나시아가 알려주었다.


“어머니!”


환하게 웃고 있는 아르나시아의 표정에는 안도와 반가움의 감정이 가득했다. 에우로파는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나시, 무사하구나! 나트도 많이 다치진 않아보여서 다행이다.”

“예. 어머니께서도 무사하셨군요!”


그래, 애초에 나트도 아르나시아도 인간이 아닌데 그 부모라고 인간이겠는가. 그러니 중년 여성의 목소리라던가는 애당초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젊은-아니 어려보이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쪽 인간분은···?”

“저희와 서로 돕기로 한 인간이에요. 이름은 에우로파라고 하고, 히아스의 제자에요.”


천진해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말총머리라는 발랄한 은빛의 머리모양 때문인지. 얼굴만 보면 오히려 나트나 아르나시아보다도 어려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녀의 키는 150중후반정도로 두 소녀보다는 약간 큰 정도였다. 복장은 전체적으로 몸에 밀착된 검은 빛이어서, 치마가 긴 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장식이 좀 더 많을 뿐, 나트의 것과 상당히 유사하였다. 다소 창백해 보일만큼 하얀 피부는 티 한점 없어 그녀의 정갈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예술적인 상아 조각상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히아스의···그렇군요. 제 이름은 티니. 이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신세를 졌군요.”


자신을 티니라고 소개한 그녀는 잠시동안 다소 흐트러져 있던 매무새를 정돈하더니 오른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고 왼손을 뒤로 빼며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였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신세를···아야야!”


얼떨결에 티니의 자세를 따라하며 마주 인사하려던 에우로파는 통증과 함께 왼팔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작은 비명을 질렀다.

한 번 통증을 느끼고나니 에미넨트의 무게까지 더해져 전신에 대한 격통으로 화해가는 순간, 에우로파의 등 뒤로부터 또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 다 몰골이 아주 말도 아니구나.”


쌀쌀맞은 말투로 한 손에는 나트를 부축하여 들어올린 여성의 키는 170중후반으로 에우로파보다도 컸다. 풍성하게 웨이브진 에메랄드빛의 단발머리를 한 그녀의 인상은 매우 도도하고 위압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로브 위에 부분적으로 중갑을 걸친 듯한 복장의 그녀는 나트나 티니와는 달리 매우 풍만한 몸매를 가져서인지 금속 흉갑을 걸치고 있었음에도 가슴과 둔부의 곡선이 여실히 보여질 정도였다.


『이러지 말아주십시오. 아무리 당신이라도 계약은 계약. 간섭할 수 있는 게···』

“네 멋대로 날조한 계약을 내 앞에 들이대지 마. 한 번만 더 그딴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산산조각을 내 주겠어.”

『···그건 곤란합니다』


그녀의 반대편 손에는 방금 전까지 나트가 들고 있던 그녀의 검-뤼간트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검신 부분을 움켜쥔 채 검에게 협박을 하고 있었다.


“알겠으면 조용히 들어가! 순진한 내 딸에게 수작부릴 생각 말고.”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다음 기회에···』


뤼간트의 벌어진 날 사이에 채워져 있던 붉은 기운이 사라지더니 이윽고 다시 양 쪽이 맞물리며 원래의 세검 형태로 되돌아갔다. 그것이 완전히 침묵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나트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무래도 그녀 역시 이 두 소녀의 어머니인가보다. 게다가 외모를 보아하니 어느 쪽이 누구를 낳은 어머니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모친이 둘이었던 건가. 그렇다는 건 이 둘 역시 각각 뱀파이어와 드래곤이라는 이야기겠지.’


그녀는 방금 전 뤼간트를 위협할때보다도 더 사납게 두 눈을 치켜 뜨며 나트를 노려보았다.


“어떤 적을 앞에 두고서라도 무조건 싸우라는 바보 같은 이야기는 한 적도, 할 생각도 없다. 아니면, 이런 녀석에게서 도망조차 제대로 가지 못 할 만큼 나약했던 거니? 그렇다면 우리가 너희를 잘못 가르쳤구나. 다음에는 어디 촌구석의 검술 학교에라도 맡겨서 기본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

“어머니, 그건···”

“어디서 말대답이니? 나와 티니가 오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한 줌 먼지가 되어버렸을 텐데! 변명을 하려거든 적어도 그럴 만한 실력이나 갖추고 나서 하렴!”

“죄송···합니다···”


그녀의 추궁에 나트는 풀 죽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이며 침묵하였다.


‘이거 참···두 어머니의 성격은 아무래도 딸들과는 서로 반대인 것 같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두 여성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자니, 에메랄드빛 머리칼의 여성이 에우로파를 훑어보며 그에게 질문했다.


“그 흉물스러운 에미넨트의 코어를 걸치고 있는 걸 보니 네가 새로운 히아스인가보군. 내가 알기로 최근까지도 이전 히아스는 살아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그 사이 죽어버린 건가?”

“아, 아닙니다. 스승님은 아직 건재하십니다. 이유는···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히아스의 이름을 이어받지 않아도 에미넨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번뜩이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내리깔 듯 바라보며 고압적으로 질문하는 그녀의 기세에 눌린 에우로파는 말을 더듬었다. 그녀는 에우로파의 대답에 의아한 듯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간 에우로파를 훑어보더니 이내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런가. 특이한 경우로군. 내 이름은 아힌세르린. 짐작하겠지만 이 두 아이들의 어미이다.”

“예에···이번 일로 따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형식적 멘트에 가까운 내용의 답변을 하는 순간, 그녀는 바람과도 같은 기세로 에우로파의 코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들이대었다.


“도움? 이런 어리숙한 여식들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면, 너도 꽤나 별볼일 없는 녀석인가보군.”

“아니, 그게···”

“그리고 이쪽의 이름을 밝혔으면 네 녀석의 이름도 밝히는 것이 예의가 아니더냐? 간만에 상대한 인간이 너 같은 예의도 모르는 얼간이어서야 기분이 상하는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위기에 빠진 게 설마 네녀석 때문은 아니렸다?”

“예···? 아아아, 그게, 죄송합니다. 에우로파···에우로파 세류아라고 합니다.”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을 질문까지 하며 고압적으로 압박하는 아힌세르린의 모습에 다들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는 가운데, 티니는 쿡쿡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후훗, 세린 언니도 참. 말은 그렇게 하셔도 막상 언니가 제일 아이들을 걱정했잖아요. 서방님과 저에게 계속 서둘러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냐고 채근하면서.”


아르나시아의 애칭이 나시이듯, 그녀의 애칭은 세린인가보다. 정곡을 찔렸는지,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


“으윽···! 그건,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감출 만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런 언니의 솔직함이 부러운걸요.”

“바, 바보! 쓸데없는 소리를···!”


아힌세르린을 침묵시키는 것으로, 결코 짧지 않을 설교-어쩌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시작되려던 사태를 막은 뒤. 티니는 다시금 몸을 돌려 여전히 포박된 상태로 버둥거리는 델리우를 향해 다가갔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그들을 추격해야 하고···우선은 이분부터.”

“크르르륵끼아아아아아키히이이익!”


이제는 이성따윈 완전히 상실한 듯, 살의만이 가득한 그를 본 티니는 슬퍼하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요. 당신이 델리우로군요. 라오 님께 들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명예를 소중히 하는 분이었다고.”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왼손으로는 눈가를 닦으며 오른손은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된 델리우에게 접촉하더니 탁한 은회색의 기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아직 되돌아올 수 있어요. 늦지 않···”


그녀가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델리우의 시커먼 거체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는 그의 몸 전체가 재로 변하며 바스러져갔다.


“아아···어째서, 왜 스스로 거부하는 거죠? 어째서···?”


아마 이것이 나트가 이야기했던 ‘모든 이성을 상실하여 사멸하는 순간’인 듯 하였다. 티니는 망연한 시선으로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델리우를 보며 연신 ‘어째서’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잠시 후 델리우의 시신은 바람에 흩날려 완전히 사라졌고, 잠시동안 그가 있던 허공을 바라보던 티니는 포박 대상을 상실하여 바닥 위에 늘어져 있는 은빛의 그물을 회수한 뒤 뒤로 돌아섰다.


“···어서 그 자들을 쫒아가도록 하죠. 권속들이 사라져가는 속도로 보아 조금만 더 지체하다가는 놓치겠어요. 서방님은 저것을 회수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가. 우리가 먼저 가서 그자들을 처리해야겠군.”


아힌세르린은 티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두 딸이 걱정되는지 떠나기에 앞서 그녀들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당부하였다.


“이미 하였던 이야기지만 다시 강조하마, 우선은 히아스를 찾아가거라.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렴.”

“예···알겠어요 어머니.”

“이번처럼 무모한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말거라. 가능한 빨리 이 일을 종결지을 테니 스스로를 지키는 것만 생각하렴. 곧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할테니.”

“···예.”


여전히 두 딸이 걱정인지 계속해서 흘끔거리며 곁눈질로 그녀들을 보던 아힌세르린은 이윽고 에우로파를 바라보았다.


“에우로파라고 했었나? 아이들을 부탁한다.”

“예. 예에. 마마마, 맡겨주십시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이야기해둔다만,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무무 물론입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여전히 그녀의 기세에 눌려있는 에우로파는 떨떠름하게 더듬으며, 하지만 목소리만은 우렁차게 대답하였고 그런 그와 딸들의 모습을 얼마간 바라보던 두 여성은 이윽고 검은 그림자에 감싸여지더니 지면 밑으로 사라졌다.




작가의말

엄마 소환은 무섭죠.

...는 농담이고.


어쩌다보니 완전히 자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존재의 개입으로 1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전개에 대해서는 1편만으로 놓고 보았을 때 구성이나 완결성에서 문제가 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차후 전개에 대한 연결고리 개념으로 결국 기존 계획대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화는 1편의 에필로그입니다.

에필로그인만큼 연속해서 올리겠습니다.

16시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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