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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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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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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2편-프롤로그(상)-31

DUMMY


-철컹, 철컹

-까앙, 깡


마도왕국이라 자칭하는 프로튼 왕국의 외곽. 과거 리넥 공국이라 불린 몬스터들의 나라가 존재하였던 지역과 인접한 산맥에 위치한 작은 광산. 이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베라 마을에서는 오늘도 많은 노동자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좋아. 다음 차가 올라오는군.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오늘 작업은 끝내도록 합시다!”


하베라 마을의 광산은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 비록 순도 높은 양질의 미스릴 등 가치 높은 금속들이 매장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매장량 자체가 적은 편이다보니 드워프나 노움은 굳이 이 광산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광산도 아쉬울 정도로 국토 내에 매장된 자원이 적었던 프로튼 왕실의 입장에서는 외국과의 정치적 입장이나 국내 산업육성 목적 등을 겸해 이 마을에 투자를 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좋아. 2반은 그대로 레일 고정. 먼저 마무리 정비를 해 두세요.”

“예이. 알겠습니다, 감독!”


감독관인 리베리의 지시에 2반장은 호탕하게 대답하며 반원들에게 지시를 하였다. 신장은 180정도로 보통에 비해서는 다소 큰 편인 그는 말랐지만 다부진 윤곽의 체형을 하고 있었다. 체형과 어울리게 가늘고 긴 턱선에 조금은 창백한 것 아닌가싶을 정도의 하얀 피부와 밝은 청색의 머리를 하고 있어 첫 인상으로는 도저히 그가 광산 노동자라는 인상이 들지 않는 외모였다. 거리를 두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도기관장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도 이렇게 무탈히 하루가 지나가는군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 말씀을. 마도관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록 광산의 규모는 작을지언정, 왕실이 직접 관리하는 광산이라서인지 시설에 관해서는 크로첼 제국의 드워프 연합이 보유한 광산들에 비교하여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훌륭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각종 굴착 장비는 물론, 채굴한 광물을 운반하는 광차나 심지어 공기 순환 계통에 이르기까지 마도왕국이라는 이명에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시설들 뿐이었다.

그러한 광산의 마도기관 계통을 총괄하는 마도기관장은 리베리의 대답에 멋쩍게 웃으며 늘상 하던 멘트로 회답하였다.


“저야말로 별 말씀을.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 광산의 마도기관을 점검하는 일 뿐이니까요.”

“겸손하실 거 없습니다. 이렇게 서로 각자 역할에 충실하니 전체의 흐름 또한 순조로운 것이겠죠. 하하하.”


마도기관장의 답변에 리베리는 평소와 달리, 악동이 연상되는 미소를 슬쩍 지어보였다.


“그래서 말입니다, 마도관님. 슬슬 광산 채굴구획을 옮겨야 할 거 같습니다만, 활약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예?”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해오는 리베리의 손은 일순 차갑다고 느낄 만큼 서늘했다. 아마 하루종일 서늘한 광산 내부에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보통 노동자와 달리 감독관 직책이다보니 체온이 오를 정도의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새로 작업구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폭약이나 굴착기관도 있지만 전자는 아무래도 위험성이 높고 후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요. 거기서 기관장님의 마법 실력이 활약하실 기회라는 겁니다.”

“···확실히 대지계 마법을 활용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굴착이 가능하겠죠. 실제로 크로첼 제국에서는 드워프들이 광산에 협력하는 엘프들의 덕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리베리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중, 기관장은 문득 의문점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감독님이 그런 걸 알고 계시는 거죠?”

“예? 아아···크로첼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답니까? 그랬군요···하하하, 그냥 생각나서 가능하지 않을까 이야기해본 것인데 정말 가능한가보군요. 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무마하려는 모습에 마도기관장은 미심쩍어 고개를 갸웃하였다.


“혹시···감독님, 크로첼에서 보낸 첩자라던가는 아니시죠?”

“예에? 그렇게 보입니까?”


그러나 농담조로 반응하는 리베리에게 당혹감이나 수상한 느낌 따위는 전혀 없었다. 마도기관장은 자신의 생각이 과했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지었다.


“하긴. 그럴 리는 없겠군요. 그러고보니, 감독님은 이곳에 정착하기 전에는 모험가였다고 하셨으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겠지요.”

“그, 그렇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들은게 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특이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네요.”


마도기관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리베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튼. 좋습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내일은 마법을 이용한 굴착이라는 걸 해 보도록 하죠!”

“하하.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일은 다들 편하게 일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요.”

어느새 마지막 광차가 원석을 가득 싣고 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관장은 입고 있던 작업복 상의를 풀어헤치며 탈의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내일의 활약에 앞서 오늘 밤 감독님이 사 주시는 맛좋은 술 한잔 정도 기대해 봐도 되겠습니까?”

“술 한잔으로 된다면야 기꺼히 사 드리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작업에 앞서 광산 내부에 대한 설명 등도 들을 겸, 자리를 함께 하고 싶어 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분야는 다소 달라도 양 쪽 모두 관리자 직책에 있는 만큼 서로 친목을 다져두는 것이 조직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일이니까.


“그러고보니, 아직 상당히 젊으신데 일찍 모험가를 그만두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글쎄요···조금 안 좋을 일을 많이 겪기는 했죠. 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군요.”


씁쓸한 웃음과 함께 리베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표정을 통해 그에게 좋지 못한 사연이 있음을 짐작한 마도기관장은 자신이 괜한 이야기를 꺼내었음을 느끼고는 화제를 바꾸었다.


“반장님도 이곳에 오신 지 꽤 되셨으니 제법 돈이 모이시지 않았습니까? 슬슬 마을 내에 괜찮을 집을 지을 수 있으실 거 같은데요.”“예? 아아, 그게···”


마도기관장은 리베리의 집이 마을 외곽에서도 제법 거리가 있는 산 속에 있다고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다행스럽게도 반장님이 이 마을에 오실 때 즈음부터는 조용해졌지만 그 산속은 원래 위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었지요. 오크나 고블린같은 몬스터는 물론이고, 가끔은 전 리넥 공국 땅에서부터 넘어오는 언데드까지 출몰했다니까요. 아무래도 몬스터들의 나라였던 데다 심지어 지배계층 상당수가 언데드였다보니 멸망한 지금도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곳이죠.”

“그, 그렇습니까?”


리베리의 반응이 뭔가 묘하다는 인상이었으나 마도기관장은 그것이 단순히 그가 자신의 집 주변이 그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아마도 구 리넥 령에 지성을 가진 강력한 언데드가 출현한 것 같습니다. 죽음의 기사나 리치 같은 녀석 말이죠. 이 예상이 맞다면 아마 근래 녀석들이 마을 근처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중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소 겁을 주려는 말투이기는 했으나, 마도기관장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족도 있지 않습니까. 감독님이야 모험자 출신이니 괜찮을지 몰라도 아직 어린 자식도 있는데···”


그의 아들은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최근 마을에 세워진 학교에서 영리한데다 외모도 잘 생긴 소년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상황이었다.


“그게 그러니까···빚, 빚이 있어서말이죠. 아직 갚고 있는 중이다보니 막상 수중에는 별로 돈이 없네요. 빚쟁이들이 집에 찾아오는 꼴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습니까···그럼 어쩔 수 없지요.”


거짓말이다. 마도기관장은 직감하였으나 사연이 있을 것이라 이해하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하였다. 리베리 역시 자신의 어설픈 거짓말이 들통났음을 눈치채었으나 마도기관장이 더 이상 따지지 않음에 감사하기로 하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감독님이 외지인 출신인데다가 이곳에서 일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감독관이 되신 비결은 대체 무엇이죠? 출세의 비결을 배우고 싶군요.”


미심쩍은 사연을 눈감아 주는 댓가로 요구하는 겸 하여 마도기관장은 재차 화제를 돌려 질문하였다.


“노동자들이 이야기하기로···아니, 제가 보기에도 감독님은 조직생활이나 사람을 다루는 것이 굉장히 능숙하시던데요. 듣기로 광산 운영적인 면에서 기여하신 게 많아 그 공로로 감독관까지 승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과찬입니다.”

“겸손해하시지만 마시고 비결이나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하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언제까지고 변경의 파견마도관에서 만족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마법적 재능은 있으나 그 수준이 특출나지 못한 자는 마법사로써는 그다지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단순히 마법사라는 입장을 벗어나 관리나 각료가 된다면 지금 이상의 출세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의 비결을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앞서 말씀하신대로 주점에서 한 잔 하면서 말입니다.”

“그거 반가운 이야기군요. 오늘 밤은 서로에게 유익한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서로 웃으며 막 탈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도중, 그들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감독님! 마도관님! 큰일났습니다!”


절박한 목소리로 달려오는 인부의 모습에 리베리와 마도기관장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죠?”

“허억, 헉. 사, 3반이···!”

-쿠르릉


막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광산 내부로부터 굉음이 들려왔다. 리베리는 막 벗으려던 작업복을 다시 챙겨 입으며 광산 입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마도관님, 먼저 가 있겠습니다!”


리베리의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 이상 멀어진 그의 뒤를 따라 달려가는 마도기관장은 감탄의 수준을 넘어 경악하였다.


“아무리 모험가 출신이라지만···엄청나게 빠르잖아···?!”


불과 1분 남짓한 시간만에 리베리는 문제의 장소에 도착하였다. 그의 예상대로, 광산 내의 통로가 무너져있었다.


“여러분, 침착하십시오. 곧 구출해드리겠습니다!”


리베리는 곧바로 무너진 통로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가 통로를 살피고 있는 도중, 마도기관장과 몇 명의 인부들이 추가로 현장에 뒤따라 도착하였다.


“통로가···! 이렇게 되면 우선 암석화 마법으로···”

“안됩니다! 섣불리 통로를 암석화시키면 오히려 암석화된 벽이 깨져서 단번에 무너져내립니다!”


마법을 사용하려던 마도기관장을 제지하며 리베리는 계속해서 통로를 살폈다. 잠시 후 그는 통로 안쪽의 상황을 물었다.


“안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어디서 어디까지 무너졌습니까?”


잠시 후 무너진 통로의 작은 구멍 사이로부터 답변이 들려왔다.


“많이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143번부터 151번까지 반쯤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반장님과 헥켈 씨, 로르제 씨가 바위에 맞거나 깔려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무너진 형태가 옆으로 비스듬하게 바위가 밀려와서···”

“···일단 알겠습니다! 굳이 거기까지 설명 안 해도 됩니다.”


마치 서술을 하듯 설명하려는 그 목소리는 리베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잠시 후 그는 이 보고를 하는 목소리가 얼마 전 새로 온 인부의 것임을 깨닳았다.


“그 목소리···이름이 혹시 에니체드 씨 맞습니까?”

“맞습니다, 감독님. 아직까진 괜찮아도 오래 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바위에 깔린 분을 꺼내기엔 저희들로는 역부족입니다! 이건 힘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바위의 무너진 형태나 밀어내고 받쳐야 할 사람의 숫자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로···”

“설명 안 하셔도 됩니다. 잠시 기다리고 계십시오!”

-쿠구구구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도 하듯, 통로가 다시한번 크게 흔들렸다. 양 손으로 머리 위를 가려 쏟아지는 돌조각들을 막으며 리베리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마도관님. 우선 여기, 그리고 이쪽을 암석화해주십시오. 벽을 고정시킨 뒤에 바위들을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예, 예에!”


리베리의 지시에 마도기관장 역시 떨어지는 돌조각들을 막으며 그가 가리킨 곳에 암석화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음?”


두 번째 위치에 마법을 거는 도중, 마도기관장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벽 주변으로부터 바닥으로,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긴장으로 인해 과민해졌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완료했다.

어느 정도 벽의 내구도가 확보되었다고 생각된 리베리는 다른 인부들에게 지시하였다.


“2반은 안쪽으로 들어오십시오! 무너진 토사와 바위를 밖으로 빼내고 보강물을 세워서 통로를 확보하겠습니다. 1반은 추가적인 붕괴에 대비해서 출구 방향의 보강을 해 주십시오!”


신속한 지시 하에 구조작업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마침내 무너진 구역의 통로가 확보되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최초 에니체드의 보고대로 3명의 인부가 부상당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은 모두 무사하였다. 부상당한 세 명도 생명에 지장은 없어보였다. 리베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심스레 그들에게 다가갔다.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릅니다! 조심해서 한 분 씩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그렇게 3반의 사람들 대부분이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이제 남은 것은 부상당한 3명 중 바위에 다리를 깔린 3반장과 에니체드, 그리고 리베리였다.


“에니체드 씨도 우선 밖으로 나가십시오. 3반장님의 구조는 저와 2반 분들이 하겠습니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170중후반의 건장한 체격에 탈색된 듯한 회색 머리칼을 적당히 기른 사내였다. 아마도 그는 현재 이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막내일 것이다. 리베리는 그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외지인 출신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그 외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몰랐다.


“아닙니다. 저도 같이 돕겠습니다, 감독님!”


외지인이라서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얼굴선이 둥글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나머지는 그리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다. 아니,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특색이 없어보일 정도였다. 처음 리베리가 통로를 확보하고 3반과 접촉했을 때보다도 강한 의지를 담은 시선으로 에니체드는 자신도 거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좋습니다. 그럼 에니체드 씨는 그쪽 바위를 들어주십시오. 제가 이쪽에서 잡겠습니다.”


저런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게다가 저런 말버릇을 가진 자가 분명···

문득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은 구조작업이 우선이다. 리베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에니체드와 함께 3반장의 다리를 압박하고 있는 바위들을 치워나갔다.


“반장님, 괜찮으십니까?”

“예에···이거, 면목이 없수다 감독관···”


3반장은 작업반장들 중 가장 연장자로, 리베리가 이 광산마을에 오지 않았다면 그가 다음 감독관이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그는 리베리와 관계가 그리 좋지 못하였지만, 그가 아무 사심 없이 자신을 구하려 노력하는 모습에는 생각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감독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구먼. 미안하이···”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은 무사히 나가는 것만 생각하시죠.”


성인 남성의 몸통만한 바위를 몇 개나 옮겼음에도 리베리와 에니체드 양 쪽 모두 전혀 지치지 않는 기색이었다. 순식간에 바위들을 치운 두 사람은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3반장을 부축하여 들어올렸다.


“···음?”

“무슨 일입니까?”


막 3반장을 부축하여 통로를 나서려는데, 에니체드가 무언가를 인지한 듯 통로 안쪽을 응시하였다.


“감독관님. 저 안에···혹시 못 느끼셨습니까?”


에니체드의 말에 리베리는 그의 시선을 따라 통로 안쪽을 주시하였다. 잠시동안 눈과 귀를 통해 통로 안쪽을 살피던 그는 고개를 돌려 통로 바깥쪽을 향해 질문하였다.


“혹시 3반 작업인원 중 반장님 외에 아직 못 나오신 분이 계십니까?”

“없습니다! 전원 빠져나왔습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장황한 묘사 없이 이야기하는 그에게 아무래도 기분 탓일 것이라 이야기해주려는 순간, 에니체드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리베리는 3반장의 부축을 다른 작업원에게 맡긴 뒤 그를 따라가 붙잡았다.


“에니체드 씨, 지금 안에 들어가는 건 위험합니다. 나중에 다시 수색을 하던가 하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위험하겠군요, 생각해보니. 혼자 들어가는 것도 좀 그렇고, 이왕 같이 갔으면 하지만 그렇게 만류하신다면 안되겠군요.”

“길게 말씀하지 마시고 어서 나오십시오!”


에니체드는 리베리가 자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자, 결국 자신의 생각을 굽히기로 하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기분 탓이었나봅···!!”

-쿠르르릉


리베리에게 사과하며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순간, 다시 한번 광산 내부가 진동을 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베리와 에니체드의 머리 위로 커다란 바위들이 떨어졌다.


“감독님!”


바위가 떨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에니체드가 날렵하게 움직여 그를 껴안고 밀쳐내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바위의 수가 많아 전부를 피하지는 못하였다.


“우으윽!”


바위에 깔리는 것만은 면하였으나, 그것들 중 하나가 리베리의 등허리를 강타하였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그는 낮게 비명소리를 내었다.




작가의말

2편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좀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2편-1 이라고 할까 했으나 이래저래 해서 결국 31화로 정했습니다...


프롤로그 치고 분량이 좀 됩니다.

프롤로그이기도 하니 오후에 나머지를 올리겠습니다.

16시 30분에 뵙겠습니다.


의도치 않게 3일 연속 2회연재가 되는군요.

비축분이...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선작, 관심어린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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